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 감싸기’ 특허소송 보도

입력 2012.09.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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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스마트폰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특허소송이 모든 언론의 톱뉴스를 장식했습니다.

미국 배심원들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전자가 완패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번 소송이 앞으로의 특허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하겠습니다.

IT 업계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든 이번 평결을 두고,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홍희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질문>

홍 기자, 이번 미국 법원의 평결은, 애플의 압승으로 보이는데요.

거대한 두 기업의 소송전인 만큼 언론도 주요 뉴스로 다뤘었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삼성과 애플은 전 세계에서 특허 소송을 벌여왔는데요,

특히 이번 결과는 두 기업 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주고 있습니다.

생전에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 시장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녹취> SBS 8시 뉴스(故 스티브 잡스/2011.3) : "2011년은 모방꾼의 해가 될까요? 이런 곳에서 만든 태블릿PC는 아이패드1 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두 기업은 본격적인 특허 전쟁에 돌입하면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지난 24일 국내 법원의 판결은 양측의 특허 침해를 일부 인정했지만, 애플이 강조한 디자인 특허 주장은 모두 기각해 삼성의 판정승이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2012.8.27.) : "특허 침해를 놓고 삼성과 애플이 국내에서 벌인 첫 소송에서 법원이 사실상 삼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하루 뒤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은 삼성의 판정패 정도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짚고 삼성의 완패라는 평결을 내놨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은, 애플이 제소한 7건의 특허 침해 중 6건을 인정한 반면, 삼성이 제소한 5건은 모두 기각했습니다.

<녹취> KBS 9시뉴스(12.8.25) : ".....삼성이 완패했습니다. "

<녹취> 조선일보(12.8.27 B03 /경제종합) : 삼성전자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

뒤이어 미국 평결에 대한 삼성전자의 맞대응 입장과 함께 주식 시장 움직임에 언론은 주목했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8.26 ) : "애플과의 소송에서 완패한 삼성이 '역사적으로 특허를 앞세워 성장한 기업은 없다"며 강력한 맞대응 의지를 밝혔습니다. "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소송 완패의 영향으로 오늘 7%가 넘게 떨어졌습니다.

애플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8개 기종에 대해 미국 판매금지를 신청한 가운데, 오늘,일본에서 진행된 소송에서는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삼성전자가 승리했습니다.

<질문>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 대체로 삼성에게 억울한 평결이라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요.

언론의 보도는 어땠습니까?

<답변>

판결 직후, 삼성의 패소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습니다.

미국 법원에서 지나치게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서 국내 언론들의 애국주의가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평결 직후 주요 언론들은 배심원단이 모두 비전문가인데다,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가 편파적인 평결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12.8.27 2면) : "배심원 9명 중 6명 IT 문외한...“외관 비슷하면 특허침해” "

<녹취> 조선일보(12.8.27 B01 경제종합) : "스마트폰 전쟁 애플 동네 사람들, 애플 손 들어줘"

미국 법원과 배심원이 애국심을 바탕으로 자국의 기업인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삼성전자의 완패가 한국 경제의 패배인 것처럼 우려하는 기사도 쏟아졌습니다.

<녹취> 매일경제 : "모바일 기기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되면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그룹과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미국 현지 언론들의 반응은 국내 언론에 비해 다양했습니다.

혁신의 의미가 부각됐다.

지나친 모방을 자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형평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보호무역주의적 평결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녹취> 박영환(LA 특파원) : "미국 배심원들에게 이른바, 애국주의라고 하는 게 작동했을지 모르지만 미국 언론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객관성, 균형감을 유지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스 같은 경우에는 지나친 모방에 대한 경고다, 이번 판결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를 했지만,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신문은 시장 점유율을 배심원들이 좌우하는 것은 기술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 이런 반대 논조를 유지했습니다. 이런 다양하고 객관적인 논조 때문인지 미국인들은 비교적, 세기의 특허 재판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

국내 언론 관계자들은 애플 본사를 상대로 직접 취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측의 입장만을 듣다보니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사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에다, 삼성의 이익을 국익과 결부시키는 여론 속에서 지나치게 우리 기업의 편을 드는 기사들이 양산 됐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유환구(한국일보 기자) : "애플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 언론에 애국심, 사명감 이런 것들이 또 반영이 돼서 더 친 삼성적인 기사가 나오게 된 게 아닐까. 한국 언론 자체가 워낙 광고나 이런데서 무관하지 않으니까, 특히나 삼성 같은 경우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반영이 되는 결과라고 볼 수 있겠죠."

<질문>

사실 IT 분야가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인데,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 구체적인 설명이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또, 소비자들 입장에서 정말 뭐가 어떻게 변하는건지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기도 한데요.

<답변>

네, 이번 특허 소송 관련 보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점인데요.

