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검은 옷만 입어요”…뉴스 수화통역사

입력 2012.10.02 (09:06) 수정 2012.10.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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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TV보다보면 한쪽 조그마한 화면에 수화로 통역하는 분들이 눈에 띄곤 하죠

수화는 잘 모르더라도 이분들 얼굴은 익숙한 분들도 계실텐데요.

표정부터 몸짓까지 온 힘을 다해서 수화하는 모습이 참 가슴에 남던데요.

그 동안 모습은 많이 봤지만 이분들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는데요,

조빛나기자, 오늘은 화면 뒤 수화통역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고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kbs뉴스의 수화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두 분을 만났는데요.

뉴스를 유심히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분들 대부분 검은 옷을 입고 수화를 하시는데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화가 손 뿐만아니라 몸과 표정으로도 전달하는 언어다보니 옷도 검은 옷, 결혼 반지도 안끼신다는데요.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수화로 번역해 전달하는 수화통역사들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가위 연휴 마지막 날이었죠.

오가는 사람 바쁜 서울역에서 오후 5시가 되자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뉴스에 수화통역이 있는 게 아닌 만큼 놓칠 수 없는 시간이라는데요.

<인터뷰> 김영재 : "수화통역이 없으면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 대부분 (텔레비전을) 꺼버리거든요."

<인터뷰> 이효진 : "텔레비전을 보면 항상 익숙한 수화통역사가 나와서 아 이분이시구나. 그럴 때 너무 반가워요."

네, 이분. 낯이 익으시죠?

<녹취> 강효경(수화통역사) : "안녕하세요. kbs뉴스 수화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강효경씨입니다."

낮 12시 뉴스를 통해 시청자들과 마주하는 분이죠.

뉴스 시작 한 시간 30분 전, 집을 나서는데요.

<인터뷰> 강효경 (수화통역사) : "뉴스는 정치, 경제, 사회, 연예 종합적이잖아요. 30분 정도는 일찍 가서 미리 기사를 검토하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강효경씨는 6살 때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는데요.

그래서 수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요.

<인터뷰> 강효경(수화통역사) : "제가 장애인이니까 장애인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수화도 그런 관심으로 배운 것 같고..."

뉴스 준비로 바쁜 kbs보도국.

방송 전 필요한 사항들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특히 전문용어나 외래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데요.

<인터뷰> 강효경(수화통역사) : "치아홈메우기 사업 기사에 '실란트'라는 말이 있어요. 그러니까 한국말의 수화를 맡는다면 이걸 써야하거든요. '실란트', 그러면 청각, 언어장애인분들이 봐서는 몰라요. 저는 이렇게 바꿔요. 어금니에 씌우는 거요. 그러니까 보는 행동이나 모양에서 차용해 온 게 많아요."

방송 스튜디오.

1분 전, 속보가 들어왔네요.

뉴스는 생방송이다보니 당황할만한 일이 생길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뉴스가 나가다 중간에 말이 끊겼을 때처럼 말이죠.

<인터뷰> 강효경(수화통역사) : "기자의 말이 끊어지면 저도 수화를 중단해야 하죠. 저도 당황하죠."

드디어 뉴스가 시작됐습니다.

수화는 손뿐만 아니라 몸과 얼굴표정까지도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이 순간은 집중해서 뉴스에 빠져듭니다.

<녹취> "수고하셨습니다. "

<인터뷰> 강효경(수화통역사) : "장애인분들이 잘 봤다, 재미있는 뉴스다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통역을 잘 하고 싶어요."

kbs오후 5시 뉴스를 담당하는 이분도 낯이 익으시죠?

지난 1994년부터 kbs뉴스 수화통역을 맡은 조성현씨입니다.

대형사건사고나 재난의 현장을 생생하게 수화로 전달해 왔습니다.

생방송 중 겪은 에피소드로 책도 낼 수 있을 정도라는데요.

<인터뷰> 조성현(수화통역사) : "뉴스가 시작을 했는데 저한테 오디오가 안 들어온 거예요. 부조에서 오디오가 안 들어 와서 뉴스가 시작이 됐는지도 모르고 혼자서 계속 문자를 보내고 있었는데 부조에서는 이제 난리가 났죠. 그래서 뛰어들어오시고, “어? 저는 소리가 안 들어오는 데요?” 하다 보니까 이 이야기 하고 있는 자체 전부가 방송에 나가서 뉴스 첫 번째 꼭지를 그냥 넘긴 적이 있었죠."

