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폭력 피해 학생 더 있다”…CCTV도 무용지물

입력 2013.03.13 (21:07) 수정 2013.03.1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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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북 경산에서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교생 최 모 군이 유서를 남겼는데요.

유서 내용을 보면, "학교 폭력은 지금처럼 하면 100% 못잡아낸다"

"교실에도 화장실에도 CCTV가 안달려 있다"

"화질이 안좋은 사각지대에서 맞았다"

"CCTV를 제대로 설치해야" 한다면서

CCTV 등 겉도는 학교폭력 대책을 절절히 지적했습니다.

이슈앤뉴스, 오늘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합니다.

먼저, 사건 속보 김재노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빼앗겼다는 유서를 남긴 최 모 군.

경찰 수사결과 최 군 같은 피해 학생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북 경산 경찰서는 유서에 언급된 가해학생 5명 가운데 한 명인 15살 김 모 군이 최 군 외에도 다른 3명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강신욱(경산경찰서 수사과장) : "동창생 등을 통해서 피해 학생이나 피해 내용이 더 있는지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최군이 숨진 당일에도 폭행 위협을 받았는지 학교와 주변 CCTV 등을 통해 행적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서 내용처럼 사각지대가 적지 않아 단서를 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경찰은 또한 최군 휴대전화와 컴퓨터 자료를 복원해 위협적인 내용의 문자와 폭력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녹취> 사이버수사대 관계자 : "기술적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 결과는 내일쯤 나올 예정입니다."

조사 결과 최 군이 다녔던 중학교에서는 지난해 40여 명이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서는 단 1건만 심의해 자체 종결처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멘트>

문제의 이 학교에도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막지 못했습니다.

CCTV는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물론, 사건 발생시 증거 확보에 꼭 필요하지만,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승준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이번 경산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학교폭력은 교실이나 이런 학교 담벼락 같은 후미진 곳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런 곳을 상시 모니터할 수 있는 CCTV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요.

CCTV로 찍은 화면을 보실까요?

역광 때문에 학생들 얼굴이 시커멓게 나와서 누가 누군지 구별이 안갑니다.

이 화면에선 지나가는 자동차는 보이는데, 확대해도 차량 번호는 안 보이네요.

이게 50만화소 짜리 CCTV의 한계입니다.

이번엔 100만 화소짜리 영상을 볼까요.

차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뚜렷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100만 화소짜리 CCTV는 얼마나 있을까요.

서울을 비롯해 4개 시도의 학교에 설치된 CCTV 만 7천여대 가운데 단 3% 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50만 화소 이하 저화질로 나타났습니다.

화질 개선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조사 대상 천 700곳 가운데 20% 정도는 카메라가 나무에 걸리거나 강한 빛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결 멘트>

학생들의 희생이 나오면 당국은 새로운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곤 합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구영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17살 김 모 양은 3년여동안 집단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려왔습니다.

<인터뷰> 김 모양(학교폭력 피해학생/음성변조) : "제가 만만하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한명한테 맞은 적도 있고 여러명한테도 맞고... 너무 아파서 괴로웠어요."

호소할 곳이 없다는 것은 따돌림 못지 않은 고통이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양(학교폭력 피해학생) : "선생님한테 아무리 얘기해도 네가 참으라고, 장난인데....."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계기가 돼 정부의 대대적인 학교 폭력 대책이 나온지 1년.

그동안, 학생 보호인력은 물론, 전문 상담 인력도 늘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 교육시간도 3배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중학생(음성변조) : "(학교폭력) 많이 안 없어졌어요. 다 모르는 곳에서 하잖아요 원래. 선배한테 맞거나 돈 뺏기거나"

요즘도 학교폭력신고 콜센터엔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가 하루 3백여통.

최근 조사에서도 따돌림이나 폭행, 감금까지 학교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학생이 32만명이 넘었습니다.

<인터뷰> 조정실(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 "학교폭력은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큰사건이 있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질게 아니라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학교 폭력은 사회악이라며 근본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정부는 내일 차관회의에서 학교폭력 대책을 집중 논의합니다.

