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전력난 현실화…절전대책 문제없나?

입력 2013.06.04 (21:08) 수정 2013.06.14 (16: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국민의 생명과 사욕을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

"천인공노할 범죄..."

원전 부품 비리에 대한 강한 질책들이지만 전력난은 현실이 됐습니다.

그 충격은 국민들과 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고요.

특히 산업 현장에선 강력한 절전 규제때문에 마른 수건도 다시 짜듯 새는 전력을 막으려는 비상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양성모 기자가 그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건물 상층부 기온이 32도가 되자 유리 천장이 열립니다.

상층부의 달궈진 공기를 강제로 빼내자 천장이 다시 닫히고 찬 바람이 나오는데 전기 냉방이 아닌 물을 흘려 냉각하는 방식입니다.

실내온도는 26도.

기업들은 사무실공간서부터 비상 절전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일부는 전력 최고 수요시점인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 아예 전 냉방 기기를 끄기로 할 정돕니다.

생산 현장은 더 절박합니다.

한달 앞당겨 여름 옷을 입은데 이어 조업 시간까지 바꿨습니다.

한 달 30억원에 이르는 많은 전기를 쓰는 이 공장은 오후 1시부터 5시 사이 공장 가동을 일부 멈추기로 했습니다.

대신 전력 수요가 적은 5시 이후 저녁 시간으로 돌린 겁니다.

15% 의무 절전에 대비한 고육책입니다.

산업체 전기 사용량의 90%는 생산라인용이어서 15% 절감은 어렵다는 게 현장의 호소입니다.

<녹취>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생산, 가동시간을 조정하게 되면 라인을 중단시켜야 되는 일이거든. 제조업은 불가능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야"

또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멈추는 휴가 기간을 기존의 7월말에서 8월 둘째주 이후로 돌리는 등 생산 공정의 틀까지 바꿔가며 산업체들은 절전 전쟁중입니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제철소의 중심엔 이렇게 고철을 녹이고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가 있는데 이 전기 용광로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한 기당 전기료가 하루 1억 원을 넘습니다.

그래서 오는 8월에는 이 제철소도 하루 4시간, 15% 이상 의무 절전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 전기용광로부터 꺼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전기 용광료를 다시 켜려면 6시간이 또 필요해서 절전 4시간까지 합하면 10시간 가까이 생산이 멈춘다는 겁니다.

울며겨자먹기로 이 시간을 정비 보수에 활용하겠다지만 생산차질은 그대로입니다.

이같은 고강도 절전 규제는 중요 기간산업 대부분에 적용됩니다.

자동차와 철강, 시멘트 모두 15% 절전이구요.

화학 분야 5%, 생산라인 중단이 아예 불가능한 반도체마저 3%를 줄여야 합니다.

정부 전력 대책은 공급은 190만 킬로와트 밖에 못늘리니까 절전으로 450만 킬로와트를 메워서 극복하겠다는 건데 이 절전량의 90%인 400만 킬로와트를 산업체가 떠 안는 구조입니다.

결국 산업의 생산력 희생, 즉, 산업 경쟁력 손실이란 후폭풍이 문제라는 겁니다.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은 없는지,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분석해 봅니다.

<리포트>

후쿠시마 원전 사태 당시 일본도 강력한 절전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운용의 묘를 최대한 발휘했습니다.

우선 업종별로 요일을 정해 평일에 쉬고, 주말에 조업하는 방식으로 조업일을 분산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업체인 토요타는 목,금을, 통신업체인 NTT는 월,화를 가전업체 히타치는 주중 이틀을 쉬는 대신, 주말에 조업하는 식입니다.

또 주말 요금을 최대 6배 싸게하는 유인책으로 평일 전력소비를 9%이상 줄였습니다.

우리도 이같은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정인(중앙대 경제학과교수) : "산업별로 먼저 시행해야 될 곳, 좀 추후에 시행할 수 있는 곳, 이런 것들에 대한 우선 순위가 전해져야 된다고 봅니다."

정부는 이번 절전 규제로 줄게 될 산업 생산에 대해 추정치조차 없습니다.

절전 지원금을 주지 않는 의무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업체별로 득실에 따라 절전협조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녹취> 산업체 전기 담당 직원(음성변조) : "공장에서도 나름 노력을 하겠지만 솔직히 생산 계획 같은게 있잖아요. 생산라인, 갑자기 생산하던 걸 줄일 순 없잖아요."

실제로 생산 차질을 빚느니 하루 50만원인 과태료를 내겠다는 업체들까지 나옵니다.

