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가족’이 연명 치료 중단 결정

입력 2013.05.15 (23:29) 수정 2013.05.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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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중단 결정'을 본인이 아닌 가족들의 뜻으로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연명치료 중단의 제도화를 논의 중인 국가 생명윤리 심의위원회 특위의 최종 합의안을 KBS가 취재했습니다.

자세히 알아봅니다, 남승우 기자, (네!)

<질문> 본인의 의사가 아닌, 가족들의 동의만으로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할 수 있게 한다.. 파장이 만만치 않겠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의사와 변호사, 종교인 등 11명으로 구성된 국가 생명윤리 심의위원회 특별위는 어제 최종 회의에서, '가족에 의한 대리 의사'로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번 논의의 도화선이 된 건, 뇌사 상태에 빠진 회생 불능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인데요,

가족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할머니가 더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할머니 자신도 치료중단을 원할 것이라며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했고,

3심까지 가는 소송 끝에 대법원이 이를 승인하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녹취>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2009년 5월): "(할머니가)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질문> 김 할머니 경우는 본인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했기 때문에 3심까지 가는 소송 끝에 받아들여진 경우지만, 나머지 본인 의사가 없었던 경우엔 당연히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환자의 명확한 의사 표시가 없었거나, 환자의 의사를 추정도 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선 따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 생명윤리 심의위는 지난해 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회생 불능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법제화를 위한 기준 마련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5차례 회의 끝에 마침내 어젯밤,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최대 쟁점이던 '가족의 대리 결정'을 인정하고, 이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로 정했습니다.

민법상으로 따지자면 가족의 범위는 사촌까지로 돼 있지만, 이 정도까지 동의를 얻으라고 하면 현실적으로 결정이 너무 힘들 것이란 판단에 따라, 가까운 가족으로 범위를 좁힌 겁니다.

또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말을 토대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추정하는 것 역시 인정했습니다.

<인터뷰>신현호(변호사 /국가생명윤리심의위 특별위원): "환자의 가족들이 모여서 환자의 임종기 치료를 대신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시켰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특별위의 이번 합의안은 이달 말 공청회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뒤, 이르면 하반기쯤 법제화될 예정입니다.

<질문> 환자 가족들로선 정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결정이 아닐 수 없겠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이미 의학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도, 기약 없이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로선 획기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장암이 뇌까지 전이돼 식물인간 상태가 된 남편을, 7년 째 병 간호중인 한 주부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환자 아내 (음성변조) : "너무 고통스러워 하니까요. 진짜 못 봐주겠어요, 옆에서 더 힘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처럼 환자도, 가족도 고통스러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는 국민 72%가 찬성할 만큼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또 전국에서 8천 명에 달하는 환자가 연명 치료를 거부하는 '사전 의향서'도 제출한 상탭니다.

<질문> 그렇지만,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힘든 간병에 지친 가족들이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치료 중단 쪽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의의 의견, 들어보시죠.

<인터뷰> 박신애(서울서북병원 '완화의료' 담당 과장): "환자들의 고통을 보는 가족들의 스트레스가 그런 문제들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합의가 자칫 안락사의 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습니다.

인공호흡기나 혈액 투석 등 인위적 치료를 중단하는 데서 더 나아가, 영양 공급을 끊거나 약물을 투여해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안락사 허용이 우려된다는 겁니다.

여기에다 자살 방조나 살인 공모 같은 범죄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향후 논의 과정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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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가족’이 연명 치료 중단 결정
    • 입력 2013-05-15 23:34:12
    • 수정2013-05-15 23: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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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중단 결정'을 본인이 아닌 가족들의 뜻으로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연명치료 중단의 제도화를 논의 중인 국가 생명윤리 심의위원회 특위의 최종 합의안을 KBS가 취재했습니다.

자세히 알아봅니다, 남승우 기자, (네!)

<질문> 본인의 의사가 아닌, 가족들의 동의만으로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할 수 있게 한다.. 파장이 만만치 않겠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의사와 변호사, 종교인 등 11명으로 구성된 국가 생명윤리 심의위원회 특별위는 어제 최종 회의에서, '가족에 의한 대리 의사'로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번 논의의 도화선이 된 건, 뇌사 상태에 빠진 회생 불능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인데요,

가족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할머니가 더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할머니 자신도 치료중단을 원할 것이라며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했고,

3심까지 가는 소송 끝에 대법원이 이를 승인하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녹취>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2009년 5월): "(할머니가)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질문> 김 할머니 경우는 본인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했기 때문에 3심까지 가는 소송 끝에 받아들여진 경우지만, 나머지 본인 의사가 없었던 경우엔 당연히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환자의 명확한 의사 표시가 없었거나, 환자의 의사를 추정도 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선 따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 생명윤리 심의위는 지난해 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회생 불능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법제화를 위한 기준 마련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5차례 회의 끝에 마침내 어젯밤,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최대 쟁점이던 '가족의 대리 결정'을 인정하고, 이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로 정했습니다.

민법상으로 따지자면 가족의 범위는 사촌까지로 돼 있지만, 이 정도까지 동의를 얻으라고 하면 현실적으로 결정이 너무 힘들 것이란 판단에 따라, 가까운 가족으로 범위를 좁힌 겁니다.

또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말을 토대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추정하는 것 역시 인정했습니다.

<인터뷰>신현호(변호사 /국가생명윤리심의위 특별위원): "환자의 가족들이 모여서 환자의 임종기 치료를 대신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시켰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특별위의 이번 합의안은 이달 말 공청회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뒤, 이르면 하반기쯤 법제화될 예정입니다.

<질문> 환자 가족들로선 정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결정이 아닐 수 없겠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이미 의학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도, 기약 없이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로선 획기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장암이 뇌까지 전이돼 식물인간 상태가 된 남편을, 7년 째 병 간호중인 한 주부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환자 아내 (음성변조) : "너무 고통스러워 하니까요. 진짜 못 봐주겠어요, 옆에서 더 힘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처럼 환자도, 가족도 고통스러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는 국민 72%가 찬성할 만큼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또 전국에서 8천 명에 달하는 환자가 연명 치료를 거부하는 '사전 의향서'도 제출한 상탭니다.

<질문> 그렇지만,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힘든 간병에 지친 가족들이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치료 중단 쪽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의의 의견, 들어보시죠.

<인터뷰> 박신애(서울서북병원 '완화의료' 담당 과장): "환자들의 고통을 보는 가족들의 스트레스가 그런 문제들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합의가 자칫 안락사의 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습니다.

인공호흡기나 혈액 투석 등 인위적 치료를 중단하는 데서 더 나아가, 영양 공급을 끊거나 약물을 투여해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안락사 허용이 우려된다는 겁니다.

여기에다 자살 방조나 살인 공모 같은 범죄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향후 논의 과정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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