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양자 삼은 20살 연하 내연남 바람 나자…

입력 2012.11.21 (09:04) 수정 2012.11.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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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양자를 살해한 혐의로 60대 여성이 붙잡혔습니다.

살해 과정에 친아들과 며느리까지 끌어들였다고 합니다.

양자도 자식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었는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이 양자가 사실은 스무 살 어린 내연남이었다죠?

<기자 멘트>

취재하면 취재할수록 이 사건에는 반전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사로 알려진 이 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으로 드러났고 양아들로 알려진 피해자는 피의자의 내연남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범행 동기도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렇다면 피의자인 60대 여성은 왜 40대 내연남을 양아들로 들이고 이 양아들을 숨지게 했을까요?

얽히고 설킨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양의 한 상가 건물.

마스크를 쓴 여성이 재로 변한 연탄을 들고 나옵니다.

잠시 후, 새 연탄을 챙겨 집안으로 들어가는데요.

그리고 약 다섯 시간이 흐르자, 한 남성이 들것에 실려 집 밖으로 나옵니다.

집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인터뷰> 조욱(안양소방서 119 구급대원) : “2010년 2월 10일경이었고요. 19시에서 20시 사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남성은) 침대에 엎드려 있는 상태였고요. 시신으로 추정되는 상태였습니다.”

숨진 남성은 이 집에 살고 있던 마흔 두 살, 채 모씨.

연탄가스에 중독돼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조욱(안양소방서 119 구급대원) : “거실에 연탄난로가 있었는데 연탄가스 냄새가 많이 났어요.”

그런데,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거실에 있던 연탄난로 덮개가 열려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연탄난로 덮개를 열어서 일산화탄소가 유출되게 해서 그런 방식을 쓰지 않았을까 추정하고요.”

수사 과정에서도 채 씨의 사망을 단순한 사고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포착됐습니다.

채 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 채 씨 명의로 4억 3천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 3개가 새로 가입된 사실이 확인됐는데요.

보험금 수령자는 채 씨를 양자로 들인 예순 네 살의 윤 모씨였습니다.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피해자가 사망하면 피의자 윤 모씨가 금전적인 이득을 취득하게 되잖아요. 오직 사망 시에만 보험금이 나오는 보험을 설정해 놓은 것 자체가 어떤 의도가 엿보이고요.”

사고 발생 20일 전, 채 씨가 계약한 또 다른 보험의 수령자가 윤 씨에서 윤 씨의 친아들 박 씨로 변경된 사실도 드러났는데요.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인 범행을 꾸민 비정한 양어머니, 윤씨.

그런데,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양아들로 알려진 채 씨는 알고 보니, 윤 씨와 사실상 내연관계였던 겁니다.

교도소 재소자를 교화하는 종교 활동을 하던 윤 씨는 지난 2002년 수감생활을 했던 채 씨와 처음 만났고, 차츰 가까워지면서 급기야 자신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는데요.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서로 호감을 갖고 급속도로 관계가 발전해서 연인 관계까지 발전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스무 살이나 어린 남자와 산다는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8년 전, 채 씨를 아들로 입양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음성변조) : “봉사활동을 갔다가 그 친구를 만났는데, 보듬어주고 싶어서 양자로 삼아서 데리고 왔다고 했어요. 항상 같이 다녔죠. 어디에 갈 때는 꼭 같이 다녔어요.”
 
하지만, 채 씨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면서 둘 사이에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채 씨가 주사를 부리는 일이 잦아지고 급기야 폭력까지 휘두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고 합니다.
 
경찰은 다툼이 갈수록 심해지자 윤 씨가 채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친아들과 며느리까지 끌어들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복잡한 여자관계도 있고 성격적인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다가 살해를 결의한 것 같고, 기왕 살해할 것이면 금전적 이득까지 취득하고자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채 씨가 숨지기 이틀 전부터 윤 씨와 윤 씨의 친아들 부부가 서울과 안양, 강원도 평창 일대를 돌며 수면제 80여 알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채 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1회 복용량의 80배가 넘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윤 씨는 채 씨에게 수면제를 탄 홍삼을 달인 물을 먹여 잠들게 한 뒤 거실에 있는 연탄난로의 덮개를 열고 외출해 채 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피해자가 즐겨마시던 홍삼을 달인 물 통이 있어요. 그 홍삼 달인 물 두 통이 다 비워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속에서 수면제를 희석시켰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어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은 최근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지시로 수면제를 사들였다는 사실을 자백하면서 사건발생 2년 9개월 만에 해결됐습니다.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처음에는) 불면증으로 처방 받은 거라고 허위 진술을 하다가 필요하지 않은 수면제를 구입해서 윤 모씨한테 넘겨주었다고 다 자백을 했어요.”

