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적발 다음 날에도 동대문 시장에선…

입력 2013.02.05 (08:37) 수정 2013.02.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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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른바 짝퉁이라고 하죠.

외국의 유명 상표 제품을 그대로 본떠서 만드는 가짜 상표 제품인데요.

점점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데도,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진품과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A급 짝퉁이 더욱 은밀한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팔려 나가고 있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가짜 해외 고가품 가방을 만들고, 또 사고파는 현장을 추적했다고요.

<기자 멘트>

경찰이 동대문 시장 일대에 짝퉁 가방을 유통시킨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통상 이렇게 경찰의 단속이 이뤄지면 아무래도 업자들은 몸을 사리게 마련인데요.

하지만 이곳은 달랐습니다.

경찰이 단속이 이뤄진 다음날 취재진이 동대문 시장을 찾았는데요.

상가 점원들은 홍보책자를 보여주며 좋은 물건이 있다며 호객 행위까지 했습니다.

너무나 버젓이 사고 팔리는 짝퉁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의 소규모 공장가.

옷을 만드는 공장이 군데군데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한 공장은 다른 공장과 좀 달랐다고 합니다.

<녹취>인근 공장 직원 (음성변조) : "뭐하는 곳인지 몰라요."

<녹취>인근 공장 직원 (음성변조) : "저녁 때 깜깜할 때만 왔다가 가니까, 봉지만 들고 왔다 갔다 하고."

공장 근처, 인적이 드문 야산에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 있었습니다.

창고 안에 잔뜩 쌓여 있는 물건들은 바로 위조된 해외 유명 상표가 붙은 이른바 짝퉁 가방들이었습니다!

마흔일곱 살 정 모 씨는 가방 수백 개를 보관해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인터뷰>강일수(경위/서울 동대문경찰서) : "(가방을) 제작하면서 동시에 판매하는 게 아니고 (먼저 만든 뒤) 임시 보관했다가 (단속이) 멈칫하면 시장에 팔고, 또 다 팔리면 다시 제작하고 이런 식으로 하다가 (검거 됐습니다.)"

정 씨는 지난 2011부터 짝퉁 가방 3천 개를 만들 수 있는 원단을 재단해 제조업자 신 모 씨에게 팔아넘겼습니다.

시가 50억 원어치에 달하는 양인데요.

그리고 신 씨가 만든 짝퉁 가방을 납품받아 서울 동대문 시장 일대에 유통시켰습니다.

<녹취>피의자 (음성변조) : "밤 9시에서 10쯤 만나서 물건이 필요한 걸 가져다주고 돈 받고 했습니다. 물건을 외곽에 나와서 팔았습니다."

가방은 이른바 A급 짝퉁으로 시중에서 2,30만 원대에 거래됐다고 합니다. 가방은 진품을 본뜬 정도에 따라 ‘A급’과 ‘B’급으로 나뉘는데요.

A급은 일반인이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말 사람들은 이 A급 짝퉁 가방의 진위를 가려내지 못할까?

직접 거리로 나가 물어봤습니다.

이른바 짝퉁이란 걸 알아 챈 시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방이 진품이라고 하거나 모른다고 대답했는데요.

<인터뷰>시민 : "이거, 이게 진짜 같아요."

<인터뷰>시민 : "둘 다 가짜 같은데요."

<인터뷰>시민 : "(매장에서 진열된 진품이랑 거리에서 본 느낌이 어때요?)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시민 : "잘 몰라요. (둘 다 가짜예요.) 아 그래요?"

그렇다면 진품을 파는 백화점 해외 고가품 매장에선 어떨까?

<녹취>백화점 매장 직원 (음성변조) : "그런데 지금 외관상으로는..."

물건을 보자마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직원은 곧 매장에 진열된 제품을 가져와 보여줍니다.

<녹취>백화점 매장 직원 (음성변조) : "저희 (매장의) 똑같은 제품이에요. 그런데 조금은 달라요, 보시면. (일반적으로) 이런 장식은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지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겉으로 보기엔 ‘진짜 같은’ 가방들.

그래서인지 시민들은 스스로 만족한다면 불법이라 하더라도 짝퉁을 살 수 있다고도 합니다.

