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노인 무임승차’ 불 붙은 세대 갈등

입력 2012.12.26 (08:36) 수정 2012.12.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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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대통령선거의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 세대에 따라 지지 후보가 확연하게 갈렸죠.

이렇게 갈린 마음을 다독이고 모으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걱정스러운 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등 노년층을 위한 복지 혜택을 없애자는 인터넷 청원 운동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요.

노인들은 선택적 복지, 단계적 복지를 좋아하니 그럼 이것부터 없애라, 이렇게 비꼬고, 비난하고 있는 겁니다.

김기흥 기자, 물론, 일부 청년층이 이런 식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방법이 좀 아쉽네요.

<기자 멘트>

의견이 다르고 또 지지하는 사람이 다르다고 해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여과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다 보니 극한 표현까지 나오고 것 같은데요.

노인의 무임승차 제도 폐지는 물론 급기야 60세 이상은 아예 투표권을 주지 말자는 청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 조금만 생각해보면.

같은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다는 이분들도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할아버지, 할머니일텐데요.

세대 간의 갈등으로 불붙은 노인 무임승차 폐지 청원 운동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일 한 누리꾼이 포털사이트에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 글을 올리면서 문제의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누리꾼의 주장은 노인 세대들이 국민 복지를 달갑게 여기지 않으니 이들이 즐겨 이용하는 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해달라는 것이었는데요.

처음 2,000명을 목표로 했던 서명은 8,888명으로 상향 수정되었고.

현재 서명 목표치는 물론 만 명을 훌쩍 넘긴 상황입니다.

무임승차란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이중 노인무임승차는 1980년대부터 경로우대차원에서 만 65세 노인들에게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요.

65세 이상 노인에게 제공되는 복지카드만 있으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녹취> 김00(70세) : "노인들 입장에서 봐서는 무료로 전철 승차하는 거 그거 나라에서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대선 이후 일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 노인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전면 무상복지보다 선택적 복지를 강조한 박근혜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준 50,60대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인 무임승차는 물론 버스나 지하철에 있는 경로석을 모두 없애달라는 주장에 국력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 70세 이상 노인들도 집에서 편히 쉬도록 배려해야한다. 는 글도 있습니다.

또, 기초노령연금을 폐지하라고 젊은이들이 총 궐기하여 노인층을 없애자는 과격한 표현도 있었는데요.

이에 맞서는 글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반값 등록금 제도 금지, 군대 21개월 유지, 청년 일자리 만들기 제도 금지.

적당한 교육제도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군 복무기간 연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른들이 낸 세금을 먹고 자란 어린 잉여들이 주인들에게 주지 말라고 한다며 감정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서로에 대한 반감이 폭발하며 서로를 공존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었는데요.

오프라인에서도 찬반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녹취> 정00(23세) : "어른들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을 때는 상관없는데 혼잡한 시간이라든가 이런 때까지 나와서 이용하면 돈 내고 나온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감이 있죠. 불편하죠."

<녹취> 황00(26세) : "전 (노인 무임 승차제도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소득층이라든가 뭐 불우한 이웃이 많은데 굳이 노인분들한테 써야 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녹취> 최00(28세) : "출퇴근 할 때 사람 많은데 노인분들까지 타시면 더 북적거리고 불편하긴 해요. (노인 무임승차) 폐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녹취> 김00(68세) : "안되지. 노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세금을 얼마나 많이 내고 있는데. 왜 폐지해 그걸."

일부 노인들은 자신들을 향한 극단적인 발언에 서운함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이00(75세) : "말이 흉하잖아. 잉여인간이라는 등. 젊은 사람들이 발끈해서 그러는 건데 자기주장만 우기면 안 되지. 민주주의인데."

공방이 가열되다 보면 급기야 서로에 대한 욕설이 오고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선 결과와 복지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녹취> 김00(28세) : "개인적으로는 욱해서 올린 글이라고 생각하고요. 직업이 없는 나이가 되면 나라에서 보조를 해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녹취> 최00(25세) : "아무래도 수입이 없으시니까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반대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SNS에서도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문재인 전 후보의 온라인 캠프에 참여했던 작곡가 김형석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상 따위가 인지상정을 이길 없다고 지적했고.