언론보도들의 전문성이 대체로 부족한데다 소비자 입장보다는 기업 입장의 기사가 많아서 독자들의 궁금증만 키웠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 평결이 나온 직후 국내 언론은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와 사각 디자인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녹취> 매일경제(8.27 3면) : "둥근 모서리는 모두 애플 것?..미 법원 기가 찰 평결"

하지만 이런 식의 보도는 이번 특허 소송의 세부적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교수) :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스마트폰의 모서리가 둥근 것은 다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는 것이냐. 그런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각도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계측이 됐고, 그걸 가지고 이제 애플이 소송을 걸었죠. "

전문성이 부족하다보니, 이번 평결이 소비자에게 줄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전망하는 기사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른바 애플세 때문에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질 것이라는 외신을 인용한 보도가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한 기사의 전부였고, 실제 애플세가 얼마나 될지 분석한 기사는 주요 일간지에서 한 두건 뿐이었습니다.

과도한 특허 보호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부분을 자세히 설명한 기사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신경섭(한국과학기술원 교수) : "애플이 금지 명령을 받아서 얻는 이익과 대중이 금지명령을 받을 손해를 비교해서 형평성이 맞아야 되거든요. 근데 애플이 금지 명령을 받으면 시장을 다 독점하잖아요. 그럼 대중이 삼성전자 것을 사고 싶어도, 아니면 HTC 것을 사고 싶어도 안드로이드 진영을 사고 싶어도 못사는 결과가 되니까 결국 돈을 더 지불해야 됩니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특허 소송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소비자들의 입장을 취재하고 분석하는 기사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교수) : "이번 미국 판결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며 보도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소비자들이 사용자들이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그들이 생산한 제품을 어떻게 구매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본다면 조금 더 제대로 된 보도가 이뤄지지 않을까."

<질문>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여러 건의 소송이 남아 있잖습니까.

이런 국제적인 특허 분쟁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답변>

이번 삼성과 애플의 소송은 두 기업 뿐 아니라, 앞으로 특허 전쟁을 앞두고 있는 다른 기업에게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이 앞으로 어떤 관점에서 보도하는가는 특허 판결 뿐 아니라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주요 일간지는 이번 평결이 삼성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녹취> 문화일보(8.29. 수 002) : "증거 기각당해 총칼없이 싸운 삼성, 패 뒤집을 패 많다."

<녹취> 중앙일보(8.29 E) : "업계는 판매 금지 결정이 나더라도 삼성전자 매출이 큰 타격을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디자인 특허를 소홀히 다뤘다는 점 등 소송 패배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는 소수에 그쳤습니다.

독창적인 디자인이 기술만큼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는 언론도 많지 않았습니다.

<녹취> 동아일보(8/29 08) : "디자인 특허 소홀했다가...값비싼 수업료 이번에 날아온 1조 1900억 원의 청구서가 소중한 수업료가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국내 언론이 우리 기업 감싸기에만 치중하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국익이나 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삼성이 소송 대비에 미흡한 부분을 언론이 미리 지적했었더라면 삼성이 보다 면밀하게 소송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인터뷰> 유환구(한국일보 기자) : "애플이 소송을 걸긴 했지만 거기에 삼성이 맞대응을 하면서 아예 소송전 자체가 미국에서 글로벌하게 퍼져버린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 삼성이 조금 오판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을 한국 언론이 좀 객관적으로 지적을 해줬으면 결과적으로 삼성한테 도움이 될 수 있었겠죠."

판결의 결과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는 점과 그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에 대한 다양한 논란을 제기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입니다.

<인터뷰> 송종호(대우증권 팀장) : "지금 애플이란 회사가 커지면서 기존의 휴대폰 업체들은 말도 못하죠. 노키아 같은 상황이 지금까지 오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1~2년 내에 이런 것이 진행됐으니까요. 삼성전자는 카피캣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저희가 만약 노키아 만큼 나락으로 빠진게 옳았느냐. 이렇게 해서라도 성장을 하는게 맞냐."

지난해 한국기업들이 국제특허 소송을 당한 건수는 278건으로 2 년 전보다 80%나 급증했습니다.

국제 특허 소송에 비교적 준비가 부족한 우리 기업들이 속수무책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오늘 일본 법원에서는 삼성 전자가 애플을 누르고 이긴 만큼 잘 대비만 한다면 어렵기만 한 싸움은 아닙니다.

이런 점에 있어, 언론이 국제 특허 분쟁 사건에 대한 방어 시스템 정비와 특허 전문가 육성 등 대책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함께,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필요합니다.

삼성은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애플과 30여 건의 소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과거가 총과 칼의 싸움이었다면, 현재는, 기술과 아이디어의 전쟁입니다.

