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영양실조’ 세 자매, 반찬은 고추장 하나 뿐

입력 2013.01.31 (08:34) 수정 2013.01.3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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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반지하방에서 함께 살고 있던 10대 자매 세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어찌나 못 먹었는지 10대인데도 골다공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반찬은 고추장 하나였다고 하고요.

게다가 요즘 같은 추위에 난방도 안 하고, 전기도 거의 안 쓰고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김기흥 기자,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싶은데요.

더 믿기 어려운 건 부모가 있는데도, 이런 생활을 했다는 거에요.

<기자 멘트>

이들에게는 친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붓어머니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친아버지는 4년 전 일을 하겠다며 지방으로 떠난 뒤 발길을 끊었고 의붓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받은 돈 가운데 일부만을 세 자매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받은 돈이 생활비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10대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골다공증까지 앓게 됐다고 하는데요.

굶주린 세 자매가 발견된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세 자매는 바로 이 반지하방에서 2년 동안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웃들은 이들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듯 했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요. 그냥 비어있는 집인 줄 알았어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여기서 한 16년 장사했거든요. 이렇게 다니면 제가 다 알아요.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집안.

추운 겨울이지만 도시가스 공급을 중단했다는 안내장만 붙어 있었는데요.

이마저도 오래돼 보입니다.

이 싸늘한 방에서 세 자매는, 지난 21일 잔뜩 굶주린 채 발견됐습니다.

<녹취> 고양시청 관계자 (음성변조) : "(집안이) 상당히 많이 지저분하고 완전히 많이 안 좋고 곰팡이도 슬어 있고 (자매 중) 동생 두 명이 건강상태가 상당히 안 좋은 상태로 방치돼 있으니까..."

곧 병원으로 옮겨진 자매의 건강상태는 매우 심각했습니다.

뇌전증을 앓던 열여덟 살 둘째와 열다섯 살 막내는 발작으로 넘어져 허리뼈와 대퇴부가 골절된 상태였는데요.

특히 막내는 뼈에 염증이 생겨 긴급 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형수(명지병원 진료부원장) : "이 정도면 굉장히 심하거든요. 굉장히 애들이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응급실에 안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아이들은 극심한 영양실조로 어린 나이에 골다공증까지 앓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형수(명지병원 진료부원장) : "아이들은 넘어져도 골절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애들이 골다공증이 있어요. 골다공증이 심하고 그런 것으로 봐서는 혹시 영양결핍이 아닌가 하고 추정을 할 수 있죠."

오랫동안 단절된 생활을 하며 학교도 다니지 못한 아이들.

세 자매는 2년쯤 전 이 집으로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아버지 없이 의붓어머니와 함께였는데요.

<인터뷰> 문기덕(관장/경기고양 아동보호전문기관) : "친아버지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타지에서 경제활동을 한 걸로 파악됐고요. (그러면서 아이들을) 동거녀라고 할 수 있는 사람한테 부탁했고... (아이들은) 그 분을 '엄마'라고 지칭하고 있고요."

자매의 아버지는 의붓어머니에게 매달 80만원씩 생활비를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2년 전부터 집 한 번 가지 않았고, 송금 받은 돈 가운데 38만원만 아이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자매는 월세 23만원을 내고 남은 돈 15만원으로 한 달을 겨우 버텨야 했습니다.

<인터뷰> 안희선(상담원/경기고양 아동보호전문기관) : "최소한의 식량을 (구입한 것) 같아요. 전기밥솥에 라면이랑 쌀 조금이랑 해서 밥을 해먹거나 반찬은 고추장 큰 통을 사서 그걸 가지고 조금씩 나눠 먹었다고 들었어요."

의붓어머니는 집에 인터넷 전화기를 설치해 가끔 아이들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난방을 하지 말라거나 전기를 쓰지 말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보살핌’이 아닌 ‘관리’ 차원이었던 겁니다.

<인터뷰> 안희선(상담원/경기고양 아동보호전문기관) : "(문자에) 바로 답변을 하지 않을 때는 욕설이라든지 아니면 뭐 그런 식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한 것 같아요. 끼니나 그런 것들을 챙기려는 것 보다는 그분이 좀 '관리'하려고 하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가스 공급이 중단됐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게 이상해 건물 관리인이 의붓어머니에게 전화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난방을 계속 안 떼니까 그 여자한테 전화를 했었나 봐요. 그랬더니 그 여자가 자기네들을 가스 불을 무서워해서 안 쓰는 거라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자매의 아버지는 의붓어머니 말만 믿고 아이들이 잘 지내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데요.

