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베이비부머 은퇴 시작…부족한 ‘노후 준비’

입력 2013.02.08 (21:22) 수정 2013.02.0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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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은퇴자 : "소일거리도 없고, 어영부영 이렇게 허송세월 보내는 거 아니야…."

<녹취> "술이나 뭐 먹을 생각만 하고, 어디 앉으면 그냥 화투 칠 생각이나 하고…."

<앵커 멘트>

무위고(無爲苦).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힘든 노년의 고통을 가리키는 말이죠.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 730만 명, 이른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후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시간은 남지만 할 일이 없고, 돈은 없어서 방황하는 은퇴자들의 일상을 남승우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은퇴 후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60대 남성.

신문을 읽고, TV를 보고, 마당을 거닐어 보지만, 시간은 더디게 흘러갈 뿐입니다.

<녹취> 은퇴자 : "재미있는 시간, 보람 있는 시간, 즐거운 시간을 좀 가질까 싶어도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어요."

막상 은퇴를 했지만 쉴 새도 없이 다시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가정을 위해,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바람에 정작 자신의 노후 생계는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힘겨운 마음에 우울증을 겪거나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기도 합니다.

<녹취> 은퇴자(음성 변조) : "바위까지 올라 갔었어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나에게 오느냐…."

먼 훗날의 일만 같던 은퇴가 갑작스레 다가온 현실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방황하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권은경(한국웃음치료협회장) :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해서요, 다 키워놓고 또 할 일 다 끝내 놓으니까, 막상 내가 시간을 써야할 것을 어떻게 써야할 지를 모르고…."

730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 대비를 못한 이들의 탈출구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앵커 멘트>

앞서 보신 것처럼 은퇴 이후의 삶을 인생의 자투리 시간으로 생각한다면 막상 무엇을 할지 막막할 겁니다.

그러면 우리 국민은 은퇴 준비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곽혜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우리 국민의 은퇴 준비 상황을 점수로 매겨봤습니다.

건강은 75점으로 합격점, 대인 관계도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준비는 47점으로 겨우 낮은 단계를 면했지만 여가 생활 준비는 46점, 전체 영역 가운데 꼴찌입니다.

준비가 미흡하다 보니 은퇴 이후의 삶은 순탄치 않습니다.

10명 가운데 6명이 자식들한테 해줄 게 없어서, 시간을 보낼 방법을 몰라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가장의 은퇴는 가족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중장년 여성의 71%가 "집에 있는 남편 챙기기가 부담된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남성들도 66%가 "퇴직하고 나면 집에서 시간 보내기가 눈치보인다"며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돈 벌기도 바쁜데 무슨 은퇴 준비냐,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은퇴 후 주어진 시간을 따져볼까요?

하루에 11시간씩, 평균 수명을 고려해 앞으로 20년만 잡아도 어림잡아 8만 시간이 넘는 인생이 은퇴자들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긴 노후, 인생의 2막을 어떻게 짜임새 있게 꾸려나가야 할지 모은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취미생활을 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중년 여성들은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혜순(60살) : "굉장히 즐겁게 시간이 바쁘죠. 거의 여자분이고 만약에 30명이라고 하면 한 다섯 명 정도? 남자분들은."

은퇴자들이 힘든 건 직장 위주로 맺어왔던 사회적 관계망이 갑자기 끊어지기 때문.

현역 때의 특기를 살려 취미나 봉사에 눈을 돌리면 새로운 역할에 빨리 적응하고 시행착오도 줄어듭니다.

40년 넘게 교편을 잡았던 이 은퇴자도 만학도 주부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류갑현(전직 초등학교 교장) : "소속감도 갖고 또 이분들이 깨우쳐서 자기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를 얻게 되니까 우리 스스로 자긍심이 되고. 노후 설계의 기본은 경제적 여건."

재정상태를 꼼꼼히 따져 두어야 여가를 취미형으로 보낼지 생산형으로 할지, 설계할 수 있습니다.

평생학습을 통해 수십 년 몰두했던 업무를 벗어나 시야를 넓히는 것도 필수 권장사항입니다.

<인터뷰> 전기보(행복한 은퇴연구소장) : "적절한 일과, 여가와, 자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학습으로 잘 구성을 해서 좋은 관계를 맺어나가는 훈련들이 필요하다는 거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확 늘기 때문에, 배우자와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등 공통 관심사를 만드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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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베이비부머 은퇴 시작…부족한 ‘노후 준비’
    • 입력 2013-02-08 21:24:51
    • 수정2013-02-08 22: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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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은퇴자 : "소일거리도 없고, 어영부영 이렇게 허송세월 보내는 거 아니야…."

