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계량기 천천히 돌아가면…기막힌 ‘빈집털이’

입력 2012.07.17 (09:04) 수정 2012.07.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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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휴가로 오래 집을 비울 경우 현관문 앞에 신문 같은 게 쌓이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하시죠.

빈집이란 표시가 나지 않게 하는 건데요.

그런데,이런 방법으로는 막기 어려운 빈집털이범이 나타났습니다.

집 밖에 있는 전기계량기가 돌아가는 속도를 보고 사람이 없는 빈집을 정확하게 짚어냈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거 이젠 전기 계량기도 숨겨 놔야 하는 건가요?

<기자 멘트>

전기 계량기가 빈집을 알려주는 공범이었던 셈인데요.

현재 사용되는 전기 계량기의 80% 정도가 이 같은 기계식 계량기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휴가철에는 장기간 집을 비울수 밖에 없는 만큼, 현관문 장금장치를 이중으로 하거나 내부등을 켜놓는 등의 대비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날로 진화하는 빈집털이에 비상이 걸린 보안 대책 뉴스 따라잡기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월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50대 남성이 급히 계단을 내려오더니 현관을 향해 줄행랑을 치는데요,

뒤이어 나타난 또 다른 남성!

고함을 지르면서 앞서간 남성을 뒤쫓습니다.

대낮에 벌어진 황당한 추격전!

그로부터 5개월 뒤. 부리나케 도망가던 50대 남성을 경찰서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 다.

<인터뷰> 손병길(팀장/송파경찰서 강력4팀) : “피해자가 외출한 사이에 일자 드라이버를 출입문 사이에 꽂고 파이프 렌치를 잡고 돌려서 출입문을 파손한 뒤 침입하여 현금 및 귀금속 등을 절취한 사건입니다. ”

도망자의 정체는 쉰 살의 김모 씨.

잠금장치를 부술 때 생기는 소음으로 덜미를 잡히지 않도록 한 층에 두 집만 있는 계단식 아파트의 빈집들을 노린 절도범이었는데요!

경찰조사 결과 드러난 그의 행적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인터뷰> 손병길(팀장/송파경찰서 강력4팀) : “작년 6월에 출소를 해서 작년 11월경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23회에 걸쳐 1억 5 천만 원어치의 현금 및 귀금속을 절취한 것입니다. ”

절도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고 나온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빈 집을 털 기 시작한 김 씨!

지난 5월에는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가 김 씨의 범행 표적이 됐는데요.

이 곳에서 절도범 김 씨에게 살림살이를 털렸다는 60대 부부를 만났습니다.

<녹취> 피해 아파트 주민 : “기절할 뻔 했죠. 무섭더라고요.”

두 달이 지났지만 부부는 아직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심장이 멎는 것 같다고 합니 다.

<녹취> 남편(피해자/음성변조) : “이 손잡이 현관문이 튀어나왔더라고요. 그래서 딱 보니까 아 이거 뭐가 당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보니까 그리 됐더라고요.”

<녹취> 부인( 피해자/음성변조) : “ 보니까 다 이렇게 뒤집힌 장롱이니 책상이니 방마다 다 나와 있는 거예요. 물건이 이렇게 다. ”

잠깐 외출한 사이에 벌어진 아찔한 상황!

절도범은 이미 집안에 있던 귀금속과 현금을 들고 사라진 뒤였습니다.

<녹취> 부인(피해자/음성변조) : “나갈 수 있는 퇴로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대담하게 들어왔나 싶은 게 굉장히 몸서리치게 무섭더라고요.”

집이 비었다는 걸 다 알고 저지른 것처럼 잽싸게 이뤄진 범행.

알고 보니, 절도범의 철저한 계산 아래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손병길(팀장/송파경찰서 강력4팀) : “빈집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기가 생각을 해 보니까 계량기 돌아가는 일정한 속도를 보면 집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범행 대상이 되는 빈집을 물색하는 데 ‘계량기’를 활용했다는 건데요.

바로 전기사용량에 따라 계량기가 돌아가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노린 거였습니 다.

자, 전기를 쓸 일 없는 빈집의 경우, 계량기가 천천히 돌아가는 모습, 보이시죠?

반면 집안에서 각종 가전제품들을 사용할 경우 빠르게 돌아가는 계량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빈집털이범 김 씨가 바로 이 점을 범행에 활용한 겁니다!

<인터뷰> 손병길(팀장/송파경찰서 강력4팀) : “계량기 돌아가는 속도와 그 다음 초인종을 눌러서 사람을 확인했을 때 사람이 안에 한번도 있었던 사실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

계량기의 미터기가 거의 움직이지 않거나 천천히 돌아가는 현관문 앞에 멈춰선 김 씨.

그의 예상은 백발백중이었습니다.

그렇게 미리 준비해 온 공구들을 이용해 잠금 장치를 풀고 나면, 범행은 식은 죽 먹기였던 거죠.