이번 삼성과 애플의 소송 건 뿐 아니라 앞으로 국제적인 특허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언론은 보다 전문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냉철한 보도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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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기업 감싸기’ 특허소송 보도
    • 입력 2012-09-01 14:21:55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최근 스마트폰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특허소송이 모든 언론의 톱뉴스를 장식했습니다. 미국 배심원들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전자가 완패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번 소송이 앞으로의 특허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하겠습니다. IT 업계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든 이번 평결을 두고,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홍희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질문> 홍 기자, 이번 미국 법원의 평결은, 애플의 압승으로 보이는데요. 거대한 두 기업의 소송전인 만큼 언론도 주요 뉴스로 다뤘었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삼성과 애플은 전 세계에서 특허 소송을 벌여왔는데요, 특히 이번 결과는 두 기업 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주고 있습니다. 생전에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 시장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녹취> SBS 8시 뉴스(故 스티브 잡스/2011.3) : "2011년은 모방꾼의 해가 될까요? 이런 곳에서 만든 태블릿PC는 아이패드1 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두 기업은 본격적인 특허 전쟁에 돌입하면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지난 24일 국내 법원의 판결은 양측의 특허 침해를 일부 인정했지만, 애플이 강조한 디자인 특허 주장은 모두 기각해 삼성의 판정승이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2012.8.27.) : "특허 침해를 놓고 삼성과 애플이 국내에서 벌인 첫 소송에서 법원이 사실상 삼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하루 뒤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은 삼성의 판정패 정도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짚고 삼성의 완패라는 평결을 내놨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은, 애플이 제소한 7건의 특허 침해 중 6건을 인정한 반면, 삼성이 제소한 5건은 모두 기각했습니다. <녹취> KBS 9시뉴스(12.8.25) : ".....삼성이 완패했습니다. " <녹취> 조선일보(12.8.27 B03 /경제종합) : 삼성전자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 뒤이어 미국 평결에 대한 삼성전자의 맞대응 입장과 함께 주식 시장 움직임에 언론은 주목했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8.26 ) : "애플과의 소송에서 완패한 삼성이 '역사적으로 특허를 앞세워 성장한 기업은 없다"며 강력한 맞대응 의지를 밝혔습니다. "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소송 완패의 영향으로 오늘 7%가 넘게 떨어졌습니다. 애플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8개 기종에 대해 미국 판매금지를 신청한 가운데, 오늘,일본에서 진행된 소송에서는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삼성전자가 승리했습니다. <질문>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 대체로 삼성에게 억울한 평결이라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요. 언론의 보도는 어땠습니까? <답변> 판결 직후, 삼성의 패소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습니다. 미국 법원에서 지나치게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서 국내 언론들의 애국주의가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평결 직후 주요 언론들은 배심원단이 모두 비전문가인데다,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가 편파적인 평결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12.8.27 2면) : "배심원 9명 중 6명 IT 문외한...“외관 비슷하면 특허침해” " <녹취> 조선일보(12.8.27 B01 경제종합) : "스마트폰 전쟁 애플 동네 사람들, 애플 손 들어줘" 미국 법원과 배심원이 애국심을 바탕으로 자국의 기업인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삼성전자의 완패가 한국 경제의 패배인 것처럼 우려하는 기사도 쏟아졌습니다. <녹취> 매일경제 : "모바일 기기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되면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그룹과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미국 현지 언론들의 반응은 국내 언론에 비해 다양했습니다. 혁신의 의미가 부각됐다. 지나친 모방을 자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형평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보호무역주의적 평결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녹취> 박영환(LA 특파원) : "미국 배심원들에게 이른바, 애국주의라고 하는 게 작동했을지 모르지만 미국 언론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객관성, 균형감을 유지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스 같은 경우에는 지나친 모방에 대한 경고다, 이번 판결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를 했지만,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신문은 시장 점유율을 배심원들이 좌우하는 것은 기술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 이런 반대 논조를 유지했습니다. 이런 다양하고 객관적인 논조 때문인지 미국인들은 비교적, 세기의 특허 재판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 국내 언론 관계자들은 애플 본사를 상대로 직접 취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측의 입장만을 듣다보니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사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에다, 삼성의 이익을 국익과 결부시키는 여론 속에서 지나치게 우리 기업의 편을 드는 기사들이 양산 됐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유환구(한국일보 기자) : "애플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 언론에 애국심, 사명감 이런 것들이 또 반영이 돼서 더 친 삼성적인 기사가 나오게 된 게 아닐까. 