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기만 한 ‘상생의 길’

입력 2013.04.01 (06:52) 수정 2013.04.0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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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하도급 공사를 맡았다가 손해만 보고 결국 회사가 무너지게됐다는 중소기업 대표.

<인터뷰> "4~5개월은 완전히 미친 상태였죠. 잠도 못자고, 헛소리 하고 너무 힘들었죠. 이거 뭐...한마디로 더 이상 이제 버틸 힘도 없어요. 버틸 힘도 없고."

대기업의 이중플레이에 공장이 경매에 넘어가게 됐다는 중소기업 사장.

<인터뷰> "제가 20대부터 지금 50대 중반이 되었는데 말 그대로 조그만 구멍가게에서부터 키워온 회사였거든요."

정치권은 동반성장, 경제 민주화를 외치지만 그저 남의 일 같다는 중소기업 사람들.

<인터뷰> "상생하고는 거리가 멀고요.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쭉 이야기를 해왔지만, 해당사항이 되는 업체는 몇 군데 안되고, 거의 없다라고 봐야죠."

<앵커 멘트>

최근 정치권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중소기업 살리기입니다.

강한 중소기업, 이른바 강소기업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어찌된 일인지 현장에서는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 앞에서는 작아질 수 밖에 없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바닷가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탱크들.

지름이 100미터 가까이나 됩니다.

현재 완공 단계에 있는 이 시설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원유를 비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탱크 공사 관계자 : "저쪽 바다에서 석유 실은 배가 들어오면 받아가지고 쭉 탱크로, 배관을 타고 들어오는 저장 시설입니다."

대형건설사가 3400억 여원에 수주한 이 공사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탱크는 전문 중소기업이 맡았습니다.

탱크 20개를 세우는데 계약한 금액은 140억 원 가량.

하지만 해당 중소기업은 이 공사때문에 회사가 파산 지경에 이를 정도의 큰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가 담당했던 기반공사가 4개월 가량 지연되다 보니, 하청회사의 공사도 시작이 늦어졌고, 이후 공기를 맞추기 위해 작업시간을 연장하고 기계를 추가 투입하는 등으로 50억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들면서 손해가 컸다는 겁니다.

<인터뷰> "토목 인수가 늦어졌으면 늦어진 만큼 뒤에 공정도 늦어져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끝나는 공정은 똑같고. 토목 기초만 4개월 늦어지니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투입을 더 해야되는 상황이 된거죠."

하지만 대형 건설사에서는 나몰라라 했다는게 하청업체 주장입니다.

<인터뷰> 해당 중소기업 대표 : "(대기업에서 지시를) 구두상으로 전부 한 거죠. 믿고 했다가 이제 이런 식으로 당하는거지. 4~5개월은 완전히 미친 상태였죠. 잠도 못자고 헛소리하고 너무 힘들었죠."

이에 대해 대형건설사 측은 계약 조건대로 충실히 이행했으며, 인원과 장비 추가 투입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해당 건설사 관계자 : "밑졌다고 아무 근거 없이, 계약외 사항으로...(그런데 하청) 업체가 밑졌습니다. 돈 줘야 됩니다. 이렇게 주장하면 계약도 필요없고 그렇게 되는 거죠 "

활기차게 돌아가야 할 공장엔 자재만 쌓여있고 인적이 없습니다.

이 공장은 1년 여 전만 해도, 9개 라인을 가동하며 아파트 창문과 문 등 창호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장이 경매에 넘어간 상태입니다.

<인터뷰> 창호 업체 관계자 : "(기계들은 다 어떻게 된 건가요?)기계는 못쓰게 되니까 헐값으로 다 넘기게 된거죠."

이 공장의 사장은 대기업의 이중플레이에 당했다고 하소연합니다.

해당 대기업은 당초 이 공장에 금형 제작과정에 도움을 주면 금형이 완성된 뒤 일감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공장 사장은 개발 재료비의 10%도 받지 못했지만, 이후 계속 일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10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인터뷰> 해당 중소기업 대표 : "손해보는 걸 분명히 알아요. 그렇지만 3~5년 해주면 거기에서 비용을 받아낼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계산을 해서 손해나는 거지만 그렇게 해 줘요."

그러나 해당 대기업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창호를 이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해 놓고선 자체 공장을 지은 것입니다.

완성된 금형을 가져다가 자체적으로 창호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애초부터 금형공장과는 1년 계약을 맺어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형공장 사장은 자신의 공장 기술자들까지 대기업이 빼내갔다고 억울해합니다.

