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인간 때문에 말라가는 물

입력 2013.03.24 (08:07) 수정 2013.03.24 (08:3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륙은 비단 아프리카 뿐만이 아닙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최근 20년 동안 계속되어온 자연재해로 담수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부터, 우림이 파괴되면서 식수원이 고갈되고 있는 인도네시아까지.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동남아 지역을 손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있는 한 빈민가.

길가에는 온통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깨끗한 물을 구하는 것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

양동이에 빗물을 받아두고 식수로 사용합니다.

수 백명이 모여 사는 이 마을에서는 날마다 물 전쟁이 벌어집니다.

<인터뷰> 아로띠(27세) : "마을에 수도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날마다 다른 곳에까지 가서 물을 길어와야 합니다."

다카의 인구는 천 육백만명.

전체 인구 가운데 35% 가량이 빈민가에 살고 있습니다.

주민들 대부분 마을 공동 수도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상황.

마을 공동 수도 바로 옆에는 보통 화장실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설비를 갖출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비위생적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동네 병원들은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로 넘쳐납니다.

<인터뷰> 사하나즈(31세) : "물이 지저분하니까 늘 이렇게 피부병이 생깁니다. 아이들도 늘 설사에 시달려요."

물부족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해변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해안.

10년 전 태풍으로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사는 곳입니다.

<인터뷰> 사스디아(40세) : "태풍이 와서 집과 재산이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먹고 살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쪽 지역으로 오게 됐습니다."

해안가 나무들을 몰래 팔며 생계를 잇고 있지만, 먹을 음식도 마실 물도 부족합니다.

이곳 콕스바자르에는 모두 20만명의 환경 난민이 살고 있습니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기존의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자연재해로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된 방글라데시.

태풍과 해일이 계속되면서 갈수록 담수는 말라들어갔고, 제대로된 관개 시설은 없습니다.

<인터뷰> 압둘(환경단체 코스트 간사) : "물을 공급하고 정화하는 시스템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곳의 관개시설은 정말 나쁩니다."

자연재해를 막고, 해안가 담수를 보존하기 위해 정부는 해안가 주변에 바닷가에서 생존이 가능한 맹그로브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슬람(방글라데시 환경부 콕스바자르 지부장) : "싸이클론이 오면 이 나무들이 우선적으로 막아줍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장벽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지요."

지난 10년 동안 심은 나무는 모두 4백만 그루.

하지만 심각한 물부족 상황을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쓸 수 있는 물, 담수가 부족해졌을까.

전문가들은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담수 고갈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전체적인 강우량으로 따져보면 물이 부족하지 않지만,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는 형태로 비가 내리다 보니, 정작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민진수(코이카 의사) : "물이 정수처리가 하나도 안 돼 있어요. 하수 처리는 당연히 안 돼 있고. 그 모든 게 다 섞여서 그것을 다시 재사용하게 되니까 그게 계속 순환이 되거든요."

무분별한 개발도 담수 고갈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전세계 우림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

팜오일을 재배하는 한 대형농장을 찾았습니다.

마을 바로 옆에 대형농장이 생긴 이후 주민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하수가 완전히 고갈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라디만(49살/ 농장인근 마을 주민) : "팜오일 농장이 시작되기 전에는 각 집마다 우물이 있었어요. 하지만 농장이 생기면서 물이 말랐습니다. 지금은 워터탱크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팜오일 회사가 임시로 제공하는 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농장 개발 등으로 사라지고 있는 열대림 면적은 한 해 평균 280만 헥타르.

해마다 서울 면적의 50배에 이르는 우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수자원이 풍부했던 논까지 팜오일 재배 농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일대는 원래 쌀농사를 짓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20년 동안 대형 팜 오일 나무로 가득한 농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대형농장의 팜오일 나무들은 지하수를 빨아 먹으며 자라납니다.

수자원과 다른 식물들을 보호하던 열대림이 없어지는 만큼 담수 고갈이 뒤따릅니다.

동물들도 고통받기는 마찬가지.

열대림이 파괴되면서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동물 오랑우탄도 살 곳을 잃었습니다.

주민들은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 위스누(29세/오랑우탄 공원 관계자) : "(오랑우탄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합니다. 이 곳에 사는 사람에게 이 숲은 정말 중요한 곳입니다."0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역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대형 팜오일 재배 농장에 대한 규제 방안이 마련되기 시작했습니다.

팜오일 회사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해 더 이상의 지하수 고갈과 숲파괴를 막고자 한 겁니다.

또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대형 기업들이 일정 부분 보상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수리아니(36세/현지 NGO 관계자) : "주민들은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같은 사회단체들이 팜오일 농장주인 회사들이 의무적으로 물부족으로 겪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도움을 주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이윤만 쫓는 무분별한 개발은 갈수록 늘어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채 고스란히 그 피해를 덮어쓰고 있습니다.

<인터뷰>카림 마수드(UNDP 프로그램 매니저) :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지하수가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농촌 지역이나 가난한 지역의 경우 깨끗한 물을 얻기가 더 어렵죠."