공대를 졸업했다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수화에 관심을 갖게된 걸까요?

<인터뷰> 조성현(수화통역사) : "고향 친구 중에 한 명이 우연히 수화를 배우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랑 같이 청각.언어장애인 친구를 만나게 됐고, 저는 그 친구하고 얘기를 못 하는데 수화를 배운 친구는 둘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아 나도 수화를 배워야겠다 생각했죠."

네, 그렇게 시작된 작은 관심이 이제 직업이 됐는데요.

수화로 불러 화제가 된 곡이죠,

'거위의 꿈'을 가수 인순이에게 수화로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조성현(수화통역사) : "너무 좋았죠. 그 ‘거위의 꿈’이란 노래가 수화통역사나 청각. 언어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모이면 그 노래를 항상 수화를 같이하는 그런 계기가 됐죠."

수화통역사라는 직업이 가져오는 직업병 아닌 직업병도 있습니다.

옷장을 공개하셨는데요,

온통 검은색 옷이죠?

<인터뷰> 조성현(수화통역사) : "봄, 여름 양복, 겨울 양복, 다 검은색인데요. 검은색 앞에서 손이 수화통역을 진행하게 되면 움직이는 동영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손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수화통역사들은 어두운 계통의 옷을 많이 입고 있습니다."

어깨와 목, 손가락에 생긴 관절염 또한 직업병인데요.

한의사인 아내는 남편이 긴 생방송을 마치고 들어올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에 자주 침을 놔 준다고요.

<인터뷰> 조마리나(아내) : "그래도 본인이 좋아서 책임감 갖고 열심히 하니까요 그런 걸 말린 수 없죠."

가족들은 방송모니터를 꼼꼼하게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어떤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조성현(수화통역사) : "수화뉴스를 통해서 청각장애인들이 자기만의 삶이 아닌 외부의 세상에 대한 정보를 대신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는 데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죠."

모든 방송마다 수화통역을 하지는 않아 장애인분들에게는 더 소중한 분들 아닐까요?