따라서 획일적인 최대 15% 절전 압박 보다 업종별 차이를 더 세분화하고 절전 우수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 지금이라도 보다 정교한 절전 설계와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김정환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전력난 현실화…절전대책 문제없나?
    • 입력 2013-06-04 21:09:29
    • 수정2013-06-14 16:40:12
    뉴스 9
<앵커 멘트>

"국민의 생명과 사욕을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

"천인공노할 범죄..."

원전 부품 비리에 대한 강한 질책들이지만 전력난은 현실이 됐습니다.

그 충격은 국민들과 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고요.

특히 산업 현장에선 강력한 절전 규제때문에 마른 수건도 다시 짜듯 새는 전력을 막으려는 비상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양성모 기자가 그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건물 상층부 기온이 32도가 되자 유리 천장이 열립니다.

상층부의 달궈진 공기를 강제로 빼내자 천장이 다시 닫히고 찬 바람이 나오는데 전기 냉방이 아닌 물을 흘려 냉각하는 방식입니다.

실내온도는 26도.

기업들은 사무실공간서부터 비상 절전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일부는 전력 최고 수요시점인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 아예 전 냉방 기기를 끄기로 할 정돕니다.

생산 현장은 더 절박합니다.

한달 앞당겨 여름 옷을 입은데 이어 조업 시간까지 바꿨습니다.

한 달 30억원에 이르는 많은 전기를 쓰는 이 공장은 오후 1시부터 5시 사이 공장 가동을 일부 멈추기로 했습니다.

대신 전력 수요가 적은 5시 이후 저녁 시간으로 돌린 겁니다.

15% 의무 절전에 대비한 고육책입니다.

산업체 전기 사용량의 90%는 생산라인용이어서 15% 절감은 어렵다는 게 현장의 호소입니다.

<녹취>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생산, 가동시간을 조정하게 되면 라인을 중단시켜야 되는 일이거든. 제조업은 불가능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야"

또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멈추는 휴가 기간을 기존의 7월말에서 8월 둘째주 이후로 돌리는 등 생산 공정의 틀까지 바꿔가며 산업체들은 절전 전쟁중입니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제철소의 중심엔 이렇게 고철을 녹이고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가 있는데 이 전기 용광로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한 기당 전기료가 하루 1억 원을 넘습니다.

그래서 오는 8월에는 이 제철소도 하루 4시간, 15% 이상 의무 절전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 전기용광로부터 꺼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전기 용광료를 다시 켜려면 6시간이 또 필요해서 절전 4시간까지 합하면 10시간 가까이 생산이 멈춘다는 겁니다.

울며겨자먹기로 이 시간을 정비 보수에 활용하겠다지만 생산차질은 그대로입니다.

이같은 고강도 절전 규제는 중요 기간산업 대부분에 적용됩니다.

자동차와 철강, 시멘트 모두 15% 절전이구요.

화학 분야 5%, 생산라인 중단이 아예 불가능한 반도체마저 3%를 줄여야 합니다.

정부 전력 대책은 공급은 190만 킬로와트 밖에 못늘리니까 절전으로 450만 킬로와트를 메워서 극복하겠다는 건데 이 절전량의 90%인 400만 킬로와트를 산업체가 떠 안는 구조입니다.

결국 산업의 생산력 희생, 즉, 산업 경쟁력 손실이란 후폭풍이 문제라는 겁니다.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은 없는지,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분석해 봅니다.

<리포트>

후쿠시마 원전 사태 당시 일본도 강력한 절전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운용의 묘를 최대한 발휘했습니다.

우선 업종별로 요일을 정해 평일에 쉬고, 주말에 조업하는 방식으로 조업일을 분산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업체인 토요타는 목,금을, 통신업체인 NTT는 월,화를 가전업체 히타치는 주중 이틀을 쉬는 대신, 주말에 조업하는 식입니다.

또 주말 요금을 최대 6배 싸게하는 유인책으로 평일 전력소비를 9%이상 줄였습니다.

우리도 이같은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정인(중앙대 경제학과교수) : "산업별로 먼저 시행해야 될 곳, 좀 추후에 시행할 수 있는 곳, 이런 것들에 대한 우선 순위가 전해져야 된다고 봅니다."

정부는 이번 절전 규제로 줄게 될 산업 생산에 대해 추정치조차 없습니다.

절전 지원금을 주지 않는 의무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업체별로 득실에 따라 절전협조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녹취> 산업체 전기 담당 직원(음성변조) : "공장에서도 나름 노력을 하겠지만 솔직히 생산 계획 같은게 있잖아요. 생산라인, 갑자기 생산하던 걸 줄일 순 없잖아요."

실제로 생산 차질을 빚느니 하루 50만원인 과태료를 내겠다는 업체들까지 나옵니다.

따라서 획일적인 최대 15% 절전 압박 보다 업종별 차이를 더 세분화하고 절전 우수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 지금이라도 보다 정교한 절전 설계와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김정환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