2013년 세계 물의 해,

물 부족조차도 빈익빈, 부익부 원칙에서 예외가 아닌 상황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eye] 인간 때문에 말라가는 물
    • 입력 2013-03-24 08:07:04
    • 수정2013-03-24 08:39:0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륙은 비단 아프리카 뿐만이 아닙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최근 20년 동안 계속되어온 자연재해로 담수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부터, 우림이 파괴되면서 식수원이 고갈되고 있는 인도네시아까지.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동남아 지역을 손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있는 한 빈민가.

길가에는 온통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깨끗한 물을 구하는 것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

양동이에 빗물을 받아두고 식수로 사용합니다.

수 백명이 모여 사는 이 마을에서는 날마다 물 전쟁이 벌어집니다.

<인터뷰> 아로띠(27세) : "마을에 수도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날마다 다른 곳에까지 가서 물을 길어와야 합니다."

다카의 인구는 천 육백만명.

전체 인구 가운데 35% 가량이 빈민가에 살고 있습니다.

주민들 대부분 마을 공동 수도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상황.

마을 공동 수도 바로 옆에는 보통 화장실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설비를 갖출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비위생적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동네 병원들은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로 넘쳐납니다.

<인터뷰> 사하나즈(31세) : "물이 지저분하니까 늘 이렇게 피부병이 생깁니다. 아이들도 늘 설사에 시달려요."

물부족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해변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해안.

10년 전 태풍으로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사는 곳입니다.

<인터뷰> 사스디아(40세) : "태풍이 와서 집과 재산이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먹고 살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쪽 지역으로 오게 됐습니다."

해안가 나무들을 몰래 팔며 생계를 잇고 있지만, 먹을 음식도 마실 물도 부족합니다.

이곳 콕스바자르에는 모두 20만명의 환경 난민이 살고 있습니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기존의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자연재해로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된 방글라데시.

태풍과 해일이 계속되면서 갈수록 담수는 말라들어갔고, 제대로된 관개 시설은 없습니다.

<인터뷰> 압둘(환경단체 코스트 간사) : "물을 공급하고 정화하는 시스템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곳의 관개시설은 정말 나쁩니다."

자연재해를 막고, 해안가 담수를 보존하기 위해 정부는 해안가 주변에 바닷가에서 생존이 가능한 맹그로브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슬람(방글라데시 환경부 콕스바자르 지부장) : "싸이클론이 오면 이 나무들이 우선적으로 막아줍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장벽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지요."

지난 10년 동안 심은 나무는 모두 4백만 그루.

하지만 심각한 물부족 상황을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쓸 수 있는 물, 담수가 부족해졌을까.

전문가들은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담수 고갈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전체적인 강우량으로 따져보면 물이 부족하지 않지만,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는 형태로 비가 내리다 보니, 정작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민진수(코이카 의사) : "물이 정수처리가 하나도 안 돼 있어요. 하수 처리는 당연히 안 돼 있고. 그 모든 게 다 섞여서 그것을 다시 재사용하게 되니까 그게 계속 순환이 되거든요."

무분별한 개발도 담수 고갈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전세계 우림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

팜오일을 재배하는 한 대형농장을 찾았습니다.

마을 바로 옆에 대형농장이 생긴 이후 주민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하수가 완전히 고갈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라디만(49살/ 농장인근 마을 주민) : "팜오일 농장이 시작되기 전에는 각 집마다 우물이 있었어요. 하지만 농장이 생기면서 물이 말랐습니다. 지금은 워터탱크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팜오일 회사가 임시로 제공하는 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농장 개발 등으로 사라지고 있는 열대림 면적은 한 해 평균 280만 헥타르.

해마다 서울 면적의 50배에 이르는 우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수자원이 풍부했던 논까지 팜오일 재배 농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일대는 원래 쌀농사를 짓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20년 동안 대형 팜 오일 나무로 가득한 농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대형농장의 팜오일 나무들은 지하수를 빨아 먹으며 자라납니다.

수자원과 다른 식물들을 보호하던 열대림이 없어지는 만큼 담수 고갈이 뒤따릅니다.

동물들도 고통받기는 마찬가지.

열대림이 파괴되면서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동물 오랑우탄도 살 곳을 잃었습니다.

주민들은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 위스누(29세/오랑우탄 공원 관계자) : "(오랑우탄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합니다. 이 곳에 사는 사람에게 이 숲은 정말 중요한 곳입니다."0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역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대형 팜오일 재배 농장에 대한 규제 방안이 마련되기 시작했습니다.

팜오일 회사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해 더 이상의 지하수 고갈과 숲파괴를 막고자 한 겁니다.

또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대형 기업들이 일정 부분 보상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수리아니(36세/현지 NGO 관계자) : "주민들은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같은 사회단체들이 팜오일 농장주인 회사들이 의무적으로 물부족으로 겪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도움을 주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이윤만 쫓는 무분별한 개발은 갈수록 늘어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채 고스란히 그 피해를 덮어쓰고 있습니다.

<인터뷰>카림 마수드(UNDP 프로그램 매니저) :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지하수가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농촌 지역이나 가난한 지역의 경우 깨끗한 물을 얻기가 더 어렵죠."

2013년 세계 물의 해,

물 부족조차도 빈익빈, 부익부 원칙에서 예외가 아닌 상황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