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한겨레 ‘사설 공동기획’ 새로운 시도

입력 2013.06.09 (17:11) 수정 2013.06.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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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지난달부터 매주 같은 주제의 사설을 비교, 분석하는 공동기획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두 신문이 서로 다른 논조를 보여온 만큼, 독자들에게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갖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돕니다.

하지만 논조가 흐려질 수 있다거나, 기계적인 균형만 강조될 수 있다는 그런 부정적 시각도 있습니다.

그 의미와 한계, 홍희정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홍 기자,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공동기획, 먼저 어떤 내용들이, 어떻게 다뤄졌는지 살펴볼까요?

<답변>

네, 두 언론사의 공동기획은 현재까지 세 차례 진행이 됐습니다.

사회적 현안을 다룬 문제에서 다소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비교와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20일 중앙일보와 한겨레에 나란히 같은 공지가 실렸습니다.

<녹취> 5. 20 중앙(한겨레 사고) : "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언론사의 사설을 깊이 살피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세상을 보는 바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게 될것입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두 언론사의 사설을 비교 분석한 공동 기획 지면 ‘사설 속으로’를 통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겠다는 취집니다.

<인터뷰> 임석규(한겨레 에디터 ) : "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다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만이 있는 게 아니고 여러 시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이 기획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올해 초부터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작된 이 공동기획은 같은 주제의 사설에 대해 외부 필진에 분석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외부 필진은 교육 논술 분야의 교사가 대다수로 청소년 교육용이라는 점에 방점을 두고있습니다.

사설 속으로의 첫 번째 주제는 정년연장 의무화.

<녹취> 5.21 한겨레(중앙 사설) : "속으로 문제는 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우리 현실에 적용하느냐다"

중앙일보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파생할 문제점에 대해 환기시킨다.

반면 한겨레는 이 법안 도입으로 근로자가 다른 권리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다.

<인터뷰> 허병두(숭문고 교사) : "사설속으로 필진 충분히 썼는데 조금은 좀 생략했죠. 충분히 양사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아주 최소공배수를 썼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던 갑과 을의 관계에서도 두 언론사의 시각차가 드러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녹취> 5.28 한겨레(중앙 사설) : "속으로 한겨레와 중앙의 사설은 모두 갑을 문화의 개혁을 한목소리로 외친다. 그러나 중앙은 갑들을 훈계하려 하고 한겨레는 을들을 보호하지 못한 정부를 다그치려 한다."

중앙일보는 갑의 책임과 의무를 부각한 반면 한겨레는 제도적 부실로 인한 을들의 어려움을 부각한다는 점이 두 언론사의 시각차라는 게 사설 속으로의 분석입니다.

<질문> 서로 확연히 논조가 다른 언론사끼리 같은 주제의 사설을 비교, 분석하는 공동작업,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합의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답변>

네, 두 신문이 한 지면에 같은 내용을 싣는 작업은 논조의 차이 뿐 아니라 신문 편집과 원고 검토 등 실무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준비단계만 6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흔히 보수 신문으로 분류되는 중앙일보와 진보로 분류되는 한겨레는 정파적으로 양분되는 언론 지형에서 각기 한 축의 의견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

이렇게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언론사가 한 편의 공동 기획을 하려면 지면 편집과정의 합의까지 이뤄져야 하는 절차적인 복잡함이 있다고 언론사 측은 말합니다.

<인터뷰> 안혜리(중앙일보 팀장) : "아무래도 파트너가 있는 거니까요. 일방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게 그냥 취지에 동감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판형도 다르고 여러 가지가 다른데 모든 것 다 맞춰야 되니까 . 하지만 절차적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이 기획 자체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 두 언론사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언론계 외부의 반응 역시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언론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동섭(한양대 신방과 교수) : "정치사회적인 의견이 다른 의견도 들어보겠다. 같이 한번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해보자, 이런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잇는데, 어찌보면 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은 오죽하면 이런 시도를 하고 그럴까 이런 씁쓸한 마음이 있고요."

<질문> 시도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당 언론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죠?

<답변>

네, 언론사간의 협업이 제대로 정착한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게 사실입니다.

또, 각 신문마다 각자의 균형감각을 갖고 쓰는 사설을 다시 비교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독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의 영향력 있는 언론사들이 인터넷 뉴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감하게 협력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일본의 뉴스 포털 아라타니스.

2008년 1월 일본의 아사히,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 3대 언론사가 공동 기획해 설립한 아라타니스는 3개 신문의 논조와 콘텐츠를 비교하는 데 초점을 맞춘 포털 사이틉니다.