<녹취> "술이나 뭐 먹을 생각만 하고, 어디 앉으면 그냥 화투 칠 생각이나 하고…."

<앵커 멘트>

무위고(無爲苦).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힘든 노년의 고통을 가리키는 말이죠.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 730만 명, 이른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후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시간은 남지만 할 일이 없고, 돈은 없어서 방황하는 은퇴자들의 일상을 남승우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은퇴 후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60대 남성.

신문을 읽고, TV를 보고, 마당을 거닐어 보지만, 시간은 더디게 흘러갈 뿐입니다.

<녹취> 은퇴자 : "재미있는 시간, 보람 있는 시간, 즐거운 시간을 좀 가질까 싶어도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어요."

막상 은퇴를 했지만 쉴 새도 없이 다시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가정을 위해,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바람에 정작 자신의 노후 생계는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힘겨운 마음에 우울증을 겪거나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기도 합니다.

<녹취> 은퇴자(음성 변조) : "바위까지 올라 갔었어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나에게 오느냐…."

먼 훗날의 일만 같던 은퇴가 갑작스레 다가온 현실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방황하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권은경(한국웃음치료협회장) :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해서요, 다 키워놓고 또 할 일 다 끝내 놓으니까, 막상 내가 시간을 써야할 것을 어떻게 써야할 지를 모르고…."

730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 대비를 못한 이들의 탈출구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앵커 멘트>

앞서 보신 것처럼 은퇴 이후의 삶을 인생의 자투리 시간으로 생각한다면 막상 무엇을 할지 막막할 겁니다.

그러면 우리 국민은 은퇴 준비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곽혜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우리 국민의 은퇴 준비 상황을 점수로 매겨봤습니다.

건강은 75점으로 합격점, 대인 관계도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준비는 47점으로 겨우 낮은 단계를 면했지만 여가 생활 준비는 46점, 전체 영역 가운데 꼴찌입니다.

준비가 미흡하다 보니 은퇴 이후의 삶은 순탄치 않습니다.

10명 가운데 6명이 자식들한테 해줄 게 없어서, 시간을 보낼 방법을 몰라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가장의 은퇴는 가족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중장년 여성의 71%가 "집에 있는 남편 챙기기가 부담된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남성들도 66%가 "퇴직하고 나면 집에서 시간 보내기가 눈치보인다"며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돈 벌기도 바쁜데 무슨 은퇴 준비냐,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은퇴 후 주어진 시간을 따져볼까요?

하루에 11시간씩, 평균 수명을 고려해 앞으로 20년만 잡아도 어림잡아 8만 시간이 넘는 인생이 은퇴자들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긴 노후, 인생의 2막을 어떻게 짜임새 있게 꾸려나가야 할지 모은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취미생활을 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중년 여성들은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혜순(60살) : "굉장히 즐겁게 시간이 바쁘죠. 거의 여자분이고 만약에 30명이라고 하면 한 다섯 명 정도? 남자분들은."

은퇴자들이 힘든 건 직장 위주로 맺어왔던 사회적 관계망이 갑자기 끊어지기 때문.

현역 때의 특기를 살려 취미나 봉사에 눈을 돌리면 새로운 역할에 빨리 적응하고 시행착오도 줄어듭니다.

40년 넘게 교편을 잡았던 이 은퇴자도 만학도 주부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류갑현(전직 초등학교 교장) : "소속감도 갖고 또 이분들이 깨우쳐서 자기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를 얻게 되니까 우리 스스로 자긍심이 되고. 노후 설계의 기본은 경제적 여건."

재정상태를 꼼꼼히 따져 두어야 여가를 취미형으로 보낼지 생산형으로 할지, 설계할 수 있습니다.

평생학습을 통해 수십 년 몰두했던 업무를 벗어나 시야를 넓히는 것도 필수 권장사항입니다.

<인터뷰> 전기보(행복한 은퇴연구소장) : "적절한 일과, 여가와, 자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학습으로 잘 구성을 해서 좋은 관계를 맺어나가는 훈련들이 필요하다는 거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확 늘기 때문에, 배우자와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등 공통 관심사를 만드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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