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엔저’…한국 경제 생존 전략은?

입력 2013.04.23 (21:16) 수정 2013.04.23 (22: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엔저가 되면 우리 경제 힘들어 집니다.

지난 1988년에서 90년 사이가 대표적인데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엔저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세계 경기 상황이었죠.

전자는 나빠, 타격이 더 커졌고 후자는 좋아, 엔저 타격을 상쇄한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엔저는 어떤 경우일까요?

그 상황을 이호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본에 금형을 수출하는 이 중소기업은 요즘 비상입니다.

납품 대금이 최근 엔화로 입금됐는데, 엔화 값이 떨어져 2억 원 손실을 봤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10% 규몹니다.

앞으로가 더 문젭니다.

일본 경쟁사에 우위였던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금형 수출업체 대표 : "자기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가격을 맞추지 않으면 앞으로 거래처도 바꾸겠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을 놓고 봐도 문젭니다.

우리 100대 수출품 가운데 일본과 경쟁 품목이 절반이고 이들 품목은 우리 수출의 절반이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와 철강, 기계류 수출엔 이미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일본 자동차 3사가 올 1분기에 이익이 대폭 늘어난 데 비해 우리 업체는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태봉(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일본 엔화가 평가 절하된 것이 일본 자동차 판매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추락했던 고객 인지도나 고객 충성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도…"

때문에 달러당 100엔 시대가 되면 일본 기업들은 3-40%씩 경상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일본 증권사의 보고서가 잇달아 나올 정돕니다.

일본 기업들도 그동안 한국 전자업체들의 흑자는 80%가 환율 등 대외적 요인 때문이었고 철강, 기계 부품도 한국과 해 볼만 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엔저에 우리 경제가 이렇게 충격받는 구조적 이유, 그리고 이 엔저가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 박일중 기자가 분석합니다.

<리포트>

미국 가전 매장에서 우리와 일본 제품이 이렇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 두 제품이 올 초에 똑같이 1,000달러였다고 가정할 때 그간의 환율 변동을 가격에 반영해 보면 지금 우리 제품은 950달러, 일본산은 850달러로 내려갑니다.

북핵 리스크 등으로 우리 돈 가치가 좀 내렸지만 돈을 맘 놓고 푼 엔화가치가 훨씬 더 내려, 그만큼 일본 제품값이 싸진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엔이 되면 철강, 석유화학, 전자 등 일본과 경합 중인 우리 주력 제품의 경쟁력이 약해져 수출 3.4%가 준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110엔이 되면 수출이 11%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과연 엔화는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까요?

국제 투자은행들은 1년 뒤 달러당 평균 103.25엔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120엔까지 예상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전 사고 이후 발전용 연료 등 수입 의존도 높아진 일본으로선 수입물가 급등을 우려해 105엔 이하로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결론은 달러당 100엔 대 초·중반까지는 간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엔저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임승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일본은 그동안 지금과 정반대 상황인 엔고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가치가 1년새 약 40%나 폭등해 엔고 체제가 시작됐고 수출 경쟁력이 낮아진 겁니다.

오랜 고통의 시간 일본기업들은 타개책으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매달렸습니다.

반면 우리 기업은 일본 등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일본업체는 25시간 내외로 추정되고 미국업체는 22시간 정도 반면 현대·기아차는 30시간 정도 걸립니다.

또 일본의 조선과 철강, 그리고 전자 업체등 우리와의 경쟁에서 밀린 업체들은 잇단 합병등을 통해 경쟁력강화를 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젠 우리 기업들이 일본기업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라는 겁니다.

<인터뷰> 정형식(삼성경제연구소 수석) : "과거 초 엔고 시기 일본기업의 대응사례를 참고해서 우리 수출기업도 원가절감, 생산성 제고, 고부가가치와 고기술과 같은 비가격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로서는 쓸 수 있는 정책이 적지만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는 버팀목은 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보형(하나금융경영연구소) : "투기적인 차액을 노리는 자금의 유출입을 억제할 수 있는 이런 방안들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엔저가 더욱 심화되면 금리 소폭 인하등 소극적인 양적 완화도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엔저’…한국 경제 생존 전략은?
    • 입력 2013-04-23 21:18:39
    • 수정2013-04-23 22:08:59
    뉴스 9
<앵커 멘트>

엔저가 되면 우리 경제 힘들어 집니다.

