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별장 접대’ 수사 난항…선정 보도·명단 유출

입력 2013.03.27 (21:14) 수정 2013.03.2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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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건설업자의 별장 접대 의혹이 온갖 소문과 뒷얘기들을 낳고있습니다.

하지만 접대 동영상 등 사건의 실체는 아직도 안갯속입니다.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별장 접대 의혹의 전말과 수사 쟁점, 우리 사회에 던지는 숙제들을 살펴봅니다.

먼저 박주경 기자가 소문의 '발단'으로 거슬러올라가 이번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해봅니다.

<리포트>

강원도 원주의 한 외딴 별장.

일부 언론이 '아방궁'이라고 부를 만큼 내밀하고 호사스럽습니다.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이곳이 어떻게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을까요?

사건의 발단부터 되짚어보겠습니다.

2년 전 두 남녀가 만났습니다.

건설업을 하는 중년 남성과 재력 있는 여성 사업가.

한때 동업을 구상할 정도로 가까웠던 이들이 돈과 남녀문제 등으로 틀어지더니 급기야 고소 사태에까지 이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래도 두 사람의 '개인사'인데, 문제는 이 여성이 건설업자에 대해 뭔가 다른 뒷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별장 내붑니다. 이곳에서 남자가 수시로 '고위층'을 불러 문란한 접대를 했고, 그 과정이 담긴 동영상까지 있다는 폭로였습니다.

일선 경찰서에서 다투던 두 남녀간의 송사가 경찰청 수사로까지 비화되고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됩니다.

등장 인물은 다양했습니다.

검찰,경찰 수뇌부에서부터 사정기관, 교육부 관료에 종합병원 원장까지...

업자와 어울렸다는 고위층 이름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경찰이 2분짜리 동영상을 입수했다고 밝히면서 관심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PC 화면을 누군가 휴대폰으로 재촬영한 흐릿한 복사본.

별장 내부와 유사한 장소에서 두 남녀가 노래를 부르다 낯 뜨거운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국과수가 판독을 시도했는데 주인공을 '확증'하지 못했습니다.

진술을 제외하곤 거의 유일한 물증이었지만 그 효력을 상실한 셈입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이 사건의 본질은 동영상이 아니었을 지도 모릅니다.

호사가들의 단순한 입방앗거리가 아니라 공직자들이 왜! 건설업자와 어울렸는지에 관한 의혹입니다.

박원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찰이 별장접대 의혹 수사에 착수한지 오늘로 열흘 째.

확보한 동영상이 증거능력을 상실하면서, 경찰은 이제서야 "수사에서 동영상의 비중은 1%도 안된다"며 "청탁과 이권 거래 규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사 초점은 건설업자 윤 씨가 공사를 따내거나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느냐입니다.

또 윤 씨와 아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이 금품이나 향응을 받고 대가를 제공했는지를 입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일부에서 제기한 각종 공사 수주와 인허가 의혹, 수백억 원의 불법 대출 의혹, 또 빌라를 공직자에게 싸게 분양해줬다는 의혹 등이 모두 수사 대상입니다.

이성한 경찰청장 내정자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이성한(경찰청장 내정자) : "조금이라도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하게 수사해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의법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거나 계좌추적 영장 하나 제대로 신청하지 않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는 상황.

경찰은 의혹 전반에 대한 자료 검토와 참고인 조사를 먼저 한 뒤 건설업자 윤씨 등을 부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멘트>

이번 별장 접대 의혹 사건에서 불거진 또다른 문제점은 선정적인 보도입니다.

접대 동영상과 관련해 온갖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고 SNS로도 확인되지 않은 접대 명단까지 퍼지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김성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사회 저명 인사가 다수 등장한다'

'동영상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사건발생 초기 별장 접대 동영상과 관련해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된 내용들입니다.

<녹취> 00 방송 보도 : "기업인들중에도 내가 딱 보니까 그 B씨가 등장하는 순간 '야...이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부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증언들을 토대로 동영상을 재연까지 했습니다.

최근엔 접대를 받은 인사들이 누군지에 대한 추측성 보도도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위공직자가 다수 등장하는 확인되지 않은 접대 명단이 SNS 등을 통해 무차별 유포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녹취> 전 고위공직자(음성변조) :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만난적있다고 했더니 침소봉대 해가지고...정말 기가막히는데"

이런 언론의 선정적, 추측성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서중(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확인된 사실에 근거해서 보도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 언론은 일반 국민들이 술자리에서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보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이 알아야될 진실은 무엇인지, 사실을 기반으로 차분하고 깊이있는 보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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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27 21:16:34
    • 수정2013-03-27 2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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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설업자의 별장 접대 의혹이 온갖 소문과 뒷얘기들을 낳고있습니다.

