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바꿔 줘” 200여 차례 생떼…블랙컨슈머

입력 2012.12.12 (08:36) 수정 2012.12.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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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커피를 사 간 손님이 문제가 있다며 바꿔달라고 합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니까,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와도 너무 안 온다고 하는데요.

이거 무슨 얘긴지 아시겠어요? 아유,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에피소드잖아요.

네, 아시네요. 고객은 왕이라면서 억지를 써서 물건을 바꾸거나 환불을 받는 소비자가 이 코너의 주인공인데요.

이 개그 주인공보다도 더 심한 사람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네, 억지를 써도 너무 심하게 써서 결국은 처벌을 받게 될 신세가 됐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 남성이 업체들을 협박해서 뜯어낸 돈이 2억 원이 넘는다면서요? 엄청나네요.

<기자 멘트>

저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요. 무려 2백여 차례에 걸쳐 2억 4천만 원 어치의 금품을 뜯어냈습니다.

그 수법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멀쩡한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무조건 생떼를 쓰는 겁니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태도를 꼬투리 잡아 본사에 알리겠다며 협박을 하는 건데요.

이렇다 보니 직원들이 돈을 모아 휴대전화요금 5백만 원을 대신 내주는가 하면 냉장고가 고장 나 음식물이 상했다는 말에 천 만 원을 물어주기까지 했습니다.

이쯤 되면 고객이 아니라 날강도가 따로 없는데요.

이 남성의 기막힌 행각이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한 전자제품 서비스센터. 50대 중년 남성이 직원들에게 큰소리를 칩니다.

<녹취> 이00(블랙컨슈머/음성변조) : "너희 둘이 전화번호 찾아내. 데이터랑 다 찾아내. 찾아내라고. (확인을 하고 나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제대로 옮기지 않았다고 노발대발 하는 남성. 아예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져버립니다.

<녹취> 이00(블랙컨슈머/음성변조) : "이 00들 말이야. 나쁜 놈들 아니야. 여기 고객전화번호 다 날려놔 봐? 한번 날려봐? 내가? (선생님께서 맞다고 일단 넘겨달라고 하셔서 여기 있는게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달라고 (했는데요.)“

상황을 설명하는 직원들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 업체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른바 블랙컨슈머, 56살 이모 씨입니다.

<녹취> 김한준 경감(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정상 제품인데도 하자가 있다 이렇게 주장하면서 교환, 환불을 요구하는 거죠. (고장) 수리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교환, 환불 해주면) 쓰던 제품을 반납하지는 않고 (팔아서) 차액을 계속 챙기게 된 거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툭하면 업체 상담센터에 전화해서 상담원들에게 생트집을 잡았다고 하는데요, 이 씨가 상담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이00(블랙컨슈머/음성변조) : “내가 상담원 둘은 무조건 만냐야 해요. 나는 내가 00센터 000한테 전화했고, 그 2명 가만 안 둬요. (제가 업무를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요 고객님...) 너 죽을래? 상담원들이 전화 그 따위 밖에 못 받아 이 000...”

심지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하며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00(블랙컨슈머/음성변조) : "너 00 아줌마인지 000. 사람 잘못 보고 전화상이니까 그따위로 건드는데, 야 000 내 목숨 걸어놓고 달려들어. 똑바로 대답해. 그래봐. 뜨거운 물로 확 부어버릴 테니까..."

상담원들 중 상당수가 여성들인데요, 위협적인 이 씨의 말은 공포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녹취> 김한준 경감(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염산을 끼얹어버리겠다’ 그렇게 하기도 하고, 실제로 염산병이라고 지칭되는 병을 들고 간 적도 있어요. 상담사에게. 계속해서 협박을 하거나..."

<녹음>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그때) 감정 같은 것들 ( 때문에) 울컥 해 가지고 내가 이렇게 하면서 까지 회사를 다녀야 되나...보복이나 이런 걸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걱정하죠.)”

이렇게 이 씨가 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시작한 건 지난 2010년부터.

직업군인으로 제대 한 후, 여러 번 사업에 실패했는데요,

이후 변변한 직업도 없던 이 씨는 쉽게 돈 벌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녹취> 김한준 경감(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전에 하던 사업이 다 부도가 났고, 현재 특별한 직업이 없다보니까 손쉽게 돈 벌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개발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계속 성공을 하다 보니까 ‘노력 없이 쉽게 돈을 벌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서...”

이 씨가 눈을 돌린 곳은 고가의 휴대전화 등을 만드는 전자제품 업계였습니다.

고객서비스를 중요시하는 업계의 특성상, 조금만 트집을 잡고 늘어지면 순순히 이 씨가 원하는 돈을 내놨다고 합니다.

바로 업체의 이미지 때문이었는데요,

<녹취> 김한준 경감(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까 또 해당 대리점이나 콜센터 이미지가 나빠질까 하고 그때를 잘 넘기려고 돈을 줘버리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합의 식으로 끝내버리는 (방식을) 보입니다.”

