[클로즈업 북한] 북한판 재개발 ‘창전거리’ 완공

입력 2012.06.30 (11:02) 수정 2012.06.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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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 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 수도 평양의 중심가인 창전거리가 1년 2개월간의 재개발 공사를 거쳐 최근 준공식을 마쳤습니다.

북한은 창전거리에 45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가 하면 각종 편의시설과 문화시설까지 잇따라 건설하고 있는데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평양 재개발 사업의 현황과 의도를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지난 25일. 평양 만수대 지구 창전거리에서 결혼식이 열렸다.

꽃가루를 맞으며 식장에 입장하는 신랑 신부와 이들을 축복하는 하객들의 모습이이례적으로 북한 TV를 통해 방송됐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25일) : "아버지, 오늘 딸을 이런 훌륭한 식당에서 시집보내는 심정이 어떻습니까? (글쎄 무슨 말로 표현할지 모르겠는데 현실이지만 꿈만 같습니다.) "

북한 방송은 당국이 신혼부부에게 지급한 가전제품까지 화면에 비춰 주며 이날 결혼식을 15분 가까이 상세히 보도했다.

창전거리 재개발 사업 준공식 이후 이곳에서 거행된 첫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창전거리 재개발 공사의 준공식이 열렸다.

준공식에는 최영림 내각 총리와 최룡해 총정치국장 등 고위 간부들이 참석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20일) : "창전거리(노란색)에는 우리 당의 주체적인 건축미학 사상을 구현한 인민극장과 초고층 고층 살림집들, 각종 봉사시설들이 희한하게 솟아올랐으며 조형화, 예술화, 공원화가 훌륭히 실현됐습니다. "

수도 평양에서도 핵심 지역으로 알려진 창전거리는 우리의 국회 격인 만수대의사당과 김일성 부자의 대형 동상이 세워진 조선혁명박물관 등 북한의 대표적인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녹취> 장해성(前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 "(창전거리) 오른쪽에 조선혁명박물관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 뒤로 조금 들어가기만 하면,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서 거기에 뭐가 있는가 하니까 정부 청사들이 다 있는 것이고, 그다음에 인민대학습당도 있고 거기 뒤에 중앙당도 있고 제일 중심 구역이에요. 말 그대로 거기가 제일 중심 구역에서도, 중구역에서도 또 중심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재개발 사업으로 만수대 언덕에서 대동강 기슭까지 이어진 창전거리에는 결혼식장은 물론, 인민극장과 아동백화점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이 새롭게 들어섰다.

탁아소와 유치원 등 기존의 시설이 개보수 되기도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살림집’이라 불리는 고층 아파트 단지였다.

최고 45층까지 14동으로 이뤄진 고층 아파트에는 약 3만 명 가량이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이상준(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창전지구는 불과 1년 만에 45층짜리 대형 아파트를 포함한 14동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건설한 사업으로써 북한이 상징적으로 평양의 재개발을 선도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그런 사업지구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

창전거리 재개발은 당초 평양 10만 세대 건설 사업에서 비롯됐다.

북한은 지난 2008년부터 수도 평양의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평양 10만 세대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된 이 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자 북한은 지난해 4월 사업 목표를 2만 5천 세대 수준으로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대상 지역도 평양 중심에 위치한 만수대 지구 창전거리 등으로 좁혔다고 알려진다.

<녹취> 김광일(북한 국가건설감독성 부상/지난 21일) :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지난해 3월초 이 (만수대) 지구를 현대적으로 건설할 것을 발기하셨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5월 22일, 만수대지구 재개발 착공식을 가졌다.

이후 건물 해체를 시작으로 기초공사, 골조 건설 등 공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북한이 공기 단축에 열을 올린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때문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0일) : "김일성 동지의 탄생 100돌을 계기로 창전거리 건설을 완공할 데 대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빛나게 관철한 인민군 장병들과 수도 건설자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만수대지구 창전거리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중장비를 보내주고,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의 성과로 창전거리 재개발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인터뷰> 이상준(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체제강화를 위해서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된다. 하는 측면에서 김정일 당시 위원장이 2012년 강성대국을 열어젖히자는 그런 구호 아래 주민 생활 개선에 상징적인 의미로써, 수단으로써 이 주택재개발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죠. 그런 것도 사실상 다른 지역이 아닌 평양, 평양 지역에서도 가장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부터 재개발을 시작한 겁니다."

