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4 이슈] 오키나와의 분노

입력 2013.05.16 (00:01) 수정 2013.05.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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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슈 원, 오늘은 일본의 최남단 오키나와를 찾아갑니다

인구 140만의 관광지 오키나와는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섬 속의 섬'으로 불리는 곳인데요

반면 이곳이 불과 19세기 후반까지 독립된 나라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키나와의 옛 지명 류큐, 동아시아 무역의 요충지로 화려한 번영을 누렸던 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메이지유신 시절엔 본토로,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는 미군으로 복속되는 굴욕의 역사를 맞아야 했죠

41년 전 오늘이 바로 오키나와가 미군에게서 본토로 복귀한 날입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오늘을 어떤 심경으로 맞이할까요?

<녹취> 오키나와 주민 : “지금 일본 본토의 정책들에는 우리 오키나와의 목소리가 하나도 반영되는 게 없습니다. 오늘이 본토복귀 기념일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복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꼬일대로 꼬인 미군기지 문제부터 중국까지 새로 가세해 이곳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섬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에 나가 있는 홍수진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홍수진 기자!

<질문> 오늘이 오키나와가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지 41주년이죠.

하지만 정작 현민들 인터뷰를 봐도 그렇고, 기뻐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답변>

네. 오키나와의 대표 일간지 류큐신문은 오늘자 사설에서 오키나와가 일본 영토로 다시 복귀돼서 좋다는 현민은 유감스럽지만 소수일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오키나와의 나하시, 본토복귀 41주년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올해는 기념식을 생략했습니다.

현지의 싸늘한 분위기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대신 나하시를 비롯한 이시가키섬 등에서는 오늘 반정부 시위가 열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시죠.

<녹취> 히가(오키나와 주민) : "본토사람들은 오키나와 입장이 돼봐야 한다 자기들만 안전하면 다? 오키나와는 어째도 좋다는거야? "

고작 일본에서 0.6% 정도를 차지하는 오키나와엔 일본 내 미군기지의 74%가 밀집해 있는데요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본토 복귀 이후 40년간 오키나와엔 미군에 의한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범죄가 8500건, 매년 200건 이상 일어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현재 미군기지와 관련된 현지 주민들의 정확한 요구는 뭡니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답변>

이곳 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은 오키나와 본섬 인구 밀집 지역에 있는 미국 해병대 비행장,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현 밖으로 이전해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정부는 되려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내 해안 헤노코로 이전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고, 여기에 추락사고가 빈번한 미군의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 마저 대거 배치했는데요

분노한 주민 10만명과 41개 지자체 장이 모여 본토 복귀 후 최대 규모 시위를 열었지만 전부 무시당했고, 오키나와에서는 자기결정권을 갖자며 독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 하지만 미군기지가 한 두해만의 갈등도 아니지 않습니까.

예전부터 있었던 문제가 요새 유난히 크게 불거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유가 뭡니까?

<답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최근 아베 정권의 우경화 움직임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지난달 28일 일왕부부와 아베 총리등이 참석해 대대적으로 개최했던 주권회복기념일, 하지만 이 날 오키나와는 본토로부터 버려져 20년간 더 미국 지배에 놓이게 됐습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 날을 '굴욕의 날'로 부르고 있습니다.

당시 장면 잠시 보시겠습니다.

<녹취> "천황폐하 만세! 천황폐하 만세!"

천황폐하 만세는 2차대전 당시 오키나와 주민들이 본토 수호를 위해 집단 자결을 강요당할 때 외치던 구홉니다.

당시를 떠올리게 한 기념식이 열린데다 아베 정부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의 거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질문> 그래서 아예 이럴 바에 본토나 미국의 지배를 받지 않던 '류큐 왕국'으로 돌아가자며 독립을 얘기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독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마쓰시마 류코구 대학 교수 중심으로 류큐 독립을 연구하는 모임이 발족했고요.

시민단체들도 관련 토론회를 활발하게 열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시마(시민단체 대표) : "차별 등등 우리 목소리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 본토 저 야마토 사람들로부터 독립을 원합니다."

