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표절에 관대한 사회

입력 2013.04.01 (07:37) 수정 2013.04.01 (07: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관 객원해설위원]

작은 조각들을 붙여 모양을 나타내는 장식미술. 아시죠? 모자이큽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이런 모자이크 기법의 창작물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회피하고 정진의 땀방울을 흘리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논문작성도 이곳저곳 잘 찾아서 잘라 붙이면 그만입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논문 표절 시비가 여기저기서 또 불거집니다. 최근에는 경찰청장에 지명된 공직 후보자가 자신의 석,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솔직하고 통 크게’ 인정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우리 사회가 이런 표절 시비들을 더 이상 안고 가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 지식층들이 ‘표절은 절도행위’라는 생각을 뇌리에 깊숙이 새겨야 합니다. 더불어 학위가 처세에 유리한 요소라는 사회적 통념을 바꿔야 합니다. 모자이크 학위보다는 특정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창작의 경력이 더 우대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배우 김혜수 씨는 표절의혹이 불거지자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밝혔고, 개그우먼 김미화 씨와 스타강사 김미경 씨는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습니다. 하지만 공직후보자들은 버티기로 일관하는 게 보통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국가들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표절에 대한 기준과 표절자에 대한 처분이 엄격합니다. 우리 교육부도 수년전 표절에 대한 상세한 기준을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잇달아 여섯 단어 이상 일치하는 표현’, ‘사용한 데이터가 같거나 비슷한 경우’ 등인데 현장 적용은 여전히 어렵다고 합니다. 표절의 문제가 이런 가이드라인보다는 당사자들의 기본적인 양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해결은 그래서 학위 수여의 주체인 대학들의 몫입니다. 적어도 대학이 ‘학위장사’라는 비난을 들어가면서 학위를 남발해서는 안 되겠지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표절에 관대한 사회
    • 입력 2013-04-01 07:38:02
    • 수정2013-04-01 07:50:43
    뉴스광장
[김용관 객원해설위원]

작은 조각들을 붙여 모양을 나타내는 장식미술. 아시죠? 모자이큽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이런 모자이크 기법의 창작물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회피하고 정진의 땀방울을 흘리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논문작성도 이곳저곳 잘 찾아서 잘라 붙이면 그만입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논문 표절 시비가 여기저기서 또 불거집니다. 최근에는 경찰청장에 지명된 공직 후보자가 자신의 석,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솔직하고 통 크게’ 인정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우리 사회가 이런 표절 시비들을 더 이상 안고 가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 지식층들이 ‘표절은 절도행위’라는 생각을 뇌리에 깊숙이 새겨야 합니다. 더불어 학위가 처세에 유리한 요소라는 사회적 통념을 바꿔야 합니다. 모자이크 학위보다는 특정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창작의 경력이 더 우대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배우 김혜수 씨는 표절의혹이 불거지자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밝혔고, 개그우먼 김미화 씨와 스타강사 김미경 씨는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습니다. 하지만 공직후보자들은 버티기로 일관하는 게 보통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국가들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표절에 대한 기준과 표절자에 대한 처분이 엄격합니다. 우리 교육부도 수년전 표절에 대한 상세한 기준을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잇달아 여섯 단어 이상 일치하는 표현’, ‘사용한 데이터가 같거나 비슷한 경우’ 등인데 현장 적용은 여전히 어렵다고 합니다. 표절의 문제가 이런 가이드라인보다는 당사자들의 기본적인 양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해결은 그래서 학위 수여의 주체인 대학들의 몫입니다. 적어도 대학이 ‘학위장사’라는 비난을 들어가면서 학위를 남발해서는 안 되겠지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