방송인 이선진은 트위터에 박근혜 당선인을 50-60대가 뽑아줬다고 해서 노인 무임승차폐지 서명운동을 한다는 기사를 봤다.

진보가 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노인들의 입장을 대표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인터뷰> 이심(대한 노인회 회장) : "젊은 사람들이 몰라서 하는 거죠. 그 젊은 사람들도 늘 젊은 게 아니고 언젠가 노인이 돼요. 노인이 되면 사회가 국가가 책임을 져 줘야지. 평생을 세금을 내고 일했는데 사회나 국가가 모르겠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이번 대선을 세대 간의 대결로 보는 주장에 난색을 표명했는데요.

<인터뷰> 이심(대한 노인회 회장) : "젊은 사람도 (박근혜) 당선인을 투표한 사람이 많고 노인도 떨어진 (문재인) 후보를 투표한 사람도 많고 뭐 일률적으로 노인들은 누구를 찍고, 젊은이는 이렇게 찍었겠습니까?"

세대 간 갈등이 이번 대선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미지(한국청년유권자연맹 간사) : "옛날부터 세대 간의 갈등은 있었던 거잖아요. 앞으로 노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이런 갈등은 심화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로에 대한 의견 존중 없이 자기 입장만 고수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인터뷰> 최미지(한국청년유권자연맹 간사) : "서로에 대해서 자기 입장만을 고수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좀 더 사회적 약자나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런 극단적인 의견들이 충돌하는 걸까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 "젊은 2, 30대들이 이번 대선에서 좌절감, 상실감, 패배감이 심하죠. 이게 다 5, 60대 몰표 때문에 자기들의 뜻이 좌절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문제는 출구를 잘못 찾은 분노의 표출이에요. 어떤 세대 간의 문제라기보다 기성 정치권의 문제가 핵심이고 이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와 보수를 나눠 갈등했지만, 그 밑바탕에는 지금 우리 시대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에너지도 있었던 만큼, 세대 간의 갈등을 좁혀 나갈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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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노인 무임승차’ 불 붙은 세대 갈등
    • 입력 2012-12-26 08:38:24
    • 수정2012-12-26 20: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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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대통령선거의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 세대에 따라 지지 후보가 확연하게 갈렸죠. 이렇게 갈린 마음을 다독이고 모으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걱정스러운 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등 노년층을 위한 복지 혜택을 없애자는 인터넷 청원 운동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요. 노인들은 선택적 복지, 단계적 복지를 좋아하니 그럼 이것부터 없애라, 이렇게 비꼬고, 비난하고 있는 겁니다. 김기흥 기자, 물론, 일부 청년층이 이런 식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방법이 좀 아쉽네요. <기자 멘트> 의견이 다르고 또 지지하는 사람이 다르다고 해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여과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다 보니 극한 표현까지 나오고 것 같은데요. 노인의 무임승차 제도 폐지는 물론 급기야 60세 이상은 아예 투표권을 주지 말자는 청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 조금만 생각해보면. 같은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다는 이분들도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할아버지, 할머니일텐데요. 세대 간의 갈등으로 불붙은 노인 무임승차 폐지 청원 운동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일 한 누리꾼이 포털사이트에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 글을 올리면서 문제의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누리꾼의 주장은 노인 세대들이 국민 복지를 달갑게 여기지 않으니 이들이 즐겨 이용하는 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해달라는 것이었는데요. 처음 2,000명을 목표로 했던 서명은 8,888명으로 상향 수정되었고. 현재 서명 목표치는 물론 만 명을 훌쩍 넘긴 상황입니다. 무임승차란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이중 노인무임승차는 1980년대부터 경로우대차원에서 만 65세 노인들에게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요. 65세 이상 노인에게 제공되는 복지카드만 있으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녹취> 김00(70세) : "노인들 입장에서 봐서는 무료로 전철 승차하는 거 그거 나라에서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대선 이후 일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 노인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전면 무상복지보다 선택적 복지를 강조한 박근혜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준 50,60대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인 무임승차는 물론 버스나 지하철에 있는 경로석을 모두 없애달라는 주장에 국력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 70세 이상 노인들도 집에서 편히 쉬도록 배려해야한다. 