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양정모의 호통, 레슬링인들 울리다

입력 2013.01.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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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정모(60) 희망나무커뮤니티 이사장의 호통이 새 수장을 뽑기 위해 모인 레슬링인들의 가슴에 꽂혔다.

대한레슬링협회의 2013년 정기 대의원총회가 열린 16일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파크텔. 이날 총회는 4년간 레슬링협회를 이끌 제32대 회장을 뽑는 자리였다.

김혜진 전 회장과 최성열 ㈜기륭전자 회장의 2파전 양상으로 선거가 진행된 가운데 '기호 1번'으로 양정모 이사장의 이름이 총회장 벽면에 붙어 있었다.

양 이사장은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 체육의 '전설'이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62㎏급에서 우승, 조국에 건국 이래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금의환향한 양 이사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숱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한국 체육의 요람' 한국체대가 개교했다.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한국 체육의 빛나는 성과가 양 이사장이 닦은 기틀 위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양 이사장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레슬링협회의 특별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김현우(삼성생명)의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양 이사장이 '경기력 향상'을 내걸며 레슬링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자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애초에 이번 선거의 이슈가 협회 재정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쏠려 있던 데다 조직이나 세력이 없던 탓에 '참패'에 그친다면 존경받는 레슬링 원로의 명성에 흠이 갈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일각에서는 "표를 분산시키려는 특정 후보의 선거 전략에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순서로 출마의 변을 밝히는 양정모 이사장의 목소리는 한국 체육의 영웅다운 힘과 울림이 있었다.

양 이사장은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유도 종목은 3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내걸었다가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다"면서 1개의 금메달에 그친 레슬링이 여전히 위기를 극복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할 분위기를 마련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레슬링협회의 책임"이라며 "지금처럼 갈등하고 분열할 것이 아니라 모든 레슬링인이 단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 레슬링의 몰락은 양정모의 몰락이기도 하다"거나 "김혜진 후보와 최성열 후보는 반성하라"는 등 강한 어조로 후배들을 통렬히 꾸짖었다.

총회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양 이사장의 호통에 후배 레슬링인들은 숙연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연설을 마친 뒤에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물론, 선거 판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양 이사장은 16명의 대의원 중 한 명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걱정과 달리 이날의 연설만으로 양 이사장은 존경받는 레슬링 원로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총회장을 빠져나가는 그에게 후배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고생하셨다"고 악수를 청했다.

양 이사장도 엷은 미소와 함께 후배들의 인사에 답했다.

양 이사장은 "나는 레슬러"라면서 "앞으로 신임 회장이 우리 레슬링 행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지 지켜보고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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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 양정모의 호통, 레슬링인들 울리다
    • 입력 2013-01-16 14:54:05
    연합뉴스
한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정모(60) 희망나무커뮤니티 이사장의 호통이 새 수장을 뽑기 위해 모인 레슬링인들의 가슴에 꽂혔다. 대한레슬링협회의 2013년 정기 대의원총회가 열린 16일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파크텔. 이날 총회는 4년간 레슬링협회를 이끌 제32대 회장을 뽑는 자리였다. 김혜진 전 회장과 최성열 ㈜기륭전자 회장의 2파전 양상으로 선거가 진행된 가운데 '기호 1번'으로 양정모 이사장의 이름이 총회장 벽면에 붙어 있었다. 양 이사장은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 체육의 '전설'이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62㎏급에서 우승, 조국에 건국 이래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금의환향한 양 이사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숱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한국 체육의 요람' 한국체대가 개교했다.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한국 체육의 빛나는 성과가 양 이사장이 닦은 기틀 위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양 이사장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레슬링협회의 특별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김현우(삼성생명)의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양 이사장이 '경기력 향상'을 내걸며 레슬링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자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애초에 이번 선거의 이슈가 협회 재정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쏠려 있던 데다 조직이나 세력이 없던 탓에 '참패'에 그친다면 존경받는 레슬링 원로의 명성에 흠이 갈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일각에서는 "표를 분산시키려는 특정 후보의 선거 전략에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순서로 출마의 변을 밝히는 양정모 이사장의 목소리는 한국 체육의 영웅다운 힘과 울림이 있었다. 양 이사장은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유도 종목은 3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내걸었다가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다"면서 1개의 금메달에 그친 레슬링이 여전히 위기를 극복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할 분위기를 마련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레슬링협회의 책임"이라며 "지금처럼 갈등하고 분열할 것이 아니라 모든 레슬링인이 단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 레슬링의 몰락은 양정모의 몰락이기도 하다"거나 "김혜진 후보와 최성열 후보는 반성하라"는 등 강한 어조로 후배들을 통렬히 꾸짖었다. 총회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양 이사장의 호통에 후배 레슬링인들은 숙연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연설을 마친 뒤에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물론, 선거 판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양 이사장은 16명의 대의원 중 한 명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걱정과 달리 이날의 연설만으로 양 이사장은 존경받는 레슬링 원로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총회장을 빠져나가는 그에게 후배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고생하셨다"고 악수를 청했다. 양 이사장도 엷은 미소와 함께 후배들의 인사에 답했다. 양 이사장은 "나는 레슬러"라면서 "앞으로 신임 회장이 우리 레슬링 행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지 지켜보고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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