지난 1988년에서 90년 사이가 대표적인데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엔저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세계 경기 상황이었죠.

전자는 나빠, 타격이 더 커졌고 후자는 좋아, 엔저 타격을 상쇄한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엔저는 어떤 경우일까요?

그 상황을 이호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본에 금형을 수출하는 이 중소기업은 요즘 비상입니다.

납품 대금이 최근 엔화로 입금됐는데, 엔화 값이 떨어져 2억 원 손실을 봤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10% 규몹니다.

앞으로가 더 문젭니다.

일본 경쟁사에 우위였던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금형 수출업체 대표 : "자기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가격을 맞추지 않으면 앞으로 거래처도 바꾸겠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을 놓고 봐도 문젭니다.

우리 100대 수출품 가운데 일본과 경쟁 품목이 절반이고 이들 품목은 우리 수출의 절반이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와 철강, 기계류 수출엔 이미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일본 자동차 3사가 올 1분기에 이익이 대폭 늘어난 데 비해 우리 업체는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태봉(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일본 엔화가 평가 절하된 것이 일본 자동차 판매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추락했던 고객 인지도나 고객 충성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도…"

때문에 달러당 100엔 시대가 되면 일본 기업들은 3-40%씩 경상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일본 증권사의 보고서가 잇달아 나올 정돕니다.

일본 기업들도 그동안 한국 전자업체들의 흑자는 80%가 환율 등 대외적 요인 때문이었고 철강, 기계 부품도 한국과 해 볼만 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엔저에 우리 경제가 이렇게 충격받는 구조적 이유, 그리고 이 엔저가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 박일중 기자가 분석합니다.

<리포트>

미국 가전 매장에서 우리와 일본 제품이 이렇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 두 제품이 올 초에 똑같이 1,000달러였다고 가정할 때 그간의 환율 변동을 가격에 반영해 보면 지금 우리 제품은 950달러, 일본산은 850달러로 내려갑니다.

북핵 리스크 등으로 우리 돈 가치가 좀 내렸지만 돈을 맘 놓고 푼 엔화가치가 훨씬 더 내려, 그만큼 일본 제품값이 싸진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엔이 되면 철강, 석유화학, 전자 등 일본과 경합 중인 우리 주력 제품의 경쟁력이 약해져 수출 3.4%가 준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110엔이 되면 수출이 11%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과연 엔화는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까요?

국제 투자은행들은 1년 뒤 달러당 평균 103.25엔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120엔까지 예상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전 사고 이후 발전용 연료 등 수입 의존도 높아진 일본으로선 수입물가 급등을 우려해 105엔 이하로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결론은 달러당 100엔 대 초·중반까지는 간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엔저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임승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일본은 그동안 지금과 정반대 상황인 엔고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가치가 1년새 약 40%나 폭등해 엔고 체제가 시작됐고 수출 경쟁력이 낮아진 겁니다.

오랜 고통의 시간 일본기업들은 타개책으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매달렸습니다.

반면 우리 기업은 일본 등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일본업체는 25시간 내외로 추정되고 미국업체는 22시간 정도 반면 현대·기아차는 30시간 정도 걸립니다.

또 일본의 조선과 철강, 그리고 전자 업체등 우리와의 경쟁에서 밀린 업체들은 잇단 합병등을 통해 경쟁력강화를 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젠 우리 기업들이 일본기업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라는 겁니다.

<인터뷰> 정형식(삼성경제연구소 수석) : "과거 초 엔고 시기 일본기업의 대응사례를 참고해서 우리 수출기업도 원가절감, 생산성 제고, 고부가가치와 고기술과 같은 비가격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로서는 쓸 수 있는 정책이 적지만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는 버팀목은 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보형(하나금융경영연구소) : "투기적인 차액을 노리는 자금의 유출입을 억제할 수 있는 이런 방안들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엔저가 더욱 심화되면 금리 소폭 인하등 소극적인 양적 완화도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