<녹취>시민 (음성변조) : "네. 가짜 (해외 고가품) 가지고 있는 거 하나 있어요."

<녹취>시민 (음성변조) : "요즘에는 거의 구분하기 힘든 세상이어서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문제는 이런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이른바 짝퉁 가방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어젯밤, 취재진은 직접 동대문 시장을 찾았습니다.

수십 억 대의 짝퉁 판매 조직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매장 점원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홍보책자까지 보여주며 물건을 권합니다.

그러면서 제품번호와 영수증도 있다고 덧붙이는데요.

<녹취>가짜 해외 고가품 판매상 (음성변조) : "좋은 거 보실래요, 그럼? 상품도 제일 고급이고 제품번호 아니면 영수증 같은 것도 구해줄 수 있고요. (이게 그럼 A급인 거예요?) 스페셜이에요."

개인에게는 이런 식으로 접근해 물건을 팔지만 유통업자와 좀 더 은밀하고도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는 게 한 옷가게 주인의 설명입니다.

<녹취>옷 가게 주인 (음성변조) : "도매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확실하게 기존 고객들하고만 (거래)하죠. 괜히 이상한 사람한테 팔다가 걸릴 수도 있고 그러니까..."

이번에 검거된 정 씨 역시 한 달에 많게는 다섯 번씩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영업에는 퀵서비스만을 이용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정 씨 일당은 또 가방의 제작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히 분업화했습니다.

<인터뷰>이진학(팀장 / 서울 동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단속에 대비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재단, 가공, 조립 등 철저하게 분업형태로 이뤄졌으며, 속칭 '떳다방' 식으로 만들고 빠지는..."

가방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그만둔 정 씨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벌써 두 번째 구속됐습니다.

<녹취>피의자 (음성변조) : "(가방 제조업체 퇴사 후) 식당이나 이런 걸 하다가 어려워서 (지인이) 유혹을 하는데 빠져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됐어요."

경찰은 정 씨를 구속하고, 가짜 해외 고가품을 만든 신 모 씨를 지명 수배했습니다.

