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담뱃값’ 인상 공방

입력 2013.03.18 (05:52) 수정 2013.03.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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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급진적인 담뱃값 인상 반대한다!!(구호)"

<인터뷰> "4500원으로 오르게 된다면 우리 최저 임금이 4860원이기 때문에 한 시간 내내 불판을 닦아도 담배 한 갑을 잘 쥘 수 없게 되는 그런 심각한 가격이 되는 거죠."

<녹취> "인상해서 흡연율 줄여야"

<인터뷰> " 찬성이에요. 좀 더 올려서 피우는 사람을 좀 많이 줄였으면 좋겠어요"

<녹취> "사랑하는 가족 위해 금연을 선물하자!"

담배에 대한 호불호는 국민들 사이에 분명히 엇갈립니다.

흡연가들에겐 기호품,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들에겐 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독물질입니다.

그런데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란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흡연가들의 저항이 큰 까닭은 무엇일까요?

정치권은 왜 지난 8년간 담뱃값을 올리지 못했을까요?

담뱃값 인상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공방을 알아봤습니다.

재활용 수거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변영식씨, 버려진 고철을 트럭에 실어 철물 재활용 공장에 보내는 게 변 씨의 일입니다.

무거운 철물을 실어 나르고 높은 곳을 오르내리다 보면 입에서는 이내 단내가 납니다.

<인터뷰> "일 한참 하다가 힘들면 으례 주머니에서 담뱃갑부터 꺼내러 가는데 뭐..."

변씨에게 한 모금의 담배는 친구와 같다고 합니다.

<인터뷰> "우리네 막일하는 사람이야 친구지. 한 대 쓱 피우면 기분이 좋지. 속상해서 피우고 기분 좋아서도 피우고.. 3년도 끊어보고 두 달도 끊어봤는데 심심해서 못살겠어. 담배 두 달인가 끊어보고 또 다시 피우는 거에요."

담뱃값으로 한 달에 십만 원을 쓰는 변씨와,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은 담뱃값 인상안에 펄쩍 뜁니다.

<인터뷰> "담배 피운다고 명이 짧아지는 게 아니야 자기 팔자에 타고나는 거지(전매청을 없애야지!) 그렇지, 아예 없애면 안 사 피우지. 담배는 이미 수입까지 다 하면서 우리 보고 담배 끊으라고.."

지난 6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현장.

<녹취> 진영(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 "담배 가격이 2004년 이후 전혀 오르지 않았고 흡연율이 너무 높아서 담뱃값 인상해서 흡연율을 떨어뜨려야하는.. 우리가 워낙 흡연율이 높고 청소년 흡연율이 너무 높아서.."

같은 날 여야 의원 10여 명은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합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인터뷰> 이종민 : "사무실 내에서 흡연도 안 되고 밖에 나와서 피워야 하지만 그래도 피울 정도면 담배를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담뱃값이 일단 안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오가현 : "비흡연자 입장에서는 아예 안 팔거나 아니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값을 올리는 게 차라리.."

<인터뷰> 조수현 : "흡연율은 떨어질 거라고 보는데 너무 많이 오르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 홍대우 : "4500원으로 오르면 끊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끊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얻어 피울 것 같아요."

담뱃값이 비싸면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통계로도 보여집니다.

OECD 국가 가운데 담뱃값은 노르웨이가 한 갑에 우리돈 만5천750원으로 가장 비쌉니다.

우리 나라는 보통 2500원, 물가수준을 감안한다 해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싼 편입니다.

반면 흡연율은 2010년 기준으로 노르웨이 19% 프랑스 26% 일본은 32% 우리나라는 41%로 낮은 담뱃 가격에 흡연율은 단연 최상위입니다.

<인터뷰> 최은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 8년 동안 담뱃값 인상이 전혀 없는 동안 성인남자 흡연율이 47%대에서 계속 정체돼 있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봤을 때도 다른 금연정책들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담뱃값을 인상하려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며 눈을 흘깁니다.

<인터뷰> 김동진 : "세금이 지금 현재 정부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세금도 걷어내는 그런 마련으로 담뱃값 인상하는 거 같은데 .."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시기인 지난 1948년부터 40년 가까이 국영사업으로 담배의 판매와 수익을 독점했습니다.

이후 정부로부터 독립한 민영기업이 담배 제조와 판매를 맡고 있지만...

현재도 담배 가격의 62%는 각종 세금과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수입이 되고 있습니다.

담배세는 담배를 구매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야 하는 간접세입니다.

