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백두대간 생태통로 ‘엉터리’…로드킬 막으려면?

입력 2012.12.23 (21:16) 수정 2012.12.2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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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제 강점기 때 단절된 한반도의 중심축 이화령에 생태통로를 조성해 복원한 모습인데요,

그런데 이처럼 백두대간에 만들어진 일부 생태통로가 되레 생태계를 망치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함영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월악산과 속리산을 잇는 백두대간 '밤치재'

지난 2005년 도로 개설로 단절된 이곳에 생태 이동 통로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경사면 절개지 부근에 생태 통로가 조성돼 동물들의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저는 지금 생태이동통로로 이어지는 절개지에 서 있습니다.

이곳의 경사가 너무 가파르다 보니, 나무들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태통로에선 배설물과 발자국 등 동물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박연수((사)백두대간 연구소):"단절해서 절벽을 만들어놓고 형식적으로 이어버리다보니까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공간인 것이죠."

일제강점기 때 단절됐다 87년 만에 복원된 백두대간 이화령.

터널 위쪽에 만들어진 생태 통로에는 이곳에 자생하지 않는 측백나무와 주목, 미선나무를 심었습니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생태통로가 오히려 기존 식물의 생태환경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뷰>염우(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일반적으로 공원에 많이 심어놓은 관목류들을 많이 심어놨는데, 이런 것들은 백두대간 원형과는 다르죠."

동.식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전국에 만들어진 생태 이동통로는 160여 곳. 이 가운데,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생태통로도 11곳이나 됩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주변 환경과 동물의 습성조차 고려하지 않아 해마다 수백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로드킬'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함영구입니다.

<앵커 멘트>

섬진강에 설치된 한 생태통로 주변에서 야생동물들의 로드킬 건수를 조사해 봤는데요,

생태통로가 설치되기 전에는 한해 평균 40건 가량이던게 설치 뒤에는 평균 3건으로 1/10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처럼 잘 만든 생태통로는 애꿎은 동물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데요,

정홍규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생태통로 감시카메라에 잡힌 멸종위기종 삵의 새끼들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지난달에는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담비의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카메라가 설치된 생태통롭니다.

야생동물들이 드나들기 쉽게 출입구를 넉넉히 만들고, 양서류도 이용할 수 있도록 수로까지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조효원(소백산국립공원):"한 달에 한두 번씩 카메라 필름 회수해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다녔는지 확인하고 시설물 보강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육교형 생태통롭니다.

주변 영장산과 검단산이 15미터 폭의 넓은 생태통로로 연결되면서 3년간 천 번가량이나 야생동물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성남시청 관계자:"주변 환경에 서식하는 식물들을 고려해 나무를 심었고, 설치류들이 살 수 있도록 돌무덤이나 나무를 쌓아서..."

이처럼 야생동물들이 이용하기 쉬운 생태통로는 무엇보다 입지가 좋아야 합니다.

<인터뷰> 최태영(환경과학원 박사):"넓은 면적을 서로 연결시키는 게 효과가 크고, 지형적으로 야생동물이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완만한 경사가 (좋습니다.)"

백두대간 등 주요 생태축 가운데 개발로 인해 단절된 지역은 모두 9백여 곳, 잘 만든 생태통로는 한반도 생물다양성을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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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진단] 백두대간 생태통로 ‘엉터리’…로드킬 막으려면?
    • 입력 2012-12-23 21:09:08
    • 수정2012-12-23 21: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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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제 강점기 때 단절된 한반도의 중심축 이화령에 생태통로를 조성해 복원한 모습인데요, 그런데 이처럼 백두대간에 만들어진 일부 생태통로가 되레 생태계를 망치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함영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월악산과 속리산을 잇는 백두대간 '밤치재' 지난 2005년 도로 개설로 단절된 이곳에 생태 이동 통로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경사면 절개지 부근에 생태 통로가 조성돼 동물들의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저는 지금 생태이동통로로 이어지는 절개지에 서 있습니다. 이곳의 경사가 너무 가파르다 보니, 나무들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태통로에선 배설물과 발자국 등 동물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박연수((사)백두대간 연구소):"단절해서 절벽을 만들어놓고 형식적으로 이어버리다보니까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공간인 것이죠." 일제강점기 때 단절됐다 87년 만에 복원된 백두대간 이화령. 터널 위쪽에 만들어진 생태 통로에는 이곳에 자생하지 않는 측백나무와 주목, 미선나무를 심었습니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생태통로가 오히려 기존 식물의 생태환경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뷰>염우(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일반적으로 공원에 많이 심어놓은 관목류들을 많이 심어놨는데, 이런 것들은 백두대간 원형과는 다르죠." 동.식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전국에 만들어진 생태 이동통로는 160여 곳. 이 가운데,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생태통로도 11곳이나 됩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주변 환경과 동물의 습성조차 고려하지 않아 해마다 수백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로드킬'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함영구입니다. <앵커 멘트> 섬진강에 설치된 한 생태통로 주변에서 야생동물들의 로드킬 건수를 조사해 봤는데요, 생태통로가 설치되기 전에는 한해 평균 40건 가량이던게 설치 뒤에는 평균 3건으로 1/10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처럼 잘 만든 생태통로는 애꿎은 동물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데요, 정홍규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생태통로 감시카메라에 잡힌 멸종위기종 삵의 새끼들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지난달에는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담비의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카메라가 설치된 생태통롭니다. 야생동물들이 드나들기 쉽게 출입구를 넉넉히 만들고, 양서류도 이용할 수 있도록 수로까지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조효원(소백산국립공원):"한 달에 한두 번씩 카메라 필름 회수해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다녔는지 확인하고 시설물 보강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육교형 생태통롭니다. 주변 영장산과 검단산이 15미터 폭의 넓은 생태통로로 연결되면서 3년간 천 번가량이나 야생동물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성남시청 관계자:"주변 환경에 서식하는 식물들을 고려해 나무를 심었고, 설치류들이 살 수 있도록 돌무덤이나 나무를 쌓아서..." 이처럼 야생동물들이 이용하기 쉬운 생태통로는 무엇보다 입지가 좋아야 합니다. <인터뷰> 최태영(환경과학원 박사):"넓은 면적을 서로 연결시키는 게 효과가 크고, 지형적으로 야생동물이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완만한 경사가 (좋습니다.)" 백두대간 등 주요 생태축 가운데 개발로 인해 단절된 지역은 모두 9백여 곳, 잘 만든 생태통로는 한반도 생물다양성을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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