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가 남긴 언론 숙제

입력 2013.02.09 (09:08) 수정 2013.02.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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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30일, 나로호 발사 성공소식에 전국이 들썩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룬 성공에 언론도 기쁨을 함께 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은 우주 강국에 대한 청사진을 쏟아냈는데요,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 현실과 그간의 시행착오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디어비평 첫 순서, 나로호 발사 성공의 흥분 속에 언론이 놓친 건 없었는지, 구경하 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질문> 구기자, 잇단 발사 연기와 실패 끝에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고 언론 보도가 집중됐죠?

<답변>

나로호 소식은 발사에서 위성과의 교신, 우주에서 보낸 영상까지 시시각각 신속하게 전달됐는데요,

하지만 발사 성공에만 집중한 나머지 국가적 행사로 다루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 수요일 오후 4시, 긴장 속에 나로우주센터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녹취> KBS 뉴스특보(1.30 16:00) : "마침내 나로호가 지구를 박차고 우주를 향해 솟아올랐습니다."

9분 뒤, 나로호 발사체가 나로과학위성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면서 발사가 성공했다는 공식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KBS 1.30 김가림 리포트 이주호(교과부장관) : “각종 자료 분석 결과, 나로호가 나로과학위성을 목표궤도에 진입시켜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말씀드립니다”

국민들은 환호했고 언론들은 축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녹취> SBS 1.30 한정원 리포트 : "가까운 곳에서 역사적 장면을 확인한 시민은 가슴찡한 감격에 목이 메었습니다. 김정남(관람객)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여기까지와서 네시간씩 달려와서 본 보람이 있습니다. 참 행복합니다”

KBS, MBC, SBS 방송 3사는 첨단 촬영기법을 동원해서 찍은 발사 장면을 반복해 보여줬고 저녁 뉴스에는 나로호 발사 성공 보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KBS는 전체 25개 보도 중 열 아홉개 꼭지를 보도했고, MBC는 27개 중 12개, SBS는 24개 중 8개였습니다.

<녹취> MBC 1.30 문형철 리포트 :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세계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오른 오늘, 이곳 나로우주센터는 열광과 흥분으로 가득한 모습입니다."

다음날 신문들도 나로호를 1면의 머릿기사로 올렸습니다.

핵심 기술인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수입했지만 한국 첫 우주 발사체라고 표현했습니다.

<녹취> 중앙 1.31 1면 : "가장 길었던 9분, 나로호 마침내 날았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3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5천만 국민의 염원을 담은 비상이었고,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신문들은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했다며 국가적 차원의 자부심을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이룬 것이 별로 없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조선 1.31 1면 : "<나로호 성공…냉정히 보면 러시아의 성공> 나로호는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나가는 힘의 대부분을 내는 1단 액체 연료 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2단 소형 고체 연료 로켓만 우리가 개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에서 우주왕복선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기술계 원로 정선종 박사는 나로호 관련 보도들이 나로호를 통해 이뤄낸 기술 수준에 비해 요란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정선종(박사) : "로켓발사는 성공 했어요, 3번 만에. 그러나 나로호 사업은 실패예요. 왜냐하면 사업의 목적이 로켓 기술을 러시아에서 이전 받아오는 것인데 그 목적 달성을 못 했거든요."

이전 로켓발사 보도와 비교해보면 언론은 나로호 발사에 유난히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는 점은 분명해보입니다.

<녹취> KBS. 2002.11.28. 박재용 리포트 : "이제 우리도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쏘아올릴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갖게 됐습니다."

2002년 발사에 성공한 KSR-3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액체연료 로켓으로 앞으로 개발될 한국형 발사체에 토대가 되는 원천기술입니다.

기술적으로 나로호 발사에 비견할 만한 성과지만 당시 언론보도는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KBS는 2꼭지로 보도했고 MBC와 SBS는 각각 1개에 그쳤습니다.

나로호는 러시아에 핵심 엔진기술을 의존한데다 기술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시험 발사였지만, 정부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습니다.

언론 역시 여기에 편승하면서 한 순간에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발사 장면에 집중하는 흥미 위주의 보도 태도를 보인 셈입니다.

<질문> 사실 나로호는 발사가 지연되고 두차례 실패하면서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는데요,

결과적으로 나로호 발사가 성공을 하니까 보도량은 많으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잦아든 것 같아요?

<답변>

네, 나로호는 10여 년에 걸친 장기 국책사업으로 추진됐습니다.

