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꾸지람한다고 폭행에 살인까지…

입력 2012.11.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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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잘못된 행동을 하는 10대 청소년들을 나무랐던 어른이 이 10대들에게서 변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10대들의 비행을 못 본 척하고 지나가는 어른들이 많은데, 이게 더 심해질 거 같아 큰일입니다.

김기흥 기자, 정말 이래선 안되는데요.

너무 걱정스럽네요.

<기자 멘트>

만약 제에게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요즘에는 훈계를 하려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화가 나면 참지 않고 바로 불만을 표시하고 이 불만을 표시하고 위해 폭력을 서슴없이 휘둘리는 10대들.

치기 어린 방황쯤으로 가볍게 보기엔 너무나 '잔인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 보인 10대들,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바닷가.

이곳에서 지난 2일 오전 10시 쯤, 노숙인 54살 김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이곳은 노숙인들이 종종 잠을 자던 곳이었다고 하는데요.

김씨 역시 발견 당시, 잠든 모습 그대로 숨져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종태(경위/부산 영도경찰서 강력2팀) : "이불 담요를 깔고 이불 덮고 있었죠. 그 당시에. 그래서 이 선박에서 일하는 직원이 지나다가 시신을 보고 신고했습니다."

숨진 김씨가 이 마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달 전인데요.

마을 주민들은 가끔 먹을 것을 얻어가던 김씨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사람들이 굿하러 오거든요. 굿하고 나면 음식을 잘 안 들고 가니까 (그걸 먹기 위해) 저쪽에서 나무 쌓아 놓고 비닐 덮어서 한겨울에 지내더라고요."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옷은 남루하게 입고요. 또 체격도 작고 좀 매일 술에 취해서 비틀비틀하고 그랬어요. 힘이 없어 보이고 늘 검은 봉지 하나 들고 먹을 거 얻어서…."

급격히 추워진 날씨 탓에, 김씨가 잠을 자던 중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거라 추정했던 경찰.

그런데 김씨의 시신을 자세히 확인해보니 뭔가 수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김종태(경위/부산 영도경찰서 강력2팀) : "잠을 자거나 술을 취해 돌아다니다 넘어지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사망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전신타박상과 골절이 있다 보니까 타인에 의한 폭력에 의해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수사 결과, 김씨가 숨질 당시 현장에는 또 다른 노숙인 59살 정모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정씨의 진술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인 결과, 붙잡힌 가해자들은 바로 인근에 사는 10대 청소년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오세윤(부산 영도경찰서 강력2팀장) : "10대 청소년 3명이 심야 해안가에서 고기를 구워먹던 중 담배가 떨어져 뒤편에 있는 노숙인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였으나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발과 주먹, 돌멩이 등으로 무차별 폭행하여 사망하게 한 사건입니다."

지난 1일 밤 10시 쯤, 18살 정모군 등 10대 3명은 해안가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소주 8병을 나눠마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근처에 있던 노숙인 김씨에게 담배를 빌려달라고 말했다가 꾸중을 당하자, 집단폭행을 시작한 것.

이들은 욕을 하며 나무라는 김씨를 주변에 있던 강목 등으로 40분 넘게 폭행했고, 심지어 바다에 던지겠다며 돌 바닥에 끌고 다니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세윤(부산 영도경찰서 강력2팀장) : "가해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피해자를) 죽이려한 것은 아니고 날씨가 조금 춥기 때문에 물에 빠뜨렸다가 꺼내려고 (바다 쪽으로) 끌고 갔다고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이곳 해안가는 워낙 외져 있어 주민들조차 지나길 꺼렸는데요.

때문에 예전부터 일부 청소년들의 탈선의 장소로 이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밤이 되면 여기 불이 없거든요. 캄캄해요. (남학생들이) 여학생하고 같이 와서 담배 피우고 술 마셔요. 학생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야단치려 해도 대여섯 명이 있는데 혼자서 가면 됩니까. 아무리 성인이라도…."

최근 이처럼 10대들의 잘못을 지적하다 오히려 변을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엔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훈계하는 환경미화원을 해치기 위해, 건물에 따라 들어가 불을 질러 1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낸 10대가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며칠 전엔 여교사가 수업 중 떠드는 중학생을 훈계하다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맞을 용기’가 있어야만 청소년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안타까운 현실.

시민들은 그저 불안할 따름입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요즘은 무서워서 (훈계)하고 싶어도 못하겠어요. 담배를 피우지 말라든지 지적을 해주고 싶어도 요즘 무서워서 못하겠어요. 솔직히"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아무래도 조금 겁이 나서 어둡거나 아이들이 거칠다 싶으면 피해가거나 조용히 모른 척하고 쳐다보지 않고 그냥 이렇게 지나가게 되죠."

무방비 상태의 노숙인을 마구 폭행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무서운 10대들.