이 씨의 황당한 요구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AS맡긴 컴퓨터 안에 있던 자료가 없어졌다며 550여만원을 받아냈는가 하면, 냉장고가 고장나 고가의 희귀한 상황버섯이 상했다며 무려 천 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한준 경감(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냉장고) 플러그를 뽑아놓습니다. AS센터에 전화를 해서 이상하다 (직원이)오면 그때쯤 (플러그를) 끼어놓는 거죠.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물이 정말 비싼 거다, 정말 희귀하고, 아무데서나 구할 수 없는 희귀한 것이기 때문에 변질된 것에 대한 책임을 져라 그거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았죠.”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업체 직원들을 쥐락펴락하며 횡포를 부린 이 씨.

심지어 지방으로 직원들을 불러 직접 사과하게 하기도 했는데요,

<녹음 > 이00(블랙컨슈머/음성변조) : "전 센터장 000은 목포까지 왔다 간지 알아? 몰라? (알고 있습니다.) 내가 00으로 갈까. 지금? 대답해봐. 갈까? (아닙니다.) 내가 목포까지 오라 그러잖아. 어? (네)"

막무가내 생트집에 신변위협까지... 뭐하나 꼬투리가 잡힌 직원들은 이 씨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는데요, 이 씨의 휴대전화 미납금 5백 만 원을 대신 내주기도 했습니다.

2010년부터 이 씨가 206차례에 걸쳐 업체 직원들을 상대로 뜯어낸 금품은 2억 4천만 원 정도.

하지만, 피해 직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녹취> 상담 직원(음성변조) : “(이 모씨) 그 분의 전화는 많이 받긴 하시는데요. 여기는 전화만 받는 거고. 매장이나 아니면 서비스센터 그쪽이 좀 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직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직접 이 씨를 찾아가 사과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상담 직원(음성변조) : “저희는 (이 모씨) 고객을 찾아갔지. 고객이 여기로 오신적은 없어요. (직접 찾아가서 사과하셨어요?) 그런 건 많죠. 다른데도 있을 거예요.”