하지만 세 자매를 사실상 감금해온 의붓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서로를 감시하라고 말하는 등 정신적인 학대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안희선(상담원/경기고양 아동보호전문기관) : "문자 하나로 아이들을 통제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잖아요. (아이들이) 굉장히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결국 이들은 더 이상 굶주림을 견디지 못했고, 첫째가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정을 공장을 운영하던 목사 부부가 첫째를 따라 집으로 갔다가 신고를 하게 됐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공장에) 얇은 옷 하나 입고 갔나 봐요. 막내가 자기네 죽을 것 같으니까 '언니 이제 나가서 돈 좀 벌어와' 그랬대요."

조금만 늦게 발견됐다면 세 자매에겐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녹취> 최초 목격자 : "다 해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되는 일이고... "

지난해 법이 개정된 만큼 이웃 등 주변사람이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할 경우, 아동보호기관은 해당 가정을 직접 방문해 조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정철(변호사) : "수사기관이 강제적으로 조취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고 볼 수 있는 거죠.(주변에서) 혹시 그런 일이 없었는지를 의심하고 적극적으로 아동기관에 신고하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경찰은 자매의 아버지와 내연녀가 아이들을 방치하고 감금, 협박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혐의가 입증되면 두 사람 모두 법에 따라 처벌 받게 되는데요.

<인터뷰> 김정철(변호사) : "아동복지법 17조에서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학대행위 (처벌대상)에는 '아동을 보호하는 보호자'라고 돼 있지 꼭 친권자로 한정돼 있지 않다는 거죠. 따라서 계모이거나 혼인신고가 정상적으로 돼있지 않더라도 아동을 현실적으로 보호감독하고 있었다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가 있는 거죠."

현재 자매 중 둘째와 셋째는 병원에 입원했고, 첫째는 이들을 발견한 목사 부부 집에 머물고 있는데요.

