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불산’ 환자 급증…초동 대처 미흡

입력 2012.10.05 (23: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구미 불산 사고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 천 명이 넘는 주민이 진료를 받아서 지금까지 피해 주민은 1600명에 달합니다.

가축과 농작물 피해뿐만 아니라 지역 생태계 자체가 무너져 후유증이 계속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노태영 기자

<질문> 사고 피해가 이렇게까지 커진 데는 초동 대처에 허술했던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답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관계 기관의 초동 대처가 허술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구미시는 사고가 난 지 4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뒤늦게 대피령을 내렸다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다음날 오전 9시 이번에는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공기 중 불산 농도가 1ppm 수준"이라는 이유였는데, 지난 3월 작업장 안전 기준 농도가 0.5ppm으로 강화된 사실을 모른 채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초기 진압 역시 문제였습니다.

매뉴얼대로 물을 뿌렸다는 게 소방 당국의 입장이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다릅니다.

<녹취>하기룡(계명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물의 양이 적으면 불산이 고농도가 돼서 접촉하는 생명체나 생물, 사람에 많이 해롭기 때문에 중화해서 방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게다가 불산을 중화할 소석회는 애초에 소방서에 없어, 뒤늦게 조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 조사도 늦어져 사고 8일째인 오늘에서야 정부 합동 조사단이 구체적인 피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주민들은 피해 마을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명석(사고대책위원장): "착찹하죠. 정말로 정부에서 (우리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알아야 될 것 같아요."

<질문> 염산은 비교적 잘 알려졌지만 불산은 좀 생소한데 이렇게까지 위험한 물질일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답변>

네, 말씀하신 것처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불산은 염산이나 질산보다 더 위험한 물질입니다.

바로 인체에 쉽게 흡수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실제로 불산은 사람 몸에 묻으면 빠르게 피부 속으로 침투해 화상이나 수포 등을 일으키고 호흡기로 들어오면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을 일으키게 됩니다.

많은 양이 한꺼번에 노출되면 뼈까지 침투해 녹이면서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김형렬(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자극성이 굉장히 강한 물질이어서 적은 양으로도 피부나 안구 점막 등에 화상을 입힐 수 있는 물질입니다. 폐부종이나 저칼슘을 동반한 심장 마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불산은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요, 피부에 묻으면 통증이 바로 느껴지는 염산과 달리 불산은 피부 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통증을 크게 못 느끼게 돼 더 큰 피해를 불러 옵니다.

실제 이번 구미 사고에서 처음에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적었다가 시간이 갈수록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난 것도 불산의 이같은 특징 때문입니다.

<질문> 이렇게 위험한 물질인데 정부 당국에서는 제대로 관리조차 못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불산을 다루는 업체 중 등록된 곳은 70곳에 불과합니다.

등록 대상이 아닌 작은 업체는 파악도 안 되는데 이번 사고도 등록대상이 아닌 소규모 업체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다보니 안전관리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구미 사고에서도 숨진 직원 5명은 무려 20톤의 불화수소를 옮기면서도 안전장비 하나 없이 작업을 하다가 참사를 당했습니다.

이처럼 느슨한 관리로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전국의 소규모 유독 물질 업소는 4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여기에는 사정이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1999년 소량의 불산을 취급하는 소형업체도 배출량 조사대상에 포함하려 했지만 업계와 관련부처의 반대에 밀려 결국 관련 규정을 포기한 겁니다.

안전보다 경제성을 중시한 당국의 결정은 결국, 이번 대형 참사로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현장] ‘불산’ 환자 급증…초동 대처 미흡
    • 입력 2012-10-05 23:42:54
    뉴스라인 W
<앵커 멘트> 구미 불산 사고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 천 명이 넘는 주민이 진료를 받아서 지금까지 피해 주민은 1600명에 달합니다. 가축과 농작물 피해뿐만 아니라 지역 생태계 자체가 무너져 후유증이 계속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노태영 기자 <질문> 사고 피해가 이렇게까지 커진 데는 초동 대처에 허술했던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답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관계 기관의 초동 대처가 허술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구미시는 사고가 난 지 4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뒤늦게 대피령을 내렸다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다음날 오전 9시 이번에는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공기 중 불산 농도가 1ppm 수준"이라는 이유였는데, 지난 3월 작업장 안전 기준 농도가 0.5ppm으로 강화된 사실을 모른 채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초기 진압 역시 문제였습니다. 매뉴얼대로 물을 뿌렸다는 게 소방 당국의 입장이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다릅니다. <녹취>하기룡(계명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물의 양이 적으면 불산이 고농도가 돼서 접촉하는 생명체나 생물, 사람에 많이 해롭기 때문에 중화해서 방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게다가 불산을 중화할 소석회는 애초에 소방서에 없어, 뒤늦게 조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 조사도 늦어져 사고 8일째인 오늘에서야 정부 합동 조사단이 구체적인 피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주민들은 피해 마을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명석(사고대책위원장): "착찹하죠. 정말로 정부에서 (우리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알아야 될 것 같아요." <질문> 염산은 비교적 잘 알려졌지만 불산은 좀 생소한데 이렇게까지 위험한 물질일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답변> 네, 말씀하신 것처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불산은 염산이나 질산보다 더 위험한 물질입니다. 바로 인체에 쉽게 흡수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실제로 불산은 사람 몸에 묻으면 빠르게 피부 속으로 침투해 화상이나 수포 등을 일으키고 호흡기로 들어오면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을 일으키게 됩니다. 많은 양이 한꺼번에 노출되면 뼈까지 침투해 녹이면서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김형렬(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자극성이 굉장히 강한 물질이어서 적은 양으로도 피부나 안구 점막 등에 화상을 입힐 수 있는 물질입니다. 폐부종이나 저칼슘을 동반한 심장 마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불산은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요, 피부에 묻으면 통증이 바로 느껴지는 염산과 달리 불산은 피부 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통증을 크게 못 느끼게 돼 더 큰 피해를 불러 옵니다. 실제 이번 구미 사고에서 처음에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적었다가 시간이 갈수록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난 것도 불산의 이같은 특징 때문입니다. <질문> 이렇게 위험한 물질인데 정부 당국에서는 제대로 관리조차 못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불산을 다루는 업체 중 등록된 곳은 70곳에 불과합니다. 등록 대상이 아닌 작은 업체는 파악도 안 되는데 이번 사고도 등록대상이 아닌 소규모 업체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다보니 안전관리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구미 사고에서도 숨진 직원 5명은 무려 20톤의 불화수소를 옮기면서도 안전장비 하나 없이 작업을 하다가 참사를 당했습니다. 이처럼 느슨한 관리로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전국의 소규모 유독 물질 업소는 4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여기에는 사정이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1999년 소량의 불산을 취급하는 소형업체도 배출량 조사대상에 포함하려 했지만 업계와 관련부처의 반대에 밀려 결국 관련 규정을 포기한 겁니다. 안전보다 경제성을 중시한 당국의 결정은 결국, 이번 대형 참사로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