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만 노래하란 법 있나…병풍들의 반란이죠”

입력 2013.02.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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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 '병풍 탈출 프로젝트'..드러머가 노래한 '소주 한잔' 발표

"보컬말고 다 병풍이지 뭐~."(드러머 황현성)

"보컬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기타리스트 정민준)

4인조 록밴드 노브레인의 두 멤버가 불만을 토로한다. 이어 보컬인 이성우가 무대 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오자 황현성이 발로 걷어차며 마이크를 낚아채 노래한다.

노브레인이 최근 발표한 신곡 '소주 한잔' 티저의 한 장면이다.

이들은 악동이란 별명답게 무척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냈다. 밴드의 보컬에 존재감이 가려진 연주자들이 무대 앞으로 나서 노래하는 일명 '병풍 탈출 프로젝트'다.

여기서 말하는 '병풍'이란 요즘 세대에게 주로 통용되는 '존재감 없이 장식이나 배경 정도로 여겨지는 사람들'이란 뜻. 황현성이 작사, 작곡하고 노래한 '소주 한잔'은 이 프로젝트의 1탄이다.

6일 을지로에서 인터뷰한 멤버들은 이번 프로젝트는 무척 자연스럽게 진행됐다고 했다.

"노브레인 7집을 준비하며 각자 곡을 썼죠. 소주를 좋아하는 전 제 경험담을 담은 '소주 한잔'을 만들어 가이드 녹음을 했어요. 좀 가벼운 곡이어서 성우 형이 싫어할 것 같았죠. 노브레인 음반에 안 어울린다는 결론이 났는데 묻히지 말고 발표하기로 했죠. 멤버들 중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노래 맛을 살려야 하니 제가 부르고 싶다고 했죠. 하하."(황현성)

정민준과 베이시스트 정우용은 "병풍끼리 소심한 작전을 짜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낄낄' 댔다.

이성우는 조심스레 말을 건넨 황현성의 제안에 "네 생각을 자신있게 리드해보라"며 선뜻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는 황현성에게 노래할 때의 호흡 안배법 등 보컬 트레이닝을 해주고 무대 동선도 가르쳐줬다.

이성우는 "지금껏 현성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 처음 봤다"며 "뮤직비디오 감독이 회의에 지쳐 현성이를 '사이코 패스'라고 했을 정도였다. 어제 '소주 한잔'으로 방송 무대에 한번 섰는데 나와 다른 에너지를 내는 현성이를 보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보컬의 옆과 뒤에 자리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떨어지기 마련. 노브레인 멤버들에게도 그래서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공연장에 일렬로 들어가는데 경호원이 성우 형을 들여보낸 뒤 우릴 막은 적도 있어요. 하하."(황현성)

"홍대를 벗어나면 성우 형과 딱 붙어있어야 우리가 노브레인 멤버인 줄 알죠. 한번은 어떤 사람이 제 얼굴을 본 적이 있다며 횟집에서 일하냐고 묻더군요. 껄껄."(정민준)

멤버들은 연주자가 독립된 음악가라기 보다 보컬을 받쳐주는 조력자로만 인식되는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행인 건 백두산의 김도균 선배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된 건 변화"라며 "엑스재팬의 드러머인 요시키,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인 한경록처럼 보컬이 아니어도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뮤지션이 나오는 걸 보면 세상 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확실한 건 이번 프로젝트는 설움과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재미있자고 하는 짓"이라며 "병풍은 최악의 단어이지만 해학적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라고 한바탕 웃었다.

정민준은 "병풍들은 세상 탓만 할 게 아니라 직접 들이대고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건 멤버들 간의 끈끈한 믿음 덕이다. 함께 기획사 록스타뮤직앤라이브를 차린 멤버들은 공연과 음반, 저작권까지 모든 수익을 균등하게 배분한다.

이성우는 "노브레인과 관련없는 개인 활동 빼고는 저작권 수익까지 4등분 한다"고, 정민준은 "밴드가 수익 분배 등으로 갈등이 생기고 망가지는 걸 많이 보면서 우린 그러지 말자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도전에 불이 붙은 이들은 다음달 미국으로 건너 가 넓은 세상에 부딪혀본다.

국내 밴드와 뮤지션의 해외 공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서울소닉(Seoulsonic)'을 통해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참가하고 미국의 여러 지역을 돌며 공연한다.

