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다이애나’ 어렵지만 계속하고픈 도전”

입력 2013.03.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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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서 주연 '다이애나' 역

"40대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2011년 11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 초연 당시 박칼린(46)이 한 말이다.

극 중 '다이애나'로 무대에 복귀했던 그는 "20년 동안 무대를 떠났던 나를 다시 배우로 서도록 이끈 뮤지컬"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착을 여과 없이 드러냈었다.

만 1년 2개월여 만에 같은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서는 그는 이번엔 "정말 너무 이해하고 싶어 끊임없이 도전하게 되는 작품"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19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칼린은 "여전히 노래도, 연기도 까다로운 '다이애나'"라면서도 "캐릭터가 닳고 닳을 때까지, 세월이 흘러 내가 변하기 이전까지는 계속 이어가고 싶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넥스트 투 노멀'은 2008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후 이듬해 토니상 3개 부문을 석권하며 평단과 관객에게 인정받은 작품이다.

숨진 아들의 영혼을 떠나보내지 못한 채 16년 째 우울증과 과대망상에 시달리는 '다이애나', 죽은 오빠 때문에 미친 엄마를 보며 애증을 품은 '나탈리',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이지만 갈등과 아픔 앞에 무기력한 '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미 '다이애나'로 무대에 서 보긴 했지만 그는 극 중 역할이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과 같다고 했다.

보통 연기는 배우의 경험치에서 나오는 공감에서 시작되는데 '다이애나'의 삶이 자연인 박칼린의 인생과 잘 겹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고, 약간의 조증이 있긴 하지만 우울증은 또 아니죠. (웃음) 하지만 저와의 접점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싶은 열망이 더 컸어요. 똑똑하고 멋진 여자를 자살충동으로 몰아넣고, 환각에 시달리도록 하는 그 상처라는 게 뭘까.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너무 이해하고 싶었어요."

대본과 씨름하고 노래를 불러보며 그가 내린 해석은 "다이애나는 우리 누구나가 안에 가지고 있는 불안, 우울 등의 정서가 극대화 된 모습"이라는 거였다.

"저의 경험, 제가 아끼는 친구들의 상황들을 찬찬히 돌아보니 '이런 게 비슷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연 없는 집안이 어딨나'라는 말도 있잖아요. 정확히 일치하는 경험은 아니지만 결국 사람들이 드러내보이지 않는 아픔들을 '다이애나'가 보여준다고 봐요."

그는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있기에 더 몰입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지만, 계속 인물을 파고들어 고민하게 되기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게 '다이애나' 역할이라고 했다.

"정말 이해하고 싶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똑같은 이유로 또 어렵기도합니다. 무대 위 출연 분량도 많고, 노래도 어려워서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기도 하고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대본과 노래로 돌아가 연습에 더 집중합니다."

말을 돌려 이번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특위 활동에 대해 물었다.

2010년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면서 국민 '칼린 샘'이 된 후 그에게 집중된 눈이 많아진 터라 지난 1월 그의 '깜짝 발탁'은 세간에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를 '외도', '정계 입문' 등으로 해석하기도 했지만, 박칼린은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평소 갖고 있던 의견을 낸 것 뿐이라고 했다.

"일단 '정치'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단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있었고, 거기에 참여해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할 기회를 얻었던 거죠. 사실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를 뮤지컬로 만들면서 88만원 세대에 대한 고민이 구체화됐어요. 왜 청년들이 이렇게 불행한지, 왜 원하는 학과를 가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지, 그런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에 대해서요. 그런 의미에서 (청년특위의 활동은) 오래 갖고 있던 풀어야 할 퍼즐과 숙제들을 깊게 파고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정치학 석사를 한 지인과 토론도 해봤지만, 결국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찾지 못했다는 그와의 대화는 이내 다시 그의 주 관심사인 뮤지컬로 돌아왔다.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에 참여한 후 국내 대표 뮤지컬 음악감독이자 연출로 활발히 활동해 온 그는 우리나라 뮤지컬 발전사를 고스란히 목격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가 정의하는 뮤지컬이란 뭘까.

"뮤지컬이 만들어진 건 사람의 감정과 내면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 음악, 춤, 몸짓으로 표출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배우의 노래, 몸짓 그 어디 하나에 의미가 담기지 않은 것이 없죠. 노래를 위한 노래, 춤을 위한 춤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스토리를 얹고, 감정을 실어 나르는 매개체인 거죠. 또 노래와 춤이 그 역할에 충실할 때 뮤지컬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이 오는 겁니다."

'뮤지컬장이' 박칼린은 내달 6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객을 만난다.

초연 당시, 가족의 고통을 덜기 위해 집을 떠나는 '다이애나'는 "여자가 어떻게 집을 버리고 떠날 수가 있느냐"는 일부 관객의 지적도 받은 '문제적 인물'이지만, 다시 선보이는 무대 위에서는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길 바란다고 했다.

