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오보…대책 없나?

입력 2012.12.22 (08:49) 수정 2012.12.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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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대통령 선거 말고도 언론들이 주목했던 소식이 하나 더 있었죠.

바로 지난 주, 북한에서 날아든 로켓 발사 소식이었습니다.

발사가 미뤄질 거라 예상했던 우리 정부 뿐 아니라 국내외 언론 모두에게 혼란스러웠던 한 주였는데요.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누구의 잘못인지 정부와 언론이 갈등을 벌이는 동안 정작 안보 대책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 보도를 둘러싼 문제점, 최광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로켓 발사 기간 연장 발표를 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한 시간 만에, 자체 방송을 통해 발사 성공 소식을 전했습니다.

<녹취> 조선통신사(12.12) : "운반 로케트 <은하-3>으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우리 정부와 언론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이 수 일 내에는 로켓을 발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왔기 때문입니다.

로켓 발사 당일 아침에 나온 조간 신문입니다.

대부분 로켓이 분리 수순에 들어갔으며, 발사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경향(12.12/06면) : "정부관계자는 고쳐서 다시 장착하고 기상조건도 고려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1주기(17일)나 대선(19일)전에 발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3~29일 정도에 발사하겠다는 뜻 같다“고 말했다."

<녹취> 조선(12.12/A01면) : "국책 연구 기관의 한 로켓 전문가는 “기계적 결함이 북한이 밝힌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해 안에 은하 3호 발사가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날 방송 뉴스들도 대부분 대선 전 발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KBS(12.11) : "북한이 1단계 로켓 ‘조종 발동기 계통’문제로 발사 기간을 연장했던 만큼 기술적인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12일 북한이 전격적으로 로켓 발사에 성공하면서 국내 언론들이 집단 오보를 한 셈이 됐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보가 언론의 오보로 확산된 겁니다.

<인터뷰> 박진영(KBS 국방부 출입기자) : "징후가 확실한 게 보이면 우리 기자들에게 사진 공개하겠다 이런 분위기였거든요. 그런 발언은 해체설을 그 때까지 믿고 있었던 거고. 그게 확인이 되면 오후가 돼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이나 설명을 해줘야지 이런 거였거든요. 근데 불과 50분 지나서 기자실로 뛰어 들어오더니 발사했다 발사됐다... 기자들은 상당히 당황스러웠죠. 대북 정보력이 우리나라보다 앞선다는 미국, 중국 등에서도 발사 징후를 정확히 포착한 곳은 없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발사 8시간 전에 올린 기사를 보면 미국 정보당국 역시 빗나간 예측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녹취> 워싱턴 포스트(12.12) : "기술적으로 북한 장거리 로켓의 발사는 10일 이상 지연될 될 수 있다고 미국 학술 연구소는 밝혔다."

기본적인 정보가 차단된 북한이라는 국가의 특성도 오보의 한 원인입니다.

<인터뷰> 쯔카모토 소오이치(NHK 기자) : "솔직히 말해서 저희 NHK도 한국 정부가 그런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미국 전문가라던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어쩔 수 없이 그런 보도가 나오게 됐죠."

하지만 사안이 불거지고 난 뒤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책임 있는 이들의 반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로켓 발사 당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전체회의에는 정부의 대북 정보력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군은 보도 내용이 잘못됐다며 언론의 앞서간 보도를 탓했습니다.

<녹취> 서울(12.13/05면) : "김 장관은 국방부가 언론에 정보를 확인해 준 적이 없다.며 “언론에 나온 정부 고위 당국자가 누구인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언론은 곧바로 이에 반발하며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동아(12.13/A35면) : "오피니언 정부가 ‘해체는 언론의 오보였다’며 ‘언론 탓’을 하는 것은 떳떳치 못한 대응이다. 작전본부 책임자를 소장에서 준장으로 내리고 근무자수를 줄인 것에서도 군의 안이한 자세가 드러났다."