KBS 뉴스 구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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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폭력 피해 학생 더 있다”…CCTV도 무용지물
    • 입력 2013-03-13 21:11:05
    • 수정2013-03-13 22: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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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북 경산에서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교생 최 모 군이 유서를 남겼는데요.

유서 내용을 보면, "학교 폭력은 지금처럼 하면 100% 못잡아낸다"

"교실에도 화장실에도 CCTV가 안달려 있다"

"화질이 안좋은 사각지대에서 맞았다"

"CCTV를 제대로 설치해야" 한다면서

CCTV 등 겉도는 학교폭력 대책을 절절히 지적했습니다.

이슈앤뉴스, 오늘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합니다.

먼저, 사건 속보 김재노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빼앗겼다는 유서를 남긴 최 모 군.

경찰 수사결과 최 군 같은 피해 학생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북 경산 경찰서는 유서에 언급된 가해학생 5명 가운데 한 명인 15살 김 모 군이 최 군 외에도 다른 3명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강신욱(경산경찰서 수사과장) : "동창생 등을 통해서 피해 학생이나 피해 내용이 더 있는지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최군이 숨진 당일에도 폭행 위협을 받았는지 학교와 주변 CCTV 등을 통해 행적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서 내용처럼 사각지대가 적지 않아 단서를 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경찰은 또한 최군 휴대전화와 컴퓨터 자료를 복원해 위협적인 내용의 문자와 폭력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녹취> 사이버수사대 관계자 : "기술적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 결과는 내일쯤 나올 예정입니다."

조사 결과 최 군이 다녔던 중학교에서는 지난해 40여 명이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서는 단 1건만 심의해 자체 종결처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멘트>

문제의 이 학교에도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막지 못했습니다.

CCTV는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물론, 사건 발생시 증거 확보에 꼭 필요하지만,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승준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이번 경산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학교폭력은 교실이나 이런 학교 담벼락 같은 후미진 곳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런 곳을 상시 모니터할 수 있는 CCTV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요.

CCTV로 찍은 화면을 보실까요?

역광 때문에 학생들 얼굴이 시커멓게 나와서 누가 누군지 구별이 안갑니다.

이 화면에선 지나가는 자동차는 보이는데, 확대해도 차량 번호는 안 보이네요.

이게 50만화소 짜리 CCTV의 한계입니다.

이번엔 100만 화소짜리 영상을 볼까요.

차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뚜렷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100만 화소짜리 CCTV는 얼마나 있을까요.

서울을 비롯해 4개 시도의 학교에 설치된 CCTV 만 7천여대 가운데 단 3% 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50만 화소 이하 저화질로 나타났습니다.

화질 개선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조사 대상 천 700곳 가운데 20% 정도는 카메라가 나무에 걸리거나 강한 빛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결 멘트>

학생들의 희생이 나오면 당국은 새로운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곤 합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구영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17살 김 모 양은 3년여동안 집단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려왔습니다.

<인터뷰> 김 모양(학교폭력 피해학생/음성변조) : "제가 만만하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한명한테 맞은 적도 있고 여러명한테도 맞고... 너무 아파서 괴로웠어요."

호소할 곳이 없다는 것은 따돌림 못지 않은 고통이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양(학교폭력 피해학생) : "선생님한테 아무리 얘기해도 네가 참으라고, 장난인데....."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계기가 돼 정부의 대대적인 학교 폭력 대책이 나온지 1년.

그동안, 학생 보호인력은 물론, 전문 상담 인력도 늘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 교육시간도 3배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중학생(음성변조) : "(학교폭력) 많이 안 없어졌어요. 다 모르는 곳에서 하잖아요 원래. 선배한테 맞거나 돈 뺏기거나"

요즘도 학교폭력신고 콜센터엔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가 하루 3백여통.

최근 조사에서도 따돌림이나 폭행, 감금까지 학교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학생이 32만명이 넘었습니다.

<인터뷰> 조정실(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 "학교폭력은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큰사건이 있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질게 아니라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학교 폭력은 사회악이라며 근본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정부는 내일 차관회의에서 학교폭력 대책을 집중 논의합니다.

KBS 뉴스 구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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