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반정부 시위 확산…이슬람-세속주의 충돌

입력 2013.06.05 (21:12) 수정 2013.06.0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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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나라, 우리에겐 형제의 나라라는 표현으로도 익숙한 나라, 바로 터키인데요.

유럽의 재정난 와중에도 높은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중동의 모범 민주국가로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터키는 이를 토대로 과거의 영화, 즉 600년동안 이렇게 대 영토를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의 부활을 꿈꾸던 중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습니다.

벌써 엿새째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혼란한 상황이 됐습니다.

현지 소식을 박상용 특파원이 전합니다.

<리포트>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인 탁심 광장..

최루탄과 물대포를 앞세운 경찰 해산작전이 전개됩니다.

벌써 엿새째, 자정이 넘도록 시위대는 광장을 지키며 독재 타도, 총리 사퇴를 외칩니다.

<녹취> 악크시악(대학생) : "우리는 자유를 원합니다. 총리는 독재자입니다.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터키에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처음 대학생과 노조원들로부터 시작된 시위는 넥타이 부대와 연예인 등 범 대중 운동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원피스 차림의 여성에게 경찰이 최루액을 분사하는 이 장면은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시켰습니다.

주부들은 냄비를 두드리며 시위에 나섰고, 상인들은 이런 상황을 SNS로 실어나릅니다.

<녹취> 요스데(상인) :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잘 안보였는데,옷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나도 모르게 찍었어요."

시위의 발단은 녹지 공간을 쇼핑몰로 재개발하려던데서 시작됐습니다.

녹지를 지키기위한 환경운동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로 확대되면서 일반 시민들, 중산층의 참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사상자가 늘어나고, 정부는 과잉진압을 사과했지만 시위는 터키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바로 터키사회의 특성 때문입니다.

많은 이슬람 사원이 말해주듯 터키는 이슬람 국가죠.

그러면서도 서구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갖고 있어 다른 이슬람국가와는 대비됩니다.

그런데 집권 10년차를 맞은 이 에르도안 총리가 음주 규제같은 이슬람 성향이 강한 정책을 밀어부치면서 서구식 관행에 익숙해진 시민들과 충돌한 것입니다.

이때문에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간 충돌로도 불리는데요.

터키 상황이 어디로 갈지 유원중 기자가 분석합니다.

<리포트>

시민들이 자유로운 입맞춤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보란듯이 입을 맞춥니다.

지하철 당국이 승객들의 키스 금지 정책을 발표하자 항의에 나선 것입니다.

<인터뷰> 레반 아스란(집회 참가자) : "지하철에서 입맞춤을 하는 게 부도덕한 일입니까? 우리는 키스할 권리를 주장하러 나왔습니다."

종교는 이슬람이지만 서구식 관행과 제도에 익숙한 사회, 3선인 에르도안 총리가 갈등의 핵이 됐습니다.

밤10시 이후에는 술 판매를 금지하고, 이슬람교를 비하했다며 예술가에 실형을 선고하는 등 이슬람 정책을 강화하면서 민심과 거리가 멀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세다르 산만(시위대) : "총리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있습니다. 술탄처럼 행동하며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제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강국으로의 부상을 꿈꾸는 총리는 단호합니다.

<인터뷰> 에르도안(터키 총리) : "'아랍의 봄'은 말도 안 됩니다. 터키는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고 선거에 의해 구성된 정부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터키의 문화전쟁'으로 부르며 추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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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반정부 시위 확산…이슬람-세속주의 충돌
    • 입력 2013-06-05 21:14:03
    • 수정2013-06-05 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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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나라, 우리에겐 형제의 나라라는 표현으로도 익숙한 나라, 바로 터키인데요.

유럽의 재정난 와중에도 높은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중동의 모범 민주국가로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터키는 이를 토대로 과거의 영화, 즉 600년동안 이렇게 대 영토를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의 부활을 꿈꾸던 중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습니다.

벌써 엿새째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혼란한 상황이 됐습니다.

현지 소식을 박상용 특파원이 전합니다.

<리포트>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인 탁심 광장..

최루탄과 물대포를 앞세운 경찰 해산작전이 전개됩니다.

벌써 엿새째, 자정이 넘도록 시위대는 광장을 지키며 독재 타도, 총리 사퇴를 외칩니다.

<녹취> 악크시악(대학생) : "우리는 자유를 원합니다. 총리는 독재자입니다.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터키에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처음 대학생과 노조원들로부터 시작된 시위는 넥타이 부대와 연예인 등 범 대중 운동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원피스 차림의 여성에게 경찰이 최루액을 분사하는 이 장면은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시켰습니다.

주부들은 냄비를 두드리며 시위에 나섰고, 상인들은 이런 상황을 SNS로 실어나릅니다.

<녹취> 요스데(상인) :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잘 안보였는데,옷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나도 모르게 찍었어요."

시위의 발단은 녹지 공간을 쇼핑몰로 재개발하려던데서 시작됐습니다.

녹지를 지키기위한 환경운동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로 확대되면서 일반 시민들, 중산층의 참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사상자가 늘어나고, 정부는 과잉진압을 사과했지만 시위는 터키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바로 터키사회의 특성 때문입니다.

많은 이슬람 사원이 말해주듯 터키는 이슬람 국가죠.

그러면서도 서구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갖고 있어 다른 이슬람국가와는 대비됩니다.

그런데 집권 10년차를 맞은 이 에르도안 총리가 음주 규제같은 이슬람 성향이 강한 정책을 밀어부치면서 서구식 관행에 익숙해진 시민들과 충돌한 것입니다.

이때문에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간 충돌로도 불리는데요.

터키 상황이 어디로 갈지 유원중 기자가 분석합니다.

<리포트>

시민들이 자유로운 입맞춤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보란듯이 입을 맞춥니다.

지하철 당국이 승객들의 키스 금지 정책을 발표하자 항의에 나선 것입니다.

<인터뷰> 레반 아스란(집회 참가자) : "지하철에서 입맞춤을 하는 게 부도덕한 일입니까? 우리는 키스할 권리를 주장하러 나왔습니다."

종교는 이슬람이지만 서구식 관행과 제도에 익숙한 사회, 3선인 에르도안 총리가 갈등의 핵이 됐습니다.

밤10시 이후에는 술 판매를 금지하고, 이슬람교를 비하했다며 예술가에 실형을 선고하는 등 이슬람 정책을 강화하면서 민심과 거리가 멀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세다르 산만(시위대) : "총리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있습니다. 술탄처럼 행동하며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제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강국으로의 부상을 꿈꾸는 총리는 단호합니다.

<인터뷰> 에르도안(터키 총리) : "'아랍의 봄'은 말도 안 됩니다. 터키는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고 선거에 의해 구성된 정부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터키의 문화전쟁'으로 부르며 추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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