지난 2008년, 김태영 당시 합참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양한 정보력을 통한 사전 징후 파악을 대북 억지력 유지 수단으로 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MBC(2008.3.30) :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만한 장소를 빨리 확인을 해서 적이 그걸 사용하기 전에 타격하는 것이고... 과거 대북 정보의 대부분은 인적정보, 이른바 휴민트에 의존해 이뤄져 왔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최근에는 그 무게가 테킨트, 기술 정보로 옮겨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초정밀 위성까지 동원해도 기술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음을 이번 사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북 정보에 구멍이 난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1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52시간 뒤 북한 발표 전까지 감지하지 못했고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포문이 열리는 등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4월 로켓 발사 시에도 14일에 발사할 거란 예측과 달리 북한은 13일에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5년간 주력했던 ‘사전 징후 파악’전략에 결정적인 허점이 드러난 셈이지만, 언론은 이 부분에 대한 지적에는 소홀했습니다.

<인터뷰> 김종대(편집장/디펜스 21) : "정부기관이 나서서 발사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그것을 언론에 내보내고 그 다음 사후대응에 있어서 계속 우물쭈물하는. 이러한 위기관리의 부실함을 북한에 노출 시킨 것 이것은 현 정부가 천안함, 연평도 여러 가지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실패한 것 중에 가장 치명적인 실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요. 부실한 정보를 놓고 지나치게 추측과 해석에만 집중하는 우리 언론의 대북 보도 태도도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예고했던 지난달 말, 언론은 미국이 찍은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발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이 과정에서 근거가 희박한 추측들이 많이 제기됐습니다.

<녹취> MBC(12.1/김정호 리포트) :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지 1년이 되도록 내세울만한 성과가 없어 주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우리의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로 계획됐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녹취> 세계일보(12.6/26면) : "오피니언 북한어선이 지난 9월 중순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잇따라 침범해 남한 정치권의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북한의 이번 로켓발사 준비 역시 대선 개입의 일환으로 비치고 있다. 이렇게 부족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과 해석에만 집중하는 보도 관행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북한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유호열(교수/고려대 북한학과) :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 입장에서 보면 북한에 대한 궁금증이 크기 때문에 뭔가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면 거기에 대한 다양한 설명이나 자료들을 제시해 줘야 되는 일종의 조급증이라고 할까요. 호기심 만족해야 되는 그런 수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호기심과 정확성 중간의 일정한 절충할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는 우리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은 필요에 따라 외신 취재진을 부르는 등 폐쇄 일변도였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은 은하3호기를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 로켓이라고 주장하며 외신에 현장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수근(김일성종합대학 실장) : "'광명성 3호 2호기'는 철저히 지구탐측용 위성입니다. 자연조건과 자연환경을 우리나라의 인민경제 발전에 이용하도록 제작된 위성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이 발사체를 미사일로 분류한 정부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 쓰다, 발사 시점이 돼서야 로켓으로 바꿔 부르는 등 용어 사용에서도 혼란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우리의 입장에만 매몰된 접근은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유호열(교수/고려대학교 북한학과) : "북한은 이러한 과학기술 측면에서 낙후 되었다던지, 대단히 위험한 존재 라던지 이러한 선입견이나 기대치를 가지고 접근 하다보면 사실을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같은 경우에는 미사일이나 핵 관련 해서는 국가의 역량을 결집해서 이삼십년간 투자 해왔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접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언론이 충분치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성 보도를 남발하는 현재의 북한 보도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비슷한 오보 사태는 반복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종대(디펜스21 편집장) : "과잉 보도와 분석들은 남한 사회를 북한이 심리적으로 접근하기에 용이한 토양을 제공해 줍니다. 그런 만큼 북한에 대한 보도만큼은 매우 균형 잡힌 보도가 필요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우리 언론에서는 북한에 대한 추정보도 우리 주관에 의한 판단이 마치 습관화 된 것 같은 이러한 보도형태가 강화 된 건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자 멘트>

