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품바를 지키는 사람들

입력 2013.01.09 (08:44) 수정 2013.01.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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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왔네,  이 각설이 타령, 일명 품바 타령  모르는 분 없으시죠? 

네,단순히 재밌는  노래이겠거니 싶지만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소중한 우리  전통 유산인데요.

예전엔 이 품바  공연 많이 하고  TV에서도 자주 볼수  있었는데 요즘은 좀  뜸한 것 같은데요. 

조빛나 기자,그래도  보이지않은 곳에서  우리 서민들의 역사를  이어가는 분들이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서민들의 삶 가까이에 있던 품바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문화가 돼가고 있죠.
 
그런데  전남 무안에서  품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품바의 본고장이라며 당당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그날까지,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라는데요. 품바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 이유는 뭘까요?

   <리포트>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축제장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타령이죠. 

품바 타령  전남 무안군 일로읍에 있는 전통시장에서 품바를 만났습니다. 추위에 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이 품바 타령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인터뷰> 서동 (전남 목포시) : "이런 공연을 보면 옛 추억이 그려지고요, 원래 품바의 본토 마을이 무안이죠!  품바의 고향이 무안이었던가요?"
 
그래서인지 이곳 상인들, 장단 맞추는 폼이 예사롭지 않네요. 

<녹취> "이따금 한 번씩 와. (품바 공연하면 어때요?) 하늘만큼 땅만큼 신이 납니다!"

  <녹취> "(품바 공연 오면 장사에도 도움이 돼요?)  도움이 되고말고. (기분) 좋아요."

  품바는 동냥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우리말인데요.

이들이 부르는 타령, 품바타령은  가장 낮은 곳에서 부르는 노래로 불리죠.

누구나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녹취> 이강산(일로품바보존회) : "누님, 나, 가요~"

  <녹취> 이강산 : "(시장에서 인기 스타시네요?) 아이고~ 뭐 그렇답니까? 어머니들하고 어울려서 노는 것이고요. 우리 품바 타령은 유독 없는 삶에서 애환을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좋아해요."

  공연이 끝난 후 향한 곳은 시장 한구석에 있는 작은 사무실입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전국 유일의 품바보존회입니다. 

조선 성종실록에 무안 시장에  각설이패가 있었다는 기록에서  일로 품바의 원형을 찾고 있는데요.  역사 또한 500년이 넘게 됩니다. 

<인터뷰> 이강산(일로품바보존회 회원) : "여기는 우리 일로 품바 보존회 사무실이에요. (품바가) 542년이라는 긴 역사가 있으면서도 우리 품바는 늘 거리에서 다니는 정도밖에 안 되잖아요. 우리 품바도 무형문화재의 길로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있죠."

   그래서 매년 여름마다 무안에서 품바 축제를 열며 품바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사무실을 보니까.. 

     <인터뷰> 조순형(일로품바보존회 회장) : "사무실은 전부 자료 창고죠."

  품바를 향토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품바와 관련된 것이라면 어떤 자료든지 수집하고 있답니다. 

<인터뷰> 조순형(일로품바보존회 회장) : "각설이는 옛날 저잣거리 문화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 문화를 저희가 보존해보자, 그런 뜻에서 일로품바보존회가 있거든요."

  일제강점기 천사촌이라는 걸인마을이 형성되면서 무안의 품바가 지금의 형태를 갖춰가게 됐다는데요. 

그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천사촌'이 있던 자립니다.
 
지난 1981년, 무안 출신 극작가 김시라 씨가  이 천사촌을 배경으로 연극 ‘품바’를 만들어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더 유명해졌는데요.       

<인터뷰> 조순형(일로품바보존회 회장) : "(걸인들이) 이쪽 주변에서는 동냥도 안 했어요. 동냥도 하지 않고 해코지도 하지 않고, 밥도 똑같이 나눠 먹었기 때문에 정말 그 사람들이 천사다,"
 
그래서 여기가 천사촌 마을이라는 칭호가 붙게 됐죠. 

천사촌 마을의 품바는 특별했답니다.

  <인터뷰> 조순형 : "걸인을 하더라도 애경사 문제,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그에 맞는 타령을 불렀다는 것, (일로 품바와) 다른 지역과의 차이점은 그것이거든요."