한국 언론 자체가 워낙 광고나 이런데서 무관하지 않으니까, 특히나 삼성 같은 경우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반영이 되는 결과라고 볼 수 있겠죠." <질문> 사실 IT 분야가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인데,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 구체적인 설명이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또, 소비자들 입장에서 정말 뭐가 어떻게 변하는건지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기도 한데요. <답변> 네, 이번 특허 소송 관련 보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점인데요. 언론보도들의 전문성이 대체로 부족한데다 소비자 입장보다는 기업 입장의 기사가 많아서 독자들의 궁금증만 키웠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 평결이 나온 직후 국내 언론은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와 사각 디자인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녹취> 매일경제(8.27 3면) : "둥근 모서리는 모두 애플 것?..미 법원 기가 찰 평결" 하지만 이런 식의 보도는 이번 특허 소송의 세부적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교수) :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스마트폰의 모서리가 둥근 것은 다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는 것이냐. 그런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각도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계측이 됐고, 그걸 가지고 이제 애플이 소송을 걸었죠. " 전문성이 부족하다보니, 이번 평결이 소비자에게 줄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전망하는 기사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른바 애플세 때문에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질 것이라는 외신을 인용한 보도가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한 기사의 전부였고, 실제 애플세가 얼마나 될지 분석한 기사는 주요 일간지에서 한 두건 뿐이었습니다. 과도한 특허 보호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부분을 자세히 설명한 기사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신경섭(한국과학기술원 교수) : "애플이 금지 명령을 받아서 얻는 이익과 대중이 금지명령을 받을 손해를 비교해서 형평성이 맞아야 되거든요. 근데 애플이 금지 명령을 받으면 시장을 다 독점하잖아요. 그럼 대중이 삼성전자 것을 사고 싶어도, 아니면 HTC 것을 사고 싶어도 안드로이드 진영을 사고 싶어도 못사는 결과가 되니까 결국 돈을 더 지불해야 됩니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특허 소송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소비자들의 입장을 취재하고 분석하는 기사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교수) : "이번 미국 판결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며 보도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소비자들이 사용자들이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그들이 생산한 제품을 어떻게 구매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본다면 조금 더 제대로 된 보도가 이뤄지지 않을까." <질문>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여러 건의 소송이 남아 있잖습니까. 이런 국제적인 특허 분쟁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답변> 이번 삼성과 애플의 소송은 두 기업 뿐 아니라, 앞으로 특허 전쟁을 앞두고 있는 다른 기업에게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이 앞으로 어떤 관점에서 보도하는가는 특허 판결 뿐 아니라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주요 일간지는 이번 평결이 삼성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녹취> 문화일보(8.29. 수 002) : "증거 기각당해 총칼없이 싸운 삼성, 패 뒤집을 패 많다." <녹취> 중앙일보(8.29 E) : "업계는 판매 금지 결정이 나더라도 삼성전자 매출이 큰 타격을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디자인 특허를 소홀히 다뤘다는 점 등 소송 패배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는 소수에 그쳤습니다. 독창적인 디자인이 기술만큼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는 언론도 많지 않았습니다. <녹취> 동아일보(8/29 08) : "디자인 특허 소홀했다가...값비싼 수업료 이번에 날아온 1조 1900억 원의 청구서가 소중한 수업료가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국내 언론이 우리 기업 감싸기에만 치중하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국익이나 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삼성이 소송 대비에 미흡한 부분을 언론이 미리 지적했었더라면 삼성이 보다 면밀하게 소송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인터뷰> 유환구(한국일보 기자) : "애플이 소송을 걸긴 했지만 거기에 삼성이 맞대응을 하면서 아예 소송전 자체가 미국에서 글로벌하게 퍼져버린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 삼성이 조금 오판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을 한국 언론이 좀 객관적으로 지적을 해줬으면 결과적으로 삼성한테 도움이 될 수 있었겠죠." 판결의 결과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는 점과 그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에 대한 다양한 논란을 제기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입니다. <인터뷰> 송종호(대우증권 팀장) : "지금 애플이란 회사가 커지면서 기존의 휴대폰 업체들은 말도 못하죠. 노키아 같은 상황이 지금까지 오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1~2년 내에 이런 것이 진행됐으니까요. 삼성전자는 카피캣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저희가 만약 노키아 만큼 나락으로 빠진게 옳았느냐. 이렇게 해서라도 성장을 하는게 맞냐." 지난해 한국기업들이 국제특허 소송을 당한 건수는 278건으로 2 년 전보다 80%나 급증했습니다. 국제 특허 소송에 비교적 준비가 부족한 우리 기업들이 속수무책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오늘 일본 법원에서는 삼성 전자가 애플을 누르고 이긴 만큼 잘 대비만 한다면 어렵기만 한 싸움은 아닙니다. 이런 점에 있어, 언론이 국제 특허 분쟁 사건에 대한 방어 시스템 정비와 특허 전문가 육성 등 대책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함께,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필요합니다. 삼성은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애플과 30여 건의 소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과거가 총과 칼의 싸움이었다면, 현재는, 기술과 아이디어의 전쟁입니다. 이번 삼성과 애플의 소송 건 뿐 아니라 앞으로 국제적인 특허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언론은 보다 전문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냉철한 보도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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