<인터뷰> 해당 중소기업 대표 : "기술자 파견을 하면서 한 명에 얼마씩 비용을 주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금형만 떼어 가지고 가면 제가 반발을 할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하다 그것도 한 6개월 이렇게 하니까 (이직시켜) 다른 회사로 바꿔 버리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이런 분쟁은 매년 크게 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신청 건수를 보면 지난 2008년 520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500건을 넘어섰습니다.

이른바 '갑'의 위치라는 대기업은 이제 계약상 '을'인 하청업체에 검은 뒷돈을 대신 내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9년 금호석유화학 임원 51살 지 모 씨는 이곳의 창호 공사를 따내기 위해 현장 조합장에게 뒷돈 1억 원을 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 돈은 하도급 업체가 대신 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단지 한 개인이나 한 대기업 만의 문제일까.

현장에서 만난 한 창호업체 대표는 대기업이 하청 업체에게 이 같은 뒷돈을 떠넘기는 건 비밀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중소기업 대표(음성변조) "대기업들은 어느 현장이나 다 똑같이 그런 일들이 있어요. 지금도 (뒷돈 대라는) 그런 제안이 들어와요. 저한테... 백억짜리 공사니까 자기네한테 십억을 넣어라 이런 식으로 뭐 그런게 있어요."

이렇게 뒷돈을 내게하고는 일단 공사를 따내면 비용을 부풀려 어느 정도 보전을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중소기업 대표(음성변조) : "백 억으로 된다 그거에요. 그럼 거기서 십억을 주면 구십 억에 해야 되잖아요. 그렇게 공사를 할 수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백 억짜리면 공사를 너희한테 주되, 다시 계약서 써서 너네한테 108억 원에 해준다든지 "

하지만 이런 일을 꾸미는 대기업은 뒷돈 거래 성사 단계에서 슬쩍 빠져 다른 사람을 세우기 때문에 대기업의 비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하청업체, 중소기업인들의 말입니다.

<인터뷰> 중소기업 대표(음성변조) : "(저쪽에서) 대기업 사람을 만나 뒷돈을 이야기를 하면 대기업에서는 그래? 그럼 내용을 알되 뒤로 전달을 해주는 거죠. 다음 영업사원한테"

광주 광역시의 대표적인 공업단지인 하남산업단지.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몰려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매년 예외없이 진행되는 납품가 인하에 대해 고통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대기업 협력업체 대표(음성변조) : "단가는 해마다 깍으면서 요구하는 것들은 한도 없이 늘어나는...이러면서 비용은 늘어나면서 그런 것들에 대한 인정을 안해주고"

대기업이 아무리 막대한 이윤을 내도, 납품가는 해가 바뀌면 인하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대기업 협력업체 대표(음성변조) : "제가 아는 분들도 00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있는데 하는 이야기가 그래요. 거래하지 말라고 해요. 망할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속시원히 해결해줄 기관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청, 공정거래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대한상사중재원 등 상당수 감독 기관이 있긴 하지만, 이들이 가진 것은 조정기능 뿐.

상대방인 대기업이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결국 법정까지 가게되지만, 이기게 되더라도 법정 다툼 기간 동안 돈을 받지 못해 회사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경무(동반성장위원회 정책부장) : "계약서는 주로 대기업들이 작성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네한테 유리한 경우가 많고요. 계약서에 언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발생하게 되면 그것은 계약서에 없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다라고"

이렇다보니 분쟁 많은 대기업과의 거래를 피해 소기업들이 스스로 활로를 개척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신발 공장만 600개가 몰려 있는 서울 성수동. 우리나라 구두의 80~90%가 이 지역 공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오늘도 작은 공장 안에서는 신발 제작이 한창입니다.

신발 틀에 가죽을 씌우고, 일일히 못을 박아 고정시키는 등 모든 작업이 손으로 이뤄지는 수제화 공장입니다.

<인터뷰> 구두 장인 "발에다 신고 다니는 거니까 예민하잖아요. 기계화로 해가지고는 안되는게 많아요."

하지만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광수(영세 구두업체 직원) : "(대기업) 본사에서 주는 디자인만 하다보니 발전도 없고. 단가만 맞추다 보니 가격면에서 아무래도..."

그래서 생각한 것이 대기업 주문에만 기대지 말고, 협동 조합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자는 것.

올초 5개 업체가 참여해 수제화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백화점의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경진(성수동 수제화협동조합 이사장) : "기술력이 다 검증돼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지만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계신 부분들이 많으세요.> <실제로 체험을 하고 신어보고 하면서 이런 부분에서 신뢰도가 올라가면 "

새 정부는 중소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 :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펼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경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대기업들은 앞다퉈 화답했습니다.

'이대로만 된다면....'

