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광고’ 약인가? 독인가?

입력 2013.04.05 (23:47) 수정 2013.04.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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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려한 액션, 해외 로케이션 촬영.

요즘, 몇십억에서 백억대까지 제작비가 들어간 초대형 스케일의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죠.

볼거리가 풍성해져서 좋긴 한데 그만큼의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된 걸까요.

방송사나 외주제작사의 예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게 우리 방송 드라마계의 현실입니다.

그 까닭에 지난 2010년에는 방송법을 개정해 간접광고를 허용했는데요.

그런데 수년이 지나다 보니, 이 간접광고의 문제점도 하나 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간접광고 시장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 등을 김영민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김 기자, 최근 방송사 드라마 등이 줄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조치를 받았는데요.

모두 ‘지나친 간접광고’가 문제가 됐는데, 도대체 얼마나 심했길래 그런 건가요?

<답변>

특정 장면에선 이게 드라마인지 광고의 한 부분인지 모르겠다라는 게 방통심의위의 지적입니다.

이번에도 SBS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MBC의 '보고싶다' 등 16건에 대한 제재가 내려졌는데요.

상품의 이름을 대놓고 대사로 표현하거나 기능을 직접적으로 시연하는 식의 연기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겁니다.

한 전화 서비스를 사용해 주인공들이 대화하는 이 장면.

전화의 특정기능이 노출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에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 뿐 아니라 이 드라마는 특정 상품이 부각된 장면을 꾸준히 등장시켜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녹취> "(착용감도 좋고 핏이 살아있네) 남자 옷은 우리 회사 옷이 최고야 "

의류, 화장품, 커피 전문점, 자동차 등 상품의 종류와 등장하는 상황도 자연스럽게 연출됩니다.

동시간대 다른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집니다.

타사 드라마에 나온 자동차의 경쟁사 모델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추격신에선 자동차의 브랜드가 잘 드러나도록 촬영된 느낌까지 듭니다.

또다른 방송사의 드라마도 마찬가집니다.

국정원 직원인 주인공은 정보를 캐내기 위해 로봇청소기나 카메라를 수시로 사용하고 접선장소로는 특정브랜드 카페를 주로 이용합니다.

드라마마다 이렇게 간접광고가 쏟아지다보니 이제는 시청률 경쟁이 간접광고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녹취> 매일경제 A11면2단 2013.02.15 (금) : "아이리스2 vs 그 겨울…기아차·현대차 `PPL 대결`"

<녹취> 파이낸셜뉴스 2013.02.27 (수) : "치열한 3사수목극 PPL도 대접전?"

<질문> 이정도면 간접광고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징계와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도 드라마 제작사와 광고주가 이렇게 간접광고에 매달리는 이유는 뭔가요?

<답변>

제작사는 제작비를 벌 수 있고 광고주는 자연스레 홍보할 수 있는 그런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간접광고는 화면 속에서 브랜드나 제품을 간접적으로 노출시켜 광고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지난 2010년 방송법 개정에 따라 합법적인 형태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전부터 간접광고는 관행적으로, 또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를 양성화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인터뷰> 김민기(숭실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 "그 전에는 어떤 식이냐면 전부 음성적으로 외주 프로덕션이나 또는 작가나 연출자나 또는 주연 하는 그 탤런트나 이런 분들이 음성적으로 광고주와 거래를 해서 예컨대 제목을 비슷하게 한다든지 줄거리를 그쪽에서 원하는 쪽으로 바꾼다든지 이런 식으로 해왔거든요. 악세사리나 패션이나 협찬주나 아니면 그쪽 간접광고를 하고 싶은 쪽에서 제공한 걸 입고 나가고 이렇게 해서 음성적으로 했는데..."

간접광고 시장이 양성화 되면서 이를 통한 방송사의 수입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케이블 방송을 포함한 방송사들의 간접광고 매출액을 봐도, 2010년 8개월간 52억원, 2011년 306억원, 2012년 상반기만 317억원에 달했습니다.

