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한밤중 산 속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3.01.11 (08:37) 수정 2013.01.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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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도박에 한 번 빠지면 그렇게 좋은가 봅니다.

한밤 중 야산에 천막을 쳐서 만든 도박장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도박을 해온 사람들이 붙잡혔습니다.

이번엔 한적한 마을, 빈 공장 창고에서 도박판을 열다가 붙잡혔는데요.

잡힌 사람이 백 명이 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주부들이었다고 합니다.

김기흥 기자, 우리 주부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기자 멘트>

친목을 다지는 놀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다가 상습도박의 늪에 깊숙이 빠지게 됐는데요.

도박에는 당연히 승부가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승부에 관심을 두는 건 여성도 마찬가진데요 .

하지만 유난히 승부에만 집착하는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그리고 외롭지 않다는 등의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도박에 빠지면 남성보다 더 헤어나기 힘들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재미로 무심코 도박판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상습도박꾼이라는 멍에를 지게 된 이들의 도박 현장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용인의 한적한 마을.

해가 지면 인적이 뚝 끊기는 이 동네에 지난달 낯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승합차가 왔다가기도 하고. 여기다 차를 세 대인가 대고, 저 쪽에도 차가 많았어요.”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지나가니까 ‘아저씨 여기 시끄러워도 좀 이해해 주세요. 저기 우리 단합대회, 친목회 좀 할 거다’라고….”

친목회를 한다며 줄지어 동네의 빈 공장 창고 안으로 들어가던 외지인들.

그런데 몇 시간 뒤, 조용하던 동네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녹취> “머리 숙여 앉아”

<녹취> “여러분을 도박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합니다”

삼삼오오 마을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알고 보니 도박꾼들이었던 겁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 “3시 반에 이렇게 나왔더니 그냥 유리창 때려 부수고 여기서 사람들 막 (나오고) 그러기에 ‘왜 그래, 사고 났어? ”하고 들어갔더니 ‘아니요. 도박판, 도박이에요’….”

어둠 속에서 벌어진 단속반과 도박단의 한바탕 추격전!

결국 도박꾼들은 경찰의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모두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여자들 가방 들고 막 승합차로 실어 나르더니 3시 반에 그랬다가 4시 반, 새벽 5시까지 실어 날랐나봐. 어디로 실어 나르는지.”

경찰에 붙잡힌 일당은 무려 108명! 도박단 3개 조직이 얽혀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음성변조) : “도박꾼들은 어떤 식으로 모았습니까? (전화로 했습니다. 원래 알고 있던 지인을 모은 것….)”

경찰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수사에 착수했지만 검거까지 무려 5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경묵(경위/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동일한 장소에서 도박을 하는 게 아니고 계속 이동을 합니다. 한 곳에서 잠깐 하다가 다시 매일 장소를 바꿔 가면서….”

경기 일대에 이들이 도박장으로 이용한 장소만 28곳.

그렇게 많은 도박판을 벌이면서도 경찰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도박 장소에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음성변조) : “주로 야산이나 펜션에서 했습니다.”

야산 공터에 천막 하나만으로 도박장을 뚝딱 만들어낸 일당들!

행여나 등산객들의 눈에 띌 염려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조경묵(경위/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밤)11시 12시 정도에 쫙 들어가서 도박을 하고 아침에 빠지는 식으로 (운영)했습니다. ”

도박장 안팎에 무전기를 가진 감시인들을 세워 단속의 눈길을 피하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인터뷰> 조경묵(경위/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도박장으로 들어가는 길목 마다 보초를 내세워서 즉각 도박장 내에 있는 또 다른 보초에게 얘기해서 단속이 나올 경우 바로 해산을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산속 도박장에는 밤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바닥에 그려진 선 위에 돈을 걸면 도박의 승패에 따라 돈이 지급됐습니다.

<녹취> 도박 진행자 (음성변조) : “만 원짜리 가지 말고 오만 원짜리 십만 원 짜리 가라는 거야. ”

<녹취> 도박 진행자 (음성변조) : “5만 원짜리 안준다잖아. 자 요번까지는 줄게 다음부터는 내지마.”

