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평형이 더 싸네’ 대형아파트 굴욕

입력 2012.08.30 (06:33) 수정 2012.08.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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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신도시 일대에서 대형 아파트가 작은 평형보다 더 싸게 팔리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아파트의 공급과잉,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1~2인 가구 증가세 등이 맞물린 결과로 매매뿐 아니라 전세에서도 이 같은 역전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30일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B아파트 18층 전용면적 153㎡가 지난 6월 8억6천208만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같은 단지의 168㎡ 아파트는 같은 달 3천500만원 가량 싼 8억2천732만원에 팔린 것으로 신고됐다. 이 아파트도 층수는 똑같은 18층이다.



용인시 기흥구의 D아파트에서는 지난 6월 150㎡(22층)가 5억8천만원에 팔렸지만 같은 달 181㎡(16층)는 5억2천만원에 매매됐다.



용인뿐 아니라 1기 신도시에서도 면적이 작은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큰 평형을 추월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지난 4월 성남시 분당구의 S아파트 133㎡(6층)는 8억9천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같은 달 같은 단지의 172㎡(15층)는 이보다 5천만원 이상 낮은 8억4천만원에 팔렸다.



면적이 10평 이상 차이가 나는 데다 층수가 더 높은데도 역전을 허용한 셈이다.



고양시 일산동구 K아파트도 지난 5월 말 124㎡(11층)가 5억원에, 6월 초 135㎡(2층)가 4억6천5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큰 아파트 가격이 작은 아파트보다 비싸다는 통설이 깨진 것은 매매거래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전세 실거래가를 보면 용인시 기흥구 D아파트는 121㎡(18층)가 2억원에, 123㎡(8층)가 1억7천만원에, 150㎡(8층)가 1억6천만원에 각각 계약돼 부동산 상식을 완전히 뒤엎었다.



기흥구 Y아파트는 지난달 중형 면적인 85㎡(6층)가 1억6천만원에 전세 계약된 반면 135㎡(19층) 전셋값은 1억5천500만원에 그쳤다.



성남시 분당구 P아파트의 최근 전세 실거래가도 131㎡(19층)가 3억9천만원, 164㎡(17층)가 3억5천만원을 각각 기록해 뚜렷한 역전 현상을 보였다.



이와 같은 가격 역전 사례들은 2007년 무렵 주택시장 호황기 때 ’돈이 된다’며 신도시에 중대형 위주로 아파트를 과잉 공급한 부작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팀장은 "대형 아파트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외지인 투자자들이 몰려 가격거품을 만들어놓은 탓에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후유증을 겪는 것"이라며 "경기침체로 수요자들이 실속 소비를 중시해 대형 아파트값이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1~2인 가구의 증가와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아파트 평면설계의 개발로 수요자들이 굳이 비싼 관리비를 지불하면서까지 넓은 집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박 팀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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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넓은 평형이 더 싸네’ 대형아파트 굴욕
    • 입력 2012-08-30 06:33:44
    • 수정2012-08-30 13:44:09
    연합뉴스
부동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신도시 일대에서 대형 아파트가 작은 평형보다 더 싸게 팔리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아파트의 공급과잉,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1~2인 가구 증가세 등이 맞물린 결과로 매매뿐 아니라 전세에서도 이 같은 역전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30일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B아파트 18층 전용면적 153㎡가 지난 6월 8억6천208만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같은 단지의 168㎡ 아파트는 같은 달 3천500만원 가량 싼 8억2천732만원에 팔린 것으로 신고됐다. 이 아파트도 층수는 똑같은 18층이다.

용인시 기흥구의 D아파트에서는 지난 6월 150㎡(22층)가 5억8천만원에 팔렸지만 같은 달 181㎡(16층)는 5억2천만원에 매매됐다.

용인뿐 아니라 1기 신도시에서도 면적이 작은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큰 평형을 추월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지난 4월 성남시 분당구의 S아파트 133㎡(6층)는 8억9천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같은 달 같은 단지의 172㎡(15층)는 이보다 5천만원 이상 낮은 8억4천만원에 팔렸다.

면적이 10평 이상 차이가 나는 데다 층수가 더 높은데도 역전을 허용한 셈이다.

고양시 일산동구 K아파트도 지난 5월 말 124㎡(11층)가 5억원에, 6월 초 135㎡(2층)가 4억6천5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큰 아파트 가격이 작은 아파트보다 비싸다는 통설이 깨진 것은 매매거래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전세 실거래가를 보면 용인시 기흥구 D아파트는 121㎡(18층)가 2억원에, 123㎡(8층)가 1억7천만원에, 150㎡(8층)가 1억6천만원에 각각 계약돼 부동산 상식을 완전히 뒤엎었다.

기흥구 Y아파트는 지난달 중형 면적인 85㎡(6층)가 1억6천만원에 전세 계약된 반면 135㎡(19층) 전셋값은 1억5천500만원에 그쳤다.

성남시 분당구 P아파트의 최근 전세 실거래가도 131㎡(19층)가 3억9천만원, 164㎡(17층)가 3억5천만원을 각각 기록해 뚜렷한 역전 현상을 보였다.

이와 같은 가격 역전 사례들은 2007년 무렵 주택시장 호황기 때 ’돈이 된다’며 신도시에 중대형 위주로 아파트를 과잉 공급한 부작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팀장은 "대형 아파트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외지인 투자자들이 몰려 가격거품을 만들어놓은 탓에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후유증을 겪는 것"이라며 "경기침체로 수요자들이 실속 소비를 중시해 대형 아파트값이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1~2인 가구의 증가와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아파트 평면설계의 개발로 수요자들이 굳이 비싼 관리비를 지불하면서까지 넓은 집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박 팀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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