논란이 많았던 만큼 발사 성공여부와 별개로 성과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국내 언론 보도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언론은 세계의 이목이 나로호 발사 성공에 쏠려있다며 외신 반응 역시 한국 우주기술의 성취를 중심으로 전했습니다.

<녹취> KBS 1.30 연규선 리포트 : "나로호 사업에 공동 참여한 러시아도 한국이 사실상 우주클럽에 가입하게 됐다며 발사 성공을 축하했습니다. 한국은 곧 우주 강국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녹취> 한겨레 1.31 2면 : "외신들은 주로 지난해 12월 북한이 로켓 발사를 성공시킨 데 이어 한국도 발사에 성공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러시아 언론은 나로호 발사의 의미를 다르게 짚었습니다.

<녹취> 모스크바=연합뉴스 1.31 : "한국 나로호 발사가 러시아가 올해 말 시험 발사할 예정인 신형 '앙가라' 로켓의 첫번째 비행실험이었다고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가 31일 확인했다."

나로호 사업 과정에서 러시아에서 수입한 1단 엔진은 최대 논란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자, 나로호가 러시아가 독자 개발한 로켓의 첫 비행 실험 기회로 활용되기도 했다는 점을 국내 언론은 대부분 다루지 않았습니다.

한국 우주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실체가 없는 스페이스 클럽, 즉 우주클럽 가입을 두고 저마다 순위를 해석하기 바빴습니다.

<녹취> 중앙 1.31 04면 : "스페이스 클럽, 북한 이어 세계 11번째? 한국이 머뭇거리는 새 지난해 12월 북한이 은하3 로켓으로 광명성 3호를 쏘아올리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북한의 스페이스 클럽 가입을 인정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한국의 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이스클럽은 자국 발사장에서 자국 발사체로 자국의 위성을 쏘아올린 국가를 뜻하는 상징적인 개념입니다.

실제로 공인 기구나 단체가 없을뿐더러 국제적인 기준도 없어 소모적인 논란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 <인터뷰> 장영근(교수) : "스페이스 클럽이라는 원래 의미가 우주강국을 상징하는 표현이었는데. 실질적으로 이제 우리도 마찬가지로 나로호 성공을 했어요, 그러면 진짜 우리가 우주강국이냐. 되돌아볼 필요가 있고요. 또 저는 뭐 이란이나 북한이 우주강국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외신들은 남과 북의 스페이스 클럽 순위 경쟁보다는 로켓 발사 경쟁이 초래할 동북아 정세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미국 CNN 1.31 : "중국, 인도 같은 주변국들이 독자적으로 우주개발을 해온 것이 한국의 이번 발사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습니까?"

특히 동북아 주변국들은 우주기술의 군사적 측면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북한이 3차 핵실험의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녹취> 중국 인민일보 1.31 : "위성을 발사하는 로켓 기술은 탄도 미사일 기술로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나로호 발사로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녹취> 일본 요미우리 1.31 : "한국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에 북한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세 번째의 핵실험을 위한 구실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나로호 개발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인해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 계획을 당초 목표보다 5년 앞당기면서 시작됐습니다.

국내 언론은 분단 상황에서 나로호 개발에 담긴 전략적 의미에 대해서는 외신을 인용해 보도할 뿐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신보현(교수) : "현대전 특히 미래전으로 갈수록 우주공간이 군사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것이 자명한 사실인데요, 우리가 1.5t의 탑재체를 600∼800km 정도의 위성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그러한 계기를 만들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저는 판단을 합니다."

<질문>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서 정치권으로부터 우주개발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 가능한지 검증 없이 언론을 타고 있죠?

<답변>

네,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항공우주기술은 외국에서 기술이전도 쉽지 않고 독자 기술 개발에는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요,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권의 요구를 언론도 여과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자, 달 무인 탐사선 계획 등을 앞당기자는 정치권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정치권의 요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검증 없이 전달하면서 국민들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녹취> MBC 1.31 나현호 리포트 : "앞으로 5년 뒤에는 우주 독립국의 꿈을 이루고 10년 뒤에는 달 표면에서 나부끼는 태극기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녹취> 동아 2.5 6면 : “북한의 로켓기술 3년내 추월 가능… 그렇게 얘기해서 국민 안심시키자”

하지만 과학자들은 실제 조기 개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인터뷰> 장영근(교수) : "그러려면 75톤 엔진, 단일 엔진은 내년쯤에 나와야 되는 거죠. 지금 13년인데 제가 아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현재 단계는 작년에 시스템 설계를 했고요. 지금 현재 예비설계, 기본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상세설계도 해야 되고 갈 길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런 얘기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저는 기술자 측면에서 보면 좀 황당하죠."