현장의 중소기업인들은 이 두 마디만 하고 말끝을 흐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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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기만 한 ‘상생의 길’
    • 입력 2013-04-01 06:52:48
    • 수정2013-04-01 07:22:40
    취재파일K
대기업 하도급 공사를 맡았다가 손해만 보고 결국 회사가 무너지게됐다는 중소기업 대표.

<인터뷰> "4~5개월은 완전히 미친 상태였죠. 잠도 못자고, 헛소리 하고 너무 힘들었죠. 이거 뭐...한마디로 더 이상 이제 버틸 힘도 없어요. 버틸 힘도 없고."

대기업의 이중플레이에 공장이 경매에 넘어가게 됐다는 중소기업 사장.

<인터뷰> "제가 20대부터 지금 50대 중반이 되었는데 말 그대로 조그만 구멍가게에서부터 키워온 회사였거든요."

정치권은 동반성장, 경제 민주화를 외치지만 그저 남의 일 같다는 중소기업 사람들.

<인터뷰> "상생하고는 거리가 멀고요.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쭉 이야기를 해왔지만, 해당사항이 되는 업체는 몇 군데 안되고, 거의 없다라고 봐야죠."

<앵커 멘트>

최근 정치권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중소기업 살리기입니다.

강한 중소기업, 이른바 강소기업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어찌된 일인지 현장에서는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 앞에서는 작아질 수 밖에 없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바닷가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탱크들.

지름이 100미터 가까이나 됩니다.

현재 완공 단계에 있는 이 시설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원유를 비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탱크 공사 관계자 : "저쪽 바다에서 석유 실은 배가 들어오면 받아가지고 쭉 탱크로, 배관을 타고 들어오는 저장 시설입니다."

대형건설사가 3400억 여원에 수주한 이 공사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탱크는 전문 중소기업이 맡았습니다.

탱크 20개를 세우는데 계약한 금액은 140억 원 가량.

하지만 해당 중소기업은 이 공사때문에 회사가 파산 지경에 이를 정도의 큰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가 담당했던 기반공사가 4개월 가량 지연되다 보니, 하청회사의 공사도 시작이 늦어졌고, 이후 공기를 맞추기 위해 작업시간을 연장하고 기계를 추가 투입하는 등으로 50억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들면서 손해가 컸다는 겁니다.

<인터뷰> "토목 인수가 늦어졌으면 늦어진 만큼 뒤에 공정도 늦어져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끝나는 공정은 똑같고. 토목 기초만 4개월 늦어지니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투입을 더 해야되는 상황이 된거죠."

하지만 대형 건설사에서는 나몰라라 했다는게 하청업체 주장입니다.

<인터뷰> 해당 중소기업 대표 : "(대기업에서 지시를) 구두상으로 전부 한 거죠. 믿고 했다가 이제 이런 식으로 당하는거지. 4~5개월은 완전히 미친 상태였죠. 잠도 못자고 헛소리하고 너무 힘들었죠."

이에 대해 대형건설사 측은 계약 조건대로 충실히 이행했으며, 인원과 장비 추가 투입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해당 건설사 관계자 : "밑졌다고 아무 근거 없이, 계약외 사항으로...(그런데 하청) 업체가 밑졌습니다. 돈 줘야 됩니다. 이렇게 주장하면 계약도 필요없고 그렇게 되는 거죠 "

활기차게 돌아가야 할 공장엔 자재만 쌓여있고 인적이 없습니다.

이 공장은 1년 여 전만 해도, 9개 라인을 가동하며 아파트 창문과 문 등 창호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장이 경매에 넘어간 상태입니다.

<인터뷰> 창호 업체 관계자 : "(기계들은 다 어떻게 된 건가요?)기계는 못쓰게 되니까 헐값으로 다 넘기게 된거죠."

이 공장의 사장은 대기업의 이중플레이에 당했다고 하소연합니다.

해당 대기업은 당초 이 공장에 금형 제작과정에 도움을 주면 금형이 완성된 뒤 일감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공장 사장은 개발 재료비의 10%도 받지 못했지만, 이후 계속 일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10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인터뷰> 해당 중소기업 대표 : "손해보는 걸 분명히 알아요. 그렇지만 3~5년 해주면 거기에서 비용을 받아낼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계산을 해서 손해나는 거지만 그렇게 해 줘요."

그러나 해당 대기업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창호를 이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해 놓고선 자체 공장을 지은 것입니다.

완성된 금형을 가져다가 자체적으로 창호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애초부터 금형공장과는 1년 계약을 맺어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형공장 사장은 자신의 공장 기술자들까지 대기업이 빼내갔다고 억울해합니다.