김 씨의 범행이 알려진 뒤로 , 피해를 당한 아파트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녹취> 피해 아파트 주민 : “지능적으로 한다고 봐야죠. ”

<녹취> 피해 아파트 주민 : “이제 계량기도 안에다 설치를 해야 되겠네요. 그걸 보고 했다니까.”

날이 갈수록 진화해가는 빈집털이범의 범행 수법들.

아파트 외벽의 배관을 타거나 쌍안경으로 열린 창문을 찾는 것은 이미 옛일!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에 카메라를 단 뒤,우유투입구를 통해 잠긴 문을 여는가 하면 몰카를 동원해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모습을 도촬 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각 가정마다 최신형 보안 장치 마련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카드키타입 디지털 도어록은 고유번호만 등록 하면 교통카드나 스마트폰으로도 문을 열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추고 있어 점차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최신형 잠금장치에 결함이 발견 돼 시민들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하욱(공업연구관/기술표준원) : “나는 핸드폰으로 현관문이 열린다하고 댔는데 열렸습니다. 열리고 , 그 옆에 있던 친구가 ‘내 것도 한 번 대볼까?’ 그러고 댔는데 그것도 열려서 문제를 발견했고요.”

디지털 도어록에 별도로 등록하지 않은 교통카드나 스마트폰에도 문이 열리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한 건데요.

특히 교통카드를 등록한 도어록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했습니다.

이유는 바로, 교통카드의 고유 식별번호에 있었습니다.

<인터뷰> 남하욱(공업연구관/기술표준원) : “보통 카드는 일련번호가 다르거든요. 그런데 교통카드나 이런 쪽의 유아이디(식별 번호)를 생산하는 업체는 카드 리더기를 갖다 댔을 때 번호가 똑같습니다.”

고유 식별 번호를 한 가지만 사용하는 교통카드 제조회사!

즉, 같은 회사가 만들었다면 카드가 달라도 똑같은 열쇠가 되는 겁니다.

똑같은 식별번호의 카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내 집의 문을 열수 있다는 사실,생각만 해도 끔찍한데요.

<인터뷰> 남하욱(공업연구관/기술표준원) : “교통카드로 등록된 것은 해지를 하고 전용카드로 등록해서 쓰면 문제는 없습니 다.”

우리나라 디지털 도어록 보급대수는 2010년 현재 약 8백 7십만 대.