그러나 운영 초기 월 600만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던 아라타니스는 지난해 2월을 끝으로 폐쇄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광고 수입 부족, 가입자수 저하 등을 내세웠지만, 신문마다 컨텐츠 유료화에 나서면서 협력 대신 각자 도생을 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의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뉴스 포털 ‘온고’ 역시 2년만에 중단됐습니다.

언론사간 벽을 허물고 보다 많은 독자를 끌기 위한 시도였지만 지속적인 운영은 쉽지 않은 상황.

언론사들의 협력이 단발성 기획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혁신하려는 시도가 중요해지는 이윱니다.

<인터뷰> 안혜리(중앙일보 팀장) : "최소 6개월 이상 끌고 가야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부분은 양 사가 다 동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하다가 몇 번 하고 흐지부지 중간에 그만 두는 일은 아마 없을 것 같고요. 그러나, 한 언론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설을 비교하려는 시도에 대해 각 신문사의 충성도 높은 독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녹취> 한겨레 오피니언 : "지금까지 한겨레만 보아온 독자는 비뚤어지고 균형잃은 시각을 가졌다는 말인가? "

이번 기획은 진보언론의 균형강박증이 빚은 일탈이라 말하고 싶다.

두 언론사의 홈페이지에는 신문 구독을 중지하겠다는 항의성 글까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들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만큼 오히려 독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언론사측은 말합니다.

<인터뷰> 임석규(한겨레 에디터) : "균형감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근데 그건 아니거든요"

그 자체 두 개의 사이에서 균형 감각이 있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그건 독자의 몫이죠.

두 개의 세계관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독자가 판단할 것입니다.

<질문> 결국 이번 공동기획의 목적이 기계적 균형을 강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런 얘기인데, 그렇다면 서로 생각의 차이는 인정하면서 어떤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논의의 장, 공론의 장을 활성화겠다는 거죠?

<답변>

네, 한겨레와 중앙의 사설 교류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건, 그만큼 우리 언론이 그동안 진보와 보수라는 틀에 갇혀서 지나치게 대립해 왔다는 데 대한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획에서도 두 신문사의 논조가 확연히 다른 점을 볼 수 있지만, 과거에 비해 열린 태도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사설 속으로에서는 한미 동맹을 주제로 한 두 언론사의 사설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녹취> 6.4 한겨레(중앙 사설) : "속으로 중앙일보는 이런 미국과의 관계 전환을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로 읽어냈지만, 한겨레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망 참여 문제나 미국의 동북아 회귀 정책 등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두 언론사는 사설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대한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녹취> 6.4 한겨레(중앙 사설) : "속으로 미세한 시각 차이 같지만, 여기서부터 모든 게 달라진다. 우리나라를 반으로 가르는 보수와 진보 논쟁, 우파와 좌파 분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견해 차이가 과연 좁혀질 수 있는 것일까. 한미 동맹을 각자의 시각에서 평가한 사설을 읽으며 두 신문사에 물음을 던져본다."

신문 사설은 민감한 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정치적 입장을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내며 보수와 진보의 대립구도를 형성해 왔습니다.

13대부터 지난 17대까지 대선기간 주요 언론의 사설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조선과 동아 등 이른바 보수적인 언론은 좀더 보수적으로, 한겨레와 경향 등 이른바 진보적인 언론은 좀더 진보적으로 색채를 뚜렷이 해 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미 관계와 정치 문제 뿐 아니라 각종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한국사회가 이른바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는 데 언론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난 2009년 조사에서도 신문 독자가운데 61%가 한국 언론이 지나치게 한쪽 편만을 드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신문의 신뢰도 하락 이유에 대해서도 독자의 반응을 유도하거나 한 쪽 입장에 편향적인 보도가 주요 이유로 나타났습니다.

사설은 언론사가 자사의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의견기사인 만큼 특정 사안에 대한 이념의 차이가 사설 속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사설 공동기획에 자칫 선명성 경쟁으로 가기 전에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허병두(숭문고 교사/사설속으로 필진) : "이른바 중간 적정한 지점 찾자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새로운 길은 없는가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기에 앞서 스스로 설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인터뷰> 한동섭(한양대 신방과 교수) : "나와 의견이 다른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의견을 폄하하고 무시하고. 이렇게 되는 경우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합의 도출이 될 수 없다는 거죠. 누구 의견이 맞냐 그르냐를 떠나서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는 경청하는 그런 태도를 먼저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서로의 의견과 견해를 나눠 독자들이 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진정한 공론장의 기능을 하는 일 언론의 의무라고 할 수 있겠죠.

중앙과 한겨레 모두 이번 기획을 청소년 교육용이라 강조하지만 그렇게 의미를 한정짓고 축소할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추구할 필요성도 있어 보입니다.