광고주또한 간접광고가 허용되면서 드라마를 통해 적극적으로 상품을 홍보하고 있고 큰 파급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스포츠 동아 2013.3.22 : "드라마 재킷 문의 폭주 신제품 불구 높은 판매율… 조인성 효과 톡톡" "‘재킷’도 판매율 200% 껑충"

드라마 전, 후에 나오는 10여초의 광고보다 극 중에 녹아든 광고노출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임을 증명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박상주(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팀장) : "예를 들어 CF보면 특정 배우 한 명을 가지고 한 브랜드를 홍보하지만 드라마 상에서는 여러 배우들이 동시에 할 수 있고 설명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고 그런 장점들이 많이 있거든요. 광고주 입장에서 오히려 지금은 물론 기존 CF광고도 주요영역 중의 하나지만 드라마 상에 노출되는 간접광고를 더 호의적으로 보는 추세인 것 같아요. "

한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방송되는 제작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

<녹취> sbs 드라마의 제왕 : “주인공이 복수하고 나서 우아하게 죽는 신이야. 거기서 갑자기 오렌지 주스를 먹는 게 말이 돼?” “그 주스 한 잔에 돈 3억이 걸려있어 당장 그 노란색 오렌지 주스를 써. 이건 부탁이 아니야. 당신을 고용한 오너의 명령이야!”

이 드라마 대사 속에 간접광고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같은 간접광고는 극의 전개와 상관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극의 몰입도를 낮춰 시청권을 방해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등장인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특정 브랜드의 도넛을 먹고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던 여주인공이 느닷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전화 연속 촬영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녹취> 국민일보 13.01.11 : "어, 또 저 상품… 시청자는 1시간 내내 짜증 “맥락과 상관없는 노골적 PPL이 범람하는 현 상황은 시청자들에겐 불쾌지수를 유발한다. ”

<인터뷰> 윤정주(미디어운동본부 소장) : "프로그램 내에서 사실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을 볼 때 흐름이라든지 내용이 따로 있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 뚝뚝 끊겨지면서 광고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권리. 이 프로를 온전히 다 누리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권리를 방해받는다는 것이죠. 그게 바로 시청권의 방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간접광고가 낳은 문제점은 이뿐 아닙니다.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녹취> "제작비가 부족한 외주 제작사 등은 광고주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결국 프로그램의 작품성에도 영향을 미쳐 좋은 품질의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간접광고가 남용되면 광고주 입김에 프로그램 내용이 좌지우지되거나 나아가 방송업계가 상업성에 종속되는 경향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질문> 간접광고의 남용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변화하는 방송 제작환경에서 무작정 간접광고를 규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답변>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현실적인 허용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해 당사자 모두 동의하는 분위깁니다.

간접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있는데요. 살릴 건 살리고, 폐해는 줄여나가야 한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드라마가 많이 수출되는데, 이때 드라마에 등장한 우리 기업의 제품이나 브랜드도 해외에 함께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상품과 브랜드, 장소 등을 보여줌으로써 현실감을 높이고, 확충된 제작비로 큰 스케일의 작품도 제작할 수 있게 하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인터뷰> 문철수(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 "출연료라든지 아니면 작가료 이런 게 많이 상승해 가고 있고 제작비가 굉장히 올라가고 있잖습니까. 간접광고와 협찬의 수익이 상당부분 제작비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 앞으로 한류 문화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현행 방송법에는 상품 노출 장면이 방송 프로그램 시간의 5%, 전체 화면 크기의 4분의 1을 넘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간접광고를 양성화 해 장점을 살려 나가자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포괄적인 기준 뿐이어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중요한 것이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됩니다. 제작 현장에서 광고주나 외주제작사나 또는 연출자나 연기를 하는 분들이나 모두 아 이건 이정도 선에서 해야 된다 라는 것이 나름대로 정해져 있어야 그것을 지킬 것 아닙니까. 그것 없이 그냥 무턱대고 하라고 그러면 카메라 앵글만 조금 벗어나도 1/4보다 커질 수 있는 거고..."


이런 우려는 법 시행 시작단계부터 있었습니다.

<녹취> 조선 2010.6.10 B05 : "문제는 간접광고=합법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과도한 광고 삽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중앙 2010.5.6 26면 “간접광고 도입으로 인해 어디까지 ‘콘텐트’이고 어디가 광고인지 시청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공중파 드라마의 약 80%는 외주제작사에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전체 제작비의 절반 정도를 방송사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외주제작사의 재정에 맡겨집니다.