망보는 역할을 일컫는 ‘문방’, 판돈을 관리하는 ‘상치기’, 화투패를 돌리는 ‘총잡이’, 음료수를 파는 ‘박카스’등으로 철저히 역할 분담까지 했는데요.

이들 조직이 마련한 도박장에는 또 하나,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녹취> 조직폭력배 (음성변조) : "(부도 수표 쓰면) 걸러내서 잡아낸다니깐. 잡아내야 해 이건!"

위압적인 말투로 도박장을 호령하는 남자들!

혹시 모를 속임수나 다툼을 미리 막기 위해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한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도박단 3개 조직이 벌인 도박판에 오고 간 판돈만 수억 원대에 이르는데요.

놀랍게도 이 대규모 도박판에서 도박을 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가정주부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조경묵(경위/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108명 중에 56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확인 됐습니다. 아무래도 도박을 하면서 가정을 좀 등한시 하는 경우들이 있었죠.”

가정 파탄의 위기에도 도박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돌리지 못한 주부들.

처음에는 친목을 다지는 놀이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결국 상습도박이라는 늪에 빠지고 만 건데요.

<인터뷰> 김한우(임상심리학자) : “주부도박자들에게 도박은 단순히 돈을 따는 대상이나 수단이 아니거든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거 외롭지 않다는 거,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로 한다는 거 이런 어떤 욕구를 같이 채워주기 때문에 그것이 해결되지 않기 전에는 도박에서 빠져나오기가 상당히 어렵죠.”

조폭까지 합세한 도박단에 출석도장을 찍게 된 가정주부들은 상습도박꾼이라는 주홍글씨만 깊게 새기게 됐습니다.

<인터뷰> 조경묵(경위/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모르겠습니다. 이후에 저희들이 계속 따라다닐 수 없으니까….”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는 불법 도박단.

