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고사 위기 지방 대학…생존 조건은?

입력 2013.01.24 (21:28) 수정 2013.01.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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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방 대학의 상황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당장,학생 수조차 채우지 못해 허덕이는 학교가 수두룩한데요,

지난해 수도권 외 지역 대학 가운데 5분의 1은, 재학생이 정원의 90%를 밑돌았습니다.

먼저 위기의 지방대 실태를 엄기숙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고 3이 될 학생들을 대상으로 때이른 대학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녹취> 입시설명회 : "거의 돈(등록금)을 안낸다고 보면 됩니다. 아시겠죠?"

싼 등록금, 높은 취업률을 제시하며 학교 홍보에 목청을 높이는 사람, 다름 아닌 대학 총장입니다.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겁니다.

교수들도 지역 사업체 대표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학생 취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원병관(강원도립대 총장) : "(체계적으로 교육시킬테니까 꼭 받아주십시오,) 한명이라도 더 취업시키고, 한명이라도 학생을 더 유치하기 위해서 총장의 체면을 떠나서"

학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지금, 지방 대학의 존폐가 달려있습니다.

이 대학 캠퍼스는 지난 1995년 개교 당시 학생수가 2천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새 주인을 기다리는 '매물' 신셉니다.

이 캠퍼스의 일부 학과는 신입생 충원률이 60%대 까지 떨어졌었습니다.

이런 학생 부족으로 개교 15년만에 문을 닫은 겁니다.

<녹취> 재단 관계자 : "내부적으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되야 된다는 내부적 판단인거고요"

이 대학은 총장의 교비 횡령과 내부 갈등을 겪으면서 학생들이 줄줄이 이탈했고 사실상 '재단매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대학들의 눈물겨운 생존전략, 그 뒤엔 이같은 현실에 대한 절박함이 깔려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이처럼, 지방대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뭘까요?

구영희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사실 지방대들은 경제적, 사회적 자원이 집중된 수도권에 비해 교육과 연구 환경도 불리합니다.

교수 연구비만 봐도,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학생에 비해 대학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현재 대학입학정원이 56만명 정도인데 대학갈 연령대의 인구는 계속 줄어, 2018학년도 이후에는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대학 전체 정원보다 적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이 크게 늘어난 건,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설립 요건이 완화되면서부터인데, 이후 2011년까지 63곳이나 생겼습니다.

대학의 증가세 속에 일부 지방 사립대 등 부실 대학들이 늘어나자 정부는 전반적인 구조개혁에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비리로 퇴출된 대학이 여섯 곳인데 모두 1996년 이후 생긴 지방 사립대 들입니다.

이렇게 재정은 부실하고 교육보다는 돈벌이에 더 관심이 있는 학교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경쟁력을 키우는 건 모든 대학들의 생존 조건일텐데요.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도 특성을 살려 주목받는 지방대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이 학과는 수시 지원 자격이 수능 수리 1등급으로 제한돼있는데도 경쟁률은 10대 1에 육박할 정도로 지원자가 많습니다.

입학과 동시에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손잡고 만든 '계약학과'로, 수업도 제품 생산에 맞춰졌습니다.

<인터뷰> 김현덕(경북대 모바일공학과장/삼성전자) : "미출시 단말기 등을 활용해서 졸업과 동시에 모바일분야 기술자가 될 수 있도록 양성..."

이 대학 간호학과는 첫 졸업예정자 29명이 모두 유명 대학 병원 등에 취업하게 됐습니다.

전원 기숙사 생활과 1년 4학기제로 다른 대학보다 평균 2-30학점 더 많은 고강도 실무교육을 받은 결괍니다.

<인터뷰> 손지하(우송대 간호학과 4년) : "힘들게 공부하고,실습했는데 전원이 취업이 확정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고요."0

한밭대는 일부 학과를 아예 대덕 연구개발특구로 옮겼습니다.

학교는 매일 인근 기업들과 회의를 열어 천 5백여개 업체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창업도 돕습니다.

이곳 기업들은 학생들에게 현장 실습 기회를 주고 지난해만도 천여명을 채용했습니다.