수많은 소식을 좀 더 쉽고 알기 쉽게 전하려는 수화통역사들, 힘찬 하루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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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검은 옷만 입어요”…뉴스 수화통역사
    • 입력 2012-10-02 09:06:11
    • 수정2012-10-02 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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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TV보다보면 한쪽 조그마한 화면에 수화로 통역하는 분들이 눈에 띄곤 하죠 수화는 잘 모르더라도 이분들 얼굴은 익숙한 분들도 계실텐데요. 표정부터 몸짓까지 온 힘을 다해서 수화하는 모습이 참 가슴에 남던데요. 그 동안 모습은 많이 봤지만 이분들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는데요, 조빛나기자, 오늘은 화면 뒤 수화통역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고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kbs뉴스의 수화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두 분을 만났는데요. 뉴스를 유심히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분들 대부분 검은 옷을 입고 수화를 하시는데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화가 손 뿐만아니라 몸과 표정으로도 전달하는 언어다보니 옷도 검은 옷, 결혼 반지도 안끼신다는데요.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수화로 번역해 전달하는 수화통역사들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가위 연휴 마지막 날이었죠. 오가는 사람 바쁜 서울역에서 오후 5시가 되자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뉴스에 수화통역이 있는 게 아닌 만큼 놓칠 수 없는 시간이라는데요. <인터뷰> 김영재 : "수화통역이 없으면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 대부분 (텔레비전을) 꺼버리거든요." <인터뷰> 이효진 : "텔레비전을 보면 항상 익숙한 수화통역사가 나와서 아 이분이시구나. 그럴 때 너무 반가워요." 네, 이분. 낯이 익으시죠? <녹취> 강효경(수화통역사) : "안녕하세요. kbs뉴스 수화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강효경씨입니다." 낮 12시 뉴스를 통해 시청자들과 마주하는 분이죠. 뉴스 시작 한 시간 30분 전, 집을 나서는데요. <인터뷰> 강효경 (수화통역사) : "뉴스는 정치, 경제, 사회, 연예 종합적이잖아요. 30분 정도는 일찍 가서 미리 기사를 검토하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강효경씨는 6살 때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는데요. 그래서 수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요. <인터뷰> 강효경(수화통역사) : "제가 장애인이니까 장애인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수화도 그런 관심으로 배운 것 같고..." 뉴스 준비로 바쁜 kbs보도국. 방송 전 필요한 사항들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특히 전문용어나 외래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데요. <인터뷰> 강효경(수화통역사) : "치아홈메우기 사업 기사에 '실란트'라는 말이 있어요. 그러니까 한국말의 수화를 맡는다면 이걸 써야하거든요. '실란트', 그러면 청각, 언어장애인분들이 봐서는 몰라요. 저는 이렇게 바꿔요. 어금니에 씌우는 거요. 그러니까 보는 행동이나 모양에서 차용해 온 게 많아요." 방송 스튜디오. 1분 전, 속보가 들어왔네요. 뉴스는 생방송이다보니 당황할만한 일이 생길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뉴스가 나가다 중간에 말이 끊겼을 때처럼 말이죠. <인터뷰> 강효경(수화통역사) : "기자의 말이 끊어지면 저도 수화를 중단해야 하죠. 저도 당황하죠." 드디어 뉴스가 시작됐습니다. 수화는 손뿐만 아니라 몸과 얼굴표정까지도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이 순간은 집중해서 뉴스에 빠져듭니다. <녹취> "수고하셨습니다. " <인터뷰> 강효경(수화통역사) : "장애인분들이 잘 봤다, 재미있는 뉴스다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통역을 잘 하고 싶어요." kbs오후 5시 뉴스를 담당하는 이분도 낯이 익으시죠? 지난 1994년부터 kbs뉴스 수화통역을 맡은 조성현씨입니다. 대형사건사고나 재난의 현장을 생생하게 수화로 전달해 왔습니다. 생방송 중 겪은 에피소드로 책도 낼 수 있을 정도라는데요. <인터뷰> 조성현(수화통역사) : "뉴스가 시작을 했는데 저한테 오디오가 안 들어온 거예요. 부조에서 오디오가 안 들어 와서 뉴스가 시작이 됐는지도 모르고 혼자서 계속 문자를 보내고 있었는데 부조에서는 이제 난리가 났죠. 그래서 뛰어들어오시고, “어? 저는 소리가 안 들어오는 데요?” 하다 보니까 이 이야기 하고 있는 자체 전부가 방송에 나가서 뉴스 첫 번째 꼭지를 그냥 넘긴 적이 있었죠." 공대를 졸업했다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수화에 관심을 갖게된 걸까요? <인터뷰> 조성현(수화통역사) : "고향 친구 중에 한 명이 우연히 수화를 배우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랑 같이 청각.언어장애인 친구를 만나게 됐고, 저는 그 친구하고 얘기를 못 하는데 수화를 배운 친구는 둘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아 나도 수화를 배워야겠다 생각했죠." 네, 그렇게 시작된 작은 관심이 이제 직업이 됐는데요. 수화로 불러 화제가 된 곡이죠, '거위의 꿈'을 가수 인순이에게 수화로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조성현(수화통역사) : "너무 좋았죠. 그 ‘거위의 꿈’이란 노래가 수화통역사나 청각. 언어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모이면 그 노래를 항상 수화를 같이하는 그런 계기가 됐죠." 수화통역사라는 직업이 가져오는 직업병 아닌 직업병도 있습니다. 옷장을 공개하셨는데요, 온통 검은색 옷이죠? <인터뷰> 조성현(수화통역사) : "봄, 여름 양복, 겨울 양복, 다 검은색인데요. 검은색 앞에서 손이 수화통역을 진행하게 되면 움직이는 동영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손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수화통역사들은 어두운 계통의 옷을 많이 입고 있습니다." 어깨와 목, 손가락에 생긴 관절염 또한 직업병인데요. 한의사인 아내는 남편이 긴 생방송을 마치고 들어올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에 자주 침을 놔 준다고요. <인터뷰> 조마리나(아내) : "그래도 본인이 좋아서 책임감 갖고 열심히 하니까요 그런 걸 말린 수 없죠." 가족들은 방송모니터를 꼼꼼하게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어떤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조성현(수화통역사) : "수화뉴스를 통해서 청각장애인들이 자기만의 삶이 아닌 외부의 세상에 대한 정보를 대신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는 데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죠." 모든 방송마다 수화통역을 하지는 않아 장애인분들에게는 더 소중한 분들 아닐까요? 수많은 소식을 좀 더 쉽고 알기 쉽게 전하려는 수화통역사들, 힘찬 하루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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