멀쩡한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업체 직원들을 협박하는 등 수억 원 대 금품을 뜯어낸 블랙컨슈머. 고객은 왕이라며. 부당한 권력을 행사한 이 씨는 결국 사기, 공갈 등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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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바꿔 줘” 200여 차례 생떼…블랙컨슈머
    • 입력 2012-12-12 08:37:53
    • 수정2012-12-12 10: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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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커피를 사 간 손님이 문제가 있다며 바꿔달라고 합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니까,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와도 너무 안 온다고 하는데요. 이거 무슨 얘긴지 아시겠어요? 아유,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에피소드잖아요. 네, 아시네요. 고객은 왕이라면서 억지를 써서 물건을 바꾸거나 환불을 받는 소비자가 이 코너의 주인공인데요. 이 개그 주인공보다도 더 심한 사람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네, 억지를 써도 너무 심하게 써서 결국은 처벌을 받게 될 신세가 됐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 남성이 업체들을 협박해서 뜯어낸 돈이 2억 원이 넘는다면서요? 엄청나네요. <기자 멘트> 저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요. 무려 2백여 차례에 걸쳐 2억 4천만 원 어치의 금품을 뜯어냈습니다. 그 수법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멀쩡한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무조건 생떼를 쓰는 겁니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태도를 꼬투리 잡아 본사에 알리겠다며 협박을 하는 건데요. 이렇다 보니 직원들이 돈을 모아 휴대전화요금 5백만 원을 대신 내주는가 하면 냉장고가 고장 나 음식물이 상했다는 말에 천 만 원을 물어주기까지 했습니다. 이쯤 되면 고객이 아니라 날강도가 따로 없는데요. 이 남성의 기막힌 행각이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한 전자제품 서비스센터. 50대 중년 남성이 직원들에게 큰소리를 칩니다. <녹취> 이00(블랙컨슈머/음성변조) : "너희 둘이 전화번호 찾아내. 데이터랑 다 찾아내. 찾아내라고. (확인을 하고 나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제대로 옮기지 않았다고 노발대발 하는 남성. 아예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져버립니다. <녹취> 이00(블랙컨슈머/음성변조) : "이 00들 말이야. 나쁜 놈들 아니야. 여기 고객전화번호 다 날려놔 봐? 한번 날려봐? 내가? (선생님께서 맞다고 일단 넘겨달라고 하셔서 여기 있는게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달라고 (했는데요.)“ 상황을 설명하는 직원들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 업체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른바 블랙컨슈머, 56살 이모 씨입니다. <녹취> 김한준 경감(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정상 제품인데도 하자가 있다 이렇게 주장하면서 교환, 환불을 요구하는 거죠. (고장) 수리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교환, 환불 해주면) 쓰던 제품을 반납하지는 않고 (팔아서) 차액을 계속 챙기게 된 거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툭하면 업체 상담센터에 전화해서 상담원들에게 생트집을 잡았다고 하는데요, 이 씨가 상담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이00(블랙컨슈머/음성변조) : “내가 상담원 둘은 무조건 만냐야 해요. 나는 내가 00센터 000한테 전화했고, 그 2명 가만 안 둬요. (제가 업무를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요 고객님...) 너 죽을래? 상담원들이 전화 그 따위 밖에 못 받아 이 000...” 심지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하며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00(블랙컨슈머/음성변조) : "너 00 아줌마인지 000. 사람 잘못 보고 전화상이니까 그따위로 건드는데, 야 000 내 목숨 걸어놓고 달려들어. 똑바로 대답해. 그래봐. 뜨거운 물로 확 부어버릴 테니까..." 상담원들 중 상당수가 여성들인데요, 위협적인 이 씨의 말은 공포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녹취> 김한준 경감(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염산을 끼얹어버리겠다’ 그렇게 하기도 하고, 실제로 염산병이라고 지칭되는 병을 들고 간 적도 있어요. 상담사에게. 계속해서 협박을 하거나..." <녹음>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그때) 감정 같은 것들 ( 때문에) 울컥 해 가지고 내가 이렇게 하면서 까지 회사를 다녀야 되나...보복이나 이런 걸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걱정하죠.)” 이렇게 이 씨가 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시작한 건 지난 2010년부터. 직업군인으로 제대 한 후, 여러 번 사업에 실패했는데요, 이후 변변한 직업도 없던 이 씨는 쉽게 돈 벌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녹취> 김한준 경감(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전에 하던 사업이 다 부도가 났고, 현재 특별한 직업이 없다보니까 손쉽게 돈 벌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개발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계속 성공을 하다 보니까 ‘노력 없이 쉽게 돈을 벌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서...” 이 씨가 눈을 돌린 곳은 고가의 휴대전화 등을 만드는 전자제품 업계였습니다. 고객서비스를 중요시하는 업계의 특성상, 조금만 트집을 잡고 늘어지면 순순히 이 씨가 원하는 돈을 내놨다고 합니다. 바로 업체의 이미지 때문이었는데요, <녹취> 김한준 경감(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까 또 해당 대리점이나 콜센터 이미지가 나빠질까 하고 그때를 잘 넘기려고 돈을 줘버리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합의 식으로 끝내버리는 (방식을) 보입니다.” 이 씨의 황당한 요구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AS맡긴 컴퓨터 안에 있던 자료가 없어졌다며 550여만원을 받아냈는가 하면, 냉장고가 고장나 고가의 희귀한 상황버섯이 상했다며 무려 천 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한준 경감(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냉장고) 플러그를 뽑아놓습니다. AS센터에 전화를 해서 이상하다 (직원이)오면 그때쯤 (플러그를) 끼어놓는 거죠.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물이 정말 비싼 거다, 정말 희귀하고, 아무데서나 구할 수 없는 희귀한 것이기 때문에 변질된 것에 대한 책임을 져라 그거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았죠.”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업체 직원들을 쥐락펴락하며 횡포를 부린 이 씨. 심지어 지방으로 직원들을 불러 직접 사과하게 하기도 했는데요, <녹음 > 이00(블랙컨슈머/음성변조) : "전 센터장 000은 목포까지 왔다 간지 알아? 몰라? (알고 있습니다.) 내가 00으로 갈까. 지금? 대답해봐. 갈까? (아닙니다.) 내가 목포까지 오라 그러잖아. 어? (네)" 막무가내 생트집에 신변위협까지... 뭐하나 꼬투리가 잡힌 직원들은 이 씨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는데요, 이 씨의 휴대전화 미납금 5백 만 원을 대신 내주기도 했습니다. 2010년부터 이 씨가 206차례에 걸쳐 업체 직원들을 상대로 뜯어낸 금품은 2억 4천만 원 정도. 하지만, 피해 직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녹취> 상담 직원(음성변조) : “(이 모씨) 그 분의 전화는 많이 받긴 하시는데요. 여기는 전화만 받는 거고. 매장이나 아니면 서비스센터 그쪽이 좀 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직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직접 이 씨를 찾아가 사과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상담 직원(음성변조) : “저희는 (이 모씨) 고객을 찾아갔지. 고객이 여기로 오신적은 없어요. (직접 찾아가서 사과하셨어요?) 그런 건 많죠. 다른데도 있을 거예요.” 멀쩡한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업체 직원들을 협박하는 등 수억 원 대 금품을 뜯어낸 블랙컨슈머. 고객은 왕이라며. 부당한 권력을 행사한 이 씨는 결국 사기, 공갈 등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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