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요양병원 환자 관리 엉망…인증 의무화

입력 2012.12.03 (21:17) 수정 2012.12.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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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와 의식주를 함께 제공하는 요양병원의 수가 최근 크게 늘어서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전국에 천 곳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2005년보다 다섯 배나 늘어난 수칩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데, 이들 요양병원들이 과연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박예원 기자가 그 실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6일 경기도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77살 강모 할머니 모습입니다.

팔과 다리가 부러지고 군데군데 심한 멍이 들었습니다.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지내길 닷새, 결국 숨졌습니다.

<인터뷰> 김상은(응급의학과 전문의) : "다리하고 팔에 골절이 있었고 폐렴이 있으셨고요. 혈압이 낮은 상태였고, 전체적으로 봐서는 상당히 중한 상태였습니다."

요양병원 차트에는 침대 난간에 부딪혔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일주일 전만 해도 걷기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며, 요양병원의 허술한 환자관리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득춘(환자 아들) : "병원에서 유야무야 덮어버리고 말도 안 하고 그런 상태로 그냥 방치했다는 거에 대해서 너무 분노를 느끼죠."

실제로 차트를 확인해 보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쟀다는 환자의 혈압과 체온이 서로 다르게 기록돼 있는 등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더 큰 문제는 다친 지 닷새가 지날 때까지 병원 측이 환자의 상태를 몰랐다는 겁니다.

<인터뷰> 요양 병원 원장 : "뼈가 부러진 지 몰랐으니까 그랬죠 알았으면 당연히 적절한 치료를 하죠."

경기도 수원의 한 요양원에 아버지를 맡겼던 정모 씨 역시 황당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아버지가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패혈증 증세로 숨진 겁니다.

<인터뷰> 정OO : "왼쪽 다리가 썩었다고,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병원에서 저한테 통보했습니다."

일반 병원에 비해 의료진의 수도, 관리감독도 훨씬 느슨한 요양병원이 지난 10년 새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더군다나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환자가 다쳐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불법 각서까지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요양병원 원장 : "요양병원에서는 저희가 요양병원 룰이 있습니다. 제가 혼자 다 볼 수가 없어서 그런 장치를 받는 것이죠."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뒤늦게 내년부터 환자 안전 등을 점검해 요양병원 평가에 반영하는 의무인증제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천여 곳에 이르는 기존 요양병원들은 몇 년 뒤에야 인증 대상에 포함될 전망입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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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요양병원 환자 관리 엉망…인증 의무화
    • 입력 2012-12-03 21:18:40
    • 수정2012-12-03 22: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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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와 의식주를 함께 제공하는 요양병원의 수가 최근 크게 늘어서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전국에 천 곳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2005년보다 다섯 배나 늘어난 수칩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데, 이들 요양병원들이 과연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박예원 기자가 그 실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6일 경기도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77살 강모 할머니 모습입니다. 팔과 다리가 부러지고 군데군데 심한 멍이 들었습니다.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지내길 닷새, 결국 숨졌습니다. <인터뷰> 김상은(응급의학과 전문의) : "다리하고 팔에 골절이 있었고 폐렴이 있으셨고요. 혈압이 낮은 상태였고, 전체적으로 봐서는 상당히 중한 상태였습니다." 요양병원 차트에는 침대 난간에 부딪혔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일주일 전만 해도 걷기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며, 요양병원의 허술한 환자관리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득춘(환자 아들) : "병원에서 유야무야 덮어버리고 말도 안 하고 그런 상태로 그냥 방치했다는 거에 대해서 너무 분노를 느끼죠." 실제로 차트를 확인해 보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쟀다는 환자의 혈압과 체온이 서로 다르게 기록돼 있는 등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더 큰 문제는 다친 지 닷새가 지날 때까지 병원 측이 환자의 상태를 몰랐다는 겁니다. <인터뷰> 요양 병원 원장 : "뼈가 부러진 지 몰랐으니까 그랬죠 알았으면 당연히 적절한 치료를 하죠." 경기도 수원의 한 요양원에 아버지를 맡겼던 정모 씨 역시 황당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아버지가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패혈증 증세로 숨진 겁니다. <인터뷰> 정OO : "왼쪽 다리가 썩었다고,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병원에서 저한테 통보했습니다." 일반 병원에 비해 의료진의 수도, 관리감독도 훨씬 느슨한 요양병원이 지난 10년 새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더군다나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환자가 다쳐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불법 각서까지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요양병원 원장 : "요양병원에서는 저희가 요양병원 룰이 있습니다. 제가 혼자 다 볼 수가 없어서 그런 장치를 받는 것이죠."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뒤늦게 내년부터 환자 안전 등을 점검해 요양병원 평가에 반영하는 의무인증제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천여 곳에 이르는 기존 요양병원들은 몇 년 뒤에야 인증 대상에 포함될 전망입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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