이성우는 "4월 초까지 한달간 미국에 머물며 텍사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며 공연한다"며 "영어 실력이 걱정이지만 관객을 휘어잡는 건 음악이란 확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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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컬만 노래하란 법 있나…병풍들의 반란이죠”
    • 입력 2013-02-06 22:16:51
    연합뉴스
노브레인 '병풍 탈출 프로젝트'..드러머가 노래한 '소주 한잔' 발표 "보컬말고 다 병풍이지 뭐~."(드러머 황현성) "보컬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기타리스트 정민준) 4인조 록밴드 노브레인의 두 멤버가 불만을 토로한다. 이어 보컬인 이성우가 무대 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오자 황현성이 발로 걷어차며 마이크를 낚아채 노래한다. 노브레인이 최근 발표한 신곡 '소주 한잔' 티저의 한 장면이다. 이들은 악동이란 별명답게 무척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냈다. 밴드의 보컬에 존재감이 가려진 연주자들이 무대 앞으로 나서 노래하는 일명 '병풍 탈출 프로젝트'다. 여기서 말하는 '병풍'이란 요즘 세대에게 주로 통용되는 '존재감 없이 장식이나 배경 정도로 여겨지는 사람들'이란 뜻. 황현성이 작사, 작곡하고 노래한 '소주 한잔'은 이 프로젝트의 1탄이다. 6일 을지로에서 인터뷰한 멤버들은 이번 프로젝트는 무척 자연스럽게 진행됐다고 했다. "노브레인 7집을 준비하며 각자 곡을 썼죠. 소주를 좋아하는 전 제 경험담을 담은 '소주 한잔'을 만들어 가이드 녹음을 했어요. 좀 가벼운 곡이어서 성우 형이 싫어할 것 같았죠. 노브레인 음반에 안 어울린다는 결론이 났는데 묻히지 말고 발표하기로 했죠. 멤버들 중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노래 맛을 살려야 하니 제가 부르고 싶다고 했죠. 하하."(황현성) 정민준과 베이시스트 정우용은 "병풍끼리 소심한 작전을 짜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낄낄' 댔다. 이성우는 조심스레 말을 건넨 황현성의 제안에 "네 생각을 자신있게 리드해보라"며 선뜻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는 황현성에게 노래할 때의 호흡 안배법 등 보컬 트레이닝을 해주고 무대 동선도 가르쳐줬다. 이성우는 "지금껏 현성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 처음 봤다"며 "뮤직비디오 감독이 회의에 지쳐 현성이를 '사이코 패스'라고 했을 정도였다. 어제 '소주 한잔'으로 방송 무대에 한번 섰는데 나와 다른 에너지를 내는 현성이를 보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보컬의 옆과 뒤에 자리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떨어지기 마련. 노브레인 멤버들에게도 그래서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공연장에 일렬로 들어가는데 경호원이 성우 형을 들여보낸 뒤 우릴 막은 적도 있어요. 하하."(황현성) "홍대를 벗어나면 성우 형과 딱 붙어있어야 우리가 노브레인 멤버인 줄 알죠. 한번은 어떤 사람이 제 얼굴을 본 적이 있다며 횟집에서 일하냐고 묻더군요. 껄껄."(정민준) 멤버들은 연주자가 독립된 음악가라기 보다 보컬을 받쳐주는 조력자로만 인식되는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행인 건 백두산의 김도균 선배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된 건 변화"라며 "엑스재팬의 드러머인 요시키,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인 한경록처럼 보컬이 아니어도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뮤지션이 나오는 걸 보면 세상 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확실한 건 이번 프로젝트는 설움과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재미있자고 하는 짓"이라며 "병풍은 최악의 단어이지만 해학적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라고 한바탕 웃었다. 정민준은 "병풍들은 세상 탓만 할 게 아니라 직접 들이대고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건 멤버들 간의 끈끈한 믿음 덕이다. 함께 기획사 록스타뮤직앤라이브를 차린 멤버들은 공연과 음반, 저작권까지 모든 수익을 균등하게 배분한다. 이성우는 "노브레인과 관련없는 개인 활동 빼고는 저작권 수익까지 4등분 한다"고, 정민준은 "밴드가 수익 분배 등으로 갈등이 생기고 망가지는 걸 많이 보면서 우린 그러지 말자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도전에 불이 붙은 이들은 다음달 미국으로 건너 가 넓은 세상에 부딪혀본다. 국내 밴드와 뮤지션의 해외 공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서울소닉(Seoulsonic)'을 통해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참가하고 미국의 여러 지역을 돌며 공연한다. 이성우는 "4월 초까지 한달간 미국에 머물며 텍사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며 공연한다"며 "영어 실력이 걱정이지만 관객을 휘어잡는 건 음악이란 확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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