이 때문에 외주제작사는 간접광고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에스더리(광고대행사 이사) :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기적 입장에 있습니다. 그래서 간접광고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지만 그에 발맞춘 규제나 시행지침이 아직은 저희가 느낄 때 정확하지 않다고 느껴져서 현장에서 그때 그때 이건 노출해도 되나? 이건 되나? 안 되나? 하는 부분에 매번 퀘스천을 달게 되고 그에 따라서 시행착오가 많이 일어나고 혼란이 생기고 있습니다"

<질문> 이런 까닭에서인가요 최근 간접광고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국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던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간접광고 허용범위와 시간, 횟수 등 세부기준을 마련해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논의되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협찬고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드라마에선 브랜드까지 그대로 드러나는 자동차.

하지만 다른 드라마에선 이 차의 브랜드만 가려져 있습니다.

뭐가 다른걸까? 바로 간접광고냐 협찬고지냐의 차이입니다.

방송사가 광고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고 프로그램에 해당 상품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간접광고.

이와 달리 협찬은 외주 제작사가 물품이나 경비를 특정 업체로부터 제공받고 이를 프로그램 끝부분에 자막 등을 통해 알리는 방식입니다.

브랜드 노출이 가능한 간접광고와 달리 협찬에서는 제품 브랜드 노출이나 언급이 전면 금지됩니다.

문제는 협찬의 수익 구조. 간접광고는 그 수익이 방송사에 가지만, 협찬 수익은 직접적으로 외주 제작사로 들어가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선 협찬 상품을 극중에 배치하는 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박상주(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팀장) : "예를 들어 조금 금액이 크다. 협찬고지나 광고비용이 크다고 치면 직업군으로 들어가면 매회 나올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아까 말씀드렸지만 A라는 의류회사다. 의류회사 사장이 주인공의 아버지가 된다거나 항상 나올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설정을 하는 거죠. 그럼 거의 매회 몇 번씩 노출될 수 있는 거죠."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만 봐도, 카페 등 매장 인테리어만 봐도,

브랜드명이 직접 노출이 안됐다 하더라도 식별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간접 광고를 한 셈입니다.

제품만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으면 협찬고지라는 틀 안에서 사실상 자유롭게 광고할 수 있는 환경.

전문가들은 단순히 상표나 상품의 노출 정도, 크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식별 가능성 여부를 엄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함께 협찬고지의 틀 속에서 특정 브랜드명이나 상표를 가린 드라마의 경우 드라마의 리얼리티, 즉 현실성이 반감되는 단점도 피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질문> 간접광고에 협찬고지까지 상품이 마구 등장하다보니 정말 광고 보는 것 같은 드라마가 생기게 된다. 이런 얘기인데..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간접광고와 협찬에 대한 세부적인 규제 기준 마련, 또, 명확한 간접광고 규제에 대한 주체별 역할 분담이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해외에서도 최근 규제방식이 점차 변화하는 추셉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간접광고를 계약의 하나로 보고 전혀 규제하지 않거나 간접광고를 방송사의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는가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간접광고를 금지하거나 비교적 엄격하게 규제하다가 최근엔 서서히 완화하는 분위깁니다.

영국의 경우, 2007년부터 간접광고를 제한적으로 풀었고, 독일에선 간접광고를 허용하되 협찬은 협찬고지를 통해 프로그램의 시작 전과 끝에 고지할 뿐 협찬 상품이 중간에 등장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간접광고를 방송사 자율에 맡기지만, 방송사들이 자체 기준을 마련해 심의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원칙, 기준을 명확히 세운 다음. 그 안에서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

전문가들은 지금이야 말로 도입 3년째를 맞은 간접광고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지침,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문철수(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 "법이라는 게 지켜져야 법인데 어차피 지킬 수 없는 규정이라면 과감하게 그 법에 대해서 지킬 수 있는 쪽으로 나가는 방향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봤을 때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떤 경우에서든지 이 간접광고가 드라마의 편집에, 드라마뿐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 편집 방향 자체를 그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그런 것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PPL, product placement로 불리는 간접 광고는 작품 속 광고를 의미합니다.

간접이란 말 때문에, 마치 직접적인 광고가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간접광고의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을만큼 분명 하나의 광고입니다.

