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불가피’…수출·내수업종 희비교차

입력 2012.10.2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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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연이어 경신해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수출 대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원화 강세로 물가가 안정되고 내수 업종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글로벌 유동성 공급에 환율 연일 하락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글로벌 유동성 공급과 세계 경제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달 3차 양적완화(QE3)를 단행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파산 위기에 처한 스페인의 국채를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유로존 재정위기가 진정됐다.

이에 따라 국제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졌고 한국에도 외국인 자금이 몰리게 됐다.

여기에 더해 저평가됐던 원화가 한국 경제 체력을 반영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추가 환율 하락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연내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 밑으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1,050원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팀장은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큰 방향에서는 앞으로도 원화 절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도 원ㆍ달러 환율이 1천100원 밑으로 내려가더라도 한국 경제의 대내외 균형을 고려한 적정수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 머무는 것으로 판단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환율이 달러당 1,077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주요 IB 12곳이 최근 발표한 4분기 환율 전망치 평균은 1,115.75원이었다. 내년 1분기 1,102.09원을 거쳐 2분기에는 1,088.20원으로 떨어지고 3분기에는 1,076.9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BNP파리바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내년 환율을 1,000원으로 가장 낮게 전망했고 스탠다드차타드는 1,040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노무라(1,100원), 씨티그룹(1,109원) 등은 내년에도 환율이 1,100원을 넘을 것으로 봤다.

환율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세계 경기둔화와 유럽발 금융시장 불안을 생각해보면 원화가 1,000원대까지 추세적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 환율 하락에 수출ㆍ내수 기업 희비 엇갈려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겠지만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은 이미 현지 생산 비중이 높고 부품을 대부분 해외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원화 강세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56%, 기아차의 40%는 외국에서 생산돼 바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경제부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대표 수출 품목인 스마트폰도 현지화율이 높아 외국생산 비중이 작년 56.8%에서 올해 1분기 79.9%로 증가했을 정도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현지화 비중이 높아 환율 타격이 크지 않다"며 "환율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기업은 대부분 비상장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인 1,050원이 무너지면 대기업도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가격 경쟁력이 저하돼 채산성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75∼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약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환율이 1,150원에서 1,070원으로 80원 떨어지면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환율이 1,050원 수준까지 떨어지면 수출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IT 업종의 영업이익은 20∼30% 정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원자재 수입이나 내수 관련 산업은 수입가 하락으로 혜택을 받게 된다.

항공유 구입비용이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업과 원자재 수입업종은 원화 강세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735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기고 아시아나항공도 약 87억원의 효과를 본다는 업계 분석이 있다.

곡물 원재료를 대량 수입하는 CJ제일제당은 환율이 10원 내릴 때 연간 30억원 가량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이 내려가면 수출 기업 이익이 내수 업종으로 돌아오게 된다"면서 "경제 전체로 봐서는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재준 연구위원도 "소비자 입장에서 봐도 수입 물가가 내려가면서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으며 절상 속도가 빠르지만 않다면 기업 전체로 봐서도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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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하락 불가피’…수출·내수업종 희비교차
    • 입력 2012-10-21 08:19:53
    연합뉴스
원ㆍ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연이어 경신해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수출 대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원화 강세로 물가가 안정되고 내수 업종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글로벌 유동성 공급에 환율 연일 하락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글로벌 유동성 공급과 세계 경제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달 3차 양적완화(QE3)를 단행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파산 위기에 처한 스페인의 국채를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유로존 재정위기가 진정됐다. 이에 따라 국제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졌고 한국에도 외국인 자금이 몰리게 됐다. 여기에 더해 저평가됐던 원화가 한국 경제 체력을 반영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추가 환율 하락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연내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 밑으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1,050원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팀장은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큰 방향에서는 앞으로도 원화 절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도 원ㆍ달러 환율이 1천100원 밑으로 내려가더라도 한국 경제의 대내외 균형을 고려한 적정수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 머무는 것으로 판단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환율이 달러당 1,077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주요 IB 12곳이 최근 발표한 4분기 환율 전망치 평균은 1,115.75원이었다. 내년 1분기 1,102.09원을 거쳐 2분기에는 1,088.20원으로 떨어지고 3분기에는 1,076.9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BNP파리바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내년 환율을 1,000원으로 가장 낮게 전망했고 스탠다드차타드는 1,040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노무라(1,100원), 씨티그룹(1,109원) 등은 내년에도 환율이 1,100원을 넘을 것으로 봤다. 환율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세계 경기둔화와 유럽발 금융시장 불안을 생각해보면 원화가 1,000원대까지 추세적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 환율 하락에 수출ㆍ내수 기업 희비 엇갈려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겠지만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은 이미 현지 생산 비중이 높고 부품을 대부분 해외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원화 강세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56%, 기아차의 40%는 외국에서 생산돼 바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경제부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대표 수출 품목인 스마트폰도 현지화율이 높아 외국생산 비중이 작년 56.8%에서 올해 1분기 79.9%로 증가했을 정도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현지화 비중이 높아 환율 타격이 크지 않다"며 "환율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기업은 대부분 비상장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인 1,050원이 무너지면 대기업도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가격 경쟁력이 저하돼 채산성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75∼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약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환율이 1,150원에서 1,070원으로 80원 떨어지면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환율이 1,050원 수준까지 떨어지면 수출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IT 업종의 영업이익은 20∼30% 정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원자재 수입이나 내수 관련 산업은 수입가 하락으로 혜택을 받게 된다. 항공유 구입비용이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업과 원자재 수입업종은 원화 강세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735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기고 아시아나항공도 약 87억원의 효과를 본다는 업계 분석이 있다. 곡물 원재료를 대량 수입하는 CJ제일제당은 환율이 10원 내릴 때 연간 30억원 가량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이 내려가면 수출 기업 이익이 내수 업종으로 돌아오게 된다"면서 "경제 전체로 봐서는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재준 연구위원도 "소비자 입장에서 봐도 수입 물가가 내려가면서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으며 절상 속도가 빠르지만 않다면 기업 전체로 봐서도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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