  천사촌마을의 대장 천자근 씨의 동상인데요. 연극 품바의 모델이 된 사연도 들어보시죠.

  <인터뷰> 조순형(일로품바보존회 회장) : "(걸인 대장 천자근 씨가) 김시라 씨 집에 자주 갔더라고요. 그쪽이 방앗간이거든요. 자기 아버지와 대화할 정도로 아무리 거지대장이지만 유식한 사람이다. 그걸 보고 (극작가) 김시라 씨가 이 천사촌을 배경으로 해서 쓴 (연극) 품바시대가 나온 것 아닙니까?"

  극작가 고 김시라 씨와의 인연으로 조순형 씨가 품바보존회를 만들어 이끌어온 지 8년째, 지난해에는 전국의 품바 타령을 모은 '품바타령집'도 발간했습니다.
  
품바전수관도 마련됐습니다.
 
마을의 폐교를 개조한 건물이지만 품바의 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품바 지난 7일, 이곳에 전국의 ‘품바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전국 각지의 각설이춤과 타령을 소개하고 교류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우리 거지들이 오늘 아주 신나부렀구만~ "
 
품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어찌 신이 나지 않을까요? 

<녹취> "(각설이 타령을 한 지는) 한 13년 정도?  얼추 한 20년 되지요.  10년이 됐습니다."

  <녹취>  신영호(일로품바보존회 사무국장) : "이쪽은 고구마 품바고요. 이쪽은 짝인 동치미. 고구마를 먹을 땐 동치미가 있어야 되니까 부부 각설이고요."

  <녹취>  "(아내가 저의 품바 일을) 우연찮게 조금씩 도와주다가 자기도 하겠다고 해서, 어떻게 보면 저희가 맞벌이 부부입니다."

  <녹취>  "사람이 많이 모이고 항상 모든 사람이 웃는 얼굴인 곳을 다니자 (생각합니다)."

  <녹취>  "세상사는 맛이 난다고 할까요?"

  <인터뷰> 신영호(일로품바보존회 사무국장) : "가슴 아픈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품바!
 
그 품바의 맥을 잇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어 작년에 왔던 각설이는  올해도, 내년에도 변함없이 우리 곁에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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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품바를 지키는 사람들
    • 입력 2013-01-09 08:46:49
    • 수정2013-01-09 11: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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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왔네,  이 각설이 타령, 일명 품바 타령  모르는 분 없으시죠? 

네,단순히 재밌는  노래이겠거니 싶지만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소중한 우리  전통 유산인데요.

예전엔 이 품바  공연 많이 하고  TV에서도 자주 볼수  있었는데 요즘은 좀  뜸한 것 같은데요. 

조빛나 기자,그래도  보이지않은 곳에서  우리 서민들의 역사를  이어가는 분들이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서민들의 삶 가까이에 있던 품바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문화가 돼가고 있죠.
 
그런데  전남 무안에서  품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품바의 본고장이라며 당당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그날까지,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라는데요. 품바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 이유는 뭘까요?

   <리포트>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축제장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타령이죠. 

품바 타령  전남 무안군 일로읍에 있는 전통시장에서 품바를 만났습니다. 추위에 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이 품바 타령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인터뷰> 서동 (전남 목포시) : "이런 공연을 보면 옛 추억이 그려지고요, 원래 품바의 본토 마을이 무안이죠!  품바의 고향이 무안이었던가요?"
 
그래서인지 이곳 상인들, 장단 맞추는 폼이 예사롭지 않네요. 

<녹취> "이따금 한 번씩 와. (품바 공연하면 어때요?) 하늘만큼 땅만큼 신이 납니다!"

  <녹취> "(품바 공연 오면 장사에도 도움이 돼요?)  도움이 되고말고. (기분) 좋아요."

  품바는 동냥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우리말인데요.

이들이 부르는 타령, 품바타령은  가장 낮은 곳에서 부르는 노래로 불리죠.

누구나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녹취> 이강산(일로품바보존회) : "누님, 나, 가요~"

  <녹취> 이강산 : "(시장에서 인기 스타시네요?) 아이고~ 뭐 그렇답니까? 어머니들하고 어울려서 노는 것이고요. 우리 품바 타령은 유독 없는 삶에서 애환을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좋아해요."

  공연이 끝난 후 향한 곳은 시장 한구석에 있는 작은 사무실입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전국 유일의 품바보존회입니다. 

