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노장 오상은 “나이는 숫자일 뿐”

입력 2012.11.23 (19:00) 수정 2012.11.2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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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그래도 후배들한테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습니다."

한국 남자탁구 '맏형' 오상은(35·KDB대우증권)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어깨 부상을 안은 상태에서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꺾고 9년 만에 다시 열린 탁구최강전에서 단식 정상에 올랐다.

오상은은 23일 경기도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정우(농심삼다수)에게 4-1(9-11, 11-4, 11-9, 11-5, 11-7) 역전승을 거뒀다.

2003년 이 대회에서 단식 우승을 차지한 오상은은 9년 만에 다시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한때 국내 최대 대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가 한동안 명맥이 끊어졌던 탁구최강전에서 개인전 단식 우승자가 나온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8년 만에 최강전이 부활했으나 그때는 단체전만 열렸다.

전날 1회전(16강)에서 주세혁을, 8강에서는 이상수(이상 삼성생명)를 각각 4-3으로 뿌리친 데에 이어 이날 준결승에서 이정삼(에쓰오일)을 4-0(11-5, 15-13, 11-3, 11-9)으로 완파했다.

마지막 결승에서는 까다로운 왼손 펜홀더 이정우를 상대로 첫 세트를 내줬지만 날카로운 백핸드 공격을 살려 범실을 유도하는 노련한 플레이로 점수를 뒤집어내 우승컵을 안았다.

오상은에게 최강전은 영광과 아픔이 함께하는 대회다.

삼성증권 소속이던 1995~1996년 2년 연속 이 대회를 제패했고 1997년을 끝으로 중단됐다가 다시 열린 2003년 대회에서도 단식 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대회 때는 당시 소속팀인 KGC인삼공사와 불화로 불성실한 플레이를 펼쳐 '태업 논란'을 빚었고 팀은 최악의 분위기 속에 4위에 그쳤다. 오상은은 그 여파로 연말에 코치진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아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소속팀 없이 한동안 방황해야 했다.

이런 아픔을 꼭 1년 뒤 같은 대회에서 단식 우승을 일궈내며 말끔히 씻어냈다.

어깨 부상을 털고 우승한 터라 기쁨이 더했다.

올해 초 김택수 감독이 이끄는 KDB대우증권에 둥지를 튼 오상은은 지난 8월 런던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이끌었으나 대회 후 어깨 인대 부상이 도지는 바람에 전국체전 출전을 포기하고 재활에 전념해야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수술을 받았던 고질적인 부상 부위다.

스스로 정상 컨디션의 70~80%라고 할 정도로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지만 쟁쟁한 후배들을 연달아 물리치고 새 소속팀에서 첫 개인전 우승을 달성했다.

오상은은 "올림픽 이후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갑자기 통증이 오는 바람에 재수술도 생각했는데 대회 생각에 결국 재활을 택했다"며 "단체전에서 입상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개인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2003년 이후 9년 만에 같은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른 데에는 "나이 들어서 우승하니 더 기쁘다"며 웃었다.

오상은은 "후배를 상대하는 게 갈수록 부담이 된다"며 "8강 상대 이상수에게 세트스코어 1-3에 5세트 0-7로 끌려가다 점수를 뒤집어 이긴 뒤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돌아봤다.

올해 35세로 현역 국내선수 중 최고참인 오상은은 내년 파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세계선수권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세계랭킹 20위 안에 들면 선수권대회 출전을 우선적으로 보장받는데 11월 현재 13위로 국내 톱랭커 주세혁(10위)에 이은 두번째다.

이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래도 아직은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다"며 "후배들과 같이 경쟁하면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에이스 자리를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는 기복을 줄이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냈다.