경찰은 정군 등 10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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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꾸지람한다고 폭행에 살인까지…
    • 입력 2012-11-12 09: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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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잘못된 행동을 하는 10대 청소년들을 나무랐던 어른이 이 10대들에게서 변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10대들의 비행을 못 본 척하고 지나가는 어른들이 많은데, 이게 더 심해질 거 같아 큰일입니다. 김기흥 기자, 정말 이래선 안되는데요. 너무 걱정스럽네요. <기자 멘트> 만약 제에게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요즘에는 훈계를 하려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화가 나면 참지 않고 바로 불만을 표시하고 이 불만을 표시하고 위해 폭력을 서슴없이 휘둘리는 10대들. 치기 어린 방황쯤으로 가볍게 보기엔 너무나 '잔인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 보인 10대들,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바닷가. 이곳에서 지난 2일 오전 10시 쯤, 노숙인 54살 김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이곳은 노숙인들이 종종 잠을 자던 곳이었다고 하는데요. 김씨 역시 발견 당시, 잠든 모습 그대로 숨져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종태(경위/부산 영도경찰서 강력2팀) : "이불 담요를 깔고 이불 덮고 있었죠. 그 당시에. 그래서 이 선박에서 일하는 직원이 지나다가 시신을 보고 신고했습니다." 숨진 김씨가 이 마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달 전인데요. 마을 주민들은 가끔 먹을 것을 얻어가던 김씨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사람들이 굿하러 오거든요. 굿하고 나면 음식을 잘 안 들고 가니까 (그걸 먹기 위해) 저쪽에서 나무 쌓아 놓고 비닐 덮어서 한겨울에 지내더라고요."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옷은 남루하게 입고요. 또 체격도 작고 좀 매일 술에 취해서 비틀비틀하고 그랬어요. 힘이 없어 보이고 늘 검은 봉지 하나 들고 먹을 거 얻어서…." 급격히 추워진 날씨 탓에, 김씨가 잠을 자던 중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거라 추정했던 경찰. 그런데 김씨의 시신을 자세히 확인해보니 뭔가 수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김종태(경위/부산 영도경찰서 강력2팀) : "잠을 자거나 술을 취해 돌아다니다 넘어지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사망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전신타박상과 골절이 있다 보니까 타인에 의한 폭력에 의해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수사 결과, 김씨가 숨질 당시 현장에는 또 다른 노숙인 59살 정모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정씨의 진술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인 결과, 붙잡힌 가해자들은 바로 인근에 사는 10대 청소년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오세윤(부산 영도경찰서 강력2팀장) : "10대 청소년 3명이 심야 해안가에서 고기를 구워먹던 중 담배가 떨어져 뒤편에 있는 노숙인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였으나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발과 주먹, 돌멩이 등으로 무차별 폭행하여 사망하게 한 사건입니다." 지난 1일 밤 10시 쯤, 18살 정모군 등 10대 3명은 해안가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소주 8병을 나눠마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근처에 있던 노숙인 김씨에게 담배를 빌려달라고 말했다가 꾸중을 당하자, 집단폭행을 시작한 것. 이들은 욕을 하며 나무라는 김씨를 주변에 있던 강목 등으로 40분 넘게 폭행했고, 심지어 바다에 던지겠다며 돌 바닥에 끌고 다니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세윤(부산 영도경찰서 강력2팀장) : "가해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피해자를) 죽이려한 것은 아니고 날씨가 조금 춥기 때문에 물에 빠뜨렸다가 꺼내려고 (바다 쪽으로) 끌고 갔다고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이곳 해안가는 워낙 외져 있어 주민들조차 지나길 꺼렸는데요. 때문에 예전부터 일부 청소년들의 탈선의 장소로 이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밤이 되면 여기 불이 없거든요. 캄캄해요. (남학생들이) 여학생하고 같이 와서 담배 피우고 술 마셔요. 학생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야단치려 해도 대여섯 명이 있는데 혼자서 가면 됩니까. 아무리 성인이라도…." 최근 이처럼 10대들의 잘못을 지적하다 오히려 변을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엔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훈계하는 환경미화원을 해치기 위해, 건물에 따라 들어가 불을 질러 1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낸 10대가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며칠 전엔 여교사가 수업 중 떠드는 중학생을 훈계하다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맞을 용기’가 있어야만 청소년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안타까운 현실. 시민들은 그저 불안할 따름입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요즘은 무서워서 (훈계)하고 싶어도 못하겠어요. 담배를 피우지 말라든지 지적을 해주고 싶어도 요즘 무서워서 못하겠어요. 솔직히"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아무래도 조금 겁이 나서 어둡거나 아이들이 거칠다 싶으면 피해가거나 조용히 모른 척하고 쳐다보지 않고 그냥 이렇게 지나가게 되죠." 무방비 상태의 노숙인을 마구 폭행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무서운 10대들. 경찰은 정군 등 10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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