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고교 서열화…“학력 수준 저하 심각”

입력 2013.04.19 (21:27) 수정 2013.04.1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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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등학교 교사들은 요즘의 일반고등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한 설문 조사에서 일반고의 학력 수준 저하가 심각하다는 대답이 90%에 육박했습니다.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사이의 격차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응답도 87%를 넘었습니다

일반고가 어떤 상태이길래 이런 인식을 갖게된 걸까요?

이승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공립고.

수업이 한창인 대낮인데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학교를 빠져나갑니다.

<녹취> 학생 : "PC방 가죠. (PC방밖에 없어요. 갈데가. 도망가면 잡거나 이러진 않아요?) 앞에서 잡긴 하는데 달려나가죠."

전교생 1400여 명인 이 학교에서 지난해 흡연 등으로 징계를 받은 건수가 500건.

퇴학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도 71명이나 됩니다.

<녹취> 학생 : "대부분 수업 안듣고 잠자고, 선생님도 열성이 없다고 할까 아이들이 자니까 선생님이 지치시잖아요."

학교 측은 고교 선택제가 실시되고 인근에 자율형 사립고들이 생긴 후 학력 수준이 점차 낮아지더니 지난해에는 신입생 가운데 중학교 성적 최하위권인 학생들의 비율이 두배나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학교관계자 : "(하위권이) 소수가 됐을 때는 학교에서 감당을 하면서 지도를 하는데 너무나 많은 수가 몰리다보니까 걔들을 감당하기 힘들어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일반고 가운데 학습 분위기가 나빠진 곳들이 많고 교사들은 가르치기 힘들다며 이런 학교에서의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마저 보입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 "교사들이 정기 전보 때 신청을 하잖아요. 미달이 돼서 그런지 거의 신규발령이나 발령이 안나서 기간제 교사로 돼 있는 경우도 많고."

일반고에서의 학력과 학습 의욕 저하는 학생 생활 지도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취재과정에서 만난 일반고의 교사들은 이런 교실에 들어가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털어놨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이명박 정부는 고교다양화 정책을 시행하며 과학고와 국제고를 늘리고, 자율형 사립고 같은 새로운 유형의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입의 유불리가 학교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습니다.

외고와 과학고 등은 자체 선발 시험을 통해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합니다.

자율형 사립고도 중학교 내신 상위 50%에 들어야 지원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성적 우수자가 특목고와 자사고에 진학하기 때문에 일반고에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모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즉 학교 유형은 늘어났지만 특성에 맞춘 다양화가 아니라 성적에 따른 서열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교과 편성의 자율성이 제한됩니다.

학업 성적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함께 있을 때 생기는 이른바 '좋은 동료' 효과도 약해지면서 일반고 학생들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집니다.

지난해 성적 변화를 보여주는 학력향상도를 보면 자율형사립고와는 달리 마이너스를 나타냈습니다.

전체 고교생의 70% 이상이 다니고 있는 일반고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구영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과학과 수학을 특화한 한 일반고의 체험 교육입니다.

이 학교의 과학중점반은 한학년에 2반뿐이지만,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요구할 정도로 학생들의 열의가 높습니다.

<인터뷰>신도림고(교감) : "(몇몇학생들이) 진로목표를 세우고, 3년간 학교 생활 열심히 할때 상승작용을 해서 전체학생들이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세 학교의 학생 20여명이 모였습니다.

이른바 '클러스터' 수업.

근처 학교끼리 특색있는 수업을 만들고 서로 공유하는 겁니다.

다양한 내용을 배울 뿐 아니라 강의도 대학 교수가 맡아 심도 있는 수업을 합니다.

<인터뷰> 문지현(부천 상원고 2학년) : "좀 더 깊은 공부를 친구들과 자유롭게 하게 되면 진로찾기에도 도움되고.."

교육부도 이같은 특성을 살린 교육 프로그램과 학습 시설 개선 등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중입니다.

하지만, 특목고와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먼저 선발하는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고교 유형별 전형 시기와 성적기준을 두지 말고 추첨제로 바꾸자는 등의 대안도 나옵니다.