경찰은 도박단 검거를 위해 앞으로 지속적인 내사와 단속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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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한밤중 산 속에선 무슨 일이?
    • 입력 2013-01-11 08:39:52
    • 수정2013-01-11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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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도박에 한 번 빠지면 그렇게 좋은가 봅니다. 한밤 중 야산에 천막을 쳐서 만든 도박장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도박을 해온 사람들이 붙잡혔습니다. 이번엔 한적한 마을, 빈 공장 창고에서 도박판을 열다가 붙잡혔는데요. 잡힌 사람이 백 명이 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주부들이었다고 합니다. 김기흥 기자, 우리 주부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기자 멘트> 친목을 다지는 놀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다가 상습도박의 늪에 깊숙이 빠지게 됐는데요. 도박에는 당연히 승부가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승부에 관심을 두는 건 여성도 마찬가진데요 . 하지만 유난히 승부에만 집착하는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그리고 외롭지 않다는 등의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도박에 빠지면 남성보다 더 헤어나기 힘들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재미로 무심코 도박판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상습도박꾼이라는 멍에를 지게 된 이들의 도박 현장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용인의 한적한 마을. 해가 지면 인적이 뚝 끊기는 이 동네에 지난달 낯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승합차가 왔다가기도 하고. 여기다 차를 세 대인가 대고, 저 쪽에도 차가 많았어요.”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지나가니까 ‘아저씨 여기 시끄러워도 좀 이해해 주세요. 저기 우리 단합대회, 친목회 좀 할 거다’라고….” 친목회를 한다며 줄지어 동네의 빈 공장 창고 안으로 들어가던 외지인들. 그런데 몇 시간 뒤, 조용하던 동네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녹취> “머리 숙여 앉아” <녹취> “여러분을 도박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합니다” 삼삼오오 마을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알고 보니 도박꾼들이었던 겁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 “3시 반에 이렇게 나왔더니 그냥 유리창 때려 부수고 여기서 사람들 막 (나오고) 그러기에 ‘왜 그래, 사고 났어? ”하고 들어갔더니 ‘아니요. 도박판, 도박이에요’….” 어둠 속에서 벌어진 단속반과 도박단의 한바탕 추격전! 결국 도박꾼들은 경찰의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모두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여자들 가방 들고 막 승합차로 실어 나르더니 3시 반에 그랬다가 4시 반, 새벽 5시까지 실어 날랐나봐. 어디로 실어 나르는지.” 경찰에 붙잡힌 일당은 무려 108명! 도박단 3개 조직이 얽혀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음성변조) : “도박꾼들은 어떤 식으로 모았습니까? (전화로 했습니다. 원래 알고 있던 지인을 모은 것….)” 경찰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수사에 착수했지만 검거까지 무려 5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경묵(경위/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동일한 장소에서 도박을 하는 게 아니고 계속 이동을 합니다. 한 곳에서 잠깐 하다가 다시 매일 장소를 바꿔 가면서….” 경기 일대에 이들이 도박장으로 이용한 장소만 28곳. 그렇게 많은 도박판을 벌이면서도 경찰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도박 장소에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음성변조) : “주로 야산이나 펜션에서 했습니다.” 야산 공터에 천막 하나만으로 도박장을 뚝딱 만들어낸 일당들! 행여나 등산객들의 눈에 띌 염려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조경묵(경위/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밤)11시 12시 정도에 쫙 들어가서 도박을 하고 아침에 빠지는 식으로 (운영)했습니다. ” 도박장 안팎에 무전기를 가진 감시인들을 세워 단속의 눈길을 피하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인터뷰> 조경묵(경위/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도박장으로 들어가는 길목 마다 보초를 내세워서 즉각 도박장 내에 있는 또 다른 보초에게 얘기해서 단속이 나올 경우 바로 해산을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산속 도박장에는 밤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바닥에 그려진 선 위에 돈을 걸면 도박의 승패에 따라 돈이 지급됐습니다. <녹취> 도박 진행자 (음성변조) : “만 원짜리 가지 말고 오만 원짜리 십만 원 짜리 가라는 거야. ” <녹취> 도박 진행자 (음성변조) : “5만 원짜리 안준다잖아. 자 요번까지는 줄게 다음부터는 내지마.” 망보는 역할을 일컫는 ‘문방’, 판돈을 관리하는 ‘상치기’, 화투패를 돌리는 ‘총잡이’, 음료수를 파는 ‘박카스’등으로 철저히 역할 분담까지 했는데요. 이들 조직이 마련한 도박장에는 또 하나,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녹취> 조직폭력배 (음성변조) : "(부도 수표 쓰면) 걸러내서 잡아낸다니깐. 잡아내야 해 이건!" 위압적인 말투로 도박장을 호령하는 남자들! 혹시 모를 속임수나 다툼을 미리 막기 위해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한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도박단 3개 조직이 벌인 도박판에 오고 간 판돈만 수억 원대에 이르는데요. 놀랍게도 이 대규모 도박판에서 도박을 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가정주부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조경묵(경위/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108명 중에 56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확인 됐습니다. 아무래도 도박을 하면서 가정을 좀 등한시 하는 경우들이 있었죠.” 가정 파탄의 위기에도 도박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돌리지 못한 주부들. 처음에는 친목을 다지는 놀이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결국 상습도박이라는 늪에 빠지고 만 건데요. <인터뷰> 김한우(임상심리학자) : “주부도박자들에게 도박은 단순히 돈을 따는 대상이나 수단이 아니거든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거 외롭지 않다는 거,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로 한다는 거 이런 어떤 욕구를 같이 채워주기 때문에 그것이 해결되지 않기 전에는 도박에서 빠져나오기가 상당히 어렵죠.” 조폭까지 합세한 도박단에 출석도장을 찍게 된 가정주부들은 상습도박꾼이라는 주홍글씨만 깊게 새기게 됐습니다. <인터뷰> 조경묵(경위/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모르겠습니다. 이후에 저희들이 계속 따라다닐 수 없으니까….”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는 불법 도박단. 경찰은 도박단 검거를 위해 앞으로 지속적인 내사와 단속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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