지난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도 정치권의 요구로 발사 목표 일정이 2010년에서 2005년으로 앞당겨졌습니다.

이로 인해 당초 목표인 독자기술개발에서 해외기술 수입으로 방향이 전환됐고 러시아와 공동개발도 차질을 빚으면서 첫 발사는 목표보다 4년 늦은 2009년에야 이뤄졌습니다.

기술개발 속도를 감안하지 않은 정치권의 미래 예측이나 요구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자칫 혼란만 부추길 수 있습니다.

또, 국민에게 큰 기대와 실망을 거듭하게 해 과학 국책 사업에 대한 신뢰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덕환(교수) : "희망사항은 희망사항 정도로 언론에서 취급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마치 절대 절명의 목표인 것처럼 보도를 하는 것이 전 문제이고 그런 보도가 국민들을 굉장히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죠."

<질문> 이제 한국이 우주 문을 열게 된 이상, 우주개발 사업이 더 확대될 텐데요.

나로호 사업에 대해 언론이 종합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다보니 그간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문제도 반복되고 있는데요,

사실 과학 관련 보도에서 거듭 지적되는 국내 언론의 한계죠?

<답변>

네, 과학분야의 보도는 피상적이고 성과주의에 매달린다는 지적을 늘 받아왔는데요,

이번에도 우주개발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 보다는 보여주기 식 보도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리포트>

나로호 개발에 투입된 예산은 5200여 억 원,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는 최소 1조 5천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됩니다.

하지만 나로호에서 보듯 정치 논리에 따라 개발 일정이 좌우되면 독자기술개발이라는 목표를 잃고 예산 낭비 논란을 빚는 이벤트성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체계적이고 일관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우주개발 목표와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고

언론은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성을 갖추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덕환(교수) : "언론이 적극적으로 현대 과학과 기술의 의미하고 가치하고 심지어는 내용까지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우주 개발, 원자력, 환경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을 하고 요구를 해야지 그리고 수용을 해야지 이 거대과학이라는 게 가능합니다."

