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킬수도 뱉을수도…’ 지방 재개발 진퇴양난

입력 2013.03.05 (06:53) 수정 2013.03.0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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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침체에 수주사업 포기하는 건설업체 잇따라


지방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이미 수주한 재개발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건설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은 경기 침체로 일반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재개발 사업성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공사비 1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유찰됐고,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2단지도 시공사를 찾는 데 실패했다.

최근 들어서는 부산 등 2011~2012년 분양시장 분위기가 한참 달아올랐던 지방의 재개발 사업장에까지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특히 새 집으로 시세 차익을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조합원들이 지분만큼 현금을 받고 빠져나가는 '현금청산' 사례가 잇따라 일반분양 가구 수가 늘어나자 건설업체와 남은 조합원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2006년 수주한 부산 북구 구포2동 구포7구역재개발 조합은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있다.

이 사업장은 2007년 시행 인가를 받은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져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재작년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사업 진행을 미루자고 한 뒤 마냥 기다리고 있다"면서 "시장이 어려워 원래 계획한 일반분양가를 못 받게 됐는데 조합이 그 부담을 떠맡을 수도 없어 뾰족한 수가 없다"고 전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쌍용건설도 부산 구포5구역재개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업체는 조합원들이 조합 해산에 동의하면 조합에 빌려준 105억원 가운데 교회 이전비와 광역교통시설부담금 64억원만 돌려받고 41억원(39%)은 포기하겠다고 한발 양보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조합설립 허가를 받았지만 사업이 제대로 안돼 자금만 묶일 것으로 판단해 중단 결정을 내렸다"면서 "가만히 앉아 이자만 까먹는 것보다 손해를 일부 감수하고 접는 게 낫다"고 전했다.

SK건설은 작년 5월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1-2구역조합과 합의해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시공사의 '눈치보기'로 인한 사업 지연을 견디다 못해 조합이 선전포고에 나선 경우도 있다.

구포6구역재개발조합은 2월 말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려면 2006년 이후 매몰비용 35억원을 청구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4월까지 답이 없으면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능출 조합장은 "계획대로라면 2009년 일반분양을 하고 2011~2012년 준공해야 했다"면서 "작년 4월에 시공사를 교체하겠다고 했을 때도 현대건설은 계속 하겠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이 건에 대해 주택경기 침체로 전망이 불투명해 당분간 보류할 예정이지만 조합이 다른 파트너와 사업 진행할 의사가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계약을 해지하자고 나설 입장은 아니지만 포기하고 싶은 속내를 돌려 표현한 셈이다.

이에 박 조합장은 "부산 주택경기가 한풀 꺾였는데 이제야 다른 시공사와 계약하라고 해도 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면서 "기약없이 셋방 살기도 지쳐 사업지구내 낡은 집에 도로 들어가려고 수리하는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 팔릴 게 뻔한데 물량을 밀어낼 수도 없고 조합원이 분담금을 더 내도록 설득하기도 어려워 조합이 제풀에 떨어질 때까지 시공사가 사업을 뭉개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는 것밖에는 해결책이 없다면서 행정부와 입법부가 합심해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유력 건설사가 확정된 수주를 포기할 만큼 시장 상황이 급하다"면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꺼지기 전에 약속한 종합부동산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도 "부동산은 국토부 등 개별 부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당정협의를 거쳐 계획부터 시행까지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시장 불신이 풀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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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킬수도 뱉을수도…’ 지방 재개발 진퇴양난
    • 입력 2013-03-05 06:53:20
    • 수정2013-03-05 08:53:11
    연합뉴스
주택경기 침체에 수주사업 포기하는 건설업체 잇따라 지방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이미 수주한 재개발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건설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은 경기 침체로 일반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재개발 사업성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공사비 1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유찰됐고,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2단지도 시공사를 찾는 데 실패했다. 최근 들어서는 부산 등 2011~2012년 분양시장 분위기가 한참 달아올랐던 지방의 재개발 사업장에까지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특히 새 집으로 시세 차익을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조합원들이 지분만큼 현금을 받고 빠져나가는 '현금청산' 사례가 잇따라 일반분양 가구 수가 늘어나자 건설업체와 남은 조합원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2006년 수주한 부산 북구 구포2동 구포7구역재개발 조합은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있다. 이 사업장은 2007년 시행 인가를 받은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져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재작년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사업 진행을 미루자고 한 뒤 마냥 기다리고 있다"면서 "시장이 어려워 원래 계획한 일반분양가를 못 받게 됐는데 조합이 그 부담을 떠맡을 수도 없어 뾰족한 수가 없다"고 전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쌍용건설도 부산 구포5구역재개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업체는 조합원들이 조합 해산에 동의하면 조합에 빌려준 105억원 가운데 교회 이전비와 광역교통시설부담금 64억원만 돌려받고 41억원(39%)은 포기하겠다고 한발 양보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조합설립 허가를 받았지만 사업이 제대로 안돼 자금만 묶일 것으로 판단해 중단 결정을 내렸다"면서 "가만히 앉아 이자만 까먹는 것보다 손해를 일부 감수하고 접는 게 낫다"고 전했다. SK건설은 작년 5월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1-2구역조합과 합의해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시공사의 '눈치보기'로 인한 사업 지연을 견디다 못해 조합이 선전포고에 나선 경우도 있다. 구포6구역재개발조합은 2월 말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려면 2006년 이후 매몰비용 35억원을 청구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4월까지 답이 없으면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능출 조합장은 "계획대로라면 2009년 일반분양을 하고 2011~2012년 준공해야 했다"면서 "작년 4월에 시공사를 교체하겠다고 했을 때도 현대건설은 계속 하겠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이 건에 대해 주택경기 침체로 전망이 불투명해 당분간 보류할 예정이지만 조합이 다른 파트너와 사업 진행할 의사가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계약을 해지하자고 나설 입장은 아니지만 포기하고 싶은 속내를 돌려 표현한 셈이다. 이에 박 조합장은 "부산 주택경기가 한풀 꺾였는데 이제야 다른 시공사와 계약하라고 해도 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면서 "기약없이 셋방 살기도 지쳐 사업지구내 낡은 집에 도로 들어가려고 수리하는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 팔릴 게 뻔한데 물량을 밀어낼 수도 없고 조합원이 분담금을 더 내도록 설득하기도 어려워 조합이 제풀에 떨어질 때까지 시공사가 사업을 뭉개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는 것밖에는 해결책이 없다면서 행정부와 입법부가 합심해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유력 건설사가 확정된 수주를 포기할 만큼 시장 상황이 급하다"면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꺼지기 전에 약속한 종합부동산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도 "부동산은 국토부 등 개별 부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당정협의를 거쳐 계획부터 시행까지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시장 불신이 풀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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