그동안 연탄가스 사고사라고 주장하던 윤 씨는 내연 관계를 끝내기 위해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경찰은 어제, 윤 씨 모자를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며느리와 보험설계사를 사기 미수와 사기 미수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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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양자 삼은 20살 연하 내연남 바람 나자…
    • 입력 2012-11-21 09:04:30
    • 수정2012-11-21 09: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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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양자를 살해한 혐의로 60대 여성이 붙잡혔습니다. 살해 과정에 친아들과 며느리까지 끌어들였다고 합니다. 양자도 자식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었는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이 양자가 사실은 스무 살 어린 내연남이었다죠? <기자 멘트> 취재하면 취재할수록 이 사건에는 반전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사로 알려진 이 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으로 드러났고 양아들로 알려진 피해자는 피의자의 내연남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범행 동기도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렇다면 피의자인 60대 여성은 왜 40대 내연남을 양아들로 들이고 이 양아들을 숨지게 했을까요? 얽히고 설킨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양의 한 상가 건물. 마스크를 쓴 여성이 재로 변한 연탄을 들고 나옵니다. 잠시 후, 새 연탄을 챙겨 집안으로 들어가는데요. 그리고 약 다섯 시간이 흐르자, 한 남성이 들것에 실려 집 밖으로 나옵니다. 집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인터뷰> 조욱(안양소방서 119 구급대원) : “2010년 2월 10일경이었고요. 19시에서 20시 사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남성은) 침대에 엎드려 있는 상태였고요. 시신으로 추정되는 상태였습니다.” 숨진 남성은 이 집에 살고 있던 마흔 두 살, 채 모씨. 연탄가스에 중독돼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조욱(안양소방서 119 구급대원) : “거실에 연탄난로가 있었는데 연탄가스 냄새가 많이 났어요.” 그런데,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거실에 있던 연탄난로 덮개가 열려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연탄난로 덮개를 열어서 일산화탄소가 유출되게 해서 그런 방식을 쓰지 않았을까 추정하고요.” 수사 과정에서도 채 씨의 사망을 단순한 사고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포착됐습니다. 채 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 채 씨 명의로 4억 3천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 3개가 새로 가입된 사실이 확인됐는데요. 보험금 수령자는 채 씨를 양자로 들인 예순 네 살의 윤 모씨였습니다.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피해자가 사망하면 피의자 윤 모씨가 금전적인 이득을 취득하게 되잖아요. 오직 사망 시에만 보험금이 나오는 보험을 설정해 놓은 것 자체가 어떤 의도가 엿보이고요.” 사고 발생 20일 전, 채 씨가 계약한 또 다른 보험의 수령자가 윤 씨에서 윤 씨의 친아들 박 씨로 변경된 사실도 드러났는데요.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인 범행을 꾸민 비정한 양어머니, 윤씨. 그런데,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양아들로 알려진 채 씨는 알고 보니, 윤 씨와 사실상 내연관계였던 겁니다. 교도소 재소자를 교화하는 종교 활동을 하던 윤 씨는 지난 2002년 수감생활을 했던 채 씨와 처음 만났고, 차츰 가까워지면서 급기야 자신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는데요.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서로 호감을 갖고 급속도로 관계가 발전해서 연인 관계까지 발전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스무 살이나 어린 남자와 산다는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8년 전, 채 씨를 아들로 입양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음성변조) : “봉사활동을 갔다가 그 친구를 만났는데, 보듬어주고 싶어서 양자로 삼아서 데리고 왔다고 했어요. 항상 같이 다녔죠. 어디에 갈 때는 꼭 같이 다녔어요.”   하지만, 채 씨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면서 둘 사이에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채 씨가 주사를 부리는 일이 잦아지고 급기야 폭력까지 휘두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고 합니다.   경찰은 다툼이 갈수록 심해지자 윤 씨가 채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친아들과 며느리까지 끌어들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복잡한 여자관계도 있고 성격적인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다가 살해를 결의한 것 같고, 기왕 살해할 것이면 금전적 이득까지 취득하고자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채 씨가 숨지기 이틀 전부터 윤 씨와 윤 씨의 친아들 부부가 서울과 안양, 강원도 평창 일대를 돌며 수면제 80여 알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채 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1회 복용량의 80배가 넘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윤 씨는 채 씨에게 수면제를 탄 홍삼을 달인 물을 먹여 잠들게 한 뒤 거실에 있는 연탄난로의 덮개를 열고 외출해 채 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피해자가 즐겨마시던 홍삼을 달인 물 통이 있어요. 그 홍삼 달인 물 두 통이 다 비워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속에서 수면제를 희석시켰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어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은 최근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지시로 수면제를 사들였다는 사실을 자백하면서 사건발생 2년 9개월 만에 해결됐습니다. <인터뷰> 고혁수(팀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2팀) : (처음에는) 불면증으로 처방 받은 거라고 허위 진술을 하다가 필요하지 않은 수면제를 구입해서 윤 모씨한테 넘겨주었다고 다 자백을 했어요.” 그동안 연탄가스 사고사라고 주장하던 윤 씨는 내연 관계를 끝내기 위해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경찰은 어제, 윤 씨 모자를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며느리와 보험설계사를 사기 미수와 사기 미수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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