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술값 시비가 불러온 ‘흉기 난동’

<앵커 멘트>

수원에서 일어난흉기 난동 사건을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가 흉기를 휘둘러 2명을 다치게 하고, 또 숨어 들어간 가정집에서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한 명이 숨지기까지 했죠.

당초 술에 취해 성폭행을 시도하다 빚어진 사건이다,

이렇게 알려졌었는데,

수사 결과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김기흥 기자, 원래는 이 피의자가 범행하려고 했던 술집이 따로 있었다고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피의자 강모 씨가 원래 찾아가려던 술집은 정까지 혼자 술을 마셨던 곳인데요.

그곳에서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에 인근 편의점에서 흉기를 구입해 찾아갔지만, 술에 취해 있던 강씨는 그 술집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때 한 술집이 그의 눈에 띠였고 그곳에서 자신이 무시당했던 이전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 술집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범죄에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됐는데요.

술값 2만 원에서 시작된 수원 흉기 난동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밤의 흉기 난동사건이 일어난 수원의 주택가.

사건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났지만 동네 주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무서워, 동네 들어오니까 섬뜩한 거야. ”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무서운 사건이 바로 옆에서 일어나니까 너무 무섭잖아요.”

조용하던 골목이 혼란에 빠진 건 지난 21일 새벽 1시 쯤.

쏟아지던 빗줄기를 뚫고 비명 소리가 고여했던 동네의 적막을 깨트렸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으악’ 소리 나서 가보니까 그 아저씨는 쓰러져있고 아줌마는 가슴에 흉기
맞고, 아들은 어깨에 맞고 했다고….”

60대 부부와 30대 아들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괴한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 인근에서 곧 붙잡혔는데요.

<인터뷰> 권혁희(순경/수원중부경찰서 노송지구대) : “땀이랑 비랑 해서 옷이 다 젖어있었고 상의랑 하의에 혈흔이 좀 있었어요.”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는 39살, 강모 씨.

대체 무슨 이유로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걸까, 범행 동기를 밝히려는 경찰

앞에서 강 씨는 너무나 뻔뻔했습니다.

<인터뷰> 한상균(과장/ 수원중부경찰서 형사과) : “자기는 이제 들어가면 다시 빛을 보지 못할 것 같다. 그러니 자기가 굉장히 술에 이 취했으니까 잠을 한 서너 시간만 재워주면 자고 일어나서 모든 범죄사실을 시원하게 밝힐 테니까 ….”

검거 12시간이 지나서야 입을 연 강 씨.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피해자 가족들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강 씨가 휘두른 흉기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두 사람 더 있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0일 오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성범죄 전력으로 무려 7년간의 복역을 마친 뒤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던 강 씨.

아침부터 비가 와 일거리가 없던 당일에는 하루 종일 술로 시간을 보냈는데요.

한 술집에서 혼자 소주 4병을 마신 뒤, 강 씨는 또 다시 동네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녹취> A 주점 주인 (음성변조) : “선불을 20만원 내고 술을 먹었는데 술을 25만 원 어치를 먹은 거예요. 그런데 5만원을 거슬러 내라는 거예요, 무조건 이유도 없어요. "

그렇게 시작된 술값 시비는 결국 112신고로 이어졌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마무리 됐다고 합니다.

<녹취> A 주점 주인 (음성변조) : "먹을 만큼 먹었는데 왜 돈을 거슬러 내라 하느냐고 없으면 먹지를 말지, 했어요. 그래서 '어휴, 2만 원씩 손해 봅시다‘ 해서 2만 원 주고 같이 나갔어요.”

그렇게 일단락 됐나 했던 술값 시비.

하지만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한 강 씨는 2만원을 손에 쥔 채 인근 마트로 달려갔습니다.

당일, 강 씨의 모습인데요. 이곳에서 강 씨가 구입한 건 다름 아닌 과도였습니다.

자신이 요구한 금액을 환불해주지 않은 술집 주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겁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강씨는 불과 400m 거리에 위치한 술집을 다시 찾아내지못했습니다.

<녹취> A 주점 주인 (음성변조) : "어제 다 주저앉았었다니까요. 나 지금 살 떨려가지고. 나가자마자 이 거슬러준 2만 원에서 칼을 사갖고 여기 온다는 게 못 찾은 거잖아요. 그 얘기를 듣는데 진짜…."

술에 취한 강 씨의 눈에 띈 곳은 이틀 전 그가 술을 마셨던 또 다른 술집.

그곳 역시 술값 때문에 한바탕 시비가 벌어졌던 곳이었습니다.
"
<녹취>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며칠 전에 거기서도 또 술값이 모자라서 홀대를 받았답니다. 굉장히 모욕을 당했답니다. 노래 한 곡 부르자고 했더니 손님이 든 그 돈으로는 노래를 못 부릅니다. ‘여기도 혼 좀 내줘야 겠다’ 그러고 어갔다고 합니다."

앙심을 품고 술집으로 들어간 강 씨.

준비한 흉기로 여주인을 위협하고 성폭행 하려했지만 다른 손님이 들어오면서 여주인과 손님에게 흉기를 휘두른 채 달아났는데요.

술집에서 부리나케 나와 달려가는 강 씨의 모습이 보입니다.

<인터뷰> 한상균 과장/수원중부경찰서 형사과) : “술에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방향 감각을 잃고 무작정 뛰었으며 그러던 중 은신을 위해 어딘지 모르는 2차 범행지인 주택에 침입하게 되었으며….”

술값 2만원을 돌려받겠다며 시작된 그의 화풀이는 엉뚱하게도 다른 곳으로 번지게 됐고 모두 5명의 사상자를 낸 악몽의 밤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진술을 거부한 채 경찰에 휴식을 요구하는 뻔뻔함을 보인 강 씨.

범행 당일 강 씨와 이야기를 나눴던 술집 주인 역시 강 씨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A 주점 주인 (음성변조) : "저번에 금요일에 오고 그날이 두 번째였거든요. 지금 와서 보니까 그게 진짜 무서운 말이었어요. 협박 같은 걸 많이 했거든요, 저한테. 다른 사람 같은 경우는 가만히 안 두는데 넌 운 좋다…. 자기는 하루살이
인생이라는. 순 교도소 얘기만 했어요, 교도소 얘기."

경찰 조사 결과 강 씨는 성폭행과 폭력 등 전과 11범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출소한지도 채 두 달이 되지 않았습니다.

성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강 씨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지 않은 것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법무부 관계자 (음성변조) : "전자발찌 부착법은 2008년 9월부터 시행이 됐거든요. 보통의 법이라는 건 그 전의
것을 추가로 하는 건 아니거든요. 법이 시행되면 그 때부터 적용을 하는 거죠. "

즉, 전자발찌 부착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5년에 수감된 강 씨의 경우 강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건데요.

2010년부터 시행된 성범죄자 신상공개 역시 비켜간 강 씨는 결국 또 하나의 전과기록을 더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표창원(교수/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 "이번 사건 범인이 비록 강도강간 등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대단히 재범 위험이 높고 위험이 상당히 수준 높은 사람이었지만 법적으로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이 상당히 아쉽고요."

현재 강 씨와 같은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계류 중인 경우는 7월 말 기준으로 2019건.

그 사이 전자발찌를 차지 않은 성범죄자가 출소 후 범죄를 저지른 사건도 19건에 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