나로호의 발사는 성공했지만 국내 과학계에는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주개발의 주요 일정은 정부가 주도하고 추진하면서 시행착오가 커진 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주강국을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방향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국민의 사회적 합의와 지지가 그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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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로호가 남긴 언론 숙제
    • 입력 2013-02-09 09:08:13
    • 수정2013-02-09 09: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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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30일, 나로호 발사 성공소식에 전국이 들썩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룬 성공에 언론도 기쁨을 함께 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은 우주 강국에 대한 청사진을 쏟아냈는데요,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 현실과 그간의 시행착오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디어비평 첫 순서, 나로호 발사 성공의 흥분 속에 언론이 놓친 건 없었는지, 구경하 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질문> 구기자, 잇단 발사 연기와 실패 끝에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고 언론 보도가 집중됐죠? <답변> 나로호 소식은 발사에서 위성과의 교신, 우주에서 보낸 영상까지 시시각각 신속하게 전달됐는데요, 하지만 발사 성공에만 집중한 나머지 국가적 행사로 다루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 수요일 오후 4시, 긴장 속에 나로우주센터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녹취> KBS 뉴스특보(1.30 16:00) : "마침내 나로호가 지구를 박차고 우주를 향해 솟아올랐습니다." 9분 뒤, 나로호 발사체가 나로과학위성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면서 발사가 성공했다는 공식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KBS 1.30 김가림 리포트 이주호(교과부장관) : “각종 자료 분석 결과, 나로호가 나로과학위성을 목표궤도에 진입시켜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말씀드립니다” 국민들은 환호했고 언론들은 축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녹취> SBS 1.30 한정원 리포트 : "가까운 곳에서 역사적 장면을 확인한 시민은 가슴찡한 감격에 목이 메었습니다. 김정남(관람객)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여기까지와서 네시간씩 달려와서 본 보람이 있습니다. 참 행복합니다” KBS, MBC, SBS 방송 3사는 첨단 촬영기법을 동원해서 찍은 발사 장면을 반복해 보여줬고 저녁 뉴스에는 나로호 발사 성공 보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KBS는 전체 25개 보도 중 열 아홉개 꼭지를 보도했고, MBC는 27개 중 12개, SBS는 24개 중 8개였습니다. <녹취> MBC 1.30 문형철 리포트 :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세계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오른 오늘, 이곳 나로우주센터는 열광과 흥분으로 가득한 모습입니다." 다음날 신문들도 나로호를 1면의 머릿기사로 올렸습니다. 핵심 기술인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수입했지만 한국 첫 우주 발사체라고 표현했습니다. <녹취> 중앙 1.31 1면 : "가장 길었던 9분, 나로호 마침내 날았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3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5천만 국민의 염원을 담은 비상이었고,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신문들은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했다며 국가적 차원의 자부심을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이룬 것이 별로 없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조선 1.31 1면 : "<나로호 성공…냉정히 보면 러시아의 성공> 나로호는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나가는 힘의 대부분을 내는 1단 액체 연료 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2단 소형 고체 연료 로켓만 우리가 개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에서 우주왕복선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기술계 원로 정선종 박사는 나로호 관련 보도들이 나로호를 통해 이뤄낸 기술 수준에 비해 요란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정선종(박사) : "로켓발사는 성공 했어요, 3번 만에. 그러나 나로호 사업은 실패예요. 왜냐하면 사업의 목적이 로켓 기술을 러시아에서 이전 받아오는 것인데 그 목적 달성을 못 했거든요." 이전 로켓발사 보도와 비교해보면 언론은 나로호 발사에 유난히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는 점은 분명해보입니다. <녹취> KBS. 2002.11.28. 박재용 리포트 : "이제 우리도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쏘아올릴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갖게 됐습니다." 2002년 발사에 성공한 KSR-3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액체연료 로켓으로 앞으로 개발될 한국형 발사체에 토대가 되는 원천기술입니다. 기술적으로 나로호 발사에 비견할 만한 성과지만 당시 언론보도는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KBS는 2꼭지로 보도했고 MBC와 SBS는 각각 1개에 그쳤습니다. 나로호는 러시아에 핵심 엔진기술을 의존한데다 기술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시험 발사였지만, 정부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습니다. 언론 역시 여기에 편승하면서 한 순간에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발사 장면에 집중하는 흥미 위주의 보도 태도를 보인 셈입니다. <질문> 사실 나로호는 발사가 지연되고 두차례 실패하면서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는데요, 결과적으로 나로호 발사가 성공을 하니까 보도량은 많으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잦아든 것 같아요? <답변> 네, 나로호는 10여 년에 걸친 장기 국책사업으로 추진됐습니다. 논란이 많았던 만큼 발사 성공여부와 별개로 성과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국내 언론 보도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언론은 세계의 이목이 나로호 발사 성공에 쏠려있다며 외신 반응 역시 한국 우주기술의 성취를 중심으로 전했습니다. <녹취> KBS 1.30 연규선 리포트 : "나로호 사업에 공동 참여한 러시아도 한국이 사실상 우주클럽에 가입하게 됐다며 발사 성공을 축하했습니다. 한국은 곧 우주 강국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녹취> 한겨레 1.31 2면 : "외신들은 주로 지난해 12월 북한이 로켓 발사를 성공시킨 데 이어 한국도 발사에 성공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러시아 언론은 나로호 발사의 의미를 다르게 짚었습니다. <녹취> 모스크바=연합뉴스 1.31 : "한국 나로호 발사가 러시아가 올해 말 시험 발사할 예정인 신형 '앙가라' 로켓의 첫번째 비행실험이었다고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가 31일 확인했다." 나로호 사업 과정에서 러시아에서 수입한 1단 엔진은 최대 논란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자, 나로호가 러시아가 독자 개발한 로켓의 첫 비행 실험 기회로 활용되기도 했다는 점을 국내 언론은 대부분 다루지 않았습니다. 한국 우주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실체가 없는 스페이스 클럽, 즉 우주클럽 가입을 두고 저마다 순위를 해석하기 바빴습니다. <녹취> 중앙 1.31 04면 : "스페이스 클럽, 북한 이어 세계 11번째? 