북한에 대한 기사들이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은 여전히 속보 경쟁에 매몰돼 익명 보도, 미확인 보도를 재인용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잘못 쓰인 기사는 우리 사회에 북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꼼꼼한 사실 확인과 냉정한 상황 분석 능력이 더욱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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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오보…대책 없나?
    • 입력 2012-12-22 08:49:44
    • 수정2012-12-22 17: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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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대통령 선거 말고도 언론들이 주목했던 소식이 하나 더 있었죠. 바로 지난 주, 북한에서 날아든 로켓 발사 소식이었습니다. 발사가 미뤄질 거라 예상했던 우리 정부 뿐 아니라 국내외 언론 모두에게 혼란스러웠던 한 주였는데요.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누구의 잘못인지 정부와 언론이 갈등을 벌이는 동안 정작 안보 대책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 보도를 둘러싼 문제점, 최광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로켓 발사 기간 연장 발표를 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한 시간 만에, 자체 방송을 통해 발사 성공 소식을 전했습니다. <녹취> 조선통신사(12.12) : "운반 로케트 <은하-3>으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우리 정부와 언론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이 수 일 내에는 로켓을 발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왔기 때문입니다. 로켓 발사 당일 아침에 나온 조간 신문입니다. 대부분 로켓이 분리 수순에 들어갔으며, 발사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경향(12.12/06면) : "정부관계자는 고쳐서 다시 장착하고 기상조건도 고려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1주기(17일)나 대선(19일)전에 발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3~29일 정도에 발사하겠다는 뜻 같다“고 말했다." <녹취> 조선(12.12/A01면) : "국책 연구 기관의 한 로켓 전문가는 “기계적 결함이 북한이 밝힌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해 안에 은하 3호 발사가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날 방송 뉴스들도 대부분 대선 전 발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KBS(12.11) : "북한이 1단계 로켓 ‘조종 발동기 계통’문제로 발사 기간을 연장했던 만큼 기술적인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12일 북한이 전격적으로 로켓 발사에 성공하면서 국내 언론들이 집단 오보를 한 셈이 됐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보가 언론의 오보로 확산된 겁니다. <인터뷰> 박진영(KBS 국방부 출입기자) : "징후가 확실한 게 보이면 우리 기자들에게 사진 공개하겠다 이런 분위기였거든요. 그런 발언은 해체설을 그 때까지 믿고 있었던 거고. 그게 확인이 되면 오후가 돼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이나 설명을 해줘야지 이런 거였거든요. 근데 불과 50분 지나서 기자실로 뛰어 들어오더니 발사했다 발사됐다... 기자들은 상당히 당황스러웠죠. 대북 정보력이 우리나라보다 앞선다는 미국, 중국 등에서도 발사 징후를 정확히 포착한 곳은 없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발사 8시간 전에 올린 기사를 보면 미국 정보당국 역시 빗나간 예측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녹취> 워싱턴 포스트(12.12) : "기술적으로 북한 장거리 로켓의 발사는 10일 이상 지연될 될 수 있다고 미국 학술 연구소는 밝혔다." 기본적인 정보가 차단된 북한이라는 국가의 특성도 오보의 한 원인입니다. <인터뷰> 쯔카모토 소오이치(NHK 기자) : "솔직히 말해서 저희 NHK도 한국 정부가 그런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미국 전문가라던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어쩔 수 없이 그런 보도가 나오게 됐죠." 하지만 사안이 불거지고 난 뒤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책임 있는 이들의 반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로켓 발사 당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전체회의에는 정부의 대북 정보력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군은 보도 내용이 잘못됐다며 언론의 앞서간 보도를 탓했습니다. <녹취> 서울(12.13/05면) : "김 장관은 국방부가 언론에 정보를 확인해 준 적이 없다.며 “언론에 나온 정부 고위 당국자가 누구인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언론은 곧바로 이에 반발하며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동아(12.13/A35면) : "오피니언 정부가 ‘해체는 언론의 오보였다’며 ‘언론 탓’을 하는 것은 떳떳치 못한 대응이다. 작전본부 책임자를 소장에서 준장으로 내리고 근무자수를 줄인 것에서도 군의 안이한 자세가 드러났다." 지난 2008년, 김태영 당시 합참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양한 정보력을 통한 사전 징후 파악을 대북 억지력 유지 수단으로 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MBC(2008.3.30) :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만한 장소를 빨리 확인을 해서 적이 그걸 사용하기 전에 타격하는 것이고... 