북한의 평양 재개발 사업은 ‘거리’ 안에 주거공간과 일체의 편의시설이 함께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안창모(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 "주거지를 개발할 때 아파트 단지만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집중운집의 원칙에 의해서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하나의 세트로 구성이 됩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상업이나 공공시설이나 학교와 같은 것들이 조직적으로 들어가죠. "

평양 재개발 사업은 6.25 직후의 급하게 복구된 시설을 재정비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1980년,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하면서 재개발 양상이 달라졌다.

김정일은 당시 평양역에서 보통문에 이르는 창광거리 조성 사업을 직접 지휘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재개발로 창광거리에는 3만 가구의 살림집과 음식점 거리가 조성됐다.

<녹취> 조선중앙TV(2009년 12월 27일) :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창광음식점거리를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꾸리기 위한 방도를 가르쳐주시고 건설 자재와 기공 명령에 이르기까지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다 풀어주시었습니다. "

이는 건물 개보수 외에도 안정적인 후계 세습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상준(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 "김정일 체제가 본격적으로 자릴 잡기 시작하면서 과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종파 분자들이 지었다는 그런 지역의 주거지를 밀어버리고 새로운 김정일 시대를 상징하는 의미로써 창광거리를 건설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한 북한은 김일성의 생가가 있는 광복거리에도 대규모 재개발을 단행했다.

북한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나 기념일에 맞춰 대규모 도시 개발을 진행해 체제 선전에 이용한 것이다.

<인터뷰> 안창모(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구현한 중요한 수단으로 도시와 건축이 작동할 수 있고 거기에 맞는 도시 공간과 건축물을 구성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김정일의 건축론이라는 책, 직접 최고지도자가 건축에 관한 책을 썼다라는 것 정도가 어느 정도로 북한 당국이 도시와 건축이 중요한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 전 창전거리 재개발에 심혈을 기울인 것 역시 지지기반이 약한 후계자 김정은를 위해 권력 기반 다지기와 체제 안정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상준9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 창광거리 건설이 뭐냐면 김정일 체제를 보위할 수 있는, 김정일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그런 세력들한테 상당히 고급주택을 공급했습니다. 창전거리 같은 경우에도 사실은 5,000세대 이상의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이것이 주로 북한의 그 고위층들, 김정은 체제 유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세력들한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한다. 이런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의 이런 주택재개발이 단순히 주택 공급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창전거리 재개발은 불과 1년 2개월 만에 완공됐다.

북한은 빠듯한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공사 현장에 군인들은 물론, 직장인과 학생, 주부까지 대규모 인원을 밤낮으로 투입시켰다.

공사에 직접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입주를 허가하는 ‘입사증’이 우선적으로 주어진다고 한다.

<녹취> 장해성(前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 "북한은 집이 다 개인 집이 없고 국가 집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서, 말하자면 구역이든지 시에서든지 도시경영부에서 너는 이 집에 들어가서 살 수 있다 하는 ‘입사증’을 줍니다. 중앙 기관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건설에 나가야 집을 받을 수 있어요. "

하지만 실제 창전거리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북한 주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입사증’이 있다 하더라도 새 집은 당정군의 간부들에게 우선적으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녹취> 장해성(前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 "간부들 욕심내는데 누가 막겠습니까. 우선 제일 큰 간부들, 그러니까 정찰총국이라고 하면 다른 분야의 간부들은 못 갈 것이고 정찰총국이라든가 후방총국이라든가 중앙 청년동맹들, 이런 데 사람들이 거의, 이런 기관에서도 높은 간부들이 집을 먼저 (집을) 차지를 할 것이고... 그러다보니까 주택 건설에 나간 사람이라고 해도 몇 번 체류한 2번 내지 3번째 집을 받기 때문에 한심한 집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

