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지각 타결’의 교훈

입력 2013.03.18 (07:35) 수정 2013.03.18 (07: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김영근 해설위원]

새 정부가 뒤늦게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부조직개편안 타결까지 한 달 반이나 걸렸습니다. 힘들었던 이번 협상과정은 우리 정치의 달라진 현실과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힘들게 합의한 개편안의 핵심은 종합유선방송 등 뉴미디어의 관할은 정부원안을 따르되 방송공정성 확보 등에 대해선 야당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새 정부의 의욕도 살리고 야당의 입장도 세워주는 선에서 타협한 셈입니다. 어차피 적당히 양보해야 풀리는 데 서로가 그렇게 완강하게 고집 부렸던 이유는 뭘까요? 내 생각만 옳다는 독선과 무얼 말하든 의심부터 하고 드는 불신의 정치문화가 여야 모두에 깊숙이 자리 잡았던 걸까요? 말만 근사하고 실천이 미뤄지는 폐습이 쌓이면서 기존정치권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지경으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여당이 설득과 타협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야당은 견제와 균형을 내세워 맞설 것이고 국정은 이내 혼돈으로 빠지게 됩니다. 지난번 여야합의로 통과된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은 ‘협상의 정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정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이번 파동은 바로 그래서 여야가 힘을 모으는 ‘합력의 정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의회민주주의 체제에서 행정부는 지극히 무력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시절 우리의 눈부신 성장은 분명 강한 행정부의 지도력에 기인한 바가 컸지만 지금은 다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치지도자의 예지와 결단보다는 반대세력을 잘 설득해서 정파를 초월한 통합을 이뤄내느냐가 정치의 가장 큰 가치이며 목표가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선 정부가 강하면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곤 했지만 이젠 달라졌습니다. 한쪽에 힘이 쏠릴 수 없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 어느 일방이 독주하지 않으면서 서로 잘 살피고 보완해 여야를 초월한 더 큰 선을 이뤄내는 일이 곧 국민이 중심 되는 선진정치의 미래일 것입니다. 이번 지각타결이 정치권에 그런 깊은 교훈으로 새겨질 수 있을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지각 타결’의 교훈
    • 입력 2013-03-18 07:36:56
    • 수정2013-03-18 07:57:33
    뉴스광장
[김영근 해설위원] 새 정부가 뒤늦게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부조직개편안 타결까지 한 달 반이나 걸렸습니다. 힘들었던 이번 협상과정은 우리 정치의 달라진 현실과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힘들게 합의한 개편안의 핵심은 종합유선방송 등 뉴미디어의 관할은 정부원안을 따르되 방송공정성 확보 등에 대해선 야당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새 정부의 의욕도 살리고 야당의 입장도 세워주는 선에서 타협한 셈입니다. 어차피 적당히 양보해야 풀리는 데 서로가 그렇게 완강하게 고집 부렸던 이유는 뭘까요? 내 생각만 옳다는 독선과 무얼 말하든 의심부터 하고 드는 불신의 정치문화가 여야 모두에 깊숙이 자리 잡았던 걸까요? 말만 근사하고 실천이 미뤄지는 폐습이 쌓이면서 기존정치권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지경으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여당이 설득과 타협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야당은 견제와 균형을 내세워 맞설 것이고 국정은 이내 혼돈으로 빠지게 됩니다. 지난번 여야합의로 통과된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은 ‘협상의 정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정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이번 파동은 바로 그래서 여야가 힘을 모으는 ‘합력의 정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의회민주주의 체제에서 행정부는 지극히 무력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시절 우리의 눈부신 성장은 분명 강한 행정부의 지도력에 기인한 바가 컸지만 지금은 다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치지도자의 예지와 결단보다는 반대세력을 잘 설득해서 정파를 초월한 통합을 이뤄내느냐가 정치의 가장 큰 가치이며 목표가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선 정부가 강하면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곤 했지만 이젠 달라졌습니다. 한쪽에 힘이 쏠릴 수 없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 어느 일방이 독주하지 않으면서 서로 잘 살피고 보완해 여야를 초월한 더 큰 선을 이뤄내는 일이 곧 국민이 중심 되는 선진정치의 미래일 것입니다. 이번 지각타결이 정치권에 그런 깊은 교훈으로 새겨질 수 있을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