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다시 보기] 쓰러지는 미국

입력 2012.08.14 (12: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센트럴폴스, 스톡턴, 해리스버그.

최근 파산을 선언한 미국 중소도시들의 이름입니다.

시 공무원들에 대한 과도한 복지 그리고 무리한 대형 사업을 벌인 것이 주 원인입니다.

지구촌 다시 보기에서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미국 북동부의 작은 도시 센트럴폴스.

주민들의 복지를 담당하는 커뮤니티 센터 앞에 팔려고 내놨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시의 자부심이던 퇴직 군인 박물관도 운영을 중단한 지 오랩니다.

공공 도서관도 공식적으로 폐관을 선언한 상태.

몇몇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겨우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모두 지난해 8월, 시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면서 일어난 변화들입니다.

<인터뷰> 더린(센트럴폴스 주민) :“도로에 뚫린 구멍도 많아지고, 버려진 쓰레기도 늘어났습니다. 파산 전에 비해 많은 게 달라졌어요."

이 도시의 재정이 적자 상태에 접어든 것은 1990년대 초부터입니다.

기업들이 빠져나가며 세수는 계속 줄었는데, 시장들은 공무원에 대한 복지를 늘려나갔습니다.

그 결과, 공무원 연금의 누적 적자가 4천8백만 달러, 연간 시 예산의 두 배를 넘으며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겁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사업을 벌인 도시들도 문젭니다.

지난해 11월 파산한 펜실베니아 주의 수도 해리스버그.

유서깊은 행정 도시이자 철강 도시로 자부심이 큰 곳이지만 도심을 벗어나면 곳곳에 폐가들이 방치돼있습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대규모 지방채를 발행해 쓰레기 소각장 사업을 벌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소각장을 첨단 시설로 개조하는데 3억 달러, 우리 돈 3천5백억 원을 넘게 들였지만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데이브 블랙(해리스버그 시 상공회의소 회장) : “소각장 부채는 해소된 게 없어요. 그대로죠. 이제부터 갚아야 하는데, 이 파산 상황을 벗어나려면 10년 넘게 걸릴 겁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에서 파산 신청을 한 지방자치단체는 14곳.

미국 지방 정부의 부채는 우리 돈 3천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파산 전문 변호사인 레빈은 파산 상태에 놓인 지자체가 실제로는 백여 곳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미국의 29개 주는 지자체 파산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파산 상태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리차드 레빈(도시 파산 전문 변호사) :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신중해야 합니다. 돈이 넘치는 호황기에 주민과 공무원들에게 이것 저것 퍼주기는 쉽습니다만, 재정이 어려워졌다고 그것을 거둬들이기는 어렵거든요.”

천문학적인 빚으로 연명하는 나라 미국.

잇따른 지방정부의 파산이 자칫 나라 전체의 미래가 되는 건 아닌지 미국인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다시보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다시 보기] 쓰러지는 미국
    • 입력 2012-08-14 12:06:17
    지구촌뉴스
<앵커 멘트> 센트럴폴스, 스톡턴, 해리스버그. 최근 파산을 선언한 미국 중소도시들의 이름입니다. 시 공무원들에 대한 과도한 복지 그리고 무리한 대형 사업을 벌인 것이 주 원인입니다. 지구촌 다시 보기에서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미국 북동부의 작은 도시 센트럴폴스. 주민들의 복지를 담당하는 커뮤니티 센터 앞에 팔려고 내놨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시의 자부심이던 퇴직 군인 박물관도 운영을 중단한 지 오랩니다. 공공 도서관도 공식적으로 폐관을 선언한 상태. 몇몇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겨우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모두 지난해 8월, 시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면서 일어난 변화들입니다. <인터뷰> 더린(센트럴폴스 주민) :“도로에 뚫린 구멍도 많아지고, 버려진 쓰레기도 늘어났습니다. 파산 전에 비해 많은 게 달라졌어요." 이 도시의 재정이 적자 상태에 접어든 것은 1990년대 초부터입니다. 기업들이 빠져나가며 세수는 계속 줄었는데, 시장들은 공무원에 대한 복지를 늘려나갔습니다. 그 결과, 공무원 연금의 누적 적자가 4천8백만 달러, 연간 시 예산의 두 배를 넘으며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겁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사업을 벌인 도시들도 문젭니다. 지난해 11월 파산한 펜실베니아 주의 수도 해리스버그. 유서깊은 행정 도시이자 철강 도시로 자부심이 큰 곳이지만 도심을 벗어나면 곳곳에 폐가들이 방치돼있습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대규모 지방채를 발행해 쓰레기 소각장 사업을 벌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소각장을 첨단 시설로 개조하는데 3억 달러, 우리 돈 3천5백억 원을 넘게 들였지만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데이브 블랙(해리스버그 시 상공회의소 회장) : “소각장 부채는 해소된 게 없어요. 그대로죠. 이제부터 갚아야 하는데, 이 파산 상황을 벗어나려면 10년 넘게 걸릴 겁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에서 파산 신청을 한 지방자치단체는 14곳. 미국 지방 정부의 부채는 우리 돈 3천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파산 전문 변호사인 레빈은 파산 상태에 놓인 지자체가 실제로는 백여 곳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미국의 29개 주는 지자체 파산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파산 상태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리차드 레빈(도시 파산 전문 변호사) :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신중해야 합니다. 돈이 넘치는 호황기에 주민과 공무원들에게 이것 저것 퍼주기는 쉽습니다만, 재정이 어려워졌다고 그것을 거둬들이기는 어렵거든요.” 천문학적인 빚으로 연명하는 나라 미국. 잇따른 지방정부의 파산이 자칫 나라 전체의 미래가 되는 건 아닌지 미국인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다시보기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