소득에 관계없이 부과되는 세금을 지금보다 배 가까이 올린다고 하니 우선 서민 흡연가들이 반발합니다.

<인터뷰> 김유찬(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 : "세금 부담이 고소득층에는 많고 저소득층에는 적은 그런 상황이라면 추가로 건강에 해로운 소비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존재하는 우리나라 조세제도가 역진적이라는 것이죠. 그런 상황에서 다시 또 역진적인 세금을 만는 것 혹은 증가시키는 것은 조세 형평성을 심하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죠."

기호품인 담배 가격을 올리면 서민 부담만 가중되고, 결국 돈 있는 사람만 담배를 피우라는 것이냔 반발입니다.

<인터뷰> 이연익(흡연자 단체 대표) : "서민들의 물가를 고려치 않고 경제 사정을 고려치 않고 너무 많은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번 담뱃값 인상안을 대표 발의한 김재원 의원, 담배 때문에 부모가 모두 돌아가셨다는 김 의원은, 이번 법안 발의 후 평생 먹을 욕을 한꺼번에 듣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벼룩이 간을 내먹어라' '서민 등골 빼서 복지정책 하냐?' 이런 것은 아주 애교 수준이고.."

담뱃값은 지난 2004년 500원이 오른 뒤 8년간 동결됐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지난 이명박정부 때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소비자 물가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선거에 민감한 정치권이 앞장서 담뱃값 인상을 말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재원(의원) : "많은 정치 논리가 좌우하게 되고 결국 아무리 합리적인 설명을 해도 공동체에서 합의가 되지 않아서 미봉책으로 끝나다보니 담뱃값 인상이 안된거죠. 국가가 과거 전매청 시절의 어떤 원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국민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금연 정책을 점점 더 강화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된거죠."

수도권의 한 대기업 사업장.

공장 주변 편의점엔 담배를 보관해주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녹취> "(맡겨줄 수 있죠?) 네, 그런데 분실 책임은 없어요. 본인 것만 이름 써 가지고 여기 올려놓으세요."

이곳에 보관중인 담뱃갑이 족히 서른 갑은 됩니다.

인근 공장 직원들의 이름이 적혀있고 개봉된 담뱃갑엔 라이터도 들어 있습니다.

이 지역 공장 안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도, 가지고 있을 수도 없는 금연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출근길 흡연가들이 담배를 맡기고 가는 것입니다.

점심시간, 공장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근로자,

<녹취> "00씨, 왜 거기서 담배를 펴요? 그러다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신경 쓰지 마) 만날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한마디도 못하고.. (야 단속해도 난 안 걸려.)"

업체가 사업장 주변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놓다 보니 음식점 주변이 유일한 흡연 공간이 됐습니다.

<인터뷰> "(사내에는 흡연실 같은 게 보통 있지 않나요?) 아뇨. 있었는데 없애버렸어요. 저기서 한 대 피울 거 여기까지 오니까 두대 세대씩 피우고 들어가잖아요. 오히려 더 안 좋지"

흡연가들은 어딜 가나 천덕꾸러기 신세라며 자조합니다.

<녹취> "(저기 CCTV 설치돼 있고 금연이라고 벽에 붙어 있던데요) 그래도 필 사람은 다 펴요. (직원들은 좀 눈치 보겠어요) 허허.."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해도 숨어서라도 피우려 하는 흡연가들, 이런 담배의 중독성 때문에 선진국들은 담뱃값 인상과 함께 다양한 금연정책을 병행해 왔습니다.

선진국은 담뱃갑 그림 경고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연홍보, 공공기관의 금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철환(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 : "담배 관련된 세금을 7조 원 정도 걷는데 금연 사업에 쓰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는 330억 정도 하다가 이명박 정부 와서 200억으로 내려갔습니다. 전체 담배로 인한 세수의 0.3% 정도밖에 쓰지 않거든요."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에 더해, 강력한 금연정책을 곁들일 때 흡연율 감소라는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인터뷰> 김철환(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 : "보건소 금연클리닉과 상담전화 외에 비급여로 되어 있거든요. 자기 부담이 큽니다. 의사한테 진찰받는 것, 약값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극빈층은 더 많이 지원하고 보건소에서도 정말 중독이 심한 분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과 상담할 수 있는 인력을 갖추고요."

담뱃값 인상엔 국민 건강과 세수, 물가라는 고차원의 방정식이 얽혀 있습니다.

8년 만에 다시 불붙은 담뱃값 인상 논쟁, 인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올리면 얼마를 올릴 것인가?

