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회 불만이 결국 흉기 난동으로…

입력 2012.08.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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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곳곳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때문에 어디 무서워서 살겠느냐는 분들이 많습니다.

거리, 상점, 심지어 집안에서조차 마음을 놓기 어려운데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는 이런 사건이 벌어진 배경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양영은 기자, 표면적인 이유나 장소는 달라도, 범행이 일어나게 된 데는 공통점이 있었다고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동기는 사소한 데서 출발했지만 배경에는 사소한 고립감 같은 결코 가볍지 않은 요소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어제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의 현장검증이 있었는데요.

이번 현장검증은 피의자가 극심한 긴장 상태를 보여 20분 정도 만에 중단됐습니다.

경찰은 "피의자 김모 씨가 정상적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일단 현장검증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요.

김 씨뿐만 아니라 최근 있었던 흉기난동 사건들의 범행 동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 앞으로 이런 강력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지난 22일 발생한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의 현장검증 현장입니다.

<녹취> 김○○(피의자/음성변조) : “(피해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

사건이 있은 지 나흘 만에 범행 현장에 다시 나타난 피의자 김모 씨는 호흡이 가빠지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현장검증은 20분여 만에 급히 마무리됐는데요.

지켜보던 시민들은 사건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다시 한 번 떠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 계진성(목격자) : 옷벗고 내의를 꺼내서 (피해자의) 겨드랑이 부위를 묶고 상처 부위를 한 번 더 덮어서 손으로 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여자 분이 '저 어디 찔렸어요'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이렇게 보니 많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았고..."

모두 네 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

피의자 김 씨는 3년 전 자신을 험담한 전 직장동료 6명을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수술 뒤 치료 중인 피해자를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피해자 형(음성변조) : "회사에서도 장난을 잘 쳤대요. 그래서 장난인 줄 알았는데 뭐가 콕콕 찌르는 게 이상해서 봤더니 흉기로 찔러서 세 군데를 찔렀어요."

피의자 김 씨의 주장과는 달리, 동료들은 김 씨와 사이좋게 지내왔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컸는데요.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절친했고, 많이 도움 받았고, 많이 도움을 줬고. 주말에 집에 놀러오고 저랑 같이 사우나도 하고 서로 제일 많이 의지했던 형, 동생이었는데..."

이번 사건을 비롯해 지난 8일부터 보름 동안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은 무려 5건이나 됩니다.

사상자는 15명. 흉기난동은 대부분 사소한 이유로 시작됐는데요.

지난 18일 발생한 의정부역 흉기난동은 침을 뱉다가 벌어진 말다툼이 원인이었고,

21일 수원에서는 술값 시비를 벌인 뒤 화풀이 대상을 찾던 피의자가 엉뚱한 곳에서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인터뷰>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며칠 전에 거기서도 또 술값이 모자라서 홀대를 받았답니다. 노래 한 곡 부르자고 했더니 '손님이 낸 그 돈으로는 노래를 못 부릅니다' 해서 '여기도 혼 좀 내줘야겠다' 그러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울산에서는 심지어 특별한 이유 없이 동네 슈퍼마켓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피의자가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 : "평소 우리 고객이어서 '어서 오십시오' 인사를 하고 나는 오른쪽으로 돌아보니 바로 집사람이 '억' 하면서 ‘칼, 칼, 칼’하기에 아차 싶었죠. 강도구나."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

동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충격과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딸 키우는데 내보내기가 겁나요. 요즘엔 사실 문도 못 열어놓겠어요. 우리는 그런 거 겁 안 내고 살았거든요, 지금까지. 그런데 이제는 무서워요."

피의자는 27살의 이모 씨.

이 동네에서 7,8년 간 살았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 사람들은 이 씨가 여기 사는지 조차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얼굴도 몰라요, 나는. 못 봤어요. 안 나와, 동네에..."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저 집에는 누가 사는지 몰라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요. 생전 대문 열고 나오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처럼 이 씨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았다고 합니다.

4년째 집에서만 지냈고, 열흘 정도에 한 번 슈퍼마켓에 가서 먹을 걸 사오는 게 외출의 전부였다고 하는데요.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번전이 적응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러던 이 씨가 갑자기 밖으로 나와 흉기를 휘두른 이유는 뭘까요.

<녹취> 이○○(피의자/음성변조) : ("불만 같은 게 있었나요?") "없었어요. 그냥 끌리는 대로. 어려서부터 당하고 살았는데 같이 죽으려고 찔렀죠."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자신의 상황이) 사회가 자기에게 제대로 기회를 주거나 대우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나 아닌 제3의 그 어느 누구를 향해서든 공격할 수 있는 심리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정부와 수원 사건의 피의자들도 뚜렷한 직업과 거주지가 없었고, 주변 사람들과는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사건의 피의자 김 씨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월세 20만 원의 고시원에서 지내던 김 씨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4천만 원의 카드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자 불행의 책임을 전 직장동료들에게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김○○(피의자/음성변조) : "무섭고 억울하고... 저를 주변에서 힘들게 했던 분들도 있었다는 게 생각나서..."

김 씨는 흉기를 미리 준비한 뒤 전 직장 앞에서 동료들을 기다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고통을 준 사람을 찾아서 나름대로 그 사람을 처벌하고 자기는 잡혀가겠다는 생각 하에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주요지역 경비경찰에게 가스총을 지급하고, 112 신고체계를 재점검하는 등 위기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표창원(교수/경찰대학교 행정학과) : "소외되어 있거나 외톨이거나 또는 실의에 빠져있거나 사회적 분노에 차있는 사람들이 분노와 인격 장애 문제를 조절하고 통제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그릇된 분노와 사회적 고립감이 불러온 흉기난동 사건.

