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미행·해고’ 노조 설립 방해?

입력 2013.01.16 (06:34) 수정 2013.01.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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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가 노조 설립 방해 조직을 운영한 내부 문서 수백 건을 KBS가 입수했습니다.

전체 직원의 양대 노총 가입 여부를 무단으로 확인하고 노조 설립에 동조하는 직원을 미행하라는 지시도 들어 있습니다.

유호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복수노조 시행을 앞둔 지난 2011년 3월, 이마트 본사에서 작성한 문건입니다.

촉매자와 동조자를 사전에 파악해 노조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며 본부와 지점별로 대응 조직 150여 명을 지정했습니다.

조직 이름은 '해바라기팀.'

노조의 실체를 파악하는 '씨앗조', 집회·시위에 대응하는 '울타리조', 노조 홍보물을 수거하는 '제초조'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채증미행조'에서는 녹음기와 사진기는 물론 망원경과 차량 위치 추적기까지 갖추도록 지시했습니다.

들켜도 신분을 노출해선 안 된다는 지침도 있습니다.

노조 설립에 동조한 직원들의 계보를 작성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했습니다.

<녹취> 채증미행조 가담자(음성변조): "노동청 가고 그런 건 다 알아요. 좀 냄새가 나면 (회사에서) 떨어뜨리려고..."

감시대상자로 지목된 일부는 이미 해고됐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전 이마트 직원/음성변조): "위원장이랑 예전부터 많이 친했었고...감시 당하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내가 이렇게 문제 사원이었을까."

2011년 6월, 모든 직원들의 민주노총 가입여부를 확인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각 지점에 내렸습니다.

실제 보고가 올라간 문건도 있습니다.

가입이 확인된 직원은 단계적인 해고 절차를 지시했습니다.

먼저 업무가 힘든 부서로 옮기고, 그래도 그만두지 않으면 인사 평점을 낮게 줘서 퇴사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겁니다.

<인터뷰> 진 모 씨(전 이마트 직원): "힘들어서 견디지 못할 꺼다...그렇게 얘기하니까 무언의 압력이라 할까요. 자의로 사직서를 쓰긴 했지만 노조 때문이라는 것은 충분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 측은 문제의 문건들을 작성한 게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인터뷰> 이마트 관계자: "시나리오만 썼을 뿐입니다. 복수노조 출범을 앞두고 회사에 큰 피해가 있을 거라는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2004년부터 작성한 900여 건에 이르는 단계별 행동 지침이 단지 시나리오였을 뿐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이마트는 KBS가 확인한 실제 실행 사례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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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마트 ‘미행·해고’ 노조 설립 방해?
    • 입력 2013-01-16 06:38:04
    • 수정2013-01-16 07:41:37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가 노조 설립 방해 조직을 운영한 내부 문서 수백 건을 KBS가 입수했습니다. 전체 직원의 양대 노총 가입 여부를 무단으로 확인하고 노조 설립에 동조하는 직원을 미행하라는 지시도 들어 있습니다. 유호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복수노조 시행을 앞둔 지난 2011년 3월, 이마트 본사에서 작성한 문건입니다. 촉매자와 동조자를 사전에 파악해 노조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며 본부와 지점별로 대응 조직 150여 명을 지정했습니다. 조직 이름은 '해바라기팀.' 노조의 실체를 파악하는 '씨앗조', 집회·시위에 대응하는 '울타리조', 노조 홍보물을 수거하는 '제초조'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채증미행조'에서는 녹음기와 사진기는 물론 망원경과 차량 위치 추적기까지 갖추도록 지시했습니다. 들켜도 신분을 노출해선 안 된다는 지침도 있습니다. 노조 설립에 동조한 직원들의 계보를 작성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했습니다. <녹취> 채증미행조 가담자(음성변조): "노동청 가고 그런 건 다 알아요. 좀 냄새가 나면 (회사에서) 떨어뜨리려고..." 감시대상자로 지목된 일부는 이미 해고됐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전 이마트 직원/음성변조): "위원장이랑 예전부터 많이 친했었고...감시 당하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내가 이렇게 문제 사원이었을까." 2011년 6월, 모든 직원들의 민주노총 가입여부를 확인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각 지점에 내렸습니다. 실제 보고가 올라간 문건도 있습니다. 가입이 확인된 직원은 단계적인 해고 절차를 지시했습니다. 먼저 업무가 힘든 부서로 옮기고, 그래도 그만두지 않으면 인사 평점을 낮게 줘서 퇴사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겁니다. <인터뷰> 진 모 씨(전 이마트 직원): "힘들어서 견디지 못할 꺼다...그렇게 얘기하니까 무언의 압력이라 할까요. 자의로 사직서를 쓰긴 했지만 노조 때문이라는 것은 충분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 측은 문제의 문건들을 작성한 게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인터뷰> 이마트 관계자: "시나리오만 썼을 뿐입니다. 복수노조 출범을 앞두고 회사에 큰 피해가 있을 거라는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2004년부터 작성한 900여 건에 이르는 단계별 행동 지침이 단지 시나리오였을 뿐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이마트는 KBS가 확인한 실제 실행 사례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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