"뮤지컬 넘버마다 사람의 마음을 치는 부분이 다 있어요. '이렇게까지 극을 끌고 갈 수 있다니' 싶은 반전도 있고요. 아, 제 한국어 발음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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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칼린 “‘다이애나’ 어렵지만 계속하고픈 도전”
    • 입력 2013-03-20 11:59:06
    연합뉴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서 주연 '다이애나' 역 "40대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2011년 11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 초연 당시 박칼린(46)이 한 말이다. 극 중 '다이애나'로 무대에 복귀했던 그는 "20년 동안 무대를 떠났던 나를 다시 배우로 서도록 이끈 뮤지컬"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착을 여과 없이 드러냈었다. 만 1년 2개월여 만에 같은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서는 그는 이번엔 "정말 너무 이해하고 싶어 끊임없이 도전하게 되는 작품"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19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칼린은 "여전히 노래도, 연기도 까다로운 '다이애나'"라면서도 "캐릭터가 닳고 닳을 때까지, 세월이 흘러 내가 변하기 이전까지는 계속 이어가고 싶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넥스트 투 노멀'은 2008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후 이듬해 토니상 3개 부문을 석권하며 평단과 관객에게 인정받은 작품이다. 숨진 아들의 영혼을 떠나보내지 못한 채 16년 째 우울증과 과대망상에 시달리는 '다이애나', 죽은 오빠 때문에 미친 엄마를 보며 애증을 품은 '나탈리',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이지만 갈등과 아픔 앞에 무기력한 '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미 '다이애나'로 무대에 서 보긴 했지만 그는 극 중 역할이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과 같다고 했다. 보통 연기는 배우의 경험치에서 나오는 공감에서 시작되는데 '다이애나'의 삶이 자연인 박칼린의 인생과 잘 겹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고, 약간의 조증이 있긴 하지만 우울증은 또 아니죠. (웃음) 하지만 저와의 접점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싶은 열망이 더 컸어요. 똑똑하고 멋진 여자를 자살충동으로 몰아넣고, 환각에 시달리도록 하는 그 상처라는 게 뭘까.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너무 이해하고 싶었어요." 대본과 씨름하고 노래를 불러보며 그가 내린 해석은 "다이애나는 우리 누구나가 안에 가지고 있는 불안, 우울 등의 정서가 극대화 된 모습"이라는 거였다. "저의 경험, 제가 아끼는 친구들의 상황들을 찬찬히 돌아보니 '이런 게 비슷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연 없는 집안이 어딨나'라는 말도 있잖아요. 정확히 일치하는 경험은 아니지만 결국 사람들이 드러내보이지 않는 아픔들을 '다이애나'가 보여준다고 봐요." 그는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있기에 더 몰입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지만, 계속 인물을 파고들어 고민하게 되기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게 '다이애나' 역할이라고 했다. "정말 이해하고 싶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똑같은 이유로 또 어렵기도합니다. 무대 위 출연 분량도 많고, 노래도 어려워서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기도 하고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대본과 노래로 돌아가 연습에 더 집중합니다." 말을 돌려 이번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특위 활동에 대해 물었다. 2010년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면서 국민 '칼린 샘'이 된 후 그에게 집중된 눈이 많아진 터라 지난 1월 그의 '깜짝 발탁'은 세간에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를 '외도', '정계 입문' 등으로 해석하기도 했지만, 박칼린은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평소 갖고 있던 의견을 낸 것 뿐이라고 했다. "일단 '정치'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단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있었고, 거기에 참여해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할 기회를 얻었던 거죠. 사실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를 뮤지컬로 만들면서 88만원 세대에 대한 고민이 구체화됐어요. 왜 청년들이 이렇게 불행한지, 왜 원하는 학과를 가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지, 그런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에 대해서요. 그런 의미에서 (청년특위의 활동은) 오래 갖고 있던 풀어야 할 퍼즐과 숙제들을 깊게 파고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정치학 석사를 한 지인과 토론도 해봤지만, 결국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찾지 못했다는 그와의 대화는 이내 다시 그의 주 관심사인 뮤지컬로 돌아왔다.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에 참여한 후 국내 대표 뮤지컬 음악감독이자 연출로 활발히 활동해 온 그는 우리나라 뮤지컬 발전사를 고스란히 목격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가 정의하는 뮤지컬이란 뭘까. "뮤지컬이 만들어진 건 사람의 감정과 내면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 음악, 춤, 몸짓으로 표출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배우의 노래, 몸짓 그 어디 하나에 의미가 담기지 않은 것이 없죠. 노래를 위한 노래, 춤을 위한 춤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스토리를 얹고, 감정을 실어 나르는 매개체인 거죠. 또 노래와 춤이 그 역할에 충실할 때 뮤지컬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이 오는 겁니다." '뮤지컬장이' 박칼린은 내달 6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객을 만난다. 초연 당시, 가족의 고통을 덜기 위해 집을 떠나는 '다이애나'는 "여자가 어떻게 집을 버리고 떠날 수가 있느냐"는 일부 관객의 지적도 받은 '문제적 인물'이지만, 다시 선보이는 무대 위에서는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길 바란다고 했다. "뮤지컬 넘버마다 사람의 마음을 치는 부분이 다 있어요. '이렇게까지 극을 끌고 갈 수 있다니' 싶은 반전도 있고요. 아, 제 한국어 발음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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