오키나와가 지역구인 데루야 사민당 의원도 최근 블로그를 통해 독립에 동의하는 주민이 20%에 이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질문> 미.일 안보조약이나 여러 국제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보니 오키나와 주민들이 바라는 것처럼 아예 미군기지를 옮기는 건 사실상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변>

오키나와는 미국에 있어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태지역의 최전방 기지입니다

여기에 일본 정부 역시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계기로 미일 동맹 강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보니 오키나와 주민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미군 기지의 고착화, 자위대의 상시주둔 등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오늘 원래 오키나와가 중국의 일부였다는 주장을 제기해 영토분쟁을 센카쿠에서 오키나와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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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16 07:49:29
    • 수정2013-05-16 08: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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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슈 원, 오늘은 일본의 최남단 오키나와를 찾아갑니다

인구 140만의 관광지 오키나와는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섬 속의 섬'으로 불리는 곳인데요

반면 이곳이 불과 19세기 후반까지 독립된 나라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키나와의 옛 지명 류큐, 동아시아 무역의 요충지로 화려한 번영을 누렸던 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메이지유신 시절엔 본토로,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는 미군으로 복속되는 굴욕의 역사를 맞아야 했죠

41년 전 오늘이 바로 오키나와가 미군에게서 본토로 복귀한 날입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오늘을 어떤 심경으로 맞이할까요?

<녹취> 오키나와 주민 : “지금 일본 본토의 정책들에는 우리 오키나와의 목소리가 하나도 반영되는 게 없습니다. 오늘이 본토복귀 기념일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복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꼬일대로 꼬인 미군기지 문제부터 중국까지 새로 가세해 이곳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섬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에 나가 있는 홍수진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홍수진 기자!

<질문> 오늘이 오키나와가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지 41주년이죠.

하지만 정작 현민들 인터뷰를 봐도 그렇고, 기뻐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답변>

네. 오키나와의 대표 일간지 류큐신문은 오늘자 사설에서 오키나와가 일본 영토로 다시 복귀돼서 좋다는 현민은 유감스럽지만 소수일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오키나와의 나하시, 본토복귀 41주년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올해는 기념식을 생략했습니다.

현지의 싸늘한 분위기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대신 나하시를 비롯한 이시가키섬 등에서는 오늘 반정부 시위가 열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시죠.

<녹취> 히가(오키나와 주민) : "본토사람들은 오키나와 입장이 돼봐야 한다 자기들만 안전하면 다? 오키나와는 어째도 좋다는거야? "

고작 일본에서 0.6% 정도를 차지하는 오키나와엔 일본 내 미군기지의 74%가 밀집해 있는데요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본토 복귀 이후 40년간 오키나와엔 미군에 의한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범죄가 8500건, 매년 200건 이상 일어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현재 미군기지와 관련된 현지 주민들의 정확한 요구는 뭡니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답변>

이곳 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은 오키나와 본섬 인구 밀집 지역에 있는 미국 해병대 비행장,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현 밖으로 이전해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정부는 되려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내 해안 헤노코로 이전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고, 여기에 추락사고가 빈번한 미군의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 마저 대거 배치했는데요

분노한 주민 10만명과 41개 지자체 장이 모여 본토 복귀 후 최대 규모 시위를 열었지만 전부 무시당했고, 오키나와에서는 자기결정권을 갖자며 독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 하지만 미군기지가 한 두해만의 갈등도 아니지 않습니까.

예전부터 있었던 문제가 요새 유난히 크게 불거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유가 뭡니까?

<답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최근 아베 정권의 우경화 움직임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지난달 28일 일왕부부와 아베 총리등이 참석해 대대적으로 개최했던 주권회복기념일, 하지만 이 날 오키나와는 본토로부터 버려져 20년간 더 미국 지배에 놓이게 됐습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 날을 '굴욕의 날'로 부르고 있습니다.

당시 장면 잠시 보시겠습니다.

<녹취> "천황폐하 만세! 천황폐하 만세!"

천황폐하 만세는 2차대전 당시 오키나와 주민들이 본토 수호를 위해 집단 자결을 강요당할 때 외치던 구홉니다.

당시를 떠올리게 한 기념식이 열린데다 아베 정부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의 거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질문> 그래서 아예 이럴 바에 본토나 미국의 지배를 받지 않던 '류큐 왕국'으로 돌아가자며 독립을 얘기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독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마쓰시마 류코구 대학 교수 중심으로 류큐 독립을 연구하는 모임이 발족했고요.

시민단체들도 관련 토론회를 활발하게 열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시마(시민단체 대표) : "차별 등등 우리 목소리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 본토 저 야마토 사람들로부터 독립을 원합니다."

오키나와가 지역구인 데루야 사민당 의원도 최근 블로그를 통해 독립에 동의하는 주민이 20%에 이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질문> 미.일 안보조약이나 여러 국제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보니 오키나와 주민들이 바라는 것처럼 아예 미군기지를 옮기는 건 사실상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변>

오키나와는 미국에 있어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태지역의 최전방 기지입니다

여기에 일본 정부 역시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계기로 미일 동맹 강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보니 오키나와 주민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미군 기지의 고착화, 자위대의 상시주둔 등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오늘 원래 오키나와가 중국의 일부였다는 주장을 제기해 영토분쟁을 센카쿠에서 오키나와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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