또 동대문 일대 소매상인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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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적발 다음 날에도 동대문 시장에선…
    • 입력 2013-02-05 08:38:29
    • 수정2013-02-05 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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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른바 짝퉁이라고 하죠. 외국의 유명 상표 제품을 그대로 본떠서 만드는 가짜 상표 제품인데요. 점점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데도,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진품과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A급 짝퉁이 더욱 은밀한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팔려 나가고 있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가짜 해외 고가품 가방을 만들고, 또 사고파는 현장을 추적했다고요. <기자 멘트> 경찰이 동대문 시장 일대에 짝퉁 가방을 유통시킨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통상 이렇게 경찰의 단속이 이뤄지면 아무래도 업자들은 몸을 사리게 마련인데요. 하지만 이곳은 달랐습니다. 경찰이 단속이 이뤄진 다음날 취재진이 동대문 시장을 찾았는데요. 상가 점원들은 홍보책자를 보여주며 좋은 물건이 있다며 호객 행위까지 했습니다. 너무나 버젓이 사고 팔리는 짝퉁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의 소규모 공장가. 옷을 만드는 공장이 군데군데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한 공장은 다른 공장과 좀 달랐다고 합니다. <녹취>인근 공장 직원 (음성변조) : "뭐하는 곳인지 몰라요." <녹취>인근 공장 직원 (음성변조) : "저녁 때 깜깜할 때만 왔다가 가니까, 봉지만 들고 왔다 갔다 하고." 공장 근처, 인적이 드문 야산에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 있었습니다. 창고 안에 잔뜩 쌓여 있는 물건들은 바로 위조된 해외 유명 상표가 붙은 이른바 짝퉁 가방들이었습니다! 마흔일곱 살 정 모 씨는 가방 수백 개를 보관해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인터뷰>강일수(경위/서울 동대문경찰서) : "(가방을) 제작하면서 동시에 판매하는 게 아니고 (먼저 만든 뒤) 임시 보관했다가 (단속이) 멈칫하면 시장에 팔고, 또 다 팔리면 다시 제작하고 이런 식으로 하다가 (검거 됐습니다.)" 정 씨는 지난 2011부터 짝퉁 가방 3천 개를 만들 수 있는 원단을 재단해 제조업자 신 모 씨에게 팔아넘겼습니다. 시가 50억 원어치에 달하는 양인데요. 그리고 신 씨가 만든 짝퉁 가방을 납품받아 서울 동대문 시장 일대에 유통시켰습니다. <녹취>피의자 (음성변조) : "밤 9시에서 10쯤 만나서 물건이 필요한 걸 가져다주고 돈 받고 했습니다. 물건을 외곽에 나와서 팔았습니다." 가방은 이른바 A급 짝퉁으로 시중에서 2,30만 원대에 거래됐다고 합니다. 가방은 진품을 본뜬 정도에 따라 ‘A급’과 ‘B’급으로 나뉘는데요. A급은 일반인이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말 사람들은 이 A급 짝퉁 가방의 진위를 가려내지 못할까? 직접 거리로 나가 물어봤습니다. 이른바 짝퉁이란 걸 알아 챈 시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방이 진품이라고 하거나 모른다고 대답했는데요. <인터뷰>시민 : "이거, 이게 진짜 같아요." <인터뷰>시민 : "둘 다 가짜 같은데요." <인터뷰>시민 : "(매장에서 진열된 진품이랑 거리에서 본 느낌이 어때요?)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시민 : "잘 몰라요. (둘 다 가짜예요.) 아 그래요?" 그렇다면 진품을 파는 백화점 해외 고가품 매장에선 어떨까? <녹취>백화점 매장 직원 (음성변조) : "그런데 지금 외관상으로는..." 물건을 보자마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직원은 곧 매장에 진열된 제품을 가져와 보여줍니다. <녹취>백화점 매장 직원 (음성변조) : "저희 (매장의) 똑같은 제품이에요. 그런데 조금은 달라요, 보시면. (일반적으로) 이런 장식은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지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겉으로 보기엔 ‘진짜 같은’ 가방들. 그래서인지 시민들은 스스로 만족한다면 불법이라 하더라도 짝퉁을 살 수 있다고도 합니다. <녹취>시민 (음성변조) : "네. 가짜 (해외 고가품) 가지고 있는 거 하나 있어요." <녹취>시민 (음성변조) : "요즘에는 거의 구분하기 힘든 세상이어서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문제는 이런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이른바 짝퉁 가방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어젯밤, 취재진은 직접 동대문 시장을 찾았습니다. 수십 억 대의 짝퉁 판매 조직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매장 점원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홍보책자까지 보여주며 물건을 권합니다. 그러면서 제품번호와 영수증도 있다고 덧붙이는데요. <녹취>가짜 해외 고가품 판매상 (음성변조) : "좋은 거 보실래요, 그럼? 상품도 제일 고급이고 제품번호 아니면 영수증 같은 것도 구해줄 수 있고요. (이게 그럼 A급인 거예요?) 스페셜이에요." 개인에게는 이런 식으로 접근해 물건을 팔지만 유통업자와 좀 더 은밀하고도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는 게 한 옷가게 주인의 설명입니다. <녹취>옷 가게 주인 (음성변조) : "도매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확실하게 기존 고객들하고만 (거래)하죠. 괜히 이상한 사람한테 팔다가 걸릴 수도 있고 그러니까..." 이번에 검거된 정 씨 역시 한 달에 많게는 다섯 번씩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영업에는 퀵서비스만을 이용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정 씨 일당은 또 가방의 제작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히 분업화했습니다. <인터뷰>이진학(팀장 / 서울 동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단속에 대비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재단, 가공, 조립 등 철저하게 분업형태로 이뤄졌으며, 속칭 '떳다방' 식으로 만들고 빠지는..." 가방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그만둔 정 씨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벌써 두 번째 구속됐습니다. <녹취>피의자 (음성변조) : "(가방 제조업체 퇴사 후) 식당이나 이런 걸 하다가 어려워서 (지인이) 유혹을 하는데 빠져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됐어요." 경찰은 정 씨를 구속하고, 가짜 해외 고가품을 만든 신 모 씨를 지명 수배했습니다. 또 동대문 일대 소매상인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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