정파성과 편향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우리 언론이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는 열린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획이 제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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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한겨레 ‘사설 공동기획’ 새로운 시도
    • 입력 2013-06-09 17:33:47
    • 수정2013-06-10 17: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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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한겨레가 지난달부터 매주 같은 주제의 사설을 비교, 분석하는 공동기획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두 신문이 서로 다른 논조를 보여온 만큼, 독자들에게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갖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돕니다.

하지만 논조가 흐려질 수 있다거나, 기계적인 균형만 강조될 수 있다는 그런 부정적 시각도 있습니다.

그 의미와 한계, 홍희정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홍 기자,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공동기획, 먼저 어떤 내용들이, 어떻게 다뤄졌는지 살펴볼까요?

<답변>

네, 두 언론사의 공동기획은 현재까지 세 차례 진행이 됐습니다.

사회적 현안을 다룬 문제에서 다소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비교와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20일 중앙일보와 한겨레에 나란히 같은 공지가 실렸습니다.

<녹취> 5. 20 중앙(한겨레 사고) : "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언론사의 사설을 깊이 살피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세상을 보는 바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게 될것입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두 언론사의 사설을 비교 분석한 공동 기획 지면 ‘사설 속으로’를 통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겠다는 취집니다.

<인터뷰> 임석규(한겨레 에디터 ) : "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다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만이 있는 게 아니고 여러 시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이 기획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올해 초부터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작된 이 공동기획은 같은 주제의 사설에 대해 외부 필진에 분석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외부 필진은 교육 논술 분야의 교사가 대다수로 청소년 교육용이라는 점에 방점을 두고있습니다.

사설 속으로의 첫 번째 주제는 정년연장 의무화.

<녹취> 5.21 한겨레(중앙 사설) : "속으로 문제는 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우리 현실에 적용하느냐다"

중앙일보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파생할 문제점에 대해 환기시킨다.

반면 한겨레는 이 법안 도입으로 근로자가 다른 권리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다.

<인터뷰> 허병두(숭문고 교사) : "사설속으로 필진 충분히 썼는데 조금은 좀 생략했죠. 충분히 양사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아주 최소공배수를 썼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던 갑과 을의 관계에서도 두 언론사의 시각차가 드러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녹취> 5.28 한겨레(중앙 사설) : "속으로 한겨레와 중앙의 사설은 모두 갑을 문화의 개혁을 한목소리로 외친다. 그러나 중앙은 갑들을 훈계하려 하고 한겨레는 을들을 보호하지 못한 정부를 다그치려 한다."

중앙일보는 갑의 책임과 의무를 부각한 반면 한겨레는 제도적 부실로 인한 을들의 어려움을 부각한다는 점이 두 언론사의 시각차라는 게 사설 속으로의 분석입니다.

<질문> 서로 확연히 논조가 다른 언론사끼리 같은 주제의 사설을 비교, 분석하는 공동작업,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합의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답변>

네, 두 신문이 한 지면에 같은 내용을 싣는 작업은 논조의 차이 뿐 아니라 신문 편집과 원고 검토 등 실무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준비단계만 6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흔히 보수 신문으로 분류되는 중앙일보와 진보로 분류되는 한겨레는 정파적으로 양분되는 언론 지형에서 각기 한 축의 의견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

이렇게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언론사가 한 편의 공동 기획을 하려면 지면 편집과정의 합의까지 이뤄져야 하는 절차적인 복잡함이 있다고 언론사 측은 말합니다.

<인터뷰> 안혜리(중앙일보 팀장) : "아무래도 파트너가 있는 거니까요. 일방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게 그냥 취지에 동감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판형도 다르고 여러 가지가 다른데 모든 것 다 맞춰야 되니까 . 하지만 절차적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이 기획 자체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 두 언론사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언론계 외부의 반응 역시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언론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동섭(한양대 신방과 교수) : "정치사회적인 의견이 다른 의견도 들어보겠다. 같이 한번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해보자, 이런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잇는데, 어찌보면 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은 오죽하면 이런 시도를 하고 그럴까 이런 씁쓸한 마음이 있고요."

<질문> 시도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당 언론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죠?

<답변>

네, 언론사간의 협업이 제대로 정착한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게 사실입니다.

또, 각 신문마다 각자의 균형감각을 갖고 쓰는 사설을 다시 비교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독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의 영향력 있는 언론사들이 인터넷 뉴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감하게 협력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일본의 뉴스 포털 아라타니스.

2008년 1월 일본의 아사히,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 3대 언론사가 공동 기획해 설립한 아라타니스는 3개 신문의 논조와 콘텐츠를 비교하는 데 초점을 맞춘 포털 사이틉니다.