과거 대북 정보의 대부분은 인적정보, 이른바 휴민트에 의존해 이뤄져 왔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최근에는 그 무게가 테킨트, 기술 정보로 옮겨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초정밀 위성까지 동원해도 기술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음을 이번 사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북 정보에 구멍이 난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1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52시간 뒤 북한 발표 전까지 감지하지 못했고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포문이 열리는 등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4월 로켓 발사 시에도 14일에 발사할 거란 예측과 달리 북한은 13일에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5년간 주력했던 ‘사전 징후 파악’전략에 결정적인 허점이 드러난 셈이지만, 언론은 이 부분에 대한 지적에는 소홀했습니다. <인터뷰> 김종대(편집장/디펜스 21) : "정부기관이 나서서 발사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그것을 언론에 내보내고 그 다음 사후대응에 있어서 계속 우물쭈물하는. 이러한 위기관리의 부실함을 북한에 노출 시킨 것 이것은 현 정부가 천안함, 연평도 여러 가지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실패한 것 중에 가장 치명적인 실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요. 부실한 정보를 놓고 지나치게 추측과 해석에만 집중하는 우리 언론의 대북 보도 태도도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예고했던 지난달 말, 언론은 미국이 찍은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발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이 과정에서 근거가 희박한 추측들이 많이 제기됐습니다. <녹취> MBC(12.1/김정호 리포트) :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지 1년이 되도록 내세울만한 성과가 없어 주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우리의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로 계획됐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녹취> 세계일보(12.6/26면) : "오피니언 북한어선이 지난 9월 중순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잇따라 침범해 남한 정치권의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북한의 이번 로켓발사 준비 역시 대선 개입의 일환으로 비치고 있다. 이렇게 부족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과 해석에만 집중하는 보도 관행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북한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유호열(교수/고려대 북한학과) :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 입장에서 보면 북한에 대한 궁금증이 크기 때문에 뭔가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면 거기에 대한 다양한 설명이나 자료들을 제시해 줘야 되는 일종의 조급증이라고 할까요. 호기심 만족해야 되는 그런 수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호기심과 정확성 중간의 일정한 절충할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는 우리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은 필요에 따라 외신 취재진을 부르는 등 폐쇄 일변도였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은 은하3호기를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 로켓이라고 주장하며 외신에 현장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수근(김일성종합대학 실장) : "'광명성 3호 2호기'는 철저히 지구탐측용 위성입니다. 자연조건과 자연환경을 우리나라의 인민경제 발전에 이용하도록 제작된 위성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이 발사체를 미사일로 분류한 정부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 쓰다, 발사 시점이 돼서야 로켓으로 바꿔 부르는 등 용어 사용에서도 혼란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우리의 입장에만 매몰된 접근은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유호열(교수/고려대학교 북한학과) : "북한은 이러한 과학기술 측면에서 낙후 되었다던지, 대단히 위험한 존재 라던지 이러한 선입견이나 기대치를 가지고 접근 하다보면 사실을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같은 경우에는 미사일이나 핵 관련 해서는 국가의 역량을 결집해서 이삼십년간 투자 해왔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접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언론이 충분치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성 보도를 남발하는 현재의 북한 보도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비슷한 오보 사태는 반복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종대(디펜스21 편집장) : "과잉 보도와 분석들은 남한 사회를 북한이 심리적으로 접근하기에 용이한 토양을 제공해 줍니다. 그런 만큼 북한에 대한 보도만큼은 매우 균형 잡힌 보도가 필요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우리 언론에서는 북한에 대한 추정보도 우리 주관에 의한 판단이 마치 습관화 된 것 같은 이러한 보도형태가 강화 된 건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자 멘트> 북한에 대한 기사들이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은 여전히 속보 경쟁에 매몰돼 익명 보도, 미확인 보도를 재인용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잘못 쓰인 기사는 우리 사회에 북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꼼꼼한 사실 확인과 냉정한 상황 분석 능력이 더욱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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