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후배들은 날 배우면 안돼”

입력 2012.10.2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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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축구로 먹고살 수 있기만 바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신기해요. 축구 선수로서의 제 삶에 엄청나게 만족합니다."

막연하게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꿈꾸던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이제는 한국 축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이근호(27·울산)다.

그가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에서 6학년으로 올라가던 겨울.

동료 선수들이 더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던 데 비하면 다소 늦었다는 것이 이근호의 생각이다.

매일 시합에서 뛸 수 있을 줄 알고 들어간 초등학교 축구부 훈련은 이근호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지겹고 힘든 체력훈련이 계속됐다.

어린 마음에 반복적인 훈련이 지긋지긋해 축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이근호는 그때의 훈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며 웃었다.

2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울산이 분요드코르에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30분, 이근호는 자신에게 달라붙은 수비수 한 명을 떨쳐내려고 달리고 또 달렸다.

하프라인에서 시작된 이근호의 '돌파'는 골대 코앞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골대 근처에 있던 동료 하피냐와 눈을 마주친 이근호는 끝까지 지켜낸 공을 하피냐에게 전달했고 하피냐의 왼발슛은 그대로 골문을 갈라 경기는 1-1 균형을 맞췄다.

속도, 힘, 근성, 왕성한 활동량 등 이근호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시절 그렇게 받기 싫었던 훈련이 지금 저를 만들었어요. 더 일찍 축구를 시작하지 않은 것이 아쉽기만 해요."

올해 초 이근호는 K리그 2012 시즌에 20골을 터뜨리겠다고 공언했다. AFC 챔스리그와 K리그 모두에서 우승을 일궈내겠다고도 했다.

올 시즌 그는 K리그에서 8골을 기록해 목표에 다소 미달했지만 AFC챔스리그에서는 결승 진출을 앞두고 있다.

"물론 목표를 전부 이루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런 시즌이에요. K리그에서 골을 더 많이 터뜨리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AFC챔스리그에서는 결승에 오를 테니까요. 어떻게 장담하냐고요? 자만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홈에서 3골을 먹을 팀이 절대 아닙니다."

팀 동료를 높이 평가하는 그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는 야박했다.

"어린 선수들이 저를 보고 배우면 안돼요. 저는 70점 정도 되는 선수예요. 기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열심히 뛰는 근성으로 부족함을 채울 뿐이죠."

초등학교 축구부에 들어가기도 전 부모님과 함께 국가대표 경기를 보러 축구장에 갈 때까지만 해도 이근호는 축구 선수 생활을 하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이근호는 "나는 축구를 빼놓으면 이야기할 게 없는 사람"이라며 "축구 선수 생활에 엄청나게 만족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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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호 “후배들은 날 배우면 안돼”
    • 입력 2012-10-26 08:04:36
    연합뉴스
"그저 축구로 먹고살 수 있기만 바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신기해요. 축구 선수로서의 제 삶에 엄청나게 만족합니다." 막연하게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꿈꾸던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이제는 한국 축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이근호(27·울산)다. 그가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에서 6학년으로 올라가던 겨울. 동료 선수들이 더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던 데 비하면 다소 늦었다는 것이 이근호의 생각이다. 매일 시합에서 뛸 수 있을 줄 알고 들어간 초등학교 축구부 훈련은 이근호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지겹고 힘든 체력훈련이 계속됐다. 어린 마음에 반복적인 훈련이 지긋지긋해 축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이근호는 그때의 훈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며 웃었다. 2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울산이 분요드코르에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30분, 이근호는 자신에게 달라붙은 수비수 한 명을 떨쳐내려고 달리고 또 달렸다. 하프라인에서 시작된 이근호의 '돌파'는 골대 코앞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골대 근처에 있던 동료 하피냐와 눈을 마주친 이근호는 끝까지 지켜낸 공을 하피냐에게 전달했고 하피냐의 왼발슛은 그대로 골문을 갈라 경기는 1-1 균형을 맞췄다. 속도, 힘, 근성, 왕성한 활동량 등 이근호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시절 그렇게 받기 싫었던 훈련이 지금 저를 만들었어요. 더 일찍 축구를 시작하지 않은 것이 아쉽기만 해요." 올해 초 이근호는 K리그 2012 시즌에 20골을 터뜨리겠다고 공언했다. AFC 챔스리그와 K리그 모두에서 우승을 일궈내겠다고도 했다. 올 시즌 그는 K리그에서 8골을 기록해 목표에 다소 미달했지만 AFC챔스리그에서는 결승 진출을 앞두고 있다. "물론 목표를 전부 이루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런 시즌이에요. K리그에서 골을 더 많이 터뜨리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AFC챔스리그에서는 결승에 오를 테니까요. 어떻게 장담하냐고요? 자만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홈에서 3골을 먹을 팀이 절대 아닙니다." 팀 동료를 높이 평가하는 그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는 야박했다. "어린 선수들이 저를 보고 배우면 안돼요. 저는 70점 정도 되는 선수예요. 기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열심히 뛰는 근성으로 부족함을 채울 뿐이죠." 초등학교 축구부에 들어가기도 전 부모님과 함께 국가대표 경기를 보러 축구장에 갈 때까지만 해도 이근호는 축구 선수 생활을 하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이근호는 "나는 축구를 빼놓으면 이야기할 게 없는 사람"이라며 "축구 선수 생활에 엄청나게 만족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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