하지만 접대 동영상 등 사건의 실체는 아직도 안갯속입니다.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별장 접대 의혹의 전말과 수사 쟁점, 우리 사회에 던지는 숙제들을 살펴봅니다.

먼저 박주경 기자가 소문의 '발단'으로 거슬러올라가 이번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해봅니다.

<리포트>

강원도 원주의 한 외딴 별장.

일부 언론이 '아방궁'이라고 부를 만큼 내밀하고 호사스럽습니다.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이곳이 어떻게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을까요?

사건의 발단부터 되짚어보겠습니다.

2년 전 두 남녀가 만났습니다.

건설업을 하는 중년 남성과 재력 있는 여성 사업가.

한때 동업을 구상할 정도로 가까웠던 이들이 돈과 남녀문제 등으로 틀어지더니 급기야 고소 사태에까지 이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래도 두 사람의 '개인사'인데, 문제는 이 여성이 건설업자에 대해 뭔가 다른 뒷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별장 내붑니다. 이곳에서 남자가 수시로 '고위층'을 불러 문란한 접대를 했고, 그 과정이 담긴 동영상까지 있다는 폭로였습니다.

일선 경찰서에서 다투던 두 남녀간의 송사가 경찰청 수사로까지 비화되고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됩니다.

등장 인물은 다양했습니다.

검찰,경찰 수뇌부에서부터 사정기관, 교육부 관료에 종합병원 원장까지...

업자와 어울렸다는 고위층 이름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경찰이 2분짜리 동영상을 입수했다고 밝히면서 관심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PC 화면을 누군가 휴대폰으로 재촬영한 흐릿한 복사본.

별장 내부와 유사한 장소에서 두 남녀가 노래를 부르다 낯 뜨거운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국과수가 판독을 시도했는데 주인공을 '확증'하지 못했습니다.

진술을 제외하곤 거의 유일한 물증이었지만 그 효력을 상실한 셈입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이 사건의 본질은 동영상이 아니었을 지도 모릅니다.

호사가들의 단순한 입방앗거리가 아니라 공직자들이 왜! 건설업자와 어울렸는지에 관한 의혹입니다.

박원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찰이 별장접대 의혹 수사에 착수한지 오늘로 열흘 째.

확보한 동영상이 증거능력을 상실하면서, 경찰은 이제서야 "수사에서 동영상의 비중은 1%도 안된다"며 "청탁과 이권 거래 규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사 초점은 건설업자 윤 씨가 공사를 따내거나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느냐입니다.

또 윤 씨와 아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이 금품이나 향응을 받고 대가를 제공했는지를 입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일부에서 제기한 각종 공사 수주와 인허가 의혹, 수백억 원의 불법 대출 의혹, 또 빌라를 공직자에게 싸게 분양해줬다는 의혹 등이 모두 수사 대상입니다.

이성한 경찰청장 내정자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이성한(경찰청장 내정자) : "조금이라도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하게 수사해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의법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거나 계좌추적 영장 하나 제대로 신청하지 않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는 상황.

경찰은 의혹 전반에 대한 자료 검토와 참고인 조사를 먼저 한 뒤 건설업자 윤씨 등을 부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멘트>

이번 별장 접대 의혹 사건에서 불거진 또다른 문제점은 선정적인 보도입니다.

접대 동영상과 관련해 온갖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고 SNS로도 확인되지 않은 접대 명단까지 퍼지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김성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사회 저명 인사가 다수 등장한다'

'동영상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사건발생 초기 별장 접대 동영상과 관련해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된 내용들입니다.

<녹취> 00 방송 보도 : "기업인들중에도 내가 딱 보니까 그 B씨가 등장하는 순간 '야...이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부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증언들을 토대로 동영상을 재연까지 했습니다.

최근엔 접대를 받은 인사들이 누군지에 대한 추측성 보도도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위공직자가 다수 등장하는 확인되지 않은 접대 명단이 SNS 등을 통해 무차별 유포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녹취> 전 고위공직자(음성변조) :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만난적있다고 했더니 침소봉대 해가지고...정말 기가막히는데"

이런 언론의 선정적, 추측성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서중(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확인된 사실에 근거해서 보도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 언론은 일반 국민들이 술자리에서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보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이 알아야될 진실은 무엇인지, 사실을 기반으로 차분하고 깊이있는 보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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