<인터뷰> 해당 중소기업 대표 : "기술자 파견을 하면서 한 명에 얼마씩 비용을 주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금형만 떼어 가지고 가면 제가 반발을 할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하다 그것도 한 6개월 이렇게 하니까 (이직시켜) 다른 회사로 바꿔 버리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이런 분쟁은 매년 크게 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신청 건수를 보면 지난 2008년 520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500건을 넘어섰습니다.

이른바 '갑'의 위치라는 대기업은 이제 계약상 '을'인 하청업체에 검은 뒷돈을 대신 내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9년 금호석유화학 임원 51살 지 모 씨는 이곳의 창호 공사를 따내기 위해 현장 조합장에게 뒷돈 1억 원을 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 돈은 하도급 업체가 대신 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단지 한 개인이나 한 대기업 만의 문제일까.

현장에서 만난 한 창호업체 대표는 대기업이 하청 업체에게 이 같은 뒷돈을 떠넘기는 건 비밀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중소기업 대표(음성변조) "대기업들은 어느 현장이나 다 똑같이 그런 일들이 있어요. 지금도 (뒷돈 대라는) 그런 제안이 들어와요. 저한테... 백억짜리 공사니까 자기네한테 십억을 넣어라 이런 식으로 뭐 그런게 있어요."

이렇게 뒷돈을 내게하고는 일단 공사를 따내면 비용을 부풀려 어느 정도 보전을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중소기업 대표(음성변조) : "백 억으로 된다 그거에요. 그럼 거기서 십억을 주면 구십 억에 해야 되잖아요. 그렇게 공사를 할 수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백 억짜리면 공사를 너희한테 주되, 다시 계약서 써서 너네한테 108억 원에 해준다든지 "

하지만 이런 일을 꾸미는 대기업은 뒷돈 거래 성사 단계에서 슬쩍 빠져 다른 사람을 세우기 때문에 대기업의 비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하청업체, 중소기업인들의 말입니다.

<인터뷰> 중소기업 대표(음성변조) : "(저쪽에서) 대기업 사람을 만나 뒷돈을 이야기를 하면 대기업에서는 그래? 그럼 내용을 알되 뒤로 전달을 해주는 거죠. 다음 영업사원한테"

광주 광역시의 대표적인 공업단지인 하남산업단지.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몰려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매년 예외없이 진행되는 납품가 인하에 대해 고통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대기업 협력업체 대표(음성변조) : "단가는 해마다 깍으면서 요구하는 것들은 한도 없이 늘어나는...이러면서 비용은 늘어나면서 그런 것들에 대한 인정을 안해주고"

대기업이 아무리 막대한 이윤을 내도, 납품가는 해가 바뀌면 인하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대기업 협력업체 대표(음성변조) : "제가 아는 분들도 00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있는데 하는 이야기가 그래요. 거래하지 말라고 해요. 망할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속시원히 해결해줄 기관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청, 공정거래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대한상사중재원 등 상당수 감독 기관이 있긴 하지만, 이들이 가진 것은 조정기능 뿐.

상대방인 대기업이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결국 법정까지 가게되지만, 이기게 되더라도 법정 다툼 기간 동안 돈을 받지 못해 회사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경무(동반성장위원회 정책부장) : "계약서는 주로 대기업들이 작성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네한테 유리한 경우가 많고요. 계약서에 언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발생하게 되면 그것은 계약서에 없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다라고"

이렇다보니 분쟁 많은 대기업과의 거래를 피해 소기업들이 스스로 활로를 개척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신발 공장만 600개가 몰려 있는 서울 성수동. 우리나라 구두의 80~90%가 이 지역 공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오늘도 작은 공장 안에서는 신발 제작이 한창입니다.

신발 틀에 가죽을 씌우고, 일일히 못을 박아 고정시키는 등 모든 작업이 손으로 이뤄지는 수제화 공장입니다.

<인터뷰> 구두 장인 "발에다 신고 다니는 거니까 예민하잖아요. 기계화로 해가지고는 안되는게 많아요."

하지만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광수(영세 구두업체 직원) : "(대기업) 본사에서 주는 디자인만 하다보니 발전도 없고. 단가만 맞추다 보니 가격면에서 아무래도..."

그래서 생각한 것이 대기업 주문에만 기대지 말고, 협동 조합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자는 것.

올초 5개 업체가 참여해 수제화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백화점의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경진(성수동 수제화협동조합 이사장) : "기술력이 다 검증돼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지만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계신 부분들이 많으세요.> <실제로 체험을 하고 신어보고 하면서 이런 부분에서 신뢰도가 올라가면 "

새 정부는 중소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 :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펼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경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대기업들은 앞다퉈 화답했습니다.

'이대로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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