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늪’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고 파멸

입력 2013.01.1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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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북에서 도박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도박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공무원이 공금을 유용, 도박으로 탕진했는가 하면 사기도박에 걸려 재산을 날린 금융기관 이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도박으로 인한 `파멸'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그라지지 않는 도박 관련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도박 중독 치료를 위한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공익시설은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이다.

◇계층 가리지 않는 도박 중독 =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병원 화장실에서 모 금융기관 이사장 이모(57)씨가 농약을 마시고 신음하다 발견됐다.

이씨는 급히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목숨을 잃었다.

지역에서 사회적 지위와 명망을 함께 누렸던 그가 자살을 택한 이유는 바로 도박 빚 때문이었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사기도박으로 수억원을 날린 뒤 처지를 비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11일에는 동주민센터 예산 2억여원을 빼돌려 카지노에서 탕진한 충북 제천시 공무원 고모(39)씨가 법원에서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2011년 8월 제천시 신월 3, 4동 마을게시판 제작 발주 계획이 있는 것처럼 속여 350만원의 예산을 빼돌리는 등 지난해 5월 29일까지 85회에 걸쳐 2억4천300여만원을 횡령했다.

그는 이렇게 빼돌린 돈을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모두 날렸지만 본전을 회복하겠다는 생각에 공금 횡령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결국 공무원직을 잃고, 영어의 몸이 됐다.

지난해 말 발생한 130억원대 새마을금고 부실 대출 사건에도 도박에 눈이 먼 자가 연루됐다.

청주 모 새마을금고 명예이사장 등이 담보물 감정 금액을 과대평가해 134억원을 부실 대출한 사건에서 37억9천만원을 부당 대출받은 부동산업자 김모(40)씨.

그는 대가성으로 사용한 일부를 제외한 대출금을 모두 해외 도박으로 탕진했고, 결국 빈털터리가 돼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충북, 도박 상담시설 '사각지대' = 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반인 도박 중독 유병률은 7.2%다. 국내 성인 가운데 260만명이 도박에 중독돼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충북지방경찰청이 파악한 도내 도박 관련 범죄 건수는 일반도박 155건, 상습도박 8건, 도박개장 14건 등 모두 177건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도박 관련 범죄 특성상 대부분 신고에 의해 적발되는 만큼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박은 한 번 중독되면 쉽게 헤어나오기 어려워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충북에 도박 중독자들을 위한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하는 시설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국가 또는 기관 차원에서 운영하는 도박중독심리상담시설은 크게 사감위 지정 지역센터(서울, 경기, 부산, 광주, 강원)와 한국마사회의 '유캔센터'(서울, 경기,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 창원, 천안, 제주)가 있다.

하지만 카지노, 경마·경륜·경정 관련 시설이 있는 지역에 제한되다 보니 충북은 광역단체급 지역으로는 유일하게 도박 치유 시설이 단 한 곳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청주와 충주에서 가족단위의 자발적 모임인 '단도박'이 간헐적으로 운영되는 정도다.

청주시 알코올상담센터의 한 관계자는 "충북에서 도박중독 치료를 받으려면 사설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사감위에서 무료 상담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여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청주시 정신보건센터 김경미 팀장은 "현실적으로 도박 중독 단일 상담센터 운영이 어렵다면 도박을 비롯해 알코올, 마약, 인터넷 등 중독성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상담시설을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1곳 정도 운영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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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박의 늪’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고 파멸
    • 입력 2013-01-15 07:08:44
    연합뉴스
최근 충북에서 도박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도박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공무원이 공금을 유용, 도박으로 탕진했는가 하면 사기도박에 걸려 재산을 날린 금융기관 이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도박으로 인한 `파멸'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그라지지 않는 도박 관련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도박 중독 치료를 위한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공익시설은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이다. ◇계층 가리지 않는 도박 중독 =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병원 화장실에서 모 금융기관 이사장 이모(57)씨가 농약을 마시고 신음하다 발견됐다. 이씨는 급히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목숨을 잃었다. 지역에서 사회적 지위와 명망을 함께 누렸던 그가 자살을 택한 이유는 바로 도박 빚 때문이었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사기도박으로 수억원을 날린 뒤 처지를 비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11일에는 동주민센터 예산 2억여원을 빼돌려 카지노에서 탕진한 충북 제천시 공무원 고모(39)씨가 법원에서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2011년 8월 제천시 신월 3, 4동 마을게시판 제작 발주 계획이 있는 것처럼 속여 350만원의 예산을 빼돌리는 등 지난해 5월 29일까지 85회에 걸쳐 2억4천300여만원을 횡령했다. 그는 이렇게 빼돌린 돈을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모두 날렸지만 본전을 회복하겠다는 생각에 공금 횡령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결국 공무원직을 잃고, 영어의 몸이 됐다. 지난해 말 발생한 130억원대 새마을금고 부실 대출 사건에도 도박에 눈이 먼 자가 연루됐다. 청주 모 새마을금고 명예이사장 등이 담보물 감정 금액을 과대평가해 134억원을 부실 대출한 사건에서 37억9천만원을 부당 대출받은 부동산업자 김모(40)씨. 그는 대가성으로 사용한 일부를 제외한 대출금을 모두 해외 도박으로 탕진했고, 결국 빈털터리가 돼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충북, 도박 상담시설 '사각지대' = 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반인 도박 중독 유병률은 7.2%다. 국내 성인 가운데 260만명이 도박에 중독돼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충북지방경찰청이 파악한 도내 도박 관련 범죄 건수는 일반도박 155건, 상습도박 8건, 도박개장 14건 등 모두 177건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도박 관련 범죄 특성상 대부분 신고에 의해 적발되는 만큼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박은 한 번 중독되면 쉽게 헤어나오기 어려워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충북에 도박 중독자들을 위한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하는 시설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국가 또는 기관 차원에서 운영하는 도박중독심리상담시설은 크게 사감위 지정 지역센터(서울, 경기, 부산, 광주, 강원)와 한국마사회의 '유캔센터'(서울, 경기,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 창원, 천안, 제주)가 있다. 하지만 카지노, 경마·경륜·경정 관련 시설이 있는 지역에 제한되다 보니 충북은 광역단체급 지역으로는 유일하게 도박 치유 시설이 단 한 곳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청주와 충주에서 가족단위의 자발적 모임인 '단도박'이 간헐적으로 운영되는 정도다. 청주시 알코올상담센터의 한 관계자는 "충북에서 도박중독 치료를 받으려면 사설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사감위에서 무료 상담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여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청주시 정신보건센터 김경미 팀장은 "현실적으로 도박 중독 단일 상담센터 운영이 어렵다면 도박을 비롯해 알코올, 마약, 인터넷 등 중독성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상담시설을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1곳 정도 운영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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