고양시는 자매를 긴급복지지원 대상으로 정해 치료비를 지원하고, 전세임대주택을 마련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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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영양실조’ 세 자매, 반찬은 고추장 하나 뿐
    • 입력 2013-01-31 08:36:03
    • 수정2013-01-31 14: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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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반지하방에서 함께 살고 있던 10대 자매 세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어찌나 못 먹었는지 10대인데도 골다공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반찬은 고추장 하나였다고 하고요. 게다가 요즘 같은 추위에 난방도 안 하고, 전기도 거의 안 쓰고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김기흥 기자,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싶은데요. 더 믿기 어려운 건 부모가 있는데도, 이런 생활을 했다는 거에요. <기자 멘트> 이들에게는 친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붓어머니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친아버지는 4년 전 일을 하겠다며 지방으로 떠난 뒤 발길을 끊었고 의붓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받은 돈 가운데 일부만을 세 자매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받은 돈이 생활비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10대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골다공증까지 앓게 됐다고 하는데요. 굶주린 세 자매가 발견된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세 자매는 바로 이 반지하방에서 2년 동안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웃들은 이들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듯 했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요. 그냥 비어있는 집인 줄 알았어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여기서 한 16년 장사했거든요. 이렇게 다니면 제가 다 알아요.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집안. 추운 겨울이지만 도시가스 공급을 중단했다는 안내장만 붙어 있었는데요. 이마저도 오래돼 보입니다. 이 싸늘한 방에서 세 자매는, 지난 21일 잔뜩 굶주린 채 발견됐습니다. <녹취> 고양시청 관계자 (음성변조) : "(집안이) 상당히 많이 지저분하고 완전히 많이 안 좋고 곰팡이도 슬어 있고 (자매 중) 동생 두 명이 건강상태가 상당히 안 좋은 상태로 방치돼 있으니까..." 곧 병원으로 옮겨진 자매의 건강상태는 매우 심각했습니다. 뇌전증을 앓던 열여덟 살 둘째와 열다섯 살 막내는 발작으로 넘어져 허리뼈와 대퇴부가 골절된 상태였는데요. 특히 막내는 뼈에 염증이 생겨 긴급 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형수(명지병원 진료부원장) : "이 정도면 굉장히 심하거든요. 굉장히 애들이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응급실에 안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아이들은 극심한 영양실조로 어린 나이에 골다공증까지 앓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형수(명지병원 진료부원장) : "아이들은 넘어져도 골절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애들이 골다공증이 있어요. 골다공증이 심하고 그런 것으로 봐서는 혹시 영양결핍이 아닌가 하고 추정을 할 수 있죠." 오랫동안 단절된 생활을 하며 학교도 다니지 못한 아이들. 세 자매는 2년쯤 전 이 집으로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아버지 없이 의붓어머니와 함께였는데요. <인터뷰> 문기덕(관장/경기고양 아동보호전문기관) : "친아버지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타지에서 경제활동을 한 걸로 파악됐고요. (그러면서 아이들을) 동거녀라고 할 수 있는 사람한테 부탁했고... (아이들은) 그 분을 '엄마'라고 지칭하고 있고요." 자매의 아버지는 의붓어머니에게 매달 80만원씩 생활비를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2년 전부터 집 한 번 가지 않았고, 송금 받은 돈 가운데 38만원만 아이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자매는 월세 23만원을 내고 남은 돈 15만원으로 한 달을 겨우 버텨야 했습니다. <인터뷰> 안희선(상담원/경기고양 아동보호전문기관) : "최소한의 식량을 (구입한 것) 같아요. 전기밥솥에 라면이랑 쌀 조금이랑 해서 밥을 해먹거나 반찬은 고추장 큰 통을 사서 그걸 가지고 조금씩 나눠 먹었다고 들었어요." 의붓어머니는 집에 인터넷 전화기를 설치해 가끔 아이들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난방을 하지 말라거나 전기를 쓰지 말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보살핌’이 아닌 ‘관리’ 차원이었던 겁니다. <인터뷰> 안희선(상담원/경기고양 아동보호전문기관) : "(문자에) 바로 답변을 하지 않을 때는 욕설이라든지 아니면 뭐 그런 식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한 것 같아요. 끼니나 그런 것들을 챙기려는 것 보다는 그분이 좀 '관리'하려고 하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가스 공급이 중단됐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게 이상해 건물 관리인이 의붓어머니에게 전화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난방을 계속 안 떼니까 그 여자한테 전화를 했었나 봐요. 그랬더니 그 여자가 자기네들을 가스 불을 무서워해서 안 쓰는 거라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자매의 아버지는 의붓어머니 말만 믿고 아이들이 잘 지내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데요. 하지만 세 자매를 사실상 감금해온 의붓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서로를 감시하라고 말하는 등 정신적인 학대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안희선(상담원/경기고양 아동보호전문기관) : "문자 하나로 아이들을 통제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잖아요. (아이들이) 굉장히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결국 이들은 더 이상 굶주림을 견디지 못했고, 첫째가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정을 공장을 운영하던 목사 부부가 첫째를 따라 집으로 갔다가 신고를 하게 됐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공장에) 얇은 옷 하나 입고 갔나 봐요. 막내가 자기네 죽을 것 같으니까 '언니 이제 나가서 돈 좀 벌어와' 그랬대요." 조금만 늦게 발견됐다면 세 자매에겐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녹취> 최초 목격자 : "다 해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되는 일이고... " 지난해 법이 개정된 만큼 이웃 등 주변사람이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할 경우, 아동보호기관은 해당 가정을 직접 방문해 조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정철(변호사) : "수사기관이 강제적으로 조취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고 볼 수 있는 거죠.(주변에서) 혹시 그런 일이 없었는지를 의심하고 적극적으로 아동기관에 신고하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경찰은 자매의 아버지와 내연녀가 아이들을 방치하고 감금, 협박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혐의가 입증되면 두 사람 모두 법에 따라 처벌 받게 되는데요. <인터뷰> 김정철(변호사) : "아동복지법 17조에서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학대행위 (처벌대상)에는 '아동을 보호하는 보호자'라고 돼 있지 꼭 친권자로 한정돼 있지 않다는 거죠. 따라서 계모이거나 혼인신고가 정상적으로 돼있지 않더라도 아동을 현실적으로 보호감독하고 있었다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가 있는 거죠." 현재 자매 중 둘째와 셋째는 병원에 입원했고, 첫째는 이들을 발견한 목사 부부 집에 머물고 있는데요. 고양시는 자매를 긴급복지지원 대상으로 정해 치료비를 지원하고, 전세임대주택을 마련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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