게다가 1년 2개월 만에 무리하게 강행된 공사 탓에 부실 공사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창전 거리에 이어 동평양 구역 등 평양 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난을 극복하고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녹취> 장해성(前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 "통일거리 할 때도 그렇고 광복거리 할 때도 그렇고 이렇게 평양시에 건설을 집중하다 보면 다른 데다 쓸 자재가 없어요. 그래서 지방에 일체 건설을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겨우 집중한 게 창전거리 하나만, 사실 별로 필요 없는데, 거기는 안 해 놔도 괜찮을 곳인데... 그런 만큼 인민들 생활은 한심한데 북한 당국자들은 인민 생활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기본 자기들 나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그건 인민 생활과 관련 없다는 것으로 보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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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한판 재개발 ‘창전거리’ 완공
    • 입력 2012-06-30 11:02:29
    • 수정2012-06-30 15:45:41
    남북의 창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 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 수도 평양의 중심가인 창전거리가 1년 2개월간의 재개발 공사를 거쳐 최근 준공식을 마쳤습니다. 북한은 창전거리에 45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가 하면 각종 편의시설과 문화시설까지 잇따라 건설하고 있는데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평양 재개발 사업의 현황과 의도를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지난 25일. 평양 만수대 지구 창전거리에서 결혼식이 열렸다. 꽃가루를 맞으며 식장에 입장하는 신랑 신부와 이들을 축복하는 하객들의 모습이이례적으로 북한 TV를 통해 방송됐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25일) : "아버지, 오늘 딸을 이런 훌륭한 식당에서 시집보내는 심정이 어떻습니까? (글쎄 무슨 말로 표현할지 모르겠는데 현실이지만 꿈만 같습니다.) " 북한 방송은 당국이 신혼부부에게 지급한 가전제품까지 화면에 비춰 주며 이날 결혼식을 15분 가까이 상세히 보도했다. 창전거리 재개발 사업 준공식 이후 이곳에서 거행된 첫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창전거리 재개발 공사의 준공식이 열렸다. 준공식에는 최영림 내각 총리와 최룡해 총정치국장 등 고위 간부들이 참석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20일) : "창전거리(노란색)에는 우리 당의 주체적인 건축미학 사상을 구현한 인민극장과 초고층 고층 살림집들, 각종 봉사시설들이 희한하게 솟아올랐으며 조형화, 예술화, 공원화가 훌륭히 실현됐습니다. " 수도 평양에서도 핵심 지역으로 알려진 창전거리는 우리의 국회 격인 만수대의사당과 김일성 부자의 대형 동상이 세워진 조선혁명박물관 등 북한의 대표적인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녹취> 장해성(前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 "(창전거리) 오른쪽에 조선혁명박물관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 뒤로 조금 들어가기만 하면,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서 거기에 뭐가 있는가 하니까 정부 청사들이 다 있는 것이고, 그다음에 인민대학습당도 있고 거기 뒤에 중앙당도 있고 제일 중심 구역이에요. 말 그대로 거기가 제일 중심 구역에서도, 중구역에서도 또 중심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재개발 사업으로 만수대 언덕에서 대동강 기슭까지 이어진 창전거리에는 결혼식장은 물론, 인민극장과 아동백화점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이 새롭게 들어섰다. 탁아소와 유치원 등 기존의 시설이 개보수 되기도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살림집’이라 불리는 고층 아파트 단지였다. 최고 45층까지 14동으로 이뤄진 고층 아파트에는 약 3만 명 가량이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이상준(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창전지구는 불과 1년 만에 45층짜리 대형 아파트를 포함한 14동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건설한 사업으로써 북한이 상징적으로 평양의 재개발을 선도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그런 사업지구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 창전거리 재개발은 당초 평양 10만 세대 건설 사업에서 비롯됐다. 북한은 지난 2008년부터 수도 평양의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평양 10만 세대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된 이 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자 북한은 지난해 4월 사업 목표를 2만 5천 세대 수준으로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대상 지역도 평양 중심에 위치한 만수대 지구 창전거리 등으로 좁혔다고 알려진다. <녹취> 김광일(북한 국가건설감독성 부상/지난 21일) :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지난해 3월초 이 (만수대) 지구를 현대적으로 건설할 것을 발기하셨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5월 22일, 만수대지구 재개발 착공식을 가졌다. 이후 건물 해체를 시작으로 기초공사, 골조 건설 등 공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북한이 공기 단축에 열을 올린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때문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0일) : "김일성 동지의 탄생 100돌을 계기로 창전거리 건설을 완공할 데 대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빛나게 관철한 인민군 장병들과 수도 건설자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만수대지구 창전거리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중장비를 보내주고,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의 성과로 창전거리 재개발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인터뷰> 이상준(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체제강화를 위해서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된다. 