그 가운데 결함이 발견된 약 125만대에 대해 카드타입 디지털 도어록을 생산한 업체들은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보안시설도 완벽하게 내 집을 지켜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점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활개를 치는 빈집털이범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각 가정의 문단속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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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계량기 천천히 돌아가면…기막힌 ‘빈집털이’
    • 입력 2012-07-17 09:04:48
    • 수정2012-07-17 09: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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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휴가로 오래 집을 비울 경우 현관문 앞에 신문 같은 게 쌓이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하시죠. 빈집이란 표시가 나지 않게 하는 건데요. 그런데,이런 방법으로는 막기 어려운 빈집털이범이 나타났습니다. 집 밖에 있는 전기계량기가 돌아가는 속도를 보고 사람이 없는 빈집을 정확하게 짚어냈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거 이젠 전기 계량기도 숨겨 놔야 하는 건가요? <기자 멘트> 전기 계량기가 빈집을 알려주는 공범이었던 셈인데요. 현재 사용되는 전기 계량기의 80% 정도가 이 같은 기계식 계량기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휴가철에는 장기간 집을 비울수 밖에 없는 만큼, 현관문 장금장치를 이중으로 하거나 내부등을 켜놓는 등의 대비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날로 진화하는 빈집털이에 비상이 걸린 보안 대책 뉴스 따라잡기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월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50대 남성이 급히 계단을 내려오더니 현관을 향해 줄행랑을 치는데요, 뒤이어 나타난 또 다른 남성! 고함을 지르면서 앞서간 남성을 뒤쫓습니다. 대낮에 벌어진 황당한 추격전! 그로부터 5개월 뒤. 부리나케 도망가던 50대 남성을 경찰서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 다. <인터뷰> 손병길(팀장/송파경찰서 강력4팀) : “피해자가 외출한 사이에 일자 드라이버를 출입문 사이에 꽂고 파이프 렌치를 잡고 돌려서 출입문을 파손한 뒤 침입하여 현금 및 귀금속 등을 절취한 사건입니다. ” 도망자의 정체는 쉰 살의 김모 씨. 잠금장치를 부술 때 생기는 소음으로 덜미를 잡히지 않도록 한 층에 두 집만 있는 계단식 아파트의 빈집들을 노린 절도범이었는데요! 경찰조사 결과 드러난 그의 행적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인터뷰> 손병길(팀장/송파경찰서 강력4팀) : “작년 6월에 출소를 해서 작년 11월경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23회에 걸쳐 1억 5 천만 원어치의 현금 및 귀금속을 절취한 것입니다. ” 절도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고 나온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빈 집을 털 기 시작한 김 씨! 지난 5월에는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가 김 씨의 범행 표적이 됐는데요. 이 곳에서 절도범 김 씨에게 살림살이를 털렸다는 60대 부부를 만났습니다. <녹취> 피해 아파트 주민 : “기절할 뻔 했죠. 무섭더라고요.” 두 달이 지났지만 부부는 아직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심장이 멎는 것 같다고 합니 다. <녹취> 남편(피해자/음성변조) : “이 손잡이 현관문이 튀어나왔더라고요. 그래서 딱 보니까 아 이거 뭐가 당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보니까 그리 됐더라고요.” <녹취> 부인( 피해자/음성변조) : “ 보니까 다 이렇게 뒤집힌 장롱이니 책상이니 방마다 다 나와 있는 거예요. 물건이 이렇게 다. ” 잠깐 외출한 사이에 벌어진 아찔한 상황! 절도범은 이미 집안에 있던 귀금속과 현금을 들고 사라진 뒤였습니다. <녹취> 부인(피해자/음성변조) : “나갈 수 있는 퇴로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대담하게 들어왔나 싶은 게 굉장히 몸서리치게 무섭더라고요.” 집이 비었다는 걸 다 알고 저지른 것처럼 잽싸게 이뤄진 범행. 알고 보니, 절도범의 철저한 계산 아래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손병길(팀장/송파경찰서 강력4팀) : “빈집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기가 생각을 해 보니까 계량기 돌아가는 일정한 속도를 보면 집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범행 대상이 되는 빈집을 물색하는 데 ‘계량기’를 활용했다는 건데요. 바로 전기사용량에 따라 계량기가 돌아가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노린 거였습니 다. 자, 전기를 쓸 일 없는 빈집의 경우, 계량기가 천천히 돌아가는 모습, 보이시죠? 반면 집안에서 각종 가전제품들을 사용할 경우 빠르게 돌아가는 계량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빈집털이범 김 씨가 바로 이 점을 범행에 활용한 겁니다! <인터뷰> 손병길(팀장/송파경찰서 강력4팀) : “계량기 돌아가는 속도와 그 다음 초인종을 눌러서 사람을 확인했을 때 사람이 안에 한번도 있었던 사실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 계량기의 미터기가 거의 움직이지 않거나 천천히 돌아가는 현관문 앞에 멈춰선 김 씨. 그의 예상은 백발백중이었습니다. 그렇게 미리 준비해 온 공구들을 이용해 잠금 장치를 풀고 나면, 범행은 식은 죽 먹기였던 거죠. 김 씨의 범행이 알려진 뒤로 , 피해를 당한 아파트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녹취> 피해 아파트 주민 : “지능적으로 한다고 봐야죠. ” <녹취> 피해 아파트 주민 : “이제 계량기도 안에다 설치를 해야 되겠네요. 그걸 보고 했다니까.” 날이 갈수록 진화해가는 빈집털이범의 범행 수법들. 아파트 외벽의 배관을 타거나 쌍안경으로 열린 창문을 찾는 것은 이미 옛일!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에 카메라를 단 뒤,우유투입구를 통해 잠긴 문을 여는가 하면 몰카를 동원해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모습을 도촬 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각 가정마다 최신형 보안 장치 마련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카드키타입 디지털 도어록은 고유번호만 등록 하면 교통카드나 스마트폰으로도 문을 열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추고 있어 점차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최신형 잠금장치에 결함이 발견 돼 시민들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하욱(공업연구관/기술표준원) : “나는 핸드폰으로 현관문이 열린다하고 댔는데 열렸습니다. 열리고 , 그 옆에 있던 친구가 ‘내 것도 한 번 대볼까?’ 그러고 댔는데 그것도 열려서 문제를 발견했고요.” 디지털 도어록에 별도로 등록하지 않은 교통카드나 스마트폰에도 문이 열리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한 건데요. 특히 교통카드를 등록한 도어록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했습니다. 이유는 바로, 교통카드의 고유 식별번호에 있었습니다. <인터뷰> 남하욱(공업연구관/기술표준원) : “보통 카드는 일련번호가 다르거든요. 그런데 교통카드나 이런 쪽의 유아이디(식별 번호)를 생산하는 업체는 카드 리더기를 갖다 댔을 때 번호가 똑같습니다.” 고유 식별 번호를 한 가지만 사용하는 교통카드 제조회사! 즉, 같은 회사가 만들었다면 카드가 달라도 똑같은 열쇠가 되는 겁니다. 똑같은 식별번호의 카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내 집의 문을 열수 있다는 사실,생각만 해도 끔찍한데요. <인터뷰> 남하욱(공업연구관/기술표준원) : “교통카드로 등록된 것은 해지를 하고 전용카드로 등록해서 쓰면 문제는 없습니 다.” 우리나라 디지털 도어록 보급대수는 2010년 현재 약 8백 7십만 대. 그 가운데 결함이 발견된 약 125만대에 대해 카드타입 디지털 도어록을 생산한 업체들은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보안시설도 완벽하게 내 집을 지켜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점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활개를 치는 빈집털이범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각 가정의 문단속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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