오상은은 "후배들이 기술도 뛰어나고 잘할 땐 중국선수도 이기지만 기복이 심하다"며 "중국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일본이나 독일 선수를 꾸준히 이겨야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도 젊은 선수들이 실력을 키울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주고 투자해야 한다"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내 남은 기량을 펼치면서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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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 노장 오상은 “나이는 숫자일 뿐”
    • 입력 2012-11-23 19:00:52
    • 수정2012-11-23 19:08:37
    연합뉴스
"아직은 그래도 후배들한테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습니다." 한국 남자탁구 '맏형' 오상은(35·KDB대우증권)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어깨 부상을 안은 상태에서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꺾고 9년 만에 다시 열린 탁구최강전에서 단식 정상에 올랐다. 오상은은 23일 경기도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정우(농심삼다수)에게 4-1(9-11, 11-4, 11-9, 11-5, 11-7) 역전승을 거뒀다. 2003년 이 대회에서 단식 우승을 차지한 오상은은 9년 만에 다시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한때 국내 최대 대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가 한동안 명맥이 끊어졌던 탁구최강전에서 개인전 단식 우승자가 나온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8년 만에 최강전이 부활했으나 그때는 단체전만 열렸다. 전날 1회전(16강)에서 주세혁을, 8강에서는 이상수(이상 삼성생명)를 각각 4-3으로 뿌리친 데에 이어 이날 준결승에서 이정삼(에쓰오일)을 4-0(11-5, 15-13, 11-3, 11-9)으로 완파했다. 마지막 결승에서는 까다로운 왼손 펜홀더 이정우를 상대로 첫 세트를 내줬지만 날카로운 백핸드 공격을 살려 범실을 유도하는 노련한 플레이로 점수를 뒤집어내 우승컵을 안았다. 오상은에게 최강전은 영광과 아픔이 함께하는 대회다. 삼성증권 소속이던 1995~1996년 2년 연속 이 대회를 제패했고 1997년을 끝으로 중단됐다가 다시 열린 2003년 대회에서도 단식 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대회 때는 당시 소속팀인 KGC인삼공사와 불화로 불성실한 플레이를 펼쳐 '태업 논란'을 빚었고 팀은 최악의 분위기 속에 4위에 그쳤다. 오상은은 그 여파로 연말에 코치진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아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소속팀 없이 한동안 방황해야 했다. 이런 아픔을 꼭 1년 뒤 같은 대회에서 단식 우승을 일궈내며 말끔히 씻어냈다. 어깨 부상을 털고 우승한 터라 기쁨이 더했다. 올해 초 김택수 감독이 이끄는 KDB대우증권에 둥지를 튼 오상은은 지난 8월 런던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이끌었으나 대회 후 어깨 인대 부상이 도지는 바람에 전국체전 출전을 포기하고 재활에 전념해야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수술을 받았던 고질적인 부상 부위다. 스스로 정상 컨디션의 70~80%라고 할 정도로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지만 쟁쟁한 후배들을 연달아 물리치고 새 소속팀에서 첫 개인전 우승을 달성했다. 오상은은 "올림픽 이후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갑자기 통증이 오는 바람에 재수술도 생각했는데 대회 생각에 결국 재활을 택했다"며 "단체전에서 입상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개인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2003년 이후 9년 만에 같은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른 데에는 "나이 들어서 우승하니 더 기쁘다"며 웃었다. 오상은은 "후배를 상대하는 게 갈수록 부담이 된다"며 "8강 상대 이상수에게 세트스코어 1-3에 5세트 0-7로 끌려가다 점수를 뒤집어 이긴 뒤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돌아봤다. 올해 35세로 현역 국내선수 중 최고참인 오상은은 내년 파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세계선수권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세계랭킹 20위 안에 들면 선수권대회 출전을 우선적으로 보장받는데 11월 현재 13위로 국내 톱랭커 주세혁(10위)에 이은 두번째다. 이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래도 아직은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다"며 "후배들과 같이 경쟁하면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에이스 자리를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는 기복을 줄이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냈다. 오상은은 "후배들이 기술도 뛰어나고 잘할 땐 중국선수도 이기지만 기복이 심하다"며 "중국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일본이나 독일 선수를 꾸준히 이겨야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도 젊은 선수들이 실력을 키울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주고 투자해야 한다"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내 남은 기량을 펼치면서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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