한국이 머뭇거리는 새 지난해 12월 북한이 은하3 로켓으로 광명성 3호를 쏘아올리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북한의 스페이스 클럽 가입을 인정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한국의 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이스클럽은 자국 발사장에서 자국 발사체로 자국의 위성을 쏘아올린 국가를 뜻하는 상징적인 개념입니다. 실제로 공인 기구나 단체가 없을뿐더러 국제적인 기준도 없어 소모적인 논란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 <인터뷰> 장영근(교수) : "스페이스 클럽이라는 원래 의미가 우주강국을 상징하는 표현이었는데. 실질적으로 이제 우리도 마찬가지로 나로호 성공을 했어요, 그러면 진짜 우리가 우주강국이냐. 되돌아볼 필요가 있고요. 또 저는 뭐 이란이나 북한이 우주강국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외신들은 남과 북의 스페이스 클럽 순위 경쟁보다는 로켓 발사 경쟁이 초래할 동북아 정세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미국 CNN 1.31 : "중국, 인도 같은 주변국들이 독자적으로 우주개발을 해온 것이 한국의 이번 발사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습니까?" 특히 동북아 주변국들은 우주기술의 군사적 측면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북한이 3차 핵실험의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녹취> 중국 인민일보 1.31 : "위성을 발사하는 로켓 기술은 탄도 미사일 기술로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나로호 발사로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녹취> 일본 요미우리 1.31 : "한국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에 북한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세 번째의 핵실험을 위한 구실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나로호 개발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인해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 계획을 당초 목표보다 5년 앞당기면서 시작됐습니다. 국내 언론은 분단 상황에서 나로호 개발에 담긴 전략적 의미에 대해서는 외신을 인용해 보도할 뿐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신보현(교수) : "현대전 특히 미래전으로 갈수록 우주공간이 군사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것이 자명한 사실인데요, 우리가 1.5t의 탑재체를 600∼800km 정도의 위성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그러한 계기를 만들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저는 판단을 합니다." <질문>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서 정치권으로부터 우주개발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 가능한지 검증 없이 언론을 타고 있죠? <답변> 네,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항공우주기술은 외국에서 기술이전도 쉽지 않고 독자 기술 개발에는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요,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권의 요구를 언론도 여과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자, 달 무인 탐사선 계획 등을 앞당기자는 정치권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정치권의 요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검증 없이 전달하면서 국민들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녹취> MBC 1.31 나현호 리포트 : "앞으로 5년 뒤에는 우주 독립국의 꿈을 이루고 10년 뒤에는 달 표면에서 나부끼는 태극기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녹취> 동아 2.5 6면 : “북한의 로켓기술 3년내 추월 가능… 그렇게 얘기해서 국민 안심시키자” 하지만 과학자들은 실제 조기 개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인터뷰> 장영근(교수) : "그러려면 75톤 엔진, 단일 엔진은 내년쯤에 나와야 되는 거죠. 지금 13년인데 제가 아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현재 단계는 작년에 시스템 설계를 했고요. 지금 현재 예비설계, 기본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상세설계도 해야 되고 갈 길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런 얘기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저는 기술자 측면에서 보면 좀 황당하죠." 지난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도 정치권의 요구로 발사 목표 일정이 2010년에서 2005년으로 앞당겨졌습니다. 이로 인해 당초 목표인 독자기술개발에서 해외기술 수입으로 방향이 전환됐고 러시아와 공동개발도 차질을 빚으면서 첫 발사는 목표보다 4년 늦은 2009년에야 이뤄졌습니다. 기술개발 속도를 감안하지 않은 정치권의 미래 예측이나 요구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자칫 혼란만 부추길 수 있습니다. 또, 국민에게 큰 기대와 실망을 거듭하게 해 과학 국책 사업에 대한 신뢰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덕환(교수) : "희망사항은 희망사항 정도로 언론에서 취급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마치 절대 절명의 목표인 것처럼 보도를 하는 것이 전 문제이고 그런 보도가 국민들을 굉장히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죠." <질문> 이제 한국이 우주 문을 열게 된 이상, 우주개발 사업이 더 확대될 텐데요. 나로호 사업에 대해 언론이 종합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다보니 그간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문제도 반복되고 있는데요, 사실 과학 관련 보도에서 거듭 지적되는 국내 언론의 한계죠? <답변> 네, 과학분야의 보도는 피상적이고 성과주의에 매달린다는 지적을 늘 받아왔는데요, 이번에도 우주개발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 보다는 보여주기 식 보도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리포트> 나로호 개발에 투입된 예산은 5200여 억 원,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는 최소 1조 5천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됩니다. 하지만 나로호에서 보듯 정치 논리에 따라 개발 일정이 좌우되면 독자기술개발이라는 목표를 잃고 예산 낭비 논란을 빚는 이벤트성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체계적이고 일관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우주개발 목표와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고 언론은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성을 갖추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덕환(교수) : "언론이 적극적으로 현대 과학과 기술의 의미하고 가치하고 심지어는 내용까지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우주 개발, 원자력, 환경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을 하고 요구를 해야지 그리고 수용을 해야지 이 거대과학이라는 게 가능합니다." 나로호의 발사는 성공했지만 국내 과학계에는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주개발의 주요 일정은 정부가 주도하고 추진하면서 시행착오가 커진 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주강국을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방향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국민의 사회적 합의와 지지가 그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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