그러나 운영 초기 월 600만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던 아라타니스는 지난해 2월을 끝으로 폐쇄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광고 수입 부족, 가입자수 저하 등을 내세웠지만, 신문마다 컨텐츠 유료화에 나서면서 협력 대신 각자 도생을 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의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뉴스 포털 ‘온고’ 역시 2년만에 중단됐습니다.

언론사간 벽을 허물고 보다 많은 독자를 끌기 위한 시도였지만 지속적인 운영은 쉽지 않은 상황.

언론사들의 협력이 단발성 기획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혁신하려는 시도가 중요해지는 이윱니다.

<인터뷰> 안혜리(중앙일보 팀장) : "최소 6개월 이상 끌고 가야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부분은 양 사가 다 동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하다가 몇 번 하고 흐지부지 중간에 그만 두는 일은 아마 없을 것 같고요. 그러나, 한 언론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설을 비교하려는 시도에 대해 각 신문사의 충성도 높은 독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녹취> 한겨레 오피니언 : "지금까지 한겨레만 보아온 독자는 비뚤어지고 균형잃은 시각을 가졌다는 말인가? "

이번 기획은 진보언론의 균형강박증이 빚은 일탈이라 말하고 싶다.

두 언론사의 홈페이지에는 신문 구독을 중지하겠다는 항의성 글까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들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만큼 오히려 독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언론사측은 말합니다.

<인터뷰> 임석규(한겨레 에디터) : "균형감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근데 그건 아니거든요"

그 자체 두 개의 사이에서 균형 감각이 있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그건 독자의 몫이죠.

두 개의 세계관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독자가 판단할 것입니다.

<질문> 결국 이번 공동기획의 목적이 기계적 균형을 강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런 얘기인데, 그렇다면 서로 생각의 차이는 인정하면서 어떤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논의의 장, 공론의 장을 활성화겠다는 거죠?

<답변>

네, 한겨레와 중앙의 사설 교류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건, 그만큼 우리 언론이 그동안 진보와 보수라는 틀에 갇혀서 지나치게 대립해 왔다는 데 대한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획에서도 두 신문사의 논조가 확연히 다른 점을 볼 수 있지만, 과거에 비해 열린 태도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사설 속으로에서는 한미 동맹을 주제로 한 두 언론사의 사설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녹취> 6.4 한겨레(중앙 사설) : "속으로 중앙일보는 이런 미국과의 관계 전환을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로 읽어냈지만, 한겨레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망 참여 문제나 미국의 동북아 회귀 정책 등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두 언론사는 사설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대한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녹취> 6.4 한겨레(중앙 사설) : "속으로 미세한 시각 차이 같지만, 여기서부터 모든 게 달라진다. 우리나라를 반으로 가르는 보수와 진보 논쟁, 우파와 좌파 분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견해 차이가 과연 좁혀질 수 있는 것일까. 한미 동맹을 각자의 시각에서 평가한 사설을 읽으며 두 신문사에 물음을 던져본다."

신문 사설은 민감한 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정치적 입장을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내며 보수와 진보의 대립구도를 형성해 왔습니다.

13대부터 지난 17대까지 대선기간 주요 언론의 사설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조선과 동아 등 이른바 보수적인 언론은 좀더 보수적으로, 한겨레와 경향 등 이른바 진보적인 언론은 좀더 진보적으로 색채를 뚜렷이 해 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미 관계와 정치 문제 뿐 아니라 각종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한국사회가 이른바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는 데 언론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난 2009년 조사에서도 신문 독자가운데 61%가 한국 언론이 지나치게 한쪽 편만을 드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신문의 신뢰도 하락 이유에 대해서도 독자의 반응을 유도하거나 한 쪽 입장에 편향적인 보도가 주요 이유로 나타났습니다.

사설은 언론사가 자사의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의견기사인 만큼 특정 사안에 대한 이념의 차이가 사설 속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사설 공동기획에 자칫 선명성 경쟁으로 가기 전에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허병두(숭문고 교사/사설속으로 필진) : "이른바 중간 적정한 지점 찾자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새로운 길은 없는가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기에 앞서 스스로 설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인터뷰> 한동섭(한양대 신방과 교수) : "나와 의견이 다른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의견을 폄하하고 무시하고. 이렇게 되는 경우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합의 도출이 될 수 없다는 거죠. 누구 의견이 맞냐 그르냐를 떠나서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는 경청하는 그런 태도를 먼저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서로의 의견과 견해를 나눠 독자들이 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진정한 공론장의 기능을 하는 일 언론의 의무라고 할 수 있겠죠.

중앙과 한겨레 모두 이번 기획을 청소년 교육용이라 강조하지만 그렇게 의미를 한정짓고 축소할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추구할 필요성도 있어 보입니다.

정파성과 편향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우리 언론이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는 열린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획이 제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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