하는 측면에서 김정일 당시 위원장이 2012년 강성대국을 열어젖히자는 그런 구호 아래 주민 생활 개선에 상징적인 의미로써, 수단으로써 이 주택재개발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죠. 그런 것도 사실상 다른 지역이 아닌 평양, 평양 지역에서도 가장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부터 재개발을 시작한 겁니다." 북한의 평양 재개발 사업은 ‘거리’ 안에 주거공간과 일체의 편의시설이 함께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안창모(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 "주거지를 개발할 때 아파트 단지만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집중운집의 원칙에 의해서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하나의 세트로 구성이 됩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상업이나 공공시설이나 학교와 같은 것들이 조직적으로 들어가죠. " 평양 재개발 사업은 6.25 직후의 급하게 복구된 시설을 재정비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1980년,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하면서 재개발 양상이 달라졌다. 김정일은 당시 평양역에서 보통문에 이르는 창광거리 조성 사업을 직접 지휘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재개발로 창광거리에는 3만 가구의 살림집과 음식점 거리가 조성됐다. <녹취> 조선중앙TV(2009년 12월 27일) :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창광음식점거리를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꾸리기 위한 방도를 가르쳐주시고 건설 자재와 기공 명령에 이르기까지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다 풀어주시었습니다. " 이는 건물 개보수 외에도 안정적인 후계 세습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상준(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 "김정일 체제가 본격적으로 자릴 잡기 시작하면서 과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종파 분자들이 지었다는 그런 지역의 주거지를 밀어버리고 새로운 김정일 시대를 상징하는 의미로써 창광거리를 건설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한 북한은 김일성의 생가가 있는 광복거리에도 대규모 재개발을 단행했다. 북한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나 기념일에 맞춰 대규모 도시 개발을 진행해 체제 선전에 이용한 것이다. <인터뷰> 안창모(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구현한 중요한 수단으로 도시와 건축이 작동할 수 있고 거기에 맞는 도시 공간과 건축물을 구성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김정일의 건축론이라는 책, 직접 최고지도자가 건축에 관한 책을 썼다라는 것 정도가 어느 정도로 북한 당국이 도시와 건축이 중요한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 전 창전거리 재개발에 심혈을 기울인 것 역시 지지기반이 약한 후계자 김정은를 위해 권력 기반 다지기와 체제 안정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상준9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 창광거리 건설이 뭐냐면 김정일 체제를 보위할 수 있는, 김정일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그런 세력들한테 상당히 고급주택을 공급했습니다. 창전거리 같은 경우에도 사실은 5,000세대 이상의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이것이 주로 북한의 그 고위층들, 김정은 체제 유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세력들한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한다. 이런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의 이런 주택재개발이 단순히 주택 공급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창전거리 재개발은 불과 1년 2개월 만에 완공됐다. 북한은 빠듯한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공사 현장에 군인들은 물론, 직장인과 학생, 주부까지 대규모 인원을 밤낮으로 투입시켰다. 공사에 직접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입주를 허가하는 ‘입사증’이 우선적으로 주어진다고 한다. <녹취> 장해성(前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 "북한은 집이 다 개인 집이 없고 국가 집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서, 말하자면 구역이든지 시에서든지 도시경영부에서 너는 이 집에 들어가서 살 수 있다 하는 ‘입사증’을 줍니다. 중앙 기관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건설에 나가야 집을 받을 수 있어요. " 하지만 실제 창전거리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북한 주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입사증’이 있다 하더라도 새 집은 당정군의 간부들에게 우선적으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녹취> 장해성(前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 "간부들 욕심내는데 누가 막겠습니까. 우선 제일 큰 간부들, 그러니까 정찰총국이라고 하면 다른 분야의 간부들은 못 갈 것이고 정찰총국이라든가 후방총국이라든가 중앙 청년동맹들, 이런 데 사람들이 거의, 이런 기관에서도 높은 간부들이 집을 먼저 (집을) 차지를 할 것이고... 그러다보니까 주택 건설에 나간 사람이라고 해도 몇 번 체류한 2번 내지 3번째 집을 받기 때문에 한심한 집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 게다가 1년 2개월 만에 무리하게 강행된 공사 탓에 부실 공사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창전 거리에 이어 동평양 구역 등 평양 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난을 극복하고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녹취> 장해성(前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 "통일거리 할 때도 그렇고 광복거리 할 때도 그렇고 이렇게 평양시에 건설을 집중하다 보면 다른 데다 쓸 자재가 없어요. 그래서 지방에 일체 건설을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겨우 집중한 게 창전거리 하나만, 사실 별로 필요 없는데, 거기는 안 해 놔도 괜찮을 곳인데... 그런 만큼 인민들 생활은 한심한데 북한 당국자들은 인민 생활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기본 자기들 나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그건 인민 생활과 관련 없다는 것으로 보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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