지금이라도 음성화된 부분을 바로 잡고, 시청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드라마의 현실감을 살리고, 제작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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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접 광고’ 약인가? 독인가?
    • 입력 2013-04-06 07:36:54
    • 수정2013-04-06 09:42:34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화려한 액션, 해외 로케이션 촬영.

요즘, 몇십억에서 백억대까지 제작비가 들어간 초대형 스케일의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죠.

볼거리가 풍성해져서 좋긴 한데 그만큼의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된 걸까요.

방송사나 외주제작사의 예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게 우리 방송 드라마계의 현실입니다.

그 까닭에 지난 2010년에는 방송법을 개정해 간접광고를 허용했는데요.

그런데 수년이 지나다 보니, 이 간접광고의 문제점도 하나 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간접광고 시장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 등을 김영민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김 기자, 최근 방송사 드라마 등이 줄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조치를 받았는데요.

모두 ‘지나친 간접광고’가 문제가 됐는데, 도대체 얼마나 심했길래 그런 건가요?

<답변>

특정 장면에선 이게 드라마인지 광고의 한 부분인지 모르겠다라는 게 방통심의위의 지적입니다.

이번에도 SBS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MBC의 '보고싶다' 등 16건에 대한 제재가 내려졌는데요.

상품의 이름을 대놓고 대사로 표현하거나 기능을 직접적으로 시연하는 식의 연기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겁니다.

한 전화 서비스를 사용해 주인공들이 대화하는 이 장면.

전화의 특정기능이 노출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에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 뿐 아니라 이 드라마는 특정 상품이 부각된 장면을 꾸준히 등장시켜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녹취> "(착용감도 좋고 핏이 살아있네) 남자 옷은 우리 회사 옷이 최고야 "

의류, 화장품, 커피 전문점, 자동차 등 상품의 종류와 등장하는 상황도 자연스럽게 연출됩니다.

동시간대 다른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집니다.

타사 드라마에 나온 자동차의 경쟁사 모델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추격신에선 자동차의 브랜드가 잘 드러나도록 촬영된 느낌까지 듭니다.

또다른 방송사의 드라마도 마찬가집니다.

국정원 직원인 주인공은 정보를 캐내기 위해 로봇청소기나 카메라를 수시로 사용하고 접선장소로는 특정브랜드 카페를 주로 이용합니다.

드라마마다 이렇게 간접광고가 쏟아지다보니 이제는 시청률 경쟁이 간접광고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녹취> 매일경제 A11면2단 2013.02.15 (금) : "아이리스2 vs 그 겨울…기아차·현대차 `PPL 대결`"

<녹취> 파이낸셜뉴스 2013.02.27 (수) : "치열한 3사수목극 PPL도 대접전?"

<질문> 이정도면 간접광고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징계와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도 드라마 제작사와 광고주가 이렇게 간접광고에 매달리는 이유는 뭔가요?

<답변>

제작사는 제작비를 벌 수 있고 광고주는 자연스레 홍보할 수 있는 그런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간접광고는 화면 속에서 브랜드나 제품을 간접적으로 노출시켜 광고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지난 2010년 방송법 개정에 따라 합법적인 형태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전부터 간접광고는 관행적으로, 또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를 양성화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인터뷰> 김민기(숭실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 "그 전에는 어떤 식이냐면 전부 음성적으로 외주 프로덕션이나 또는 작가나 연출자나 또는 주연 하는 그 탤런트나 이런 분들이 음성적으로 광고주와 거래를 해서 예컨대 제목을 비슷하게 한다든지 줄거리를 그쪽에서 원하는 쪽으로 바꾼다든지 이런 식으로 해왔거든요. 악세사리나 패션이나 협찬주나 아니면 그쪽 간접광고를 하고 싶은 쪽에서 제공한 걸 입고 나가고 이렇게 해서 음성적으로 했는데..."

간접광고 시장이 양성화 되면서 이를 통한 방송사의 수입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케이블 방송을 포함한 방송사들의 간접광고 매출액을 봐도, 2010년 8개월간 52억원, 2011년 306억원, 2012년 상반기만 317억원에 달했습니다.