<인터뷰> 이병영(한밭대 산학협력단장) : "기업이 성장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우수학생들이 기업에 감으로써, 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어느 곳에나 있는 대학, 학과가 아닌, 나만의 강점을 갖추는 것이 생존하는 지방 대학의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구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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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1-24 21:31:52
    • 수정2013-01-29 10: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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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대학의 상황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당장,학생 수조차 채우지 못해 허덕이는 학교가 수두룩한데요,

지난해 수도권 외 지역 대학 가운데 5분의 1은, 재학생이 정원의 90%를 밑돌았습니다.

먼저 위기의 지방대 실태를 엄기숙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고 3이 될 학생들을 대상으로 때이른 대학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녹취> 입시설명회 : "거의 돈(등록금)을 안낸다고 보면 됩니다. 아시겠죠?"

싼 등록금, 높은 취업률을 제시하며 학교 홍보에 목청을 높이는 사람, 다름 아닌 대학 총장입니다.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겁니다.

교수들도 지역 사업체 대표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학생 취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원병관(강원도립대 총장) : "(체계적으로 교육시킬테니까 꼭 받아주십시오,) 한명이라도 더 취업시키고, 한명이라도 학생을 더 유치하기 위해서 총장의 체면을 떠나서"

학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지금, 지방 대학의 존폐가 달려있습니다.

이 대학 캠퍼스는 지난 1995년 개교 당시 학생수가 2천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새 주인을 기다리는 '매물' 신셉니다.

이 캠퍼스의 일부 학과는 신입생 충원률이 60%대 까지 떨어졌었습니다.

이런 학생 부족으로 개교 15년만에 문을 닫은 겁니다.

<녹취> 재단 관계자 : "내부적으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되야 된다는 내부적 판단인거고요"

이 대학은 총장의 교비 횡령과 내부 갈등을 겪으면서 학생들이 줄줄이 이탈했고 사실상 '재단매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대학들의 눈물겨운 생존전략, 그 뒤엔 이같은 현실에 대한 절박함이 깔려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이처럼, 지방대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뭘까요?

구영희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사실 지방대들은 경제적, 사회적 자원이 집중된 수도권에 비해 교육과 연구 환경도 불리합니다.

교수 연구비만 봐도,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학생에 비해 대학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현재 대학입학정원이 56만명 정도인데 대학갈 연령대의 인구는 계속 줄어, 2018학년도 이후에는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대학 전체 정원보다 적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이 크게 늘어난 건,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설립 요건이 완화되면서부터인데, 이후 2011년까지 63곳이나 생겼습니다.

대학의 증가세 속에 일부 지방 사립대 등 부실 대학들이 늘어나자 정부는 전반적인 구조개혁에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비리로 퇴출된 대학이 여섯 곳인데 모두 1996년 이후 생긴 지방 사립대 들입니다.

이렇게 재정은 부실하고 교육보다는 돈벌이에 더 관심이 있는 학교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경쟁력을 키우는 건 모든 대학들의 생존 조건일텐데요.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도 특성을 살려 주목받는 지방대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이 학과는 수시 지원 자격이 수능 수리 1등급으로 제한돼있는데도 경쟁률은 10대 1에 육박할 정도로 지원자가 많습니다.

입학과 동시에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손잡고 만든 '계약학과'로, 수업도 제품 생산에 맞춰졌습니다.

<인터뷰> 김현덕(경북대 모바일공학과장/삼성전자) : "미출시 단말기 등을 활용해서 졸업과 동시에 모바일분야 기술자가 될 수 있도록 양성..."

이 대학 간호학과는 첫 졸업예정자 29명이 모두 유명 대학 병원 등에 취업하게 됐습니다.

전원 기숙사 생활과 1년 4학기제로 다른 대학보다 평균 2-30학점 더 많은 고강도 실무교육을 받은 결괍니다.

<인터뷰> 손지하(우송대 간호학과 4년) : "힘들게 공부하고,실습했는데 전원이 취업이 확정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고요."0

한밭대는 일부 학과를 아예 대덕 연구개발특구로 옮겼습니다.

학교는 매일 인근 기업들과 회의를 열어 천 5백여개 업체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창업도 돕습니다.

이곳 기업들은 학생들에게 현장 실습 기회를 주고 지난해만도 천여명을 채용했습니다.

<인터뷰> 이병영(한밭대 산학협력단장) : "기업이 성장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우수학생들이 기업에 감으로써, 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어느 곳에나 있는 대학, 학과가 아닌, 나만의 강점을 갖추는 것이 생존하는 지방 대학의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구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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