<인터뷰> 성기선(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 : "입시 문턱 낮추거나 특혜를 축소함으로써, 일반계 고등학교와 차별화를 없애도록 하는 근본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성적순의 서열화가 아닌, 학생의 적성과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KBS 뉴스 구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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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고교 서열화…“학력 수준 저하 심각”
    • 입력 2013-04-19 21:28:47
    • 수정2013-04-19 21: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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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등학교 교사들은 요즘의 일반고등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한 설문 조사에서 일반고의 학력 수준 저하가 심각하다는 대답이 90%에 육박했습니다.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사이의 격차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응답도 87%를 넘었습니다

일반고가 어떤 상태이길래 이런 인식을 갖게된 걸까요?

이승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공립고.

수업이 한창인 대낮인데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학교를 빠져나갑니다.

<녹취> 학생 : "PC방 가죠. (PC방밖에 없어요. 갈데가. 도망가면 잡거나 이러진 않아요?) 앞에서 잡긴 하는데 달려나가죠."

전교생 1400여 명인 이 학교에서 지난해 흡연 등으로 징계를 받은 건수가 500건.

퇴학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도 71명이나 됩니다.

<녹취> 학생 : "대부분 수업 안듣고 잠자고, 선생님도 열성이 없다고 할까 아이들이 자니까 선생님이 지치시잖아요."

학교 측은 고교 선택제가 실시되고 인근에 자율형 사립고들이 생긴 후 학력 수준이 점차 낮아지더니 지난해에는 신입생 가운데 중학교 성적 최하위권인 학생들의 비율이 두배나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학교관계자 : "(하위권이) 소수가 됐을 때는 학교에서 감당을 하면서 지도를 하는데 너무나 많은 수가 몰리다보니까 걔들을 감당하기 힘들어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일반고 가운데 학습 분위기가 나빠진 곳들이 많고 교사들은 가르치기 힘들다며 이런 학교에서의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마저 보입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 "교사들이 정기 전보 때 신청을 하잖아요. 미달이 돼서 그런지 거의 신규발령이나 발령이 안나서 기간제 교사로 돼 있는 경우도 많고."

일반고에서의 학력과 학습 의욕 저하는 학생 생활 지도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취재과정에서 만난 일반고의 교사들은 이런 교실에 들어가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털어놨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이명박 정부는 고교다양화 정책을 시행하며 과학고와 국제고를 늘리고, 자율형 사립고 같은 새로운 유형의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입의 유불리가 학교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습니다.

외고와 과학고 등은 자체 선발 시험을 통해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합니다.

자율형 사립고도 중학교 내신 상위 50%에 들어야 지원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성적 우수자가 특목고와 자사고에 진학하기 때문에 일반고에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모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즉 학교 유형은 늘어났지만 특성에 맞춘 다양화가 아니라 성적에 따른 서열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교과 편성의 자율성이 제한됩니다.

학업 성적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함께 있을 때 생기는 이른바 '좋은 동료' 효과도 약해지면서 일반고 학생들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집니다.

지난해 성적 변화를 보여주는 학력향상도를 보면 자율형사립고와는 달리 마이너스를 나타냈습니다.

전체 고교생의 70% 이상이 다니고 있는 일반고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구영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과학과 수학을 특화한 한 일반고의 체험 교육입니다.

이 학교의 과학중점반은 한학년에 2반뿐이지만,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요구할 정도로 학생들의 열의가 높습니다.

<인터뷰>신도림고(교감) : "(몇몇학생들이) 진로목표를 세우고, 3년간 학교 생활 열심히 할때 상승작용을 해서 전체학생들이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세 학교의 학생 20여명이 모였습니다.

이른바 '클러스터' 수업.

근처 학교끼리 특색있는 수업을 만들고 서로 공유하는 겁니다.

다양한 내용을 배울 뿐 아니라 강의도 대학 교수가 맡아 심도 있는 수업을 합니다.

<인터뷰> 문지현(부천 상원고 2학년) : "좀 더 깊은 공부를 친구들과 자유롭게 하게 되면 진로찾기에도 도움되고.."

교육부도 이같은 특성을 살린 교육 프로그램과 학습 시설 개선 등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중입니다.

하지만, 특목고와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먼저 선발하는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고교 유형별 전형 시기와 성적기준을 두지 말고 추첨제로 바꾸자는 등의 대안도 나옵니다.

<인터뷰> 성기선(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 : "입시 문턱 낮추거나 특혜를 축소함으로써, 일반계 고등학교와 차별화를 없애도록 하는 근본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성적순의 서열화가 아닌, 학생의 적성과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KBS 뉴스 구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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