광고주또한 간접광고가 허용되면서 드라마를 통해 적극적으로 상품을 홍보하고 있고 큰 파급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스포츠 동아 2013.3.22 : "드라마 재킷 문의 폭주 신제품 불구 높은 판매율… 조인성 효과 톡톡" "‘재킷’도 판매율 200% 껑충"

드라마 전, 후에 나오는 10여초의 광고보다 극 중에 녹아든 광고노출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임을 증명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박상주(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팀장) : "예를 들어 CF보면 특정 배우 한 명을 가지고 한 브랜드를 홍보하지만 드라마 상에서는 여러 배우들이 동시에 할 수 있고 설명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고 그런 장점들이 많이 있거든요. 광고주 입장에서 오히려 지금은 물론 기존 CF광고도 주요영역 중의 하나지만 드라마 상에 노출되는 간접광고를 더 호의적으로 보는 추세인 것 같아요. "

한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방송되는 제작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

<녹취> sbs 드라마의 제왕 : “주인공이 복수하고 나서 우아하게 죽는 신이야. 거기서 갑자기 오렌지 주스를 먹는 게 말이 돼?” “그 주스 한 잔에 돈 3억이 걸려있어 당장 그 노란색 오렌지 주스를 써. 이건 부탁이 아니야. 당신을 고용한 오너의 명령이야!”

이 드라마 대사 속에 간접광고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같은 간접광고는 극의 전개와 상관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극의 몰입도를 낮춰 시청권을 방해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등장인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특정 브랜드의 도넛을 먹고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던 여주인공이 느닷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전화 연속 촬영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녹취> 국민일보 13.01.11 : "어, 또 저 상품… 시청자는 1시간 내내 짜증 “맥락과 상관없는 노골적 PPL이 범람하는 현 상황은 시청자들에겐 불쾌지수를 유발한다. ”

<인터뷰> 윤정주(미디어운동본부 소장) : "프로그램 내에서 사실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을 볼 때 흐름이라든지 내용이 따로 있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 뚝뚝 끊겨지면서 광고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권리. 이 프로를 온전히 다 누리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권리를 방해받는다는 것이죠. 그게 바로 시청권의 방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간접광고가 낳은 문제점은 이뿐 아닙니다.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녹취> "제작비가 부족한 외주 제작사 등은 광고주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결국 프로그램의 작품성에도 영향을 미쳐 좋은 품질의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간접광고가 남용되면 광고주 입김에 프로그램 내용이 좌지우지되거나 나아가 방송업계가 상업성에 종속되는 경향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질문> 간접광고의 남용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변화하는 방송 제작환경에서 무작정 간접광고를 규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답변>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현실적인 허용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해 당사자 모두 동의하는 분위깁니다.

간접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있는데요. 살릴 건 살리고, 폐해는 줄여나가야 한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드라마가 많이 수출되는데, 이때 드라마에 등장한 우리 기업의 제품이나 브랜드도 해외에 함께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상품과 브랜드, 장소 등을 보여줌으로써 현실감을 높이고, 확충된 제작비로 큰 스케일의 작품도 제작할 수 있게 하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인터뷰> 문철수(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 "출연료라든지 아니면 작가료 이런 게 많이 상승해 가고 있고 제작비가 굉장히 올라가고 있잖습니까. 간접광고와 협찬의 수익이 상당부분 제작비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 앞으로 한류 문화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현행 방송법에는 상품 노출 장면이 방송 프로그램 시간의 5%, 전체 화면 크기의 4분의 1을 넘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간접광고를 양성화 해 장점을 살려 나가자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포괄적인 기준 뿐이어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중요한 것이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됩니다. 제작 현장에서 광고주나 외주제작사나 또는 연출자나 연기를 하는 분들이나 모두 아 이건 이정도 선에서 해야 된다 라는 것이 나름대로 정해져 있어야 그것을 지킬 것 아닙니까. 그것 없이 그냥 무턱대고 하라고 그러면 카메라 앵글만 조금 벗어나도 1/4보다 커질 수 있는 거고..."


이런 우려는 법 시행 시작단계부터 있었습니다.

<녹취> 조선 2010.6.10 B05 : "문제는 간접광고=합법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과도한 광고 삽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중앙 2010.5.6 26면 “간접광고 도입으로 인해 어디까지 ‘콘텐트’이고 어디가 광고인지 시청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공중파 드라마의 약 80%는 외주제작사에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전체 제작비의 절반 정도를 방송사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외주제작사의 재정에 맡겨집니다.