조선 성종실록에 무안 시장에  각설이패가 있었다는 기록에서  일로 품바의 원형을 찾고 있는데요.  역사 또한 500년이 넘게 됩니다. 

<인터뷰> 이강산(일로품바보존회 회원) : "여기는 우리 일로 품바 보존회 사무실이에요. (품바가) 542년이라는 긴 역사가 있으면서도 우리 품바는 늘 거리에서 다니는 정도밖에 안 되잖아요. 우리 품바도 무형문화재의 길로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있죠."

   그래서 매년 여름마다 무안에서 품바 축제를 열며 품바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사무실을 보니까.. 

     <인터뷰> 조순형(일로품바보존회 회장) : "사무실은 전부 자료 창고죠."

  품바를 향토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품바와 관련된 것이라면 어떤 자료든지 수집하고 있답니다. 

<인터뷰> 조순형(일로품바보존회 회장) : "각설이는 옛날 저잣거리 문화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 문화를 저희가 보존해보자, 그런 뜻에서 일로품바보존회가 있거든요."

  일제강점기 천사촌이라는 걸인마을이 형성되면서 무안의 품바가 지금의 형태를 갖춰가게 됐다는데요. 

그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천사촌'이 있던 자립니다.
 
지난 1981년, 무안 출신 극작가 김시라 씨가  이 천사촌을 배경으로 연극 ‘품바’를 만들어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더 유명해졌는데요.       

<인터뷰> 조순형(일로품바보존회 회장) : "(걸인들이) 이쪽 주변에서는 동냥도 안 했어요. 동냥도 하지 않고 해코지도 하지 않고, 밥도 똑같이 나눠 먹었기 때문에 정말 그 사람들이 천사다,"
 
그래서 여기가 천사촌 마을이라는 칭호가 붙게 됐죠. 

천사촌 마을의 품바는 특별했답니다.

  <인터뷰> 조순형 : "걸인을 하더라도 애경사 문제,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그에 맞는 타령을 불렀다는 것, (일로 품바와) 다른 지역과의 차이점은 그것이거든요."

  천사촌마을의 대장 천자근 씨의 동상인데요. 연극 품바의 모델이 된 사연도 들어보시죠.

  <인터뷰> 조순형(일로품바보존회 회장) : "(걸인 대장 천자근 씨가) 김시라 씨 집에 자주 갔더라고요. 그쪽이 방앗간이거든요. 자기 아버지와 대화할 정도로 아무리 거지대장이지만 유식한 사람이다. 그걸 보고 (극작가) 김시라 씨가 이 천사촌을 배경으로 해서 쓴 (연극) 품바시대가 나온 것 아닙니까?"

  극작가 고 김시라 씨와의 인연으로 조순형 씨가 품바보존회를 만들어 이끌어온 지 8년째, 지난해에는 전국의 품바 타령을 모은 '품바타령집'도 발간했습니다.
  
품바전수관도 마련됐습니다.
 
마을의 폐교를 개조한 건물이지만 품바의 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품바 지난 7일, 이곳에 전국의 ‘품바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전국 각지의 각설이춤과 타령을 소개하고 교류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우리 거지들이 오늘 아주 신나부렀구만~ "
 
품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어찌 신이 나지 않을까요? 

<녹취> "(각설이 타령을 한 지는) 한 13년 정도?  얼추 한 20년 되지요.  10년이 됐습니다."

  <녹취>  신영호(일로품바보존회 사무국장) : "이쪽은 고구마 품바고요. 이쪽은 짝인 동치미. 고구마를 먹을 땐 동치미가 있어야 되니까 부부 각설이고요."

  <녹취>  "(아내가 저의 품바 일을) 우연찮게 조금씩 도와주다가 자기도 하겠다고 해서, 어떻게 보면 저희가 맞벌이 부부입니다."

  <녹취>  "사람이 많이 모이고 항상 모든 사람이 웃는 얼굴인 곳을 다니자 (생각합니다)."

  <녹취>  "세상사는 맛이 난다고 할까요?"

  <인터뷰> 신영호(일로품바보존회 사무국장) : "가슴 아픈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품바!
 
그 품바의 맥을 잇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어 작년에 왔던 각설이는  올해도, 내년에도 변함없이 우리 곁에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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