이것이 논쟁거리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국민 건강' 이 네 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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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붙은 ‘담뱃값’ 인상 공방
    • 입력 2013-03-18 05:52:07
    • 수정2013-03-18 08:02:17
    취재파일K
<녹취> "급진적인 담뱃값 인상 반대한다!!(구호)" <인터뷰> "4500원으로 오르게 된다면 우리 최저 임금이 4860원이기 때문에 한 시간 내내 불판을 닦아도 담배 한 갑을 잘 쥘 수 없게 되는 그런 심각한 가격이 되는 거죠." <녹취> "인상해서 흡연율 줄여야" <인터뷰> " 찬성이에요. 좀 더 올려서 피우는 사람을 좀 많이 줄였으면 좋겠어요" <녹취> "사랑하는 가족 위해 금연을 선물하자!" 담배에 대한 호불호는 국민들 사이에 분명히 엇갈립니다. 흡연가들에겐 기호품,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들에겐 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독물질입니다. 그런데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란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흡연가들의 저항이 큰 까닭은 무엇일까요? 정치권은 왜 지난 8년간 담뱃값을 올리지 못했을까요? 담뱃값 인상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공방을 알아봤습니다. 재활용 수거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변영식씨, 버려진 고철을 트럭에 실어 철물 재활용 공장에 보내는 게 변 씨의 일입니다. 무거운 철물을 실어 나르고 높은 곳을 오르내리다 보면 입에서는 이내 단내가 납니다. <인터뷰> "일 한참 하다가 힘들면 으례 주머니에서 담뱃갑부터 꺼내러 가는데 뭐..." 변씨에게 한 모금의 담배는 친구와 같다고 합니다. <인터뷰> "우리네 막일하는 사람이야 친구지. 한 대 쓱 피우면 기분이 좋지. 속상해서 피우고 기분 좋아서도 피우고.. 3년도 끊어보고 두 달도 끊어봤는데 심심해서 못살겠어. 담배 두 달인가 끊어보고 또 다시 피우는 거에요." 담뱃값으로 한 달에 십만 원을 쓰는 변씨와,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은 담뱃값 인상안에 펄쩍 뜁니다. <인터뷰> "담배 피운다고 명이 짧아지는 게 아니야 자기 팔자에 타고나는 거지(전매청을 없애야지!) 그렇지, 아예 없애면 안 사 피우지. 담배는 이미 수입까지 다 하면서 우리 보고 담배 끊으라고.." 지난 6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현장. <녹취> 진영(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 "담배 가격이 2004년 이후 전혀 오르지 않았고 흡연율이 너무 높아서 담뱃값 인상해서 흡연율을 떨어뜨려야하는.. 우리가 워낙 흡연율이 높고 청소년 흡연율이 너무 높아서.." 같은 날 여야 의원 10여 명은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합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인터뷰> 이종민 : "사무실 내에서 흡연도 안 되고 밖에 나와서 피워야 하지만 그래도 피울 정도면 담배를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담뱃값이 일단 안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오가현 : "비흡연자 입장에서는 아예 안 팔거나 아니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값을 올리는 게 차라리.." <인터뷰> 조수현 : "흡연율은 떨어질 거라고 보는데 너무 많이 오르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 홍대우 : "4500원으로 오르면 끊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끊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얻어 피울 것 같아요." 담뱃값이 비싸면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통계로도 보여집니다. OECD 국가 가운데 담뱃값은 노르웨이가 한 갑에 우리돈 만5천750원으로 가장 비쌉니다. 우리 나라는 보통 2500원, 물가수준을 감안한다 해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싼 편입니다. 반면 흡연율은 2010년 기준으로 노르웨이 19% 프랑스 26% 일본은 32% 우리나라는 41%로 낮은 담뱃 가격에 흡연율은 단연 최상위입니다. <인터뷰> 최은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 8년 동안 담뱃값 인상이 전혀 없는 동안 성인남자 흡연율이 47%대에서 계속 정체돼 있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봤을 때도 다른 금연정책들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담뱃값을 인상하려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며 눈을 흘깁니다. <인터뷰> 김동진 : "세금이 지금 현재 정부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세금도 걷어내는 그런 마련으로 담뱃값 인상하는 거 같은데 .."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시기인 지난 1948년부터 40년 가까이 국영사업으로 담배의 판매와 수익을 독점했습니다. 이후 정부로부터 독립한 민영기업이 담배 제조와 판매를 맡고 있지만... 현재도 담배 가격의 62%는 각종 세금과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수입이 되고 있습니다. 담배세는 담배를 구매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야 하는 간접세입니다. 