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부고 안 알리고 자연장…‘조용한 장례’ 선택

입력 2012.11.02 (22:10) 수정 2012.11.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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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환이 즐비하고 부의금을 든 조문객이 길게 늘어서는 우리의 장례문화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사 결과 국민의 55%가 장례문화에서 고쳐야 할 점으로 과다한 비용을 꼽았고 14%는 장례가 절차와 형식에만 얽매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자신의 죽음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이른바 조용한 장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곽혜정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 정원 한쪽,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이 학교 설립자 고 양영모 선생의 분골이 묻혀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비석 하나만 서 있을 뿐입니다.

소박한 이 장지처럼 고인의 장례도 조용했습니다.

고인의 장례에 참석한 사람은 가족을 포함해 열 명이 안 됩니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화환이나 부조도 일절 받지 말라"는 고인의 유언 때문입니다.

이런 장례를 따르겠다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조용한 죽음을 위해 '장례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둡니다.

'부고'를 내지 말고 값비싼 수의나 관을 사용하지 말 것이며, 자연장 형태로 분골을 나무나 잔디에 뿌리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김일순 : "불필요하고 의미가 없는 절차와 의식을 관두고 정말 모든 것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조용하게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사망 사실은 장례를 모두 끝낸 뒤 주변에 알리도록 합니다.

자필로 작성하고 공증도 거쳐 자녀들도 거부할 수 없는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관희 : "각자가 자기 자식들에게 미리 써놓고 허례허식을 하지 마라, 엄숙하게 작성해서 남겨뒀습니다."

5년 전에 시작된 이 모임이 지금은 참가 회원만 천 7백 명을 넘어섰습니다.

노인 혼자 사는 일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조용한 죽음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생사문화연구원장 : "돌아가실 분이 죽음의 문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본인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의 평균 장례비용은 천2백만 원, 유럽 국가들의 장례 비용에 비해 두 배에서 다섯 배 정도 많습니다.

KBS 뉴스 곽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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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부고 안 알리고 자연장…‘조용한 장례’ 선택
    • 입력 2012-11-02 22:10:45
    • 수정2012-11-03 11: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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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환이 즐비하고 부의금을 든 조문객이 길게 늘어서는 우리의 장례문화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사 결과 국민의 55%가 장례문화에서 고쳐야 할 점으로 과다한 비용을 꼽았고 14%는 장례가 절차와 형식에만 얽매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자신의 죽음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이른바 조용한 장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곽혜정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 정원 한쪽,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이 학교 설립자 고 양영모 선생의 분골이 묻혀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비석 하나만 서 있을 뿐입니다. 소박한 이 장지처럼 고인의 장례도 조용했습니다. 고인의 장례에 참석한 사람은 가족을 포함해 열 명이 안 됩니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화환이나 부조도 일절 받지 말라"는 고인의 유언 때문입니다. 이런 장례를 따르겠다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조용한 죽음을 위해 '장례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둡니다. '부고'를 내지 말고 값비싼 수의나 관을 사용하지 말 것이며, 자연장 형태로 분골을 나무나 잔디에 뿌리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김일순 : "불필요하고 의미가 없는 절차와 의식을 관두고 정말 모든 것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조용하게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사망 사실은 장례를 모두 끝낸 뒤 주변에 알리도록 합니다. 자필로 작성하고 공증도 거쳐 자녀들도 거부할 수 없는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관희 : "각자가 자기 자식들에게 미리 써놓고 허례허식을 하지 마라, 엄숙하게 작성해서 남겨뒀습니다." 5년 전에 시작된 이 모임이 지금은 참가 회원만 천 7백 명을 넘어섰습니다. 노인 혼자 사는 일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조용한 죽음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생사문화연구원장 : "돌아가실 분이 죽음의 문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본인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의 평균 장례비용은 천2백만 원, 유럽 국가들의 장례 비용에 비해 두 배에서 다섯 배 정도 많습니다. KBS 뉴스 곽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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