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대기업 사외이사…감시자? 로비스트?

입력 2012.09.10 (22: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사외이사는 멀리 외환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IMF의 권유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 이후, 자산 2조 원이 넘는 대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이사의 절반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채우게 제도화됐습니다.

물론 경영진의 독단을 감시하고 견제하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대기업 사외이사의 10명 가운데 4명은 검찰과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쯤되면 감시자인지, 로비스트인지 구분이 안되는데요.

그 실태를 박현진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객 돈을 물 쓰듯 부실 대출을 일삼다 퇴출된 저축은행들.

이들 은행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등의 고위 공직자 출신이었습니다.

다른 대기업들 역시 사외이사 영입에 가장 공들이는 건 공직자 출신입니다.

실제 10대 그룹 계열사가 지난 1년간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 77명 중 29명은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

전체의 38%로, 교수에 이어 2번째로 많습니다.

기업인과 금융인은 각각 4명 언론인은 단 1명뿐입니다.

<인터뷰>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책임과 권한이 제대로 부여되지 않은 허울뿐인 이사가 되다 보니까 제 역할과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 됐죠."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셉니다.

10대 그룹의 전체 사외이사는 모두 330명..

이중 검찰 출신은 27명, 행정공무원은 20명, 국세청과 공정위 출신도 각각 17명과 10명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가 과거 신세진 공무원에 대한 보은 내지는 권력기관에 대한 로비용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이 잊혀진 건 이미 오래.

실제 지난 2010년 대기업 주요 계열사 79곳의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2020건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건 단 1건에 불과했습니다.

사외이사의 진입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이지수(좋은기업지배구소연구소) :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고 거기에 참여했을 때 어마어마한 개인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정부는 사외이사를 과반 이상으로 채워야 하는 기업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을 막고 본연의 역할을 살릴 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박현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취재] 대기업 사외이사…감시자? 로비스트?
    • 입력 2012-09-10 22:03:15
    뉴스 9
<앵커 멘트> 사외이사는 멀리 외환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IMF의 권유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 이후, 자산 2조 원이 넘는 대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이사의 절반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채우게 제도화됐습니다. 물론 경영진의 독단을 감시하고 견제하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대기업 사외이사의 10명 가운데 4명은 검찰과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쯤되면 감시자인지, 로비스트인지 구분이 안되는데요. 그 실태를 박현진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객 돈을 물 쓰듯 부실 대출을 일삼다 퇴출된 저축은행들. 이들 은행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등의 고위 공직자 출신이었습니다. 다른 대기업들 역시 사외이사 영입에 가장 공들이는 건 공직자 출신입니다. 실제 10대 그룹 계열사가 지난 1년간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 77명 중 29명은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 전체의 38%로, 교수에 이어 2번째로 많습니다. 기업인과 금융인은 각각 4명 언론인은 단 1명뿐입니다. <인터뷰>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책임과 권한이 제대로 부여되지 않은 허울뿐인 이사가 되다 보니까 제 역할과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 됐죠."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셉니다. 10대 그룹의 전체 사외이사는 모두 330명.. 이중 검찰 출신은 27명, 행정공무원은 20명, 국세청과 공정위 출신도 각각 17명과 10명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가 과거 신세진 공무원에 대한 보은 내지는 권력기관에 대한 로비용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이 잊혀진 건 이미 오래. 실제 지난 2010년 대기업 주요 계열사 79곳의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2020건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건 단 1건에 불과했습니다. 사외이사의 진입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이지수(좋은기업지배구소연구소) :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고 거기에 참여했을 때 어마어마한 개인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정부는 사외이사를 과반 이상으로 채워야 하는 기업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을 막고 본연의 역할을 살릴 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박현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