소득에 관계없이 부과되는 세금을 지금보다 배 가까이 올린다고 하니 우선 서민 흡연가들이 반발합니다. <인터뷰> 김유찬(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 : "세금 부담이 고소득층에는 많고 저소득층에는 적은 그런 상황이라면 추가로 건강에 해로운 소비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존재하는 우리나라 조세제도가 역진적이라는 것이죠. 그런 상황에서 다시 또 역진적인 세금을 만는 것 혹은 증가시키는 것은 조세 형평성을 심하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죠." 기호품인 담배 가격을 올리면 서민 부담만 가중되고, 결국 돈 있는 사람만 담배를 피우라는 것이냔 반발입니다. <인터뷰> 이연익(흡연자 단체 대표) : "서민들의 물가를 고려치 않고 경제 사정을 고려치 않고 너무 많은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번 담뱃값 인상안을 대표 발의한 김재원 의원, 담배 때문에 부모가 모두 돌아가셨다는 김 의원은, 이번 법안 발의 후 평생 먹을 욕을 한꺼번에 듣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벼룩이 간을 내먹어라' '서민 등골 빼서 복지정책 하냐?' 이런 것은 아주 애교 수준이고.." 담뱃값은 지난 2004년 500원이 오른 뒤 8년간 동결됐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지난 이명박정부 때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소비자 물가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선거에 민감한 정치권이 앞장서 담뱃값 인상을 말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재원(의원) : "많은 정치 논리가 좌우하게 되고 결국 아무리 합리적인 설명을 해도 공동체에서 합의가 되지 않아서 미봉책으로 끝나다보니 담뱃값 인상이 안된거죠. 국가가 과거 전매청 시절의 어떤 원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국민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금연 정책을 점점 더 강화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된거죠." 수도권의 한 대기업 사업장. 공장 주변 편의점엔 담배를 보관해주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녹취> "(맡겨줄 수 있죠?) 네, 그런데 분실 책임은 없어요. 본인 것만 이름 써 가지고 여기 올려놓으세요." 이곳에 보관중인 담뱃갑이 족히 서른 갑은 됩니다. 인근 공장 직원들의 이름이 적혀있고 개봉된 담뱃갑엔 라이터도 들어 있습니다. 이 지역 공장 안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도, 가지고 있을 수도 없는 금연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출근길 흡연가들이 담배를 맡기고 가는 것입니다. 점심시간, 공장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근로자, <녹취> "00씨, 왜 거기서 담배를 펴요? 그러다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신경 쓰지 마) 만날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한마디도 못하고.. (야 단속해도 난 안 걸려.)" 업체가 사업장 주변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놓다 보니 음식점 주변이 유일한 흡연 공간이 됐습니다. <인터뷰> "(사내에는 흡연실 같은 게 보통 있지 않나요?) 아뇨. 있었는데 없애버렸어요. 저기서 한 대 피울 거 여기까지 오니까 두대 세대씩 피우고 들어가잖아요. 오히려 더 안 좋지" 흡연가들은 어딜 가나 천덕꾸러기 신세라며 자조합니다. <녹취> "(저기 CCTV 설치돼 있고 금연이라고 벽에 붙어 있던데요) 그래도 필 사람은 다 펴요. (직원들은 좀 눈치 보겠어요) 허허.."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해도 숨어서라도 피우려 하는 흡연가들, 이런 담배의 중독성 때문에 선진국들은 담뱃값 인상과 함께 다양한 금연정책을 병행해 왔습니다. 선진국은 담뱃갑 그림 경고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연홍보, 공공기관의 금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철환(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 : "담배 관련된 세금을 7조 원 정도 걷는데 금연 사업에 쓰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는 330억 정도 하다가 이명박 정부 와서 200억으로 내려갔습니다. 전체 담배로 인한 세수의 0.3% 정도밖에 쓰지 않거든요."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에 더해, 강력한 금연정책을 곁들일 때 흡연율 감소라는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인터뷰> 김철환(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 : "보건소 금연클리닉과 상담전화 외에 비급여로 되어 있거든요. 자기 부담이 큽니다. 의사한테 진찰받는 것, 약값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극빈층은 더 많이 지원하고 보건소에서도 정말 중독이 심한 분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과 상담할 수 있는 인력을 갖추고요." 담뱃값 인상엔 국민 건강과 세수, 물가라는 고차원의 방정식이 얽혀 있습니다. 8년 만에 다시 불붙은 담뱃값 인상 논쟁, 인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올리면 얼마를 올릴 것인가? 이것이 논쟁거리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국민 건강' 이 네 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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