이 때문에 외주제작사는 간접광고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에스더리(광고대행사 이사) :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기적 입장에 있습니다. 그래서 간접광고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지만 그에 발맞춘 규제나 시행지침이 아직은 저희가 느낄 때 정확하지 않다고 느껴져서 현장에서 그때 그때 이건 노출해도 되나? 이건 되나? 안 되나? 하는 부분에 매번 퀘스천을 달게 되고 그에 따라서 시행착오가 많이 일어나고 혼란이 생기고 있습니다"

<질문> 이런 까닭에서인가요 최근 간접광고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국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던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간접광고 허용범위와 시간, 횟수 등 세부기준을 마련해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논의되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협찬고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드라마에선 브랜드까지 그대로 드러나는 자동차.

하지만 다른 드라마에선 이 차의 브랜드만 가려져 있습니다.

뭐가 다른걸까? 바로 간접광고냐 협찬고지냐의 차이입니다.

방송사가 광고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고 프로그램에 해당 상품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간접광고.

이와 달리 협찬은 외주 제작사가 물품이나 경비를 특정 업체로부터 제공받고 이를 프로그램 끝부분에 자막 등을 통해 알리는 방식입니다.

브랜드 노출이 가능한 간접광고와 달리 협찬에서는 제품 브랜드 노출이나 언급이 전면 금지됩니다.

문제는 협찬의 수익 구조. 간접광고는 그 수익이 방송사에 가지만, 협찬 수익은 직접적으로 외주 제작사로 들어가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선 협찬 상품을 극중에 배치하는 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박상주(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팀장) : "예를 들어 조금 금액이 크다. 협찬고지나 광고비용이 크다고 치면 직업군으로 들어가면 매회 나올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아까 말씀드렸지만 A라는 의류회사다. 의류회사 사장이 주인공의 아버지가 된다거나 항상 나올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설정을 하는 거죠. 그럼 거의 매회 몇 번씩 노출될 수 있는 거죠."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만 봐도, 카페 등 매장 인테리어만 봐도,

브랜드명이 직접 노출이 안됐다 하더라도 식별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간접 광고를 한 셈입니다.

제품만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으면 협찬고지라는 틀 안에서 사실상 자유롭게 광고할 수 있는 환경.

전문가들은 단순히 상표나 상품의 노출 정도, 크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식별 가능성 여부를 엄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함께 협찬고지의 틀 속에서 특정 브랜드명이나 상표를 가린 드라마의 경우 드라마의 리얼리티, 즉 현실성이 반감되는 단점도 피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질문> 간접광고에 협찬고지까지 상품이 마구 등장하다보니 정말 광고 보는 것 같은 드라마가 생기게 된다. 이런 얘기인데..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간접광고와 협찬에 대한 세부적인 규제 기준 마련, 또, 명확한 간접광고 규제에 대한 주체별 역할 분담이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해외에서도 최근 규제방식이 점차 변화하는 추셉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간접광고를 계약의 하나로 보고 전혀 규제하지 않거나 간접광고를 방송사의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는가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간접광고를 금지하거나 비교적 엄격하게 규제하다가 최근엔 서서히 완화하는 분위깁니다.

영국의 경우, 2007년부터 간접광고를 제한적으로 풀었고, 독일에선 간접광고를 허용하되 협찬은 협찬고지를 통해 프로그램의 시작 전과 끝에 고지할 뿐 협찬 상품이 중간에 등장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간접광고를 방송사 자율에 맡기지만, 방송사들이 자체 기준을 마련해 심의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원칙, 기준을 명확히 세운 다음. 그 안에서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

전문가들은 지금이야 말로 도입 3년째를 맞은 간접광고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지침,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문철수(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 "법이라는 게 지켜져야 법인데 어차피 지킬 수 없는 규정이라면 과감하게 그 법에 대해서 지킬 수 있는 쪽으로 나가는 방향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봤을 때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떤 경우에서든지 이 간접광고가 드라마의 편집에, 드라마뿐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 편집 방향 자체를 그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그런 것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PPL, product placement로 불리는 간접 광고는 작품 속 광고를 의미합니다.

간접이란 말 때문에, 마치 직접적인 광고가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간접광고의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을만큼 분명 하나의 광고입니다.

지금이라도 음성화된 부분을 바로 잡고, 시청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드라마의 현실감을 살리고, 제작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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