는 글도 있습니다. 또, 기초노령연금을 폐지하라고 젊은이들이 총 궐기하여 노인층을 없애자는 과격한 표현도 있었는데요. 이에 맞서는 글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반값 등록금 제도 금지, 군대 21개월 유지, 청년 일자리 만들기 제도 금지. 적당한 교육제도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군 복무기간 연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른들이 낸 세금을 먹고 자란 어린 잉여들이 주인들에게 주지 말라고 한다며 감정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서로에 대한 반감이 폭발하며 서로를 공존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었는데요. 오프라인에서도 찬반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녹취> 정00(23세) : "어른들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을 때는 상관없는데 혼잡한 시간이라든가 이런 때까지 나와서 이용하면 돈 내고 나온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감이 있죠. 불편하죠." <녹취> 황00(26세) : "전 (노인 무임 승차제도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소득층이라든가 뭐 불우한 이웃이 많은데 굳이 노인분들한테 써야 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녹취> 최00(28세) : "출퇴근 할 때 사람 많은데 노인분들까지 타시면 더 북적거리고 불편하긴 해요. (노인 무임승차) 폐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녹취> 김00(68세) : "안되지. 노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세금을 얼마나 많이 내고 있는데. 왜 폐지해 그걸." 일부 노인들은 자신들을 향한 극단적인 발언에 서운함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이00(75세) : "말이 흉하잖아. 잉여인간이라는 등. 젊은 사람들이 발끈해서 그러는 건데 자기주장만 우기면 안 되지. 민주주의인데." 공방이 가열되다 보면 급기야 서로에 대한 욕설이 오고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선 결과와 복지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녹취> 김00(28세) : "개인적으로는 욱해서 올린 글이라고 생각하고요. 직업이 없는 나이가 되면 나라에서 보조를 해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녹취> 최00(25세) : "아무래도 수입이 없으시니까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반대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SNS에서도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문재인 전 후보의 온라인 캠프에 참여했던 작곡가 김형석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상 따위가 인지상정을 이길 없다고 지적했고. 방송인 이선진은 트위터에 박근혜 당선인을 50-60대가 뽑아줬다고 해서 노인 무임승차폐지 서명운동을 한다는 기사를 봤다. 진보가 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노인들의 입장을 대표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인터뷰> 이심(대한 노인회 회장) : "젊은 사람들이 몰라서 하는 거죠. 그 젊은 사람들도 늘 젊은 게 아니고 언젠가 노인이 돼요. 노인이 되면 사회가 국가가 책임을 져 줘야지. 평생을 세금을 내고 일했는데 사회나 국가가 모르겠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이번 대선을 세대 간의 대결로 보는 주장에 난색을 표명했는데요. <인터뷰> 이심(대한 노인회 회장) : "젊은 사람도 (박근혜) 당선인을 투표한 사람이 많고 노인도 떨어진 (문재인) 후보를 투표한 사람도 많고 뭐 일률적으로 노인들은 누구를 찍고, 젊은이는 이렇게 찍었겠습니까?" 세대 간 갈등이 이번 대선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미지(한국청년유권자연맹 간사) : "옛날부터 세대 간의 갈등은 있었던 거잖아요. 앞으로 노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이런 갈등은 심화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로에 대한 의견 존중 없이 자기 입장만 고수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인터뷰> 최미지(한국청년유권자연맹 간사) : "서로에 대해서 자기 입장만을 고수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좀 더 사회적 약자나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런 극단적인 의견들이 충돌하는 걸까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 "젊은 2, 30대들이 이번 대선에서 좌절감, 상실감, 패배감이 심하죠. 이게 다 5, 60대 몰표 때문에 자기들의 뜻이 좌절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문제는 출구를 잘못 찾은 분노의 표출이에요. 어떤 세대 간의 문제라기보다 기성 정치권의 문제가 핵심이고 이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와 보수를 나눠 갈등했지만, 그 밑바탕에는 지금 우리 시대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에너지도 있었던 만큼, 세대 간의 갈등을 좁혀 나갈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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