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묻지마 범죄’란 없다

입력 2012.08.2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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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객원 해설위원]



출발을 기다리던 전동차 안에서 한 남자가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립니다. 난동은 역 플랫폼에서도 계속되고 8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지난 18일 의정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열차 안에 침을 뱉었다가 이를 나무라는 승객과의 시비가 발단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최근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지난 22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한 남자가 옛 직장 동료와 행인들을 상대로 길거리에서 마구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지요. 이에 앞서 울산과 서울 미아동에서도 이와 비슷한 범죄가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이런 사회가 불안합니다. 특히 여성이나 노인, 어린이들에게 이런 유형의 범죄는 가히 공포의 대상입니다. 치안당국은 ‘우범자 감시팀’을 만들어 이런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즉석 처방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자신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까지 공격하는 이런 행위의 저변에는 보통 밑도 끝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분노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런 분노를 사회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저변을 메우고 있는 이런 분노의 정체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20만 명 정도 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잠재적 분노를 아동기부터 관리할 사회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각급 학교의 인성교육 실종에 대한 지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저 ‘쇠귀에 경 읽기’일 뿐입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고 제 역할을 못하는 가정이 느는 탓도 있습니다. 그저 우연히 일어날 뿐인, 이른바 ‘묻지마’ 범죄란 없습니다.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화가 표면화되는 현상의 일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 지도층과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활성화하고, 더욱 효율적인 대책을 찾아야 합니다. 미루기엔 사태가 너무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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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묻지마 범죄’란 없다
    • 입력 2012-08-25 08: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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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객원 해설위원]

출발을 기다리던 전동차 안에서 한 남자가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립니다. 난동은 역 플랫폼에서도 계속되고 8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지난 18일 의정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열차 안에 침을 뱉었다가 이를 나무라는 승객과의 시비가 발단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최근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지난 22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한 남자가 옛 직장 동료와 행인들을 상대로 길거리에서 마구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지요. 이에 앞서 울산과 서울 미아동에서도 이와 비슷한 범죄가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이런 사회가 불안합니다. 특히 여성이나 노인, 어린이들에게 이런 유형의 범죄는 가히 공포의 대상입니다. 치안당국은 ‘우범자 감시팀’을 만들어 이런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즉석 처방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자신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까지 공격하는 이런 행위의 저변에는 보통 밑도 끝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분노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런 분노를 사회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저변을 메우고 있는 이런 분노의 정체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20만 명 정도 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잠재적 분노를 아동기부터 관리할 사회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각급 학교의 인성교육 실종에 대한 지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저 ‘쇠귀에 경 읽기’일 뿐입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고 제 역할을 못하는 가정이 느는 탓도 있습니다. 그저 우연히 일어날 뿐인, 이른바 ‘묻지마’ 범죄란 없습니다.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화가 표면화되는 현상의 일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 지도층과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활성화하고, 더욱 효율적인 대책을 찾아야 합니다. 미루기엔 사태가 너무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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