사회의 관심과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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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8-27 09: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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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곳곳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때문에 어디 무서워서 살겠느냐는 분들이 많습니다. 거리, 상점, 심지어 집안에서조차 마음을 놓기 어려운데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는 이런 사건이 벌어진 배경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양영은 기자, 표면적인 이유나 장소는 달라도, 범행이 일어나게 된 데는 공통점이 있었다고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동기는 사소한 데서 출발했지만 배경에는 사소한 고립감 같은 결코 가볍지 않은 요소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어제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의 현장검증이 있었는데요. 이번 현장검증은 피의자가 극심한 긴장 상태를 보여 20분 정도 만에 중단됐습니다. 경찰은 "피의자 김모 씨가 정상적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일단 현장검증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요. 김 씨뿐만 아니라 최근 있었던 흉기난동 사건들의 범행 동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 앞으로 이런 강력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지난 22일 발생한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의 현장검증 현장입니다. <녹취> 김○○(피의자/음성변조) : “(피해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 사건이 있은 지 나흘 만에 범행 현장에 다시 나타난 피의자 김모 씨는 호흡이 가빠지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현장검증은 20분여 만에 급히 마무리됐는데요. 지켜보던 시민들은 사건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다시 한 번 떠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 계진성(목격자) : 옷벗고 내의를 꺼내서 (피해자의) 겨드랑이 부위를 묶고 상처 부위를 한 번 더 덮어서 손으로 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여자 분이 '저 어디 찔렸어요'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이렇게 보니 많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았고..." 모두 네 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 피의자 김 씨는 3년 전 자신을 험담한 전 직장동료 6명을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수술 뒤 치료 중인 피해자를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피해자 형(음성변조) : "회사에서도 장난을 잘 쳤대요. 그래서 장난인 줄 알았는데 뭐가 콕콕 찌르는 게 이상해서 봤더니 흉기로 찔러서 세 군데를 찔렀어요." 피의자 김 씨의 주장과는 달리, 동료들은 김 씨와 사이좋게 지내왔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컸는데요.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절친했고, 많이 도움 받았고, 많이 도움을 줬고. 주말에 집에 놀러오고 저랑 같이 사우나도 하고 서로 제일 많이 의지했던 형, 동생이었는데..." 이번 사건을 비롯해 지난 8일부터 보름 동안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은 무려 5건이나 됩니다. 사상자는 15명. 흉기난동은 대부분 사소한 이유로 시작됐는데요. 지난 18일 발생한 의정부역 흉기난동은 침을 뱉다가 벌어진 말다툼이 원인이었고, 21일 수원에서는 술값 시비를 벌인 뒤 화풀이 대상을 찾던 피의자가 엉뚱한 곳에서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인터뷰>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며칠 전에 거기서도 또 술값이 모자라서 홀대를 받았답니다. 노래 한 곡 부르자고 했더니 '손님이 낸 그 돈으로는 노래를 못 부릅니다' 해서 '여기도 혼 좀 내줘야겠다' 그러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울산에서는 심지어 특별한 이유 없이 동네 슈퍼마켓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피의자가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 : "평소 우리 고객이어서 '어서 오십시오' 인사를 하고 나는 오른쪽으로 돌아보니 바로 집사람이 '억' 하면서 ‘칼, 칼, 칼’하기에 아차 싶었죠. 강도구나."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 동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충격과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딸 키우는데 내보내기가 겁나요. 요즘엔 사실 문도 못 열어놓겠어요. 우리는 그런 거 겁 안 내고 살았거든요, 지금까지. 그런데 이제는 무서워요." 피의자는 27살의 이모 씨. 이 동네에서 7,8년 간 살았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 사람들은 이 씨가 여기 사는지 조차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얼굴도 몰라요, 나는. 못 봤어요. 안 나와, 동네에..."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저 집에는 누가 사는지 몰라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요. 생전 대문 열고 나오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처럼 이 씨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았다고 합니다. 4년째 집에서만 지냈고, 열흘 정도에 한 번 슈퍼마켓에 가서 먹을 걸 사오는 게 외출의 전부였다고 하는데요.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번전이 적응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러던 이 씨가 갑자기 밖으로 나와 흉기를 휘두른 이유는 뭘까요. <녹취> 이○○(피의자/음성변조) : ("불만 같은 게 있었나요?") "없었어요. 그냥 끌리는 대로. 어려서부터 당하고 살았는데 같이 죽으려고 찔렀죠."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자신의 상황이) 사회가 자기에게 제대로 기회를 주거나 대우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나 아닌 제3의 그 어느 누구를 향해서든 공격할 수 있는 심리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정부와 수원 사건의 피의자들도 뚜렷한 직업과 거주지가 없었고, 주변 사람들과는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사건의 피의자 김 씨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월세 20만 원의 고시원에서 지내던 김 씨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4천만 원의 카드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자 불행의 책임을 전 직장동료들에게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김○○(피의자/음성변조) : "무섭고 억울하고... 저를 주변에서 힘들게 했던 분들도 있었다는 게 생각나서..." 김 씨는 흉기를 미리 준비한 뒤 전 직장 앞에서 동료들을 기다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고통을 준 사람을 찾아서 나름대로 그 사람을 처벌하고 자기는 잡혀가겠다는 생각 하에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주요지역 경비경찰에게 가스총을 지급하고, 112 신고체계를 재점검하는 등 위기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표창원(교수/경찰대학교 행정학과) : "소외되어 있거나 외톨이거나 또는 실의에 빠져있거나 사회적 분노에 차있는 사람들이 분노와 인격 장애 문제를 조절하고 통제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그릇